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존재가 함께 피어나는 이야기
『장미 저택』 김지안 작가 서면 인터뷰
“마음이 추운 사람에게는 어떤 위로가 좋을까 답을 내리진 못해도 그의 마음을 조금은 짐작해 보고 조심스럽게 다가가 위로해 보면 조금 더 따뜻한 세상이 될 거라 믿어요.” (2024.04.29)
그윽한 꽃향기로 응원의 마음을 전하는 그림책 『장미 저택』이 출간되었다. 작은 동물들에게 기분 좋은 휴식을 선물하는 이야기로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은 『튤립 호텔』의 후속작이다. 마음이 지친 장미 저택 주인을 대신해 멧밭쥐들이 황량해진 정원을 정성껏 돌보며 되살리는 과정이 그려진다. 따스한 관심 덕분에 다시 피어난 장미는 찾아온 모든 이에게 향긋한 시간을 선물한다. 좌절하고 움츠러들 때, 우리 곁에서 천천히 기다려 주는 소중한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이다. 작은 꽃들이 함께 필 때 더욱 풍성하고 아름다워지는 순간을 그린다.
신작 『장미 저택』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달리다 보면』으로 올해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 코믹스 부문 라가치 상을 수상하신 것도 축하드려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장미 저택』은 이번 봄에 나온 저의 따끈한 신간이에요. 장미가 피는 계절에 맞춰서 독자분들과 만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정말 달리다 보니 『달리다 보면』이 멋진 상을 받았어요. 개인적으로도 마음에 남는 책이라 기쁨이 더없이 크네요. 더 잘 달릴 수 있는 연료 같은 상이라고 생각하고 또 달려 볼게요.
『튤립 호텔』의 튤립에 이어 이번에는 장미예요. 이번 그림책의 꽃으로 장미를 선정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튤립은 제가 매해 키워 왔지만, 그전에는 장미를 키웠어요. 베란다에서 영국 장미 데이비드 오스틴 열한 종과 독일 장미 탄타우사의 한 종류를 키웠는데 정말 황홀한 시간이었습니다. 다만 장미는 너무 손이 많이 가는 식물이에요. 비료, 농약, 분갈이, 빛과 바람 모두 많이 필요한 친구거든요. 거의 2년 정도 장미의 생장에 전전긍긍하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정말 많은 공을 들여야 했어요. 결국 제 생활을 할 수가 없는 데다가 베란다는 빛이 너무 부족하다 보니 장미가 잘 자라지 못해 떠나보내고 말았습니다. 한동안은 베란다에 나가고 싶지 않을 만큼 울적하기도 했고요. 그럼에도 언젠가 햇살 잘 드는 땅이 생긴다면 꼭 장미를 키우고 싶습니다. 꽃 중의 꽃이라고 불리는 만큼 겹겹이 실크 같은 꽃잎과 향기가 굉장하거든요. 그 감각과 기억 자체가 아주 강렬했어요. 저는 튤립 다음으로 꽃을 소재로 한 이야기를 쓴다면 그건 장미일 거라고 내심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작업 과정에서 특별히 신경 쓰셨거나 고민하셨던 부분이 있으신가요?
특별히 고민했다고 얘기하긴 어렵지만 새로운 캐릭터들이 좀 신경 쓰였다고 할까요. 저에게 ‘멧밭쥐’ 시리즈는 ‘덕업일치’라고 할 수 있어요. 몸에 아주 잘 맞는 옷처럼 편안하면서도 즐거운 이야기이죠. 하지만 새로운 캐릭터와 멧밭쥐와의 관계, 그리고 이야기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건 좀 다른 문제이니까요, ‘미미 씨’라는 캐릭터는 너무 가깝지도 않으면서 또 어느 선에서는 공감이 가는, 그런 캐릭터로 그리고 싶었습니다. 사실 제가 꽤 녹아들어 있는 캐릭터이기도 하고요.
『장미 저택』 속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구절 또는 장면이 있다면 알려 주세요.
“온기가 어렵다면 향기는 어떨까요.”라는 구절을 특히 좋아합니다. 추위에 대한 답은 따스함이 아닐 수 있습니다. 추위도 여러 모양의 추위가 있으니까요. 마음이 추운 사람에게는 어떤 위로가 좋을까 답을 내리진 못해도 그의 마음을 조금은 짐작해 보고 조심스럽게 다가가 위로해 보면 조금 더 따뜻한 세상이 될 거라 믿어요.
미미 씨가 실패의 경험 이후 한동안 방에서 혼자 지내고 싶어 하는 모습에 공감했는데요. 작가님도 비슷한 경험을 하셨던 적이 있는지, 또 마음이 힘들 때 보통 어떤 것에서 위로받으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거의 항상 미미 씨와 같은 상태라고나 할까요. (웃음) 달팽이처럼 혼자만의 세계에 있는 것을 즐기는 편이기도 하고요. 원하는 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면 동굴 속으로 들어가서 침울해하는 면도 있어요. 나는 왜 이럴까, 하고 생각도 해 봤는데 지금은 그냥 나는 좀 이런 사람인가 보다, 하고 납득하며 끄덕이고 있습니다. 마음이 힘들 때는 작업만이 저를 구원해 줍니다. 의외인가요? 괴로울 때는 스스로 마음 깊은 곳이나 상처를 덜 생각하려고 해요. 대신 작업이나 취미에 골몰합니다. 작업 자체가 쉽고 재밌기만 한 건 절대 아니지만 굉장한 집중을 필요로 하거든요. 그렇게 작업하다 보면 어느샌가 고민은 잊고 살짝 편안해지는 느낌이 있어요. 고비를 넘겼다고나 할까요. 그제야 뭐가 힘들었었는지 다시 짚어가며 풀어가 봅니다.
작가님께서 직접 베란다 정원을 가꾸신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는데요, 식물과 가까이 지내는 생활은 어떤가요? 그림책 작업에도 영향을 받는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베란다 정원이나 식물을 돌보는 일은 작업에 지칠 때 숨는 곳이에요. 그러고 보면 저는 어떤 일을 집중해서 하고 나면 꼭 다른 곳으로 가서 환기를 하거나 잠깐 동안 숨어 지내는 것 같네요. 식물 생활은 제 작업에 많은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의식하지 않아도 늘 주변에 살아 숨 쉬는 친구들이기도 하고요. 돌봄에서 오는 기쁨이 아주 크더라고요. 어떤 식물을 키우는가에 따라 다음 그림책의 소재가 결정되기도 하니까요.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요즘 봄날이 참 초록으로 빛납니다. 밖에 나가서 진짜 세계를 한번 둘러보시면 좋겠다 싶어요. 꽃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세요. 어떤 꽃이든 자세히 보면 내가 기억하고 있는 꽃과 실제의 꽃은 생각보다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꽃잎을 만져 보고 냄새도 맡아 보세요. 잎과 줄기도 만져 보시고요. 다른 감각들도 열리는 기분이 예상보다 훨씬 좋아서 놀라실 거예요. 알고 있다고 짐작했던 것들이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는 거죠. 모두들 바쁘고 여유가 없어서 쉽지 않을 수 있지만 기쁨은 의외로 단순하고 가까운 곳에 있다고 생각해요.
*김지안 좋아하는 것을 관찰하며 이야기를 짓고 그림책으로 엮는 일은 무척 신나는 일입니다. 틈이 나면 손바닥만 한 작은 정원을 돌봅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튤립 호텔』 『달리다 보면』 『감귤 기차』 『세탁 소동』 『내 멋대로 슈크림빵』 등이 있고 그림을 그린 책으로 『괜찮아, 천천히 도마뱀』 등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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