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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사유에 새로이 물성을 더하다

『생각에 생각을』 정진호 작가 서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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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평소에 하는 여러 생각들을 장면으로 만들어 두고, 그 장면들이 자연스레 흘러갈 수 있는 리듬감을 고민했습니다. 시작은 생각이 얕되 끝에는 깊어지도록 했습니다. (2024.04.29)


생각의 꼬리를 따라 흐르고 쌓이는 나의 하루를 담은 그림책 『생각에 생각을』의 정진호 작가를 만나 봅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의 ‘반가사유상’에서 영감을 얻은 이야기로, 깊은 사유에 종이 두께의 차이를 이용한 독특한 물성을 더한 그림책입니다. 문득 피어올랐다 슬며시 흩어지고 다시 반추하게 되는, 생각의 본질을 닮은 가벼이 유영하는 이야기 속으로 함께 들어서 보아요.



이 책은 2023년 <바캉스 프로젝트>의 작품 『사유의 사유』를 새로운 에디션으로 출간한 책입니다. 당시 <바캉스 프로젝트>의 주제가 국립중앙박물관이었는데요. 수많은 유물 가운데 특히 반가사유상에 몰입하게 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2023년 새로운 책을 준비하며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가장 보고 싶던 곳이 반가사유상이 전시된 ‘사유의 방’이었습니다. 평소 좋아하던 최욱 건축가가 전시 공간을 디자인한데다 먼저 다녀온 친구들의 소감 때문에 큰 기대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평일에 방문한 덕분인지 사유의 방을 혼자서 감상하는 호사도 누렸지요. 고요한 분위기에서 반가사유상을 지켜보는데, 문득 ‘사유상은 무엇을 사유하는가?’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박물관에 흥미로운 유물이 많았지만, 직접 말을 걸어온 듯 질문과 이야기가 즉각적으로 떠오른 건 사유의 방에서 만난 반가사유상이 유일했습니다. 그래서 처음 들었던 의문과 생각을 이어 책으로 만들게 됐습니다.

바캉스 에디션의 『사유의 사유』는 판형이 작고 종이를 실로 꿰어 만든 형태였습니다. 내용과 꼴을 깁고 더해 새로운 에디션 『생각에 생각을』을 만드셨는데요. 하나의 이야기를 두 개의 에디션으로 풀어내는 과정이 어떠셨을지요?

바캉스를 통해 선보이는 책은 독립출간물입니다. 기성 출판에 비해서 꼴이 작고, 연약하며 어설픈 부분이 있습니다. 저는 그런 면모가 독립출간물이 가진 독특한 매력이라고 생각하지만, 기성 출판에서는 그 매력이 단점이 될 수도 있죠. 그래서 『사유의 사유』와 『생각에 생각을』 사이에는 책의 형태에 대한 고민이 있습니다. 크기, 제본, 종이와 인쇄 방식을 고민하다보니 책은 내용만큼이나 어디에 담을지가 중요하단 걸 느꼈습니다. 결과적으로 『사유의 사유』와 『생각에 생각을』은 같은 내용을 가졌지만 다른 경험을 주는 책이 되었습니다.

개인적인 일상에서 사회적인 일상으로 확장되며 떠올리는 생각, 하루 끝에 나를 들여다보는 깊은 내면의 생각까지 다양한 사유가 등장합니다. 일상과 내면의 생각을 종이의 두께를 다르게 구현하신 점이 인상적인데요. 이런 효과를 떠올리신 이유가 있을까요?

앞의 질문과 연결하여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네요. 독립출간물인 『사유의 사유』 버전은 너무 얇은 종이를 사용하는 바람에 뒷장이 그대로 비치는 실수가 있었습니다. 『생각에 생각을』은 이 실수를 두 가지 두께를 가진 종이를 사용해 의도적으로 구현했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생각을 하지만 나중에는 그 생각들이 쌓여서 내가 됨을 여러 장이 겹치며 쌓여 가는 선과 색으로 강조한 것입니다. 독립출간물이라 꼼꼼하게 검수하지 못해 나왔던 실수를 기성 출판에선 오히려 역으로 이용해 보고 싶었습니다. 앞서 두 책은 같은 내용이지만 다른 경험을 줄 수 있다고 말한 이유기도 합니다.

하루를 살며 떠올린 생각 조각들을 곳곳에 붙여 두었다가, 시간의 흐름이 아닌 이야기적 흐름으로 배치하셨습니다. 서사 구조에서 가장 중점에 두고 고민하신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는 그림책을 구성할 때 우선 장면들을 떠올립니다. 각각의 장면은 나름의 내용과 이야기를 가지지만 아직까진 불완전합니다. 그다음은 장면들을 하나로 꿰어 낼 규칙이나 방법을 고민합니다. 예를 들어, 제 그림책 『금손이』는 고양이가 겪을 법한 흥미로운 상황을 장면들로 만들고, 그 고양이가 움직이는 공간적인 여정에 맞춰 꿰어 낸 것입니다.

『생각에 생각을』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평소에 하는 여러 생각들을 장면으로 만들어 두고, 그 장면들이 자연스레 흘러갈 수 있는 리듬감을 고민했습니다. 시작은 생각이 얕되 끝에는 깊어지도록 했습니다. 처음에는 먹고, 마시고, 입는 일처럼 즉각적인 것을 생각하다 나중에는 관계나 사회적인 책임감, 걱정과 불안을 거쳐 결국 내면에 도달합니다. 하나 덧붙이자면, 내면에 도달하기 직전은 처음과 대구를 맞추어 먹는 일로 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던 주인공은 컵라면을 먹다 가장 본질적인 질문을 마주하게 됩니다.

간결한 선과 면, 하나의 색과 먹으로 이미지를 구현하셨습니다. 이야기의 성격도 있겠지만, 작가님의 작품에서 가장 축약적인 그림이란 생각이 듭니다. 시각 표현에서 가장 염두에 두신 점은 무엇일까요?

이야기를 만들고 그림을 그리는 일은 보통 정신적인 행위로 여겨지지만 저는 상당히 육체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여러 번 반복해 온 선을 그리는 동작이 이야기의 감각이 되고, 색을 선택하는 근거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가사유상을 닮은 캐릭터를 그리고 싶어 콧대와 눈썹 한쪽을 연결한 선을 그리자, 이 책은 담백한 그림이어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단순한 선, 절제한 색이 책의 주제와도 잘 맞아떨어지지만 결정적으로는 하나의 선에서 시작한 감각이 모든 것을 결정했습니다. 논리적인 설명을 벗어난 이런 일이 간혹 벌어지곤 합니다.

그림책, 그래픽노블, 에세이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무척 반갑습니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는 작가님께 최근 가장 흥미로운 것은 무엇일까요?  

최근 건축 답사를 시작했습니다. 특히 서울을 구석구석 뒤지고 있습니다. 한때 발이 닳도록 돌아다녔던 서울의 숨은 공간을 다시 찾아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과제나 공모전 때문에 하던 답사를 지금은 취미 삼아 하니 훨씬 더 재밌네요. 언젠가는 이 경험들을 모아 건축 가이드를 해 볼 겁니다! 

앞으로 들려주실 이야기도 무척 기대됩니다. 이후 계획과 독자 분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새로운 그림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평소 해 보고 싶었던 동시로 독립출간물도 준비하고 있고요. 매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책을 만들지만 사실 아직도 제가 무엇을 잘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제멋대로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만드는 기분입니다. 그럼에도 제 책을 읽고 사랑해 주시는 독자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밖에 드릴 말이 없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정진호

이야기가 담긴 집을 꿈꾸며 한양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지금은 책 속에 이야기 집을 지어 아이들에게 선물하고 있다. 첫 그림책 『위를 봐요!』와 『벽』으로 2015년, 2018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라가치상을 두 차례 수상했다. 또한 『부엉이』로 한국 안데르센상 미술 부문 우수상을, 『벽』으로 황금도깨비상을 받았다. 쓰고 그린 책으로 『위를 봐요!』, 『벽』, 『별과 나』, 『나랑 놀자』, 『심장 소리』가 있고, 그린 책으로 『아빠와 나』, 『노란 장화』, 『루루 사냥꾼』, 『투명 나무』, 『작은 연못』 등이 있다.


생각에 생각을
생각에 생각을
정진호 글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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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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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생각을

<정진호> 글그림15,300원(10% + 5%)

깊은 사유에 새로이 물성을 더하다 이야기라는 공간을 탐구하는 작가 정진호 신작 생각의 꼬리를 따라 흐르고 쌓이는 하루 얇은 종이 너머로 비치는 잔상을 따라 나의 사유의 방으로 들어서다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의 ‘반가사유상’에서 영감을 얻은 이야기로, 그림책작가 프로젝트 ‘바캉스’에서 출간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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