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재물신 ‘구업’을 장사의 마스코트로 만들면요?
『곽재식의 한국사 괴물 수사대』 시리즈 곽재식 작가 서면 인터뷰
옛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온갖 현상들을 설명하기 위해 괴물 이야기를 만들었지요. 세상에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신기한 현상이 많은 만큼, 괴물의 모습도 다양해졌을 겁니다. (2024.05.29)
곽재식 작가는 괴물, 과학, 환경, 역사, 판다 등 모르는 게 없다. 책, 방송 등 여러 매체를 종횡무진하며 다채로운 이야기를 풀어내는 중이다. 별처럼 많은 그의 관심사 중에서도 인생 키워드는 ‘괴물’과 ‘환경’이라는데. 그런 그가 이번에는 ‘괴물 학습만화’ 『곽재식의 한국사 괴물 수사대』로 우리를 찾아왔다.
괴물 작가 곽재식이 스토리를 맡은 책은 과연 괴물처럼 무시무시한 재미로 가득하다. 개성 있는 한국 괴물들을 만나면서 한국사도 깊이 배울 수 있으니, 재미와 학습, 둘 다 잡은 괴물 같은 만화 탄생?! 괴물 작가로 다시 돌아온 이야기꾼 곽재식이 밝히는 책 뒷이야기뿐 아니라 원소가 된 괴물과 <6시 내 고향> 이야기까지 들어 본다.
『곽재식의 한국사 괴물 수사대』 2권이 출간되었습니다. 학습만화는 처음이신데,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어린이·청소년 책을 내 보자는 제안을 출판사에서 먼저 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먼저 냈던 책이 『고래 233마리』였습니다. 이 책도 참 좋은 책이지요. 그러고 나서 여러 제작진이 힘을 합쳐서 만들어 가는 ‘만화’를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만들면 재미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닿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작가님들, 검수해 주시는 선생님들 등 여러 분들의 도움으로 학습만화를 내게 되었습니다. 저는 줄거리(시놉시스)와 등장하는 인물들, 괴물들에 대한 내용을 글로 써 드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곽재식’ 캐릭터뿐 아니라 걸크러시를 담당하고 있는 총사 ‘구임당’이 등장합니다. 친화력 천재 ‘세령’과 믿음직한 소년 노비 ‘의덕’도 있습니다. 캐릭터들을 어떻게 구상하게 되셨나요?
출판사에서 일단 저 자신이 등장하는 게 좋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 캐릭터는 예전에 제가 출연했던 <심야괴담회>와 같은 방송 프로그램에 나오는 괴물 전문가로 설정했습니다. 그리고 어린이 만화인 만큼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주인공이 필요해서 괴물에 관한 방송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은 어린이를 등장시켰습니다. 그게 세령이지요. 그리고 저와 세령이가 시간 여행을 해서 조선 시대로 가는데, 조선 시대에 가서 각자 어린이 동료 한 명, 어른 동료 한 명씩을 얻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야기에 잘 맞으며 서로 돕고 다투는 인물들로서 구임당과 의덕을 만들어 추가했습니다.
작가님께서 『곽재식의 한국사 괴물 수사대』에 등장시킨 괴물은 2권까지 총 열두 종입니다. 괴물을 여러 사료에서 ‘채집’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괴물에 대한 애정이 많으신데, 시리즈의 그림 작가님(홍거북 작가님) 손을 통해 새로이 탄생한 열두 괴물 중 마음에 드셨던 1~3위를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무엇인가요?
그림을 정말 멋지게 잘 그려 주신 ‘구업’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재물의 신, 돈을 벌어다 주는 신으로 등장하지요. 이 책의 구업을 마스코트로 만들어, 상점가의 가게나 식당 같은 곳에 장사 잘되라고 계산대 위에 하나씩 올려 두어도 좋을 정도라고 생각했습니다. 시리즈 가장 처음 등장해서 눈을 사로잡았던 ‘오공’도 화려한 그림이 멋졌고, 꾸준히 주인공 일행이 추적 중인 괴물이라서 자주 등장하는 ‘여이조’ 그림도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2권 옥기린 장 장면입니다. 의덕이가 옥기린을 만나서 혼자 모험을 하고 돌아오는 장면이 마치 꿈과 같이 아름답고 신비롭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자이면서 우리 역사 속 괴물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되신 이유가 있을까요?
서점에서 지금도 판매하고 있는 제 책으로 『한국 괴물 백과』라는 책이 있습니다. 그 책 서문에 괴물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써 두었습니다. 그러니 책을 사서 읽어 보시면 가장 상세히 알 수 있겠지요! 간략히 요약하자면, 제가 예전에 사극, 시대물 소설을 쓰려고 옛 기록 속 자료를 조사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조사해 둔 내용을 공개했지요. 그에 대한 반응이 좋아서 괴물 이야기를 모아 정리하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도깨비, 옥기린, 구업을 화학 원소로 비유한다면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화학 원소는 세상 모든 물질의 원료이므로 비유할 것도 없이 모든 물체는 화학 원소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지요. 하지만 특별히 하나의 원소로 괴물들을 비유해 본다면, 도깨비는 보통 나무에 붙은 신령 같은 괴물로 묘사하곤 하므로 나무의 주성분인 탄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옥기린은 옥으로 되어 있을 테니까 옥의 공통적 성분으로 많이 나타나는 규소겠고요, 구업은 돈을 상징하는 괴물이니 동전의 주성분인 구리로 비유하겠습니다.
작품에 인간 모습의 괴물, 짐승 모습의 괴물, 이도 저도 아닌 괴이한 모습의 괴물 등 다양한 모습의 괴물들이 등장합니다. 마치 신 같은 능력을 갖춘 괴물도 있고요. 괴물들의 모습이 이렇게 다양해진 이유가 무엇일까요?
옛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온갖 현상들을 설명하기 위해 이상한 생각을 많이 떠올렸습니다. 거기에 상상력이 결합하면서 갖가지 괴물 이야기들이 탄생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회오리바람, 토네이도를 보고 그것이 흰 용의 모습이라고 설명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세상에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신기한 현상이 많은 만큼, 괴물의 모습도 다양해졌을 겁니다.
괴물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해 주고 싶으신 말씀 있으신가요?
이런 질문을 제가 ‘6시 내 고향식 질문’이라고 부르는데요. 방송 프로그램 <6시 내 고향>에서 항상 끝날 때쯤 되면 마무리를 위해서 하는 질문을 말합니다. 수박 농사짓는 분을 프로그램에서 소개하고 끝날 때가 되면, “수박이 내 인생에 갖는 의미는?” 이런 질문으로 마무리하는 방식이 대표적이지요. 그래서 답변도 6시 내 고향식으로 드리자면, “앞으로도 한국 괴물 이야기 많이 관심 가져 주시고, 많이 사랑해 주세요!”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곽재식 2006년 단편 소설 <토끼의 아리아>가 MBC에서 영상화된 이후 소설가, 괴물 전문 작가로 꾸준히 활동을 이어 오고 있습니다. 쓴 책으로는 소설 『고래 233마리』 『지상 최대의 내기』 『이상한 용손 이야기』 『빵 좋아하는 악당들의 행성』과 글 쓰는 이들을 위한 책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 한국 전통 괴물을 소개하는 『한국 괴물 백과』, 과학 논픽션 『곽재식의 세균 박람회』 『곽재식의 유령 잡는 화학자』 등이 있습니다. EBS [인물사담회], SBS [김영철의 파워FM] 등 대중 매체에서도 활약 중입니다. 공학 박사이며, 현직 숭실사이버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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