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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의 신성, 2024 젊은작가상 수상 작가 김기태 첫 소설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김기태 작가 서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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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균질하고 혼종적인 풍경이 제가 생각하는 우리 세계의 이미지에 가깝기 때문인 듯합니다. 제 소설집도 그렇게 ‘와글와글’하고 ‘뒤죽박죽’한 느낌이길 바랐습니다. (2024.05.22)

2020년대의 한국문학을 밝힌 신성新星으로 김기태를 논하지 않을 수 있을까. 202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 “근래 보기 드문 강력하고 단단한 작품” “처음부터 끝까지 단숨에 읽히게 만드는 흡인력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으며 데뷔한 김기태는 2년 동안 한국 문학계를 종횡무진 누볐다. 평단과 독자 대중 모두의 열렬한 지지와 기대가 김기태로 모일 수 있었던 이유는 어떤 독자든 그 안에서 스스로를 발견하고 타인을 친근한 정감으로 맞이하게 하는 리얼리즘에 있었다. 

등단 이후 발표한 작품마다 매번 어김없이 화제를 불러일으킨 김기태의 첫걸음이 한국 문학계에 있어서도 이례적인 역사가 되었음은 자명하다. 그렇게 바로 지금, 한국문학의 가장 뜨거운 신인이 된 김기태의 첫 소설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2022년에 등단한 이후, 만 2년을 조금 넘겨 첫 소설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이 출간되었습니다. 첫 책을 실물로 보고 어떠셨는지 소감이 궁금합니다.

‘멋진 옷을 입었구나’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수록된 소설이야 제가 썼다고 해도, 책이라는 물건으로 무대에 올려보내기까지 정말 많은 분이 신경을 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헤어도 메이크업도 코디도 잘됐다, 이제 내가 춤만 잘 추면 될 텐데 어떡하지, 걱정도 됐고요.

2024 젊은작가상과 이상문학상 우수상, ‘이 계절의 소설’(문학과지성사) 및 ‘올해의 문제소설’ 등 발표하시는 소설마다 뜨거운 주목을 받아오신 바 있죠. 그만큼 많은 독자분들이 작가님의 첫 책을 기다리기도 했는데요, 그간 봐온 독자평 중에 가장 인상적인 평이 있다면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평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가끔 손글씨로 제 소설의 문장들을 옮겨 적으시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공들인 필사가 아니라 다이어리에 휘갈긴 것이라도, 매번 낯설고 신기한 기분입니다. 그리고 ‘얼평’들도 기억에 남네요. 공부 잘하게 생겼다거나, 젊은작가상인데 젊어 보이진 않는다거나……

9편의 이야기가 담긴 이 소설집엔 정말 다양한 이들의 삶이 생생히 그려져 있습니다. 단편인데도 한 사람의 인생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만 같았어요. 바로 인물들이 처한 상황과 감정의 생생한 묘사 덕분이 아닐까 싶었고요. 자료 조사나 구상의 차원에서 각고의 노력이 읽히기도 했는데, 이들을 소설로 그려낸다는 것이 작가님에게는 어떤 의미였는지 궁금합니다.

국제공항이나 시외버스 터미널 같은 공간에 끌립니다. 그런 불균질하고 혼종적인 풍경이 제가 생각하는 우리 세계의 이미지에 가깝기 때문인 듯합니다. 제 소설집도 그렇게 ‘와글와글’하고 ‘뒤죽박죽’한 느낌이길 바랐습니다. 계급, 세대, 성별, 성격도 다른 인물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서로 어리둥절해했으면 좋겠다고요. 인물과 인물, 소설과 소설 사이에 수평적이고 수직적인 차이를 만드는 건 제게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속 소설들은 이 세계에 말을 건네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아이돌 산업의 명암을 다룬다든지, 최근의 교육 현장에서 벌어지는 노력과 무력감에 대해 얘기하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무한히 재생산되는 밈을 전면에 부각시키는 등 가장 첨예하고 가까운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요. 그런 점에서 작가님에게 소설은 세상에 대해 어떤 의미 혹은 역할을 가지는지 궁금했습니다.

소설이 현실세계와 특정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의식은 없습니다. 세계를 바꿀 만한 힘이 있다고 순진하게 믿을 수도 없고요. 제게 소설이란 시와 논문 사이의 광활한 습지를 떠도는 유령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때는 그저 노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어떤 때는 아주 작은 사실 하나만큼은 밝히겠다는 마음으로, 그때그때 제 충동에 충실하게 쓰고 있습니다. 다만 통속적 현실에 단단히 구속된, 저라는 사람의 한계 때문에 제 소설도 자주 세계와 가까운 자리에 놓이지 않나 싶습니다.

「롤링 선더 러브」의 무대인 일반인 데이팅 예능 프로그램 <솔로농장>에 대한 묘사가 재밌었습니다. 소설 속 문장을 그대로 옮겨보자면, ‘나 저런 사람 알아’ 할 정도로 리얼했어요. 「롤링 선더 러브」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바다」와 「로나, 우리의 별」에서는 아이돌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언급도 있어 예능을 즐겨 보시는가 싶었어요. 특히 아끼는 프로그램이 있을지, 어떤 장면에서 주로 재미를 느끼시는지 궁금합니다. 

<솔로농장>의 모티프가 된 <나는 SOLO>를 즐겨봅니다. 마음 편히 즐기기에는 여러모로 죄책감을 안기는 프로그램입니다만, 간혹 어떤 출연자들이 보이는 솔직한 표정은 마음을 울립니다. <나는 SOLO>를 제외하면 꾸준히 보는 방송은 KBS의 시사교양 프로그램인 <세계는 지금>뿐입니다. 유튜브에 매주 풀버전이 업로드된답니다. 저는 TV가 없지만, 이 프로그램은 ‘수신료의 가치’를 느끼게 해줍니다. 오래오래 좋은 방송이 이어지길 바랍니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중 유독 마음에 깊이 남는 인물, 또는 이후의 이야기를 덧붙이고 싶은 인물이 있으신가요? 

「태엽은 12와 1/2바퀴」의 ‘그’가 마음에 남습니다. 이 소설은 제 작업물 중에서 가장 덜 읽힌 느낌입니다. 다른 소설의 주인공들은 운좋게도 이런저런 경로로 소개되어, 독자분들의 상상력을 타고 어딘가로 알아서 잘 날아간 듯합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그 바닷가에 혼자 서 있을 것 같습니다.  

작가님이 삶의 동반자처럼 가까이 두고 있는 소설과 작가가 궁금합니다. 

‘삶의 동반자’라는 말은 부담스럽지만 한 명을 꼽는다면 카뮈입니다. 스무 살 전후에 처음 읽었는데, 중요한 문장 몇 개를 제게 남겼습니다. 소설은 아니지만 에세이 『여름』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그러나 산다는 것, 예컨대 영양을 섭취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하나의 가치판단이다.’ (『결혼·여름』, 김화영 옮김, 책세상, 1989, 152쪽) 이런 문장이 저를 낙관주의자로 만들었다는 건 아닙니다. 더 정직한 비관주의자가 됐다고는 말할 수 있겠습니다.



*김기태

202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무겁고 높은」이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24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김기태 저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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