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현 감독 “<파묘>, 슬슬 헤어져야죠”
『오컬트 3부작 : 장재현 각본집』
이번에 <파묘>가 너무 뜨거웠기 때문에 헤어지는 데 시간이 좀 걸리는 것 같아요. 그래서 <파묘>랑 헤어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슬슬 헤어져야죠. (2024.05.29)
세 권의 책을 가운데 두고 장재현 감독과 마주 앉았다. <검은 사제들> <사바하> <파묘>의 오리지널 시나리오가 담긴 『오컬트 3부작 : 장재현 각본집』이었다. 검은 바탕에 붉은 글씨로 디자인된 북케이스를 보고 감독은 영화 <오멘>의 포스터가 떠오른다며 흡족해했다. 그러고 보니 어딘가 비밀을 간직한 문처럼 보이기도 했다. 천천히 손잡이를 돌리면 끼긱 마찰음을 내며 틈이 벌어지고, 그 너머로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 들려올 것 같은 문.
『오컬트 3부작 : 장재현 각본집』을 펼치는 것은 한 세계의 문을 여는 일이다.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와 <파묘>가 쌓아 올린 세계다. 한 데 모인 작품들은 증언한다. 감독 장재현이 쌓아온 필모그래피와 지나온 시간에 대해. ‘장재현 오컬트’가 탄생하고 완성된 과정을. 그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새로운 방식의 ‘다시 보기’가 시작된다. 영화를 ‘읽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장재현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에게, 영화를 흠모하는 모든 이들에게 새롭고 떨리는 경험임에 틀림없다.
요즘 바쁘시죠? 많이 피로하지 않으세요?
그렇지는 않아요. 요즘 제일 컨디션이 좋죠. 건강도 회복하고 있는 중이고, 사실 요즘 같은 시기가 스스로한테 다시 영양분을 주는 시기이기도 해요. 이번에 <파묘>가 너무 뜨거웠기 때문에 헤어지는 데 시간이 좀 걸리는 것 같아요. 그래서 <파묘>랑 헤어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슬슬 헤어져야죠.
어떻게 작품을 떠나보내나요?
더 이상 아무것도 찾아보지 않아요. 보여도 확인 안 하고. 예전에 <사바하> 같은 경우는 개봉 때보다 이후에 영화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많았어요. 그래서 많이 찾아보면서 용기도 얻고 그랬는데, 이번에는 희로애락이 커요. 싫어하는 댓글들도 많고 좋아하는 댓글들도 많고, 그러면서 많이 헷갈리더라고요. 이번에는 그렇게 헤어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대한극장에서 마지막 상영을 할 때가 많아서 극장에서 내리기 직전에 친한 사람들이랑 한번 보러 가는데...
이번에도 그런 의식을 치르셨어요?
아직 안 했어요. <검은 사제들>이랑 <사바하>는 그렇게 했었어요. <파묘>는 극장에서 많이 봤는데, 예전에는 많이 못 본 게 아쉬워서 그랬고. 지금은 그렇게 (<파묘>와) 정리를 하는 중인데, 각본집이 나와서 또 기자 분을 만나고 있네요. (웃음) 각본집은 개인적으로 좀 다르거든요. 판권이 다 투자사한테 있어서 저한테 어떤 이득이 있고 그런 건 아니에요. 하지만 뭐라고 할까요, 스스로한테 주는 10년 동안의 선물 같은 책이어서 참 감회가 새롭고 부쩍 뿌듯해요.
각본집이 출간되는 걸 상상해 본 적 있으세요?
상상해 본 적은 있는데, 현실적으로 구체화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어요. 저도 갖고 싶은 각본집을 사서 보기도 하니까 어색하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영화가 완성되면 시나리오는 어딘가에 봉인되다시피 하잖아요. 그와 달리 각본집은 많은 이들이 읽고 소장하게 되는데요. 그런 점에서 이번 책의 출간 소감이 궁금합니다.
영화를 보여줄 때는 좀 부끄럽거든요. 왜 그럴까 생각을 해보니까, 영화는 여러 사람이 같이 만드는 매체예요. 단점이나 실수도 확연히 눈에 들어오고. 그런데, 굳이 말하면, 저에게 두 개의 자아가 있는 거죠. 감독으로서 자아가 있고 각본가로서 자아가 있는데, 은근히 제가 각본가로서의 자부심이 좀 있어요. 감독으로서는 너무 부끄러운 게 많은데 각본가로서는 스스로를 좀 좋아하는 편이긴 해요. 그래서 (각본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없지는 않았습니다.
반대일 거라고 예상했었어요. 시나리오에서 출발해서 완성된 것이 영화이니까, 영화로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더 크시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영화 만드는 게 뜻대로 안 돼요. 각본은 어차피 혼자 작업하는 거니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고를 하려고 하고 그거로 만족하거든요. 물론 포기하는 장면들도 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 드는데, 영화는 그렇게 못하는 장면들도 많죠. 구현이 안 되거나 못하는 장면도 있고, 스케줄이라든지 여러 가지 변수가 있고, 그래서 영화의 완성본은 아직도 많이 부끄러워요. 자신이 없고. 그런데 시나리오는 ‘이 정도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라고 생각되는 경우가 거의 90% 이상은 되는 것 같아요.
원래의 시나리오와는 다르게 영화가 만들어지는데, 아쉽지는 않으세요?
음... 아쉽죠. 그런데 감독이니까 제가 그걸 선택을 한 거죠. 자의든 타의든. 작품을 찍을수록 감독으로서 연출의 후천적인 스킬이 늘어요. 그래서 갈수록 (달라지는 부분이) 더 적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파묘>에서는 영화와 오리지널 시나리오의 차이가 크지 않았어요.
맞아요. 그래서 제가 나름대로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좀 들어요. 왜냐하면, 저는 각본가로서 각본을 쓰고 감독으로서 영화를 찍을 때 계속 분리를 하려고 해요. 그런데 신인 감독일수록 그게 쉽지 않아요. 하지만 갈수록 분리가 되고, 저도 노하우가 생기죠. 예를 들면 ‘이런 씬은 써봤자 편집될 거야’ 하는 생각을 하는 거죠. 예전에는 이런 씬도 찍고 싶고 저런 씬도 찍고 싶어서 각본에 집어넣었다면, 점점 ‘이런 씬은 분명히 편집될 거야’ 하는 노하우들이 좀 생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 (시나리오와 영화가) 비슷해지지 않나 생각됩니다.
책에서 보니까 <검은 사제들>의 첫 장면 배경이 동물원이었더라고요. 영화에서는 예배당으로 바뀌었죠?
네, 맞아요.
현실적으로 동물원에서 사자를 촬영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쉽지 않죠. 정확하게 그 장면이 얘기해주죠. (시나리오대로) 구현이 쉽지 않다는 걸.
모든 시나리오를 단독으로 집필하셨어요. 다른 작가와의 협업 없이 직접 집필한다는 원칙을 갖고 계세요?
아니요, 전혀 없어요. 그런데 각색을 의뢰해도 다 거절당해요. 한 번도 의뢰를 안 한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계속 고쳐달라고 하고 빌드업 좀 해달라고 하는데, 뭉뚱그려서 조언은 해주는데 각색 작가가 아무도 안 붙어요. 그래서 어려워요. 저도 좋은 각색 작가를 만나고 싶기는 해요. 계속 노력 중인데 쉽지가 않아요.
왜 아무도 안 하려고 할까요?
어떻게 보면 일반적인 드라마보다 구체적인 세계관의 색깔이 너무 강해서 그런 것 같고, 그러면서도 기본적인 서사를 잘 만지는 작가를 찾는 게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조언을 줄 수는 있지만 뭔가 (시나리오를) 만지기는 부담된다고 많이 거절 당했죠. 아쉬워요.
박찬욱 감독과 정서경 작가처럼, 공동 창작을 할 수 있는 동료 작가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세요?
네, 그런 사람을 만나는 게 감독으로서 저의 생명 연장에 중요한 것 같아서 찾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자기 검열도 하게 되고 정말 좋잖아요. 저도 나이를 먹기 시작하고, 그러다 보면 분명히 대중들과 멀어지기도 할 텐데, 같이 세계관을 공유하고 만들 수 있는 작가를 만나면 참 좋겠죠. 만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관객과 점점 멀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신다고요. 요즘도 그러세요?
늘 하죠.
거장 감독들을 보면, 연륜이 쌓이면서 분명 깊어지는 면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사람이 돼야겠죠. 당연히 되지는 않아요. 그런 분들은 정말 극소수죠. 그렇게 되려면 열심히 또 공부해야 될 것 같습니다.
나이 든 창작자로서 불리한 면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럼요. 왜냐하면 영화감독은 함정에 많이 빠져요. 흥행을 하면 내 판단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쁜 소리도 좋은 소리도 안 들으려고 하죠. 그리고 관객들은 계속 변하거든요. 제가 했던 거 계속 하게 되면 안 되죠. 한편으로 생각하면 좀 더 깊은 길로 가는 것 같아요. 넓게 가지 않고 오히려 깊은 길로 가야 되는데, 그 깊이감을 쌓으려면 열심히 공부해야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스갯소리인데요. 방금 ‘흥행한 감독은 남의 말을 잘 안 듣는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검은 사제들> 감독의 말에 ‘신인 감독은 들을 줄도 모르고 고집만 피운다’고 쓰셨어요. 신인 때도 말을 안 듣고 흥행이 돼도 안 듣는 걸까요? (웃음)
그게 종류가 달라요. 신인 감독 때는 사람을 믿지 않아요. 서툰 거죠. 누가 아이디어를 내면, 그 아이디어가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는데, 그걸 되게 좁은 시선으로 자기 잣대에서 판단해요. 그런데 점점 작품을 찍을수록 ‘왜 이 얘기를 하는지’를 궁금해 하게 돼요. 이야기의 결과물보다 ‘왜 이 씬에 대해서 그렇게 얘기를 하지?’ 하고 근원을 찾아가서 답을 찾으려고 하고요. 어떻게 보면 신인 감독 때는 정신적인 압박이 심한 거죠. 돌발 상황에도 유연해지지 않게 되고, 포용력도 낮아지고, 고집을 많이 피우죠. 그래서 결과물이 항상 좋지는 않죠.
신인 감독 때의 스스로에 대해 쓰신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검은 사제들>을 “도저히 눈 뜨고 봐줄 수가 없다”고 쓰셨는데, 그럼에도 그때의 자신을 탓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으시더라고요. “저 때의 나에게 위로의 한마디를 해주고 싶다”고 하셨어요.
너무 힘들었으니까요. 또 그 작품이 있었기 때문에 그 다음 작품도 만들 수 있었고요. 그리고 가장 배운 게 많은 현장이었던 것 같아요. 신인 감독이지만 그래도 이상한 영화를 찍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좋은 배우들과 좋은 스태프들과 함께 했는데 그 사람들이 얘기한 것들이 지금 다 영양분으로 남아 있어요.
신인 감독이 느끼는 절박함과 압박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됩니다.
오히려 그때 되게 오만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저는 단편 영화도 비슷한 걸 찍었었고(<12번째 보조사제>),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내 계획대로 모든 게 다 되어가고 있고, 이렇게만 찍으면 돼’라고 생각했는데, 되게 좁은 시각이었다고 할까요. 영화라는 매체의 속성을 잘 몰랐던 것 같아요. 영화라는 매체가 아주 큰 돈을 들여서 여러 사람이 같이 만드는 건데, 저는 감독이 원하는 걸 만드는 매체인 줄 알았어요. 일종의 철이 없었던 거죠. 그런데 이 매체는 관객들이 완성을 해주는 거거든요. 관객을 위해서 만들어야 되는 건데 언제부터인가 나를 위해서 만들고 있는 내 모습이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제일 오만했어요. 오히려 신인 감독 때.
영화 제작 과정에서 시나리오가 낱장으로 쪼개지고 원래 모습과 크게 달라지는 일도 흔하지 않습니까?
맞아요. 영화는 쪼개짐의 미학이에요. 탈탈 다 털려요. 시나리오에 써진 대로 배우들이 하느냐, 절대 그렇지 않아요. 그리고 미술 감독과 촬영 감독이 내가 원하는 대로 찍느냐, 그렇지 않아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다 베스트를 찾아가는 과정이거든요. 내 글이 베스트는 아니잖아요. 그런데 나는 내 글이 베스트라고 생각하고 영화를 찍고 있고, 그 사람들은 더 좋은 걸 향해서 가고 싶은 거예요. 거기에서 오는 괴리가 있는데 나는 무엇이 베스트인지 판단을 해야 되는 거죠. 그런데 경험이 없으면 판단이 안 서니까 더 좁게 시나리오에 있는 것만 찍고 싶고, 그러다 보면 방어적이 돼요.
영화가 아닌 다른 형식으로 완결된 이야기를 쓰고 싶은 욕망은 없으세요? 예를 들면, 소설은 비교적 외부의 간섭이 적잖아요.
그런 마음은 없어요. 제가 소설을 쓸 수 있는 능력도 안 되고, 각본이라는 것 자체가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문학적인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설은 완전 다른 얘기인 것 같아요. 저는 ‘내 걸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별로 없어요. 쓸 때는 그냥 재미있는 거, 새로운 거 하고 싶은 욕망으로 시작하고요. 각본을 쓰면서 욕망이 점점 바뀌어요. 처음에는 새로운 걸 찾고, 그 다음에 재미있게 만들고, 그러다가 ‘이 배우가 하게 시나리오를 써야 돼’ ‘투자가 되게 시나리오를 써야 돼’ 하고 점점 바뀌어요. 그 다음에 영화로 넘어가게 되죠. 그러면 효율과 합리성을 가장 극대화시키는 이미지로 창출하는 작업을 또 하게 되고요. 점점 욕망이 바뀌어요.
그에 따라 시나리오도 계속 수정되겠네요. 보통 몇 고까지 가나요?
크게 바뀌는 건 10고 정도고요. 그 과정을 안 보여주죠. 다른 버전은 저만 가지고 있어요. 왜냐하면 투자사나 배우한테 보여줄 때 영화가 크게 바뀌면 좋지 않아요. 약간의 양념을 주는 것 위주이고, 저 혼자 고생할 때 크게 바꿔보고 여러 가지 버전을 쓰죠. 10고를 쓴다고 하면 다 시나리오로 쓰지는 않아요. 시나리오 전 단계를 트리트먼트라고 하기도 하고 시놉시스라고 하기도 하는데, 저는 그걸 다 적지 않고 구조도만 짜요. 그런데 구조도를 10가지 정도 버전을 만들죠. 여러 버전을 짜고 확신이 들면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해서, 한마디로 시나리오는 크게 많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파묘> 초반에 김고은 씨가 병원에서 아기를 만나는 장면이 있죠. 그때 휘파람을 부는데, 오리지널 시나리오에는 그런 지문이 없었어요.
예, 없어요. 배우가 한 거죠. 저는 무속인을 많이 만나면서 휘파람을 부는 게 클리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휘파람) 안 부른 컷을 더 좋아했어요. 그런데 스태프들이나 편집하는 분들이 이 좋은 걸 왜 안 하냐고 그러더라고요. 저는 너무 많이 봐서 재미가 없었거든요. (화림이) 그냥 눈에서 레이저를 쐈으면 좋겠고 그게 더 좋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이 사람들(인물들)이 뭐 하는 사람인지 아직 몰랐으면 좋겠거든요. 휘파람을 안 부는 버전도 부탁을 했었는데, 주변 사람들 말을 들은 거죠. 저는 고은 씨가 얼굴에 숯을 바르는 것도 별로 마음에 안 들었는데, 편집하다 보면 느껴져요. 현장에서도 느껴질 때가 있어요. 아, 사람들이 이거 좋아하는구나. 그렇게 저와의 괴리가 있는데, 대중이 좋아하는 걸 해야죠.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영화와 다른 부분을 발견하게 되는데, 굉장히 짜릿했어요. 여러 사람의 아이디어가 만나 하나의 작품이 완성됐다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주변 사람들의 말을 많이 들으려고 해요. 그것만이 제가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아요. 감독은 선택하는 사람이거든요. 뭘 지시를 내려서 하는 건 좀 하수 감독인 것 같고, 그냥 좋은 스태프와 좋은 배우들에게 열정을 심어주고, 마음껏 얘기할 수 있고 연기할 수 있는 분위기의 현장을 만들어 놓으면, 알아서 다 돌아갑니다. 그래서 저는 좋은 것만 선택하면 돼요. 그게 제일 좋은 방식인 것 같아요. 그 방식을 알아가는 과정이에요.
시나리오와 달라져서 좋았던 장면도 있을 것 같아요. 생각나는 게 있으세요?
너무너무 많죠. <사바하>에서 박정민 배우가 연기한 나한이 김제석의 목을 조르면서 하는 대사들이 있어요. 그게 시나리오에는 없어요. 다 박정민 배우가 만들어낸 거예요. 그리고 창고에 와서 ‘그것’을 만나는 장면이 있는데, 시나리오 상에는 나한에 대한 묘사가 별로 없어요. 왜냐하면 저는 나한보다는 ‘그것’에 관심이 많거든요. (웃음) 영화라는 매체가 되게 재미있는 건 ‘그것’을 살리려면 나한의 리액션이 중요해요. 예를 들면 <관상>에서 이정재의 등장씬이 정말 멋있었던 이유는 송강호의 리액션 때문이에요. 점점점 놀라는 그 관상가의 표정 때문에 더 극대화된 거라고 생각해요. 또 <파묘>에서 김고은 배우가 나무에서 얘기하는 장면도, 원래는 그냥 같은 톤이었는데, 김고은 배우가 점점 무너지고 막판에는 봉길이만 살려달라고 하면서 감정을 만드는 걸 봤어요. 그런 장면도 너무너무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해요. <파묘>에서 유해진 선배가 한 역할이 대부분 다 애드리브예요. 그런 거 보면 너무 좋죠. 너무 행복하죠.
<검은 사제들> <사하바> <파묘> 모두 공간이 인상적이에요.
시나리오 쓰면서 한 70~80%는 공간을 다 찾아놔요.
직접 찾으신 거예요?
제가 다 찾아야지 글을 쓸 수가 있어요. 머릿속에 (그 공간이) 그려져야. 왜냐하면 좋은 시나리오는 묘사를 해놓거든요. 읽고 그림이 그려져야 하는데 그 기준이 있어야 되잖아요. 이런 느낌의 곳이겠다, 하고 시나리오 쓸 때 진짜 전국을 돌아다녀요. 그 와중에 더 좋은 곳을 스태프들이 찾아올 때가 많고, 그러면 그걸 선택하고, 도저히 거기만큼 좋은 데가 없다면 제가 찾았던 데 가서 찍으면 되는 거죠. 촬영이 안 된다고 하면 새로운 데를 찾아야 하고요. 그래서 저는 작품을 할 때마다 사진을 찍으러 차 타고 계속 돌아다니거든요. 시나리오 적을 때는 1년에 25000km 정도 타요. <검은 사제들>은 주인공의 동선을 따라서 계속 돌아다녔어요. 이런 류의 영화들이 오히려 평범하지 않기 때문에 찾기가 더 쉬워요. 정해져 있거든요. 예를 들면 가톨릭 관련된 곳은 대구 교구, 광주 교구, 이렇게 정해져 있잖아요. 그러니까 오히려 더 한정돼 있어요. <사바하>는 겨울의 강원도, 분위기 스산한 마을을 찾으려고 했는데 그런 동네도 그렇게 찾기 어려운 건 아니에요. 그렇게 공간을 넣으려고 돌아다니다 보면 공간에서 영감을 받아서 시나리오를 쓸 때도 많아요.
<검은 사제들>에서 영신의 집도 아주 독특한 공간이죠. 로데오 거리 한복판에 있고, 세탁소를 겸하는 가정집이고, 내부가 이층으로 되어 있어요. 왜 그렇게 구상하셨어요?
제가 지방에 살아서 그런 것 같아요. 지방 사람들한테 서울의 중심은 명동이에요. 막상 서울 사람들은 명동에 별로 안 가요. 제가 2000년도에 서울에 올라왔는데, 놀 때도 명동이고 옷 살 때도 명동이고, 다 명동이었어요. 명동이 재미있는 게, 돌아다니다 보면 골목이 되게 많아요. 책에 적어놨듯이 <검은 사제들> 영감을 처음 얻었던 데도 명동이에요. 그래서 명동을 조사하다 보니까 ‘여기 있는 이층집들은 다 뭐 하는 데지?’ 싶더라고요. 실제로 올라가 보면 수선집이 많아요. (명동에) 옷 가게가 많으니까 수선집이 많고, 아니면 의류 창고이고, 간혹 사람이 살기도 하고요. 그런 공간이 실제로 있었고, 촬영하기에는 좁아서 (영신의 집은) 세트를 만들어서 찍었어요.
장소 헌팅을 전문적으로 하는 분들이 계시잖아요. 그만큼 품이 많이 드는 일인데, 어떻게 직접 다 하세요?
감독의 욕심도 있죠. 왜냐하면 제 영화가 서사를 되게 복잡하게 넣고 막 감동을 주고 캐릭터가 극적인 전환을 맞고 그런 영화가 아니에요. 세 작품 다 저는 이야기가 두껍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사바하> 같은 경우는 서사가 좀 복잡하기는 하지만. 그럴수록 공간에서 주는 분위기가 중요해요. 분위기가 영화의 생명이에요. 저는 분위기가 주인공 캐릭터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공간, 거기에서 오는 빛, 촬영, 미술, 이런 게 되게 중요해요.
『오컬트 3부작 : 장재현 각본집』의 독자들 중에는 감독 지망생, 작가 지망생들도 많을 거예요. 그 분들에게는 이 책의 일종의 교재가 될 거예요. 분석도 할 테고요. 그런 생각을 하면 어떠세요?
겁나죠. 세상에서 최고 겁나는 게 남에게 영향을 미치는 거예요. 여덟 살 아들한테도 별 얘기 안 해요. (웃음) 얘한테 나쁜 영향을 미칠까 봐 너무 겁이 나요. (웃음) 후배들이나 연출부들도 저한테 조언을 구할 때가 많은데, 뭘 말하는 게 겁이 나요. 그런데 이 각본집은 ‘뭐, 이런 것도 있구나’ 하고 생각할 것 같아서, 크게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솔직히 말해서. 장르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한테는 그래도 이 각본집이 좋은 점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런 류의 영화들을 만들 때 되게 중요한 게, 저는 그걸 페티시라고 표현하는데, 진짜 오타쿠가 돼야 해요. <검은 사제들>은 진짜 별의별 지문까지 다 적어놨어요. 소품 한 개도. 그래서 지문이 엄청 길어요. 그런 페티시, 가톨릭에 대한 페티시, 불교에 대한 페티시, 무속 신앙에 대한 페티시, 일본 요괴와 정령에 대한 페티시들이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서 되게, 진짜 중요해요. 심장 같은. 그런 것들을 이 책에 실린 시나리오에서 좀 더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영화에서는 되게 빨리 지나가잖아요. 주인공 얼굴 보다 보면 많이 못 보게 되고. 그런 것들을 많이 보고, 그게 되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면 좋을 것 같아요. 페티시를 가지고 그거에 대해서 솔직한 사람이 별로 없어요. 저는 진짜 관을 좋아하거든요. ‘덕력’이 이런 류의 영화에서는 엄청 중요한, 비빔밥의 마지막 고추장 같은 거예요.
관을 좋아하시는 이유는 뭔가요?
너무 궁금해요. 판도라의 상자 같은 느낌. 옛날부터 관이 너무 좋았어요. 뱀파이어 영화를 봐도 그 관이 너무 좋고, 강시 영화를 봐도 강시가 나오기 전에 관이 나한테 있어서는 터지기 직전의 폭탄 같고 너무 스릴 있죠. 짜릿하죠. 뭐가 들었을까.
대중적으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 <파묘>인데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파묘>를 대중적으로 만들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파묘>가 대중적인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만드는 모두가 ‘이건 진짜 마니아들만 좋아할 거다, 그거 각오하고 만들자’ 그랬어요. 그런데 만들면서 ‘극장에서 죽이는 걸 만들자’라는 욕심이 있었어요. 좀 더 시네마하게, 사운드에도 더 힘을 실어서 만들자. <사바하>는 그런 신경을 안 썼고 이야기를 친절하게 잘 전달하자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파묘>는 ‘극장에서 봤을 때 사람들이 그냥 생각 못하게 막 몰아치자’ 이런 마인드가 있었던 것 같아요. 팬데믹 때문에 더 극장용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최근에 한 인터뷰에서 <파묘>를 본 관객들이 ‘기껏 영화관까지 왔는데 답답한 마음으로 극장 문을 나오기를 원하지 않는다. 집에 돌아가서는 이 영화에 대한 생각을 아예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렇죠. 왜냐하면 이런 영화들이 대부분 음흉하게 끝나잖아요. 팬데믹 때 그런 류의 영화들을 많이 보고, 극장까지 왔는데 사람들이 꿀꿀하게 나가야 되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완전히 다 바꿨죠. 처음에 <파묘>의 한 세 번째 버전까지는 박지용이 주인공 중에 한 명이었어요. 이 사람들(네 명의 주인공)한테 도움을 받고 마지막에 자기 집안의 비밀을 알아내는, 마지막에 비극으로 끝나는 되게 음흉한 공포 유령 영화였어요. 그런데 저는 팬데믹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아서 ‘극장에서 이런 답답한 영화는 좀 아닌 것 같다. 좀 화끈하게 해보자’ 해서 이야기를 더 만들었어요.
감독의 말에 쓰신 것처럼 이야기를 ‘첩장’시키셨는데요. 초반에는 하나의 스토리 라인이었나요?
네, 그런 류였죠. (이야기를 첩장시키기까지) 별의별 방법을 다 썼어요. 이야기가 반 토막이 나있는데 이거를 합치고 관을 꺼내고 조금 이따가 바로 또 꺼내는 게 재미 없는 거예요. 너무 안 이상한 거죠. 그런데 제가 첩장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거든요. 장의사님이 무덤을 파고 관이 나와서 화장을 하고 집에 가다가 삽을 놔두고 온 걸 알았대요. 그래서 가지러 갔는데 쿵, 한 거죠. 그래서 파보니까 관이 한 개 더 나왔다는 거예요. 그 얘기를 듣는데 ‘이 얘기가 왜 이렇게 '야마'가 있지?’ 싶은 거예요. 생각해 보니까, 다 끝났을 때 뭐가 또 나와야 더 재미있잖아요. 그러니까 이 이야기 구조가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 같기는 해요. 투자사나 주변에서 말이 많았죠. 이야기 두 개가 왜 분리돼 있냐고. 합치니까 매력이 떨어져서 그냥 분리시켜버렸어요. 좀 고집했죠.
감독 지망생일 때 각본집을 사서 읽고는 했다고 하셨는데요. 그때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어떤 마음이 드셨어요?
감독 지망생으로서는 열등감과, 그 다음에 내가 가지고 있는 조그마한 뭔가의 우월감이, 두 개가 교차하죠. ‘이렇게 하다니, 너무 잘했네’라는 생각도 들고, 괜히 단점도 파헤치고.
정말 솔직한 이야기예요. (웃음)
영화 볼 때 그렇잖아요. <듄>을 봐도 솔직히 영화 죽이잖아요. (웃음) 너무 좋은데 괜히 단점 잡고. ‘나였으면 저렇게 했을 텐데’ 하면서 괜히 말도 안 되는 이야기하고. 너무 좋으면 열 받기도 하고. 그런 감정들이 많이 교차하죠. 감히 그렇게 하죠. 감독이라면 좀 그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너무 열등감만 있어도 안 되고 어느 정도의 자뻑도 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컬트 3부작 : 장재현 각본집』을 엮는 과정에서 지난 10년을 돌아보게 되셨을 텐데요. 감독님이 품고 있던 질문이 달라졌다는 것도 느끼셨나요?
그렇지는 않아요. 그냥 소재에 집중하는 것 같아요. 주제를 정하지 않거든요. 영화과 학생들이 ‘주제를 정하고 글을 적는지’ 많이 물어보는데요. 절대 그러면 안 돼요. 그건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오류예요. 예를 들면 ‘부모님께 효도하자’라는 주제의 영화를 만들려고 해요. 관객이 영화를 보고 ‘부모님께 효도하자는 얘기구나’라고 느끼면 감독이 성공한 걸까요? 언뜻 생각하면 성공한 것 같죠. 그런데 그거는 영화라는 매체를 잘못 이용한 거예요. 영화는 보는 순간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재미있게 보고, 극장에서 나오면서 ‘오늘따라 엄마가 생각나네? 엄마 뭐 하지?’ 하고 생각하는 거예요. 부모님께 효도하라는 메시지를 전할 거면 100억 원어치 제작비만큼 쪽지를 써서 사람들한테 얘기하면 되지, 뭐 하러 영화를 만듭니까? 영화의 메시지는 결국 두 개라고 생각해요. 세상이 엿 같냐, 세상이 살 만하냐. 극장을 나오면서 ‘그래, 세상에는 저런 게 있지’ 하면서 슬프냐, 아니면 ‘그래도 좀 할 만해’ 싶으냐. 두 개 중에 한 개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영화는 끝날 때의 감정이 중요해요.
그런 점에서 감독님의 작품들은 어땠나요?
<검은 사제들> 같은 경우는 강동원의 마지막 걸음걸이 같이 사람들이 희망을 좀 느꼈으면 했고 <사바하>는 되게 슬픈 이야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파묘>는 개운했으면 좋겠다 했고요. 주제는 보는 사람마다 캐치하는 게 다 달라요. 어느 대사에 툭 나올 수도 있고, 소재에 숨어 있을 수도 있고, 여러 가지 방식이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영화라는 매체는 그런 것 같아요. 제가 예전에 연애할 때 여자친구랑 <추격자>를 보러 갔었는데, 저는 그때 영화를 공부하고 있었으니까 ‘이 영화가 도대체 뭘 얘기하려는 거지?’ 하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서 모르겠는 거예요. 그때 여자친구가 극장을 나오면서 했던 말이 기억나요. 집까지 바래다 달라고 하는 거예요. 공포 영화도 잘 보던 사람이. 저는 ‘이게 영화의 힘이구나’ 싶더라고요. 영화는 감정이에요. 감정이 메시지예요. 오직 정서, 감정, 그걸 흔들기 위해서 우리가 2시간을 시커먼 극장 안에 있는 거죠. 뭔가 설교 들으려고 앉아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극장을 나설 때 사람들이 휩싸이는 감정이 그 영화가 어떤지를 말해주죠.
그렇죠. 책도 그렇잖아요. 마지막 장을 딱 덮을 때 ‘아, 더 보고 싶어’라는 반응이 있으면 최고의 성공이잖아요. 그런 것처럼 ‘이 영화 2시간짜리였어?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갔어?’가 영화의 최고의 성공이죠. 최고의 찬사죠.
다음 작품의 소재는 정하셨어요?
소재만 찾을 수는 없죠. 그럼 소재주의 영화가 돼요. 소재와, 거기에 맞는 배경과, 그에 맞는 감정, 이런 게 하나가 되는 게 제일 중요해요. 심장이죠. (다음 작품은) 지금 심장을 하나 만들었죠. 쿵딱쿵딱쿵딱 하는구나, 싶은 거예요. 그게 없으면 안 되거든요. 어떤 사람은 얼굴로 시작할 수가 있고, 어떤 사람은 키 큰 사람을 만들고 싶어서 시작하는데, 결국 제일 중요한 게 심장이에요. 그런데 (그런 심장이) 딱 생각이 나더라고요.
<파묘>가 너무 큰 사랑을 받아서, 새롭게 고민이나 부담감이 생겼을 것 같기도 합니다.
부담감이 있죠. 그런데 스스로 너무 욕심을 부리면 안 될 것 같아요. 잘 만든 영화에 관객도 많이 들어오는 그런 영화를 어떻게 만들어요? 그런 영화는 만들려고 한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고, 그렇게 만들려고 하면 다 망해요. 그냥 내가 흥분되는 영화를 만들었을 때 어느 날 타이밍이 맞을 때 터지는 거죠. <파묘> 같은 규모의 영화를 더 잘 만들려고 하다 보면 잘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고, 그렇다고 봐요.
내가 흥분되는 영화를 만드는 게 중요하군요.
그게 첫 번째예요. 왜냐하면 내가 첫 번째 관객이잖아요. 진짜 겁날 때가 언제냐 하면, 나는 별론데 사람들이 ‘관객들이 이런 거 좋아해’라고 할 때예요. 패닉이 오죠. 내가 (답을) 모르겠으면 그 말을 들으면 되거든요? 그런데 나는 A가 확실한데 반대로 ‘사람들은 B를 좋아해’라는 이야기가 들을 때 ‘멘붕’이 와요. 그런 일이 점점 적어졌으면 좋겠고요. 확실한 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할 때는 시나리오 적기 전이에요. 머릿속에서 상상하고 자료 조사할 때. 왜냐하면 소재가 막 쌓이거든요. 제가 <파묘>를 4일 만에 적었어요.
초고를요?
네. 그 대신 자료 조사를 1년 반 동안 했어요. 구성 짜면서 1년 반 걸렸고, 어느 날 그냥 4일 만에 적었어요. 류승완 감독님은 이틀 만에 적어요. 초고는.
시나리오 쓰기 전이 제일 즐겁다고 하셨는데, 시나리오 쓸 때와 완성했을 때 덜 즐거우신 이유는 뭔가요? (웃음)
시나리오 완성할 때는 나의 한계에 부딪히니까요. 여기서 더 안 나오는 거예요. ‘뭐 더 없을까? 너무 마음에 안 드는데? 어떻게 고치지?’ 하는 거죠. 그런데 구상할 때는 마치 대작이 나올 것 같은 그런 착각을 하는 거예요. ‘오, 이번에 느낌 좋아’ 하면서. (웃음) 그런데 쓰면서부터는 ‘왜 주인공이 없지? 있었는데 주인공이 없어’ 그런 일이 발생하죠. (웃음)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 없으세요?
세 작품의 판권이 다 다른데, 이걸 같이 조율해서 한 권으로 만드느라 유선사 대표님이 진짜 고생하셨어요. 한 권씩 만들면 그렇게 안 힘든데, 제가 묶어서 내자고 해서 대표님이 멘붕이셨을 거예요. 제작사 투자배급사가 다 다른데 이렇게 하는 경우가 진짜 없을 텐데, 참 고생하신 정유선 대표님에게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각본집이 나올 수 있도록 협조해주신 영화사 집, CJ ENM, 외유내강, 쇼박스, PINETOWN에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사바하>와 <검은 사제들>을 좋아하는 분들이 이 책을 보시면 또 다른 감흥이 있을 것 같아요. <파묘>를 좋아했던 분들이 오컬트에 입문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고요. 그렇게 각자 다른 맛이 있는 책인 것 같습니다. 각본으로 봤을 때 제가 정말 좋아하는 것들, 저의 페티시들이 듬뿍 담겼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는 빠르게 지나가는 묘사나 소품 같은 것들을 좀 더 보실 수 있어서, 진정한 오타쿠의 맛을 볼 수 있으실 것 같아요.
*장재현 영화감독이자 각본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을 졸업했으며, 졸업작품인 <12번째 보조사제>를 시작으로 장편영화 <검은 사제들>(2015), <사바하>(2019), <파묘>(2024) 등 세 작품 모두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했다. |
추천기사
<장재현> 저44,550원(10% + 5%)
2015 〈검은 사제들〉 | 2019 〈사바하〉 | 2024 〈파묘〉 장재현 오컬트의 시작과 현재,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미래 오컬트 3부작 : 장재현 각본집 세트 영화로 만들어지기 전, 창작자의 머릿속에만 존재하던 이야기가 그 실체를 드러내면서 작품의 시작점이 되는 것이 각본이다. 이렇게 하나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