[책읽아웃] 마지막 : 우리 꼭 또 만나요
마지막화 2부
책읽아웃은 우리 모두의 사연을 읽으며 마무리합니다. 우리 꼭 또 만나요. (2024.07.12)
오은 : 안녕하세요.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오은입니다.
단호박 : 마치 다른 날인 것처럼. (웃음)
황정은 : (웃음) 잠시 바깥에 나가서 숨을 쉬고 돌아와서 내일 된 셈 치고 <책읽아웃>의 마지막 방송 2부를 녹음하러 모였습니다.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제 앞에 오은 작가님 앉아 계시고요. 그리고 캘리 님, 단호박 님, 그냥 님 그리고 이지원 PD님과 함께합니다.
방송을 들은 분들이 보내주신 이야기를 함께 나눌 텐데요. 그 전에 우리가 이야기를 한번 나누고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저는 이런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책읽아웃>을 만들면서 저희가 새롭게 배운 것들도 많고 또 이전하고 달라진 생각들도 있지 않습니까? 각자가 겪은 변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캘리 : 책을 읽고 읽은 것에 대해서 쓰는 것. 이런 것들은 그냥 혼자서 자그맣게 해왔던 것 같은데 <책읽아웃>을 통해서 책을 같이 읽는 일이 얼마나 소중하고 놀라운 일인가를 경험하게 됐던 것 같아요. 그래서 <책읽아웃>을 하면서 다른 독서 모임이나 북토크도 조금 더 열심히 참여를 하려고 하고 있고요. 책을 같이 읽는 건 내가 혼자 읽을 때보다 훨씬 더 멀리까지 나아가는 일 같아요. 나는 진짜 나만큼밖에 책을 못 읽는 거죠. 아무리 책을 열심히 읽으려고 해도. 그런데 다른 사람이 읽은 것을 같이 얘기하면 생각보다 조금 더 멀리 나가고 그게 나를 아주 조금은 더 바꿔놓고 이런 경험을 <책읽아웃>을 통해서 했기 때문에 책을 많이 같이 얘기하고 싶다는 욕망을 쌓아왔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냥 : 저도 캘리 님이랑 똑같아요. 같이 읽는 경험. 그 경험이 결과적으로는 너무 아름답고 나에게 도움이 많이 됐는데, 그 과정 속에는 내가 깨지는 과정도 있어서 부침이 있기도 했어요. 그런데 그 결과 새 살이 돋아날 때는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오은 : 이건 여담인데 예전에 캘리 님한테 제가 읽은 책을 드린 적이 있어요. 선물로 드렸는데, 그 안에 인덱스가 되어 있잖아요. (캘리 님이) 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보다가 ‘불현듯 님, 그런데 여기는 대체 왜 (인덱스) 하신 거예요?’라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웃음) 저도 봤는데 제가 왜 했는지 모르겠는 거예요. 그래서 참 이상하다 싶었던 적도 있었는데. 그런 점에서 우리가 대본도 같이 만들어 나가면서 같이 공명하는 순간이 있었구나, 이 부분에서 똑같이 걸려 넘어졌구나, 이런 느낌이 들면서 좋을 때도 있고. 아예 새로운 시각으로 어떤 부분을 읽을 때 내 안에 어떤 막혀 있던 세계가 뚫리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던 게 같이 읽는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예전에는 많이 읽는 게 좋은 것 같기도 하고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권의 책들을 읽어야 빨리 더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읽다가 <책읽아웃>을 진행하면서부터는 항상 옆에 메모지나 노트 같은 것을 두고 적어가면서 읽기 시작하고 읽으면서 스스로 흡수하는 게 아니라 질문을 만들어내는 시간들이 많이 축적이 된 것 같아요. ‘<책읽아웃>이라는 방송을 진행하게 되면서 나는 질문을 만들어내는 사람, 어떤 문장에서 왜 이런 문장이 쓰였는지 그 연원을 궁금해 하는 사람이 되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해 준 경험이었습니다.
단호박 : 저는 읽는 존재보다 ‘내가 말을 하는 사람이 되었다’라는 거를 많이 느꼈었는데, 진짜 아무 말이나 할 때 있잖아요. 스스로 방송을 다시 확인하면서 진짜 아무 말이나 한다고 느껴질 때가 있어요. (웃음) ‘자유로운 우리를 보면 자유롭잖아요’ 이런 얘기하는 거예요. (웃음) 진짜 말이 안 되는 말인데 그냥 얘기하니까 그때는 그렇구나 하고 다들 넘어가거든요. 그런데 편집 과정에서 ‘뭐 하자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는데, 그래서 스스로 말을 전달하는 걸 되게 많이 배웠었어요. 일단 주어 술어 호응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문장을 끊는 연습. ‘~다’ ‘~요’로 끝나는 연습을 되게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냥 : 저나 단호박 님이나 캘리 님은 인터뷰를 하기도 하잖아요. 저는 <책읽아웃>을 시작하기 전에는 제가 인터뷰를 한다는 것이 지금보다 더 남의 옷 입은 것 같은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항상 못하는 것 같고, 어떻게 해야 되는 건지 감도 못 잡는 것 같고, 뭘 질문해야 되는지도 몰랐던 것 같아요. 그런데 <책읽아웃> 하면서, 어떻게 보면 계속 참관을 하는 거죠. 같이 (인터뷰) 준비도 하지만 이 능수능란한 인터뷰어들이 어떻게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끌어내는지를 바로 옆에서 계속 보고 알게 모르게 배우는 거예요. 배우겠다는 마음 없어도 나한테 스며드는 거죠. 그래서 점점 인터뷰라는 행위가 내가 오래 입은 티셔츠처럼 약간 (몸에) 덜 끼는 느낌이 있어서 ‘내가 인터뷰를 하는 사람이기도 한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 같아요. 너무 감사했고요.
황정은 : 저는 달라진 점이 여러 개 있는데 그 중에서 지금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우리가 최근에 타인의 말로도 그런 말 되게 많이 만나잖아요. ‘인류애를 잃었어’라거나 ‘세상에 대한 사랑을 상실했어’ 이런 얘기들도 자주 하더라고요. 저도 얼마 전까지도 그런 이야기를 더러 하고는 했습니다. 그런데 이 방송을 진행하고 인터뷰이를 만나고 또 방송을 만드는 분들의 질문도 만나는 과정을 거치면서 사람이나 세상을 향한 사랑이라는 게 바깥에서 누가 내게 주는 것이 아니고 내가 내 안에서 발견해내는 거라는 걸 깨달은 것 같아요. 내가 애써야 하는 일인 거죠. 누가 나를 세상을 사랑하게끔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내가 계속 그 사랑을 발굴해내고 발견해내는 일인 거예요. 그래서 늘 노력이 필요한 일인데 ‘노력을 들이면 기어코 해낼 수가 있구나’라는 걸 알았던 것 같아요. 이 생각은 제가 오래 전부터 했던 생각인데 어떤 가능성으로, 가설로, 가망 있는 가설로 굉장히 오래 품고 있었던 생각이었거든요. 그런데 <책읽아웃>을 통해서 인터뷰를 칠십여 차례 거치면서 그 가능성을 증거로 확인한 시간이었어요. 그게 저한테는 변화랄지 뭔가 뚜렷하게 확인한 어떤 무언가인 것 같습니다.
방송을 듣는 분들의 글을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이어가 볼게요. 윤 님이 남겨주셨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평소처럼 학교 가는 길에 새로 올라온 에피소드를 보고 반가운 마음으로 팟캐스트를 듣기 시작했더니 아니!! 이제 <책읽아웃>이 끝난다는 소식에 마음이 철렁했습니다. 저는 평소에 어떤 이야기에도 덤덤하게 잘 받아들이는데 이 소식은 아쉬움과 슬픔이 가장 먼저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이 소식을 접한 날 곰곰이 이 마음을 곱씹어 보니 생각 이상으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책읽아웃>에 정이 많이 들었다는 결론을 지었습니다. 숨어 있던 청취자였지만 마지막을 함께 하고 싶어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중략) <책읽아웃>은 저에게 책을 읽기 위한 자극제였고 또 저의 하루 습관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또한 <책읽아웃>은 들을 때마다 저의 장바구니를 아주 무겁게 만들어 주시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한가득입니다. 한편으로 이 덕분에 저는 책을 지속적으로 읽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에피소드를 하나 뽑자면 ’369-2 나이가 들어가는 모든 순간, 누군가와 새롭게 관계를 맺는다면’입니다. 이 에피소드를 떠올릴 때마다 그냥 님께서 책의 한 장면에 나온 ‘어머나’의 육성이 머릿속에서 맴도는 이상한 현상이 있습니다. 이는 이 에피소드를 제가 제일 좋아하게 만든 것도 한몫을 하긴 합니다. 아무튼 이 에피소드를 뽑은 이유는 만화책도 독서로 생각해도 되는구나를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에피소드를 청취하면서 저는 유독 모두가 즐겁고 신난 느낌이 들어서 더 기억에 남아서 좋아합니다.
(중략)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남기고 이만 쓰겠습니다. 책 읽는 즐거움을 알려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다시 만나게 되면 함께 책 수다 떨고 싶습니닷!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오은 : 잊지 못할 사람들 참 많죠. 저희가 부탁을 드렸더니 그 분들도 소감을 남겨주셨습니다.
본인 등판을 해주신 건데요. 먼저 ‘책읽아웃 1대 진행자 생선 김동영 v(*.*)v’님께서 남겨주셨습니다. “그동안 나눠주신 이야기들은 감사했어요.” 정말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죠. 김동영 작가님, 잘 지내시나요?
톨콩 님, 남겨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톨콩 김하나입니다. <책읽아웃>이 안녕을 고한다는 소식에 마음이 너무도 이상했습니다. 내가 다녔던 대학교가 갑자기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달까요.
저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4년 가까이 <책읽아웃>의 일원으로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면서 제가 다닌 그 어떤 학교에서보다 더 많이 배우고 성장했다고 느꼈어요. <책읽아웃> 출신임이 자랑스럽고,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책읽아웃>을 통해 세상에 나온 뜻깊고 유쾌하며 가슴 찡하고 새로운 이야기들이 얼마나 많은가요. 책을 세상에 내어놓고 그에 대해 길게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소중한 창구였던 <책읽아웃>이 그동안 있어 주어서 정말 고맙습니다.
<책읽아웃>을 만들어 오신 동료 여러분- 불현 듯 님, 캘리 님, 프엄 님, 한자 님, 단호박 님, 그냥 님, 피디 님, 출연해주셨던 모든 분들, 우리가 얘기 나누거나 속으로 간직한 수많은 책의 작가님들을 감사한 마음으로 떠올려봅니다.
마음 다한 시간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믿습니다. 우리 꼭 또 만나요.
오은 : 어쩌면 이 아쉬움이 애정이 있었기 때문에 생기는 감정일 거잖아요. 그래서 <책읽아웃>이 아닌 다른 모습이라 하더라도 그런 애정을 키우고 주변에 나누는 일을 멈추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듣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황정은 작가님은 새 책으로 청취자 분들 독자님들 만날 계획이 있다고 들었는데... 지금 고개를 절레절레 돌리고 계십니다. (웃음)
황정은 : 아직은 알 수 없다. (웃음)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기는 한데 여러 가능성을 탐색하느라고 작업이 언제 끝난다고 명확하게 말씀드리기가 어려워서. 그냥 뭐, 저는 제 일을 열심히 하겠죠. 쓰기를 할 거고. 그리고 제가 지난 2년 9개월 동안에 너무 바빠서 돌보지 못한 마음들이 있거든요. 제 안에도 있고 제 주변 사람들에게도 있는데 그걸 잘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고 싶어요. 그래서 여기저기 만나지 못한 사람들도 좀 만나러 가보고 책도 많이 읽고 그럴 생각입니다.
오은 : 우리 크루 분들 계획을 좀 듣고 싶거든요. 단호박 님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십니까?
단호박 : 지금으로써는 별 계획은 없는데요. 인생 모토 중에 하나가 ‘죽지만 않으면 언젠가는 만날 수 있다’거든요. 그래서 다들 계신 곳에서 건강하게 즐겁게 잘 계시면 언젠가 또 만날 일이 있으리라고 생각이 듭니다. 캘리 님, 앞으로 뭐 하십니까?
캘리 : 저는 열심히 읽고 열심히 써보려고 해요. <책읽아웃>이 끝난다는 소식을 듣기 전에 집에서 왕복 1시간 거리에 도서관을 뚫었거든요. 그런데 마치 운명처럼 도서관을 자주 가게 될 시간적인 여유 심리적인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요즘에는 희망도서 엄청 신청하고 대출 예약하고 상호대출 신청하고 그래서 대출 최대 가능 권수를 맨날 꽉꽉 채우면서 지내고 있고요. 이렇게 읽다 보면 또 쓰고 싶어지고 그러지 않을까. 제가 올해 공저지만 『하필 책이 좋아서』라는 책으로 독자 분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너무너무 뜻깊은 일인 것 같아요. 놀라운 일이고. 그런 일들을 계속할 수 있다면, 하는 꿈과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또 만납시다, 여러분.
단호박 : 그냥 님은 어떻게 지내실 계획이세요?
그냥 : 저는 일단 <웹진 채널예스>에서 기사 쓰는 일로 다시 돌아가고요. 이제 <책읽아웃>이 차지했던 자리가 비어 있게 됐는데, 그 자리를 무엇으로 채울지는 아직 정해진 건 없어요. 다 열어놓고 찾아보려고 해요. 처음에 <책읽아웃>이 끝난다고 했을 때는 이 빈자리를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나이 마흔에 내가 뭐가 될지를 또 고민한다는 게 너무 우습다, 부끄럽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한편으로는 내가 뭐가 될지가 궁금하기도 하고, 그냥 호기심을 갖고 지켜봐도 되지 않을까 하는 의외의 여유도 생겨서, 많은 것들을 시도해보고 찾아보려고 합니다.
단호박 : 오은 시인님, 앞으로 계획 어떻게 되십니까?
오은 :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강연을 자주 하거든요. 이제 학생 분들 만날 일들이 있을 것 같고, 또 『초록을 입고』 북토크가 8월까지는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전국에 다니면서 독자 님들을 만나게 될 것 같고, 그때마다 반갑게 인사드리겠습니다. 어떤 분은 지난번에 제 손을 꼬옥 쥐고 ‘끝낸다면서요’ 이러셔서 제가 ‘그러게요’ 이렇게 말씀을 드렸는데, 이제는 정말 청취자 분이라고 하면 제가 더 기쁘게 인사드릴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꼭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예전에는 청취자 분이라고 하면 저도 수줍었는데 이제는 막 달려들 것 같아요. 감사해서. 반가워서.
이제 우리 크루들이 각자 ‘새로 난 길’을 따라 걸어가게 될 텐데요. 즐겁고 씩씩하게 가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청취자 분들 이야기 좀 더 들어보도록 하지요.
이지원 : 은비 님이 남겨주셨습니다.
소중하고 귀한 시간 선물해주셔서 감사해요. 어디에서 또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가 만날 수 있기를 바라요. 늘 건강하세요.
그리고 Agnes(아녜스) 님입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책읽아웃> 업데이트를 기다리는 것이 큰 기쁨이었습니다. 이제 업데이트를 기다릴 수 없으니, 최근 방송부터 거꾸로 정주행을 시작해야겠어요. 거꾸로 정주행이 끝나기 전에 다시 돌아오시기를 간절히 바라겠습니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어요, 늘 건강하세요, '팀 책읽아웃'!
그리고 희달자님이 남겨주셨습니다.
해외에서 사는 책벌레로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모국어로, 귀와 마음으로 함께 나눌 수 있음이 제게는 얼마나 큰 의미고 소중함인지, 이 한 문장으로 다 표현할 수는 없겠죠. 그동안 정말 감사했고, 감사합니다. 언젠가 어딘가에서, 그렇게 또 만날 수 있길. 그동안 모두들 건강히 안녕하시길. <책읽아웃>, 안녕.
오은 : 모두들 잘 지내셔야 됩니다. ‘<책읽아웃>, 안녕’ 하고 청취자 분들이 인사를 해 주셨는데요. 이제 저희도 작별의 말을 남겨야 하는 시간입니다. 제가 운을 뗐으니 저부터 하도록 할게요.
<책읽아웃> 진행자로서 2018년부터 시작을 했으니 햇수로는 7년 동안 여러분을 만나왔는데요. 대화를 하면서 이렇게 즐거울 수 있다니, 이렇게 어떤 세계가 산산이 깨질 수 있다니, (싶었습니다.) 출연해주신 분들께도 감사 말씀드리면서 또 저에게 계속해서 자극을 주셨던 독자 님들께도 청취자 분들께도 감사의 인사드립니다. 말의 힘이라는 게 저는 지속력에 있는 것 같아요. 두고두고 떠올리면서 돌이킬수록 힘을 얻는 말들이 있잖아요. 그런 말들 덕분에 지금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 덕분에 한 시절 잘 보냈고요. 건네주신 온기로 앞으로 잘 살아가겠습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황정은 : 저도 여태 들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하고요. 언제든 어느 자리에서든 또 만나요. 다들 평안하시기를 바랍니다.
단호박 : 예스24 사무실 근무 직원인데, 한낱 직장인인 제가 이런 식으로 마이크 앞에서 뭔가를 얘기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굉장히 귀하다고 생각이 들고요. 다른 곳에서 만나 뵐 수 있는 기회가 언젠가 있을 거예요. 그때 다시 반갑게 인사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이제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캘리 : 제가 방송 처음에 자주 꾸는 꿈 얘기를 했는데요. 가끔은 ‘내가 경험하는 시간, 현재가 진행되는 그때를 잘 실감하지 못하겠다. 내가 정확하게 느끼고 있지 못할 것 같다’라는 불안감이 있는 것 같아요. 오늘 녹음하는 동안에도 계속 ‘이게 벌써 과거가 되고 있구나’를 생각하게 되는데, 그래서 오늘 아침에 눈 떠서 단호박 님께 카톡을 보냈어요. 대본을 출력해 달라고, 이 마지막 대본을 간직하고 싶어서. 그러면 조금 이 시간을 붙잡고 간직하고 있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이따가 이 대본에 여러분의 사인을 받을 예정이고요. (웃음)
지난 시간에 김민정 시인님이 '오은의 옹기종기'에 마지막으로 출연을 해주셔서 ‘끝이라는 순간은 잘 모르는 것 같다, 모르면서 지나가는 것 같다’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그게 너무 공감이 되는 마음이었어요. 지금 우리가 마지막을 얘기하고 안녕을 말하고 있지만, 여러분도 그러시겠죠, 저도 그렇고 여기 계신 분들도 다 완전하게 실감은 못할 것 같은데 필연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렇지만 7년 전부터 이렇게 <책읽아웃> 방송을 끝까지 들어주신 분들이 계시다는 상상을 조금 열심히 하면서 너무 슬퍼하지는 않겠습니다. 어디서든, 또 정말로, 또 만나길 바랄게요. 감사했습니다.
이지원 : 녹음 부스 뒤 안 보이는 곳에서 일하던 사람이었는데 사실 7년 시간 동안 중간중간 청취자 분들이 선물 보내주시면서 저도 포함해 주실 때 엄청 놀랐어요. 어떻게 이렇게 챙겨주시는 마음이 있지? 하고. 그 마음들 계속 생각날 것 같고요. 저도 너무 힘들 때나 ‘과연 이걸 듣고 있는 사람이 지금 있는 건가?’ 이렇게 생각이 들 때 가끔 트위터에 들어가서 확인하고 ‘우리 이렇게 사랑 받네’ 한 번씩 확인하게 되고, 그런 순간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요. 너무너무 감사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냥 : (마지막 방송을 준비하면서) 그동안 함께했고 떠나갔던 동료들이 생각이 났어요. 톨콩 님은 당연하고, 이정연 님도 계셨고, 이지원 님도 계셨고, 김상훈 님도 계셨고, 그리고 프엄 님도 계셨고. <책읽아웃>과 저의 시작을 이야기할 때 그곳에 프엄 님이 계세요. 프엄 님이 저를 추천해 주셔서 제가 멤버로 합류할 수 있었고, 오늘 이 자리에 오기까지 등을 떠밀어주셔서 고맙다는 말씀드리고 싶고요.
그리고 청취자 분들이 보내주신 글들 읽으면서 저는 자꾸 누군가를 남겨놓고 돌아서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너무 미안해요. 그런데 지금 우리가 이렇게 슬픔을 얘기해도 각자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가리라는 걸 알아요. 계속 여기 고여 있지 않을 거고 계속 슬픈 상태로 있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아요. 그게 저한테는 지금 위안이 돼요. 누군가 이 자리에 계속 슬픈 상태로 남겨져 있지 않을 거라는 게 위안이 됩니다. 그래서 산뜻하게 돌아서서 가셨으면 좋겠어요.
다른 분들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저도 살아있는 한 가능성은 항상 있는 거라고 생각을 하고, 그러니까 우리 각자 잘 살아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너무 감사했습니다.
오은 : ‘기약’이란 단어가 있잖아요. 사전에서 보면 ‘때를 정하여 약속함. 또는 그런 약속’이라고 적혀 있는데, 사실 오늘의 이별이 기약 없는 이별이고 기약 없는 만남을 또 예고하는 이별일 텐데요. 그런데 자주 보거나 만나지 못해도 그 사람의 존재를 아는 이상 안녕을 바라고 안부를 물을 수는 있잖아요. 그런 순간들이 지금까지 <책읽아웃>을 차곡차곡 쌓아올 수 있었던 동력 같기도 합니다. 그 사실을 위안 삼으면서 마지막 인사를 드리려고 합니다. 언제든 어떤 자리에서든 또 만나요!
모두 :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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