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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어린이를 만나는 가장 좋은 방법, 어린이책 읽기!

『구체적인 어린이』 김유진 작가 서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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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속 어린이가 현실의 어린이를 어떤 시선과 마음으로 만나야 할지 알려주니까 그 얘기를 들어보자 하고 있어요. (2024.05.24)


아동문학 평론, 창작, 연구와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오랜 시간 어린이와 문학을 이야기해 온 전천후 아동문학인 김유진이 어린이책 읽기에 대한 신간을 출간했다. 『구체적인 어린이』에는 우리 사회의 동료시민인 ‘어린이’를 제대로 마주하기 위해 어른은 어떤 어린이책을 어떻게 읽으며 어린이를 이해하고 어린이에게 다가갈 것인가를 이야기한다. 어린이책과 아동문학의 세계는 어린이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저자는 어린이책을 통해 지난날의 내 안의 어린이와 오늘날의 내 곁이 어린이 모두에게 다정한 어른이 되는 법을 선물한다.



이번에 출간하신 『구체적인 어린이』는 다양한 주제와 장르의 어린이책을 망라한 책인데요. 지금까지 내셨던 여러 책들, 동시집, 그림책, 아동문학 평론집과는 성격이 달라 또 다른 정성을 쏟으셨을 것 같습니다. 소감을 부탁드려요.

동시집과 그림책은 어린이 독자를 위한 책이고, 평론집과 이 책은 어른 독자를 위한 책이니까 이 책은 평론집과 비교할 수 있을 텐데요. 평론집은 아동문학을 잘 아는 어른 독자를 대상으로 했지만 이 책은 아동문학이나 어린이에 관심 있는 모든 분을 독자로 생각하고 글을 썼어요. 일간지에 연재해서 그럴 수 있었구요.

어린이책을 읽고는 싶은데 어느 책부터 찾아 읽어야 할지 궁금해  하는 어른 독자가 많거든요. 일회적으로 추천 목록을 제공하는 걸 넘어 좀 더 근본적으로 어른이 어린이책을 읽고 즐기면서 스스로 좋은 어린이책을 찾아가는 시선을 마련해 드리고 싶었어요. 어른이 먼저 좋은 어린이책을 읽으면 어린이에게 알려주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죠. 

평론을 쓸 때는 아동문학 장에 대한 책임감에 짓눌리기 마련인데 이 책을 쓰면서는 거기에서 놓일 수 있어 홀가분하고 자유로운 기분이에요. 

동시와 아동문학 평론을 쓰고, 또한 연구와 교육에도 힘쓰시는 등 여러 자리에서 아동문학을 고민하며 말씀하고 계신데요. 25년이 넘는 동안 아동문학에 매혹되어 계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가 왜 어른이 되어서도 다시 한번 아동문학의 독자가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일 텐데요. 책의 ‘들어가며’ 부분에도 밝혔는데, 아동문학에는 어른 독자 대상의 문학과 확연히 다른 장르적 특징이 있어요. 아동문학은 어린이 독자를 위한 문학인데 어린이만이 아니라 어린이 주변의 어른까지 고려하면서 창작돼요. 아동문학 이론에서는 이걸 ‘이중독자’, ‘이중텍스트’라고 해요. 그러니 장르 특성상 작품 해석의 층위가 넓어요. 텍스트 표층은 어린이 독자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간결하지만 심층은 그렇지만은 않죠.

이런 형식적 특징을 ‘간결함의 미학’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형식뿐만 아니라 내용도 그래요. 간결함은 단순하다는 뜻에 그치지 않고 어떤 확고함과 연결돼요. 아동문학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긍정과 희망, 윤리적인 가치… 이런 걸 끝까지 포기하지 않죠. 저는 어른 독자로 아동문학을 읽으며 이 세계에서 흐트러지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다는 용기를 얻어온 것 같아요.

어른들이 어린이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린이책을 읽지 않는 어른이라 하더라도 『구체적인 어린이』를 읽고 무언가 얻을 수 있을까요?

‘읽어야 한다’고 의무처럼 부과할 일은 아니구요. 어른 독자 대상의 문학과는 또 다른 기쁨과 위로가 있으니 ‘읽어도 후회하지 않으실 거다’라고 말씀드릴 수는 있어요. 책 읽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 않고 독해가 어렵지도 않은데 비해 유일하고 특별한 선물이 기다린다고 할까요.

또 아동문학에는 어린이가 있으니까 내 어린 시절도 떠오르고 지금 현실의 어린이도 생각해 볼 수 있고, 그렇게 여러 시간과 세대가 연결되는 경험을 할 수 있어요. 이 책에서 결국 말하려 했던 건 어린이책 속의 ‘어린이’에요. 어린이책 속 어린이가 현실의 어린이를 어떤 시선과 마음으로 만나야 할지 알려주니까 그 얘기를 들어보자 하고 있어요. 그러니 어린이책을 넘어 어린이를 만나실 수 있으리라 기대해요. 어린이에게 어떤 어른이 될지도 생각해 볼 수 있겠죠. 

책의 마지막에 어린이 곁에 서고픈 어른을 위한 도서 목록을 보니, 출간일이나 국내외 작품 여부 등에 상관없이 무척 많은 책을 다뤘음을 한눈에 볼 수 있었어요. 책 속의 어린이책을 선정하는 데 특별한 기준이 있으셨나요? 

책에서 소개한 작품들은 스펙트럼이 아주 넓은 편인데요. 먼저 장르로 보면 그림책, 동시, 동화, 청소년소설, 그래픽노블 등 아동청소년문학의 전 장르에 걸쳐 있구요. 출간 시기로 따지면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1950년 첫 출간) 등 아동문학의 고전부터 새로운 고전이 될 신간까지, 국내외 아동문학 작품을 망라하고 있어요.

이렇게 스펙트럼이 넓은 이유는 아동문학이라는 장르를 전체적으로 조망하면서 어린이 존재를 살펴보고 싶어서였어요. 지금까지 아동문학이 탐색해 온 어린이 존재의 핵심과 변화상을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선정했구요.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남는 어린이책이나 챕터를 꼽아주실 수 있을까요? 

내 옆의 어린이와 내 안의 어린이가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실린, 책의 첫 번째 챕터요. 가장 처음 쓰고 발표한 챕터였고 다른 챕터들의 출발이자 종착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챕터에서 말한 동화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동화이구요. 읽을 때마다 정말로 눈물 나게 아름다운 작품이에요. 어른 독자로 아동문학을 또다시 읽기 시작한 시기에 만난 이 작품과, 작가인 필리퍼 피어스 모두 시간의 순서가 바뀔 수는 없다는 점에서 첫사랑과 비슷할 듯요. 이 책은 아동문학의 어른 독자로 지내온 시간을 망라하는 작업이어서 이 챕터와 이 작품을 꼽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책에서 이야기하신 어린이다움의 개념이 독특합니다. 어린이다움이란 무엇이고, 또 이 어린이다움을 두고 어른이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일까요? 

‘-다움’이라는 말을 자주 붙이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는 대개 어린이에게서 어떤 보편의 특성을 찾으려고 해요. 모든 어린이를 아우르는 보편성을 규정하는 일은 대개 어른을 기준으로 해서 어른과 다른 점들을 찾으려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구요. 이분법적 시선이죠. 그런데 근대를 비판하고 오늘날 윤리를 구상하는 데 있어 가장 경계하는 게 바로 주체와 대상의 이분법이잖아요. 그러니 어린이에게서 보편성을 찾고 부여하는 어른의 시선도 성찰될 필요가 있겠죠. 어린이가 소외되지 않기 위해선 어린이 한 명, 한 명의 개별성을 좀 더 세심히 여겨야 할 것 같아요.

전천후 아동문학인으로서 창작, 비평, 연구 등 다양한 활동 영역을 넘나들어 오셨는데요. 이 책으로 작가 김유진의 활동 지평이 더욱 넓어진 느낌입니다. 다음에는 또 어떤 활동 계획이 있으신가요? 

『구체적인 어린이』를 썼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없어요.^^ 이 책도 그랬고 지금까지 동시집 외의 모든 책은 청탁을 받고 시작됐으니 앞으로도 저를 부르는 방향대로 흘러가지 않을까 싶어요. 그 방향은 아마도 우리 사회가 어린이를 생각하는 데 따라 결정되겠구요. 바람이 데려가는 대로 흘러가 활동의 장이 달라진다 해도 비평가로서의 정체성은 여전할 것 같아요. 문학을 포함해 우리 문화와 사회 현장에서 어린이라는 존재를 찾고 사유하는 일을 계속하게 되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김유진

서강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인하대 대학원에서 아동문학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어린이와 문학』에서 동시를 추천받고,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 동시 부문(2009)과 평론 부문(2012)을 수상했다. 연구, 창작, 평론 등 다양한 시선으로 아동문학을 탐색하는 중이다. 동시집 『뽀뽀의 힘』, 청소년시집 『그때부터 사랑』 등을 출간했고, ‘토닥토닥 잠자리 그림책’ 시리즈 등을 썼다.


구체적인 어린이
구체적인 어린이
김유진 저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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