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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이 목소리가 작은 압력이라도 될 수 있다면”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394회)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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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죠. ‘어떤,책임’ 시간입니다. (2024.05.23)


불현듯(오은): 오늘의 특별 게스트는 리시올 출판사의 보르님입니다. 안녕하세요.

보르: 안녕하세요, 리시올 출판사에서 책 만들고 있는 편집자 보르라고 합니다. 리시올 출판사는 아주 소규모 출판사예요. 편집자 두 명과 디자이너 한 명이 같이 운영을 하고 있는 출판사이고요. 저희 세 명이 원래 같은 출판사에 다녔던 사이인데요. 노조 활동을 하다가 회사와 갈등이 격화되고, 견딜 수가 없겠다 싶은 타이밍이 왔을 때 고민을 하다가요. 마음 맞는 세 명이서 우리도 출판사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하게 됐어요. 이렇게 의기 투합해서 2016년에 설립하게 됐습니다.

불현듯(오은): 함께 이야기 나눌 책은 질베르 아슈카르 작가님의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입니다.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

질베르 아슈카르 저 / 팔레스타인 평화 연대 역 | 리시올

 


불현듯(오은): 리시올이라는 이름도 궁금했어요. 어떤 뜻인지 궁금하거든요.

보르: 인원은 적지만 출판사 두 개를 운영을 하고 있는데요. 하나가 리시올이고요. 다른 하나가 플레이타임이에요. 리시올은 프랑스어로 반딧불이, 개똥벌레를 뜻하는 단어예요. 저희가 있는 이 자리에서 작게, 오랫동안 빛을 밝히는 존재가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짓게 된 이름이에요.

전에 저희가 원래 만들던 책들은 인문서, 사회과학서 분야가 많았어요. 새로 출판사를 만들면서 문학적인 책들도 같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것을 한 출판사에 담기에는 성격이 달라 보여서 출판사를 아예 분리해서 두 브랜드로 해보자는 결정을 했어요. 저희가 좋아하는 영화 중에 <플레이타임>이라는 영화가 있거든요. 그 영화에서 보여주는 어떤 감각성 같은 것을 책으로 구현해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다른 출판사 이름을 플레이타임이라고 짓게 되었어요.

불현듯(오은): 리시올 출판사에서 출간한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이 어떤 책인지 보르님께 소개를 듣고 싶어요.

보르: 2023년 10월 7일, 주로 ‘하마스’가 대표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이 이스라엘에 반격을 한 일이 있었어요. 그 직후부터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스라엘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강도로 가자지구를 공격을 하고 있죠.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을 쓴 질베르 아슈카르는 2007년부터 SOAS 런던 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국제 관계를 가르치고 있는 정치학자입니다. 굉장히 오래전부터 중동 문제에 정통한 연구자이고요. 그 자신이 또한 팔레스타인과 인접한 레바논 출신으로, 팔레스타인 문제에도 계속 관심을 가져왔어요. 그런 저자가 10월 7일 직후부터 블로그나 여러 매체를 통해서 정세를 분석하는 글들을 계속 쏟아내고 있거든요.

저희는 아슈카르라는 저자를 예전부터 좀 알고 있었어요. 마침 이 분이 글을 발표하신다는 걸 알게 돼서 그 글을 번역해서 저희 블로그에 올리기도 했었어요. 그러다 그 글들을 모아서 소책자를 냈다는 소식을 듣고 이 책을 국내에 소개하면 좋겠다 생각해서 출간까지 하게 된 책입니다.

캘리: 이 작업이 너무 귀중하다고 생각했어요. 팔레스타인의 입장에서 지금의 상황을 분석하고 이야기하는 언론이나 학자가 워낙 소수잖아요. 너무 불균형적이죠. 때문에 이런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고요. 작년 10월 7일 이후 한국 언론에서 보도되는 것들 역시 대부분 이스라엘의 입장에서 보는 내용들이었잖아요. 그런데 이 책을 읽으니까 다르더라고요. 정말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강도로 팔레스타인을 공격하는 이스라엘의 행태를 알게 되고, 도대체 이스라엘이 왜 그러는 것인지를 따져볼 수 있게 되는 소중한 기회였던 것 같아요.

불현듯(오은): 사실 보도되는 것을 보면 일종의 테러 집단처럼 하마스가 묘사가 되는데요. 실제로는 저항 세력이죠. 책에도 언급되어 있듯 우리가 당연히 비폭력으로 나아가야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요. 어쩔 수 없이 폭력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밖에 없는, 수세에 몰리는 순간들이 있을 것이고요. 그런 상황에서 터져 나오는 폭력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캘리: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은 굉장히 시의성이 있는, 뜨거운 책이잖아요. 그래서 책 작업을 하시면서 고민이나 바람 같은 게 있으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떠셨어요?

보르: ‘팔레스타인 평화 연대’라는 단체에서 책을 옮겨 주셨어요. 한국에도 꾸준히 중동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또 팔레스타인의 참혹한 현실을 알리는 데 주력해 온 분들이 계시거든요. 그 중 한 곳이 팔레스타인 평화 연대라는 단체고요. 저희도 그 활동을 지켜보고 있었어요. 도울 일이 있으면 조금씩 돕기도 하고요.

작년 10월 이후 팔레스타인 평화 연대에서 팔레스타인의 현실을 밤낮없이 알리고, 지금까지 170여 개 한국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이라는 조직체를 꾸려서 격주로 집회를 여는 등 다양한 활동들을 열심히 하고 계시는데요. 이분들이 질베르 아슈카르라는 저자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아왔던 거예요. 마침 이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저희와 팔레스타인 평화 연대 활동가 분들이 상의를 해서 이걸 우리가 내보기로 결정했어요. 그래서 아주 빠르게 진행이 됐습니다. 번역도 거의 밤새서 하시고요. 두 달 만에 책을 낼 수 있었거든요. 그랬던 것은 무엇보다 시의성이 중요한 책이라고 판단을 했기 때문이었어요.

캘리: 밤을 새면서 작업하셨을 정도로 다급한 마음을 다들 갖고 계셨던 거네요.

보르: 발단을 하마스의 공격이라고 보도하고 있지만 이것은 사실 1948년에 시작된 일이라고 볼 수 있거든요. 작년 말에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이스라엘을 집단 학살이라는 죄목으로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했을 때도 근거로 들었던 것이 1948년부터 75년간 이어져 온 식민지배였어요.

그러니까 팔레스타인을 포함한 중동 지역은 19세기와 20세기 초에 서양 열강들이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호시탐탐 노려왔던 곳이고요. 1차 대전 이후 영국이 팔레스타인 지역을 장악하면서 통치를 시작했는데요. 그러면서 영국이 유대인들에게 팔레스타인 땅에 유대인 나라를 건설해 주겠다고 약속해요. 이후 2차 대전이 종전한 후에는 연합군과 유엔에서 팔레스타인 땅에 이스라엘 건국을 승인합니다. 이 땅의 56% 정도를 이스라엘에 주고, 나머지 44% 정도를 팔레스타인에게 주도록 말이죠. 그렇지만 말이 안 되잖아요. 원래 살고 있던 사람들 입장에서는요. 그래서 아랍 세계의 사람들이 거부를 하는데요. 이스라엘도 거부를 합니다. 땅을 더 갖겠다고 말이에요. 그러면서 이스라엘이 전쟁을 일으켜요. 그것이 1948년의 일이고, 결과적으로 이스라엘이 그 땅의 78%를 차지하게 됩니다. 이것이 ‘나크바(대재앙)’이에요.

이스라엘은 그것으로 만족을 못하고 1967년, 중동 전쟁을 또 일으켜서 군사 통치를 하기도 하고요. 그 뒤로도 주기적으로 공격을 하면서 야욕을 보여왔는데요. 문제는 지금 이스라엘 정부가 굉장히 극우화 되어 있다는 거예요. 그런 이스라엘 극우 세력이 늘 원했던 것이 팔레스타인 땅에서 아랍인들을 ‘완전히’ 몰아내는 것이거든요. 인종 청소를 완수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고요. 그동안 이런 목표를 실행하지 못하고 있었다면, 10월 7일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의 반격을 빌미로 지금 그 계획을 완수하려고 이토록 잔혹한 짓을 벌이고 있다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불현듯(오은): 유니세프가 작년 10월 이후 바로 낸 성명 중에 제가 계속해서 되뇌게 되는 문장이 있습니다. “가자지구는 아동 수천 명에게는 무덤이, 남은 모든 이에게는 산 지옥이 되었다.”는 선언이었는데요. 그 성명이 나온 이후로도 지금까지 아동을 비롯한 민간인들이 계속 학살을 당했어요. 지금 이 순간에도 그 숫자가 늘고 있을 것이고요. 그런 상황에서 뭘 할 수 있을지 생각하면 너무 답답한 거예요. 나는 정말 작은 존재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구나, 싶어서 말이에요. 대체 어떤 방식으로 우리가 의견 표명을 할 수 있을지, 또 식량 부족으로 동물 사료를 먹고 지내고 계신다는 가자지구의 난민들에게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몰라 답답한 상황입니다.

그렇지만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이렇게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다는 것, 현장을 명징하게 바라보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었어요. 그 덕분에 우리에게 팔레스타인의 현실이 알려지는 것이잖아요. 현재 미국 대학가 등에서 여러 시위가 일어나고 있는데요. 그것이 가능해지는 데에도 이분들 덕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청취자 분들이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을 꼭 읽으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덧붙이고 싶었습니다.

보르: 이 책이 아주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내용은 어렵지 않은데 배경 지식이 좀 필요하고요. 원래 책을 염두에 두고 쓴 글들도 아니고, 각기 개별적인 글들을 모은 거라서요. 하지만 한국에 팔레스타인 관련 책이 몇 권 나와 있는데 대부분 두꺼워요. 그런 책들이 부담스러우시다면 이 책으로 시작하셔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문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누구든 한번 읽어보시면 좋겠어요.


* 오디오클립 바로 듣기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
질베르 아슈카르 저 | 팔레스타인 평화 연대 역
리시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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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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