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떤 이야기가 될까?”
『안녕, 오리배: 우리의 긴 이야기』 이주희 작가 서면 인터뷰
물에 동동 떠다니는 오리배는 한없이 고요하고 평온해 보이지만 오리배를 탄 사람들이 그 안에서 열심히 페달을 밟고 있잖아요. 연인, 가족, 친구, 일... 우리가 마음 쓰는 것들도 그런 것 같아요. 밖에서 보기엔 잘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 다들 무척 애쓰고 있죠. (2024.06.24)
『고민 식당』 『껌딱지 독립기』 『어떡하지?! 고양이』 등 그동안 여러 그림책을 쓰고 그린 이주희 작가가 한 차원 다른 매력이 담긴 편지 같은 이야기로 찾아왔습니다. 너와 나, ‘우리’를 향한 진솔한 마음을 오래오래 들여다보고 말간 사랑의 정수를 길어 올려 만든 다정한 그림책 『안녕, 오리배: 우리의 긴 이야기』. 책의 시작이 된 99장의 그림들, 깜찍한 두 캐릭터의 탄생부터 작업기까지 이주희 작가와 서면으로 만나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안녕, 오리배』는 우연히 서로를 만난 두 사람이 함께 써 내려가는 날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어떻게 시작된 작품인가요?
『안녕, 오리배』의 씨앗이 된 건 오래전에 썼던 그림 연애일기예요. 만나다 보면 마냥 좋을 때도 있지만 싸울 때도 있잖아요. 현실적인 문제들도 생기고,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고요. 그래서인지 어느 날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를 100장 그리자. 그러면 우리의 연애는 잘될 거야.” 백일기도도 아니고 왜 그랬을까요? (웃음)
결국 100장은 못 채우고 99장으로 마무리했는데, 그리지 못한 한 장이 못내 아쉬웠는지 이후로도 종종 오리배를 생각했어요. 그러다 99장의 그림들로 이야기를 한번 만들어 보기로 했지요. 저는 그동안 항상 이야기를 먼저 쓰고 그림을 그리는 방식으로 작업을 해 왔는데, 이번에는 반대로 이미지를 가지고 이야기를 쓰게 된 셈이지요. 그래서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결의 책이 만들어진 것 같아요.
두 사람의 세계를 ‘오리배’로 표현하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물에 동동 떠다니는 오리배는 한없이 고요하고 평온해 보이지만 오리배를 탄 사람들이 그 안에서 열심히 페달을 밟고 있잖아요. 연인, 가족, 친구, 일... 우리가 마음 쓰는 것들도 그런 것 같아요. 밖에서 보기엔 잘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 다들 무척 애쓰고 있죠.
두 사람으로 오롯이 차는 작은 세계, 따로 또는 같이 페달을 밟아야 멀리 나아갈 수 있는 오리배가 두 사람을 아우르기에 딱 적절했어요. ‘우리’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발음이 비슷하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오리배는 엄청 귀여워요!
‘선인장’과 ‘외계인’이라는 깜찍한 두 캐릭터의 조합이 신선한데요, 어떻게 탄생하게 된 캐릭터인가요?
초기 원고에서는 사람으로 표현했어요. 그런데 더미를 작업하는 과정에서 편집자가 캐릭터로 바꾸면 어떨지 의견을 주었지요. 팍팍하고 똑같은 매일을 살아가던 두 사람이 황무지같이 메마른 세상을 살고 있다고 느꼈어요. 사막에 사는 선인장은 속에 촉촉한 물을 가득 머금고 있지만 다가오지 못하게 가시를 세우고 있어요. 또 사람들 속에 있어도 섞이지 못하고 겉도는 마음은 마치 나만 화성에서 온 외계인 같다고 느끼게 할 때가 있고요. 포동포동 큰 외계인과 뾰족뾰족 작은 선인장의 대비가 재미있기도 했어요.
『안녕, 오리배』는 지금까지 펴냈던 그림책들과는 한 차원 다른 매력이 담긴, 편지 같은 이야기예요. 작업하면서 가장 컸던 고민은 무엇인가요?
개인적인 일기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지나치게 사적인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염려되어 그 점을 많이 경계했어요. 기존 작업과는 다른 스타일로 그리고 싶다는 욕심도 컸고요. 그럼에도 즐거웠어요. 제 작업 중 사람이 아닌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첫 그림책이었거든요. 저만의 유일한 존재가 탄생하니, 거창하지만 마치 새로운 하나의 세계를 만든 것 같았답니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꼽아 주신다면!
비눗방울에서 시작해 달까지 이어지는 장면이에요. ‘이렇게 말랑말랑한 텍스트를 내가 썼다니!’ 조금 부끄럽기도 하지만 이 책이었기 때문에 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디자이너가 텍스트에 높낮이를 주어 배치하면서, 글의 리듬감이 잘 느껴져서 더 좋아졌어요.
하루를 그림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10년 넘게 하고 계세요. 이런 일기도 삶을 ‘이야기’로 만드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작가님에게 이야기는 무엇인지, 어떤 힘을 지녔는지 궁금해요.
그림일기도 쓰고 있고, 그림 작업을 오랫동안 하고 있지만 저는 항상 ‘이야기’가 먼저예요. 이야기 없이는 그림을 그릴 수 없어요. 저는 이야기로 생각하는 사람, 이야기를 그리는 사람이자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며, 이야기가 되고 싶은 사람이 아닐까 해요.
이 책을 만날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수많은 이야기가 제게 그랬던 것처럼 『안녕, 오리배』가 여러분의 이야기 속에 작은 쉼표가 될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이주희 그동안 쓰고 그린 책으로 ‘고민’ 시리즈와 『괜찮아, 우리 모두 처음이야!』 『나는 고등어』 『어떡하지?! 고양이』 『껌딱지 독립기』 등이 있습니다. 또 『정연우의 칼을 찾아 주세요』 『너도 나도 엄지척』 『갑자기 악어 아빠』 『나는 3학년 2반 7번 애벌레』 등 많은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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