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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시나리오, 허구의 두 세계를 넘나드는 진실의 추적

『종이 비행기』 구소은 작가 서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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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종이 비행기』는 의도와 다르게 흘러가는 관계를 다룹니다. 선의가 어떻게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지 삶의 아이러니가 담겨있습니다. (2024.04.12)


소설의 이야기와 영화의 이야기가 얽히는 소설 『종이 비행기』는 한 편의 시나리오를 온전히 담은 독특한 형식의 소설이다. 소설과 시나리오가 융합된 소설.

전작 『검은 모래』를 통해 제주 우도의 검은 모래 해안에서부터 일본의 화산섬 미야케지마까지 4대에 걸쳐 이어지는 해녀 가족의 삶을 감동적으로 그려내 2013년 제1회 제주4ㆍ3평화문학상을 수상한 구소은 작가는 네 번째 소설 『종이 비행기』에서 소설과 영화 시나리오를 얽어매는 과감한 실험에 도전하며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다. 구소은 작가의 이야기를 7문7답으로 들어본다.



소설 『파란 방』 이후 3년 만에 새로운 소설을 발표하셨습니다. 출간 소감을 간략히 부탁드립니다.

벌써 네 번째 장편소설을 내놓았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바쁘게 달려왔어요. 소설가로 등단한 지 올해가 11년째 됩니다. 늦깎이였죠. 그동안 휴식할 짬이 없었어요. 3년 만에 내놓는 『종이 비행기』는 많은 우여곡절 끝에 탄생했어요. 몸과 마음이 무척 힘들었거든요. 게다가 소설과 시나리오의 혼합이라는 새로운 시도가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무척 조심스러워요. 그래서인지 설렘보다 긴장감이 더 큽니다. 이제 중견 작가의 반열에 들었다는 느낌이 들어요. 물론 뿌듯함도 있어요.

『종이 비행기』는 소설 속에 한 편의 시나리오가 온전히 들어 있다고 들었습니다. 작가님에게는 어떤 소설인가요?

아픈 소설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왜냐하면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썼으니까요. 하지만 끄집어내고 보니 더 이상 아프지 않더군요. 이 소설을 내놓는 순간 상처가 아물었거든요. 소설 『종이 비행기』는 의도와 다르게 흘러가는 관계를 다룹니다. 선의가 어떻게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지 삶의 아이러니가 담겨있습니다. 소설과 시나리오를 따로 따로 읽어보셔도 좋습니다.

『종이 비행기』를 쓰게 된 계기나 모티브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실제로 작가의 경험을 기록했다는 소개가 있습니다. 

시나리오를 써서 영화화하려던 일이 무산된 뒤, 좌절과 우울감에 빠졌어요. 그걸 떨쳐내려고 일본에 갔다가 그곳에서 소설 『검은 모래』의 소재를 발견했지요. 한국으로 돌아와서 그 소재를 바탕으로 소설을 써보자는 결심을 했던 거고요. 제법 예민해져 있던 때라 아주 사소한 마찰로 흔히 말하는 혼술을 했어요. 취한 상태에서 친구에게 전화로 답답한 마음을 넋두리했는데, 그것이 자살소동으로 와전되어버렸어요. 집에 형사와 사설 구급대원까지 출동하는 블랙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진 거죠. 결과는 참혹했지요. 제가 정신병원에 감금되어버렸으니까요. 그곳에서 단식까지 하면서 공책과 사인펜을 얻어냈고, 마치 일기처럼 기록했답니다. 그게 『종이 비행기』의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광고쟁이에서 시나리오 작가로, 그리고 소설가로

작가님의 이력을 보면 상당히 특이한 면이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광고를 공부하셨고 돌아와서는 시나리오 작가, 그리고 지금은 소설가가 되셨습니다. 이런 삶의 전환을 이끈 특별한 계기들이 있었습니까? 

제가 『종이 비행기』를 통해서 여러 번 언급했어요. 우연과 운명 그리고 그 둘을 잇는 것이 인연이라고요. 제 이력도 이 선상에서 이동되었다고 봅니다. 프랑스 유학 후 국내에서 광고업에 종사했어요. 광고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영상(비주얼)과 카피(언어)잖아요. 그러니 그쪽으로 관심이 많은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요.

우연한 기회에 영화 관련 일을 하는 분으로부터 시나리오를 써보라는 권유를 받았어요. 그것이 계기가 되어 충무로에서 영상 작법을 공부했답니다. 단편영화 시나리오로 상을 받기도 했었고요. 영화란 필름 위에 쓴 소설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어찌 보면 광고쟁이에서 시나리오 작가로 또 소설가로 이동하게 된 계기는 물이 흘러가는 것처럼, 우연에서 시작되어 인연으로 흘러가는 과장이지 싶어요.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할 당시 한국인 프랑스 용병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를 준비하셨다고 들었는데 이 이야기를 모태로 나중에 소설 『무국적자』로 발표됩니다. 영화는 어떻게 되었나요? 그리고 이 소설의 창작 과정을 간략히 말씀해주세요.

2007년, 프랑스 외인부대 한국인 용병의 삶을 시나리오로 쓰기 위해 2개월 동안 프랑스에 머물렀답니다. 하지만 취재에 실패했어요. 제가 원했던 인터뷰가 이루어지지 않았거든요. 결과는 좌절이었고요. 『검은 모래』로 큰 상을 받고 바로 소설가로 등단했지만, 저는 단편소설 한 편조차 써본 적 없는 문학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어요. 두 번째 소설을 준비하려니 너무 막막하더군요. 무엇을 써야 할지 고민하던 중에 시나리오로 쓰려고 했던 이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그래서 소설로 바꿔 쓰게 되었답니다. 창작 과정은 파란만장해서 지면으로 이야기하자면 끝이 없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발로 뛰며 쓴 소설입니다. 여러 차례 프랑스를 오고 간 끝에 외인부대 취재와 자료 수집 그리고 현장 답사가 완벽하게 이루어졌기에 가능했고요. 아마 2007년에 그랬다면 영화가 되었겠지요?

시나리오 작가에서 소설가로 글쓰기의 방식이 바뀌었습니다. 특별히 어려움을 겪으시거나 문제에 봉착한 적은 없나요? 시나리오 혹은 소설을 쓰려고 하는 분들에게 해주실 수 있는 조언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특별히 어려운 일은 없었어요. 시나리오를 쓸 당시에 다양한 소재를 많이 축적했던 것이 소설 쓰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답니다. 예전에 준비해뒀던 자료를 하나씩 꺼내 소설로 전환하는 건 오히려 즐거운 일이니까요. 소재가 빈약하면 시나리오나 소설을 이어가기 어려울 거예요. 그러므로 이야기가 될 소재를 잘 찾는 것이 우선되어야겠지요. 그 소재는 일상에서, 타인의 삶에서, 또는 책 속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저의 경우는 음악에서도 소재를 얻곤 해요. 작가는 폭넓은 시야가 필요하고 무엇보다 주관적이어서는 안 됩니다. 작가가 되고자 한다면 자신을 충분히 객관화시킬 필요가 있어요. 지식 노동자로 살겠다는 결심을 했다면, 책상 앞에만 앉아서 글을 쓰지 말고 세상 속으로 나아가 다양한 경험을 해보길 권해요. 발로 뛰며 쓴 글은 상상만으로 쓴 글과 확실히 다르거든요.

꾸준히 노력하라는 당부를 덧붙일게요.

다음 작품을 구상 중인 걸로 아는데, 어떤 작품인지요? 그리고 작가님의 글쓰기, 소설 쓰기의 힘, 그 원동력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작가의 말에 썼어요. 글을 쓸 수 있게 만드는 힘은 사람을 제대로 알고 느끼려는 끈덕진 노력이라고요.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그림자, 그 그림자 속에 감춰진 얼룩까지 이해하려는 마음이 계속 글을 쓰게 만든답니다.

다음 작품의 제목은 『에펠탑을 폭파하라』입니다. 프랑스에서 국제 미아가 된 자폐 청년과 그를 도와준 프랑스인 노숙자가 한 팀이 되어 에펠탑을 폭파하겠다는 사명감(또는 망상)으로 좌충우돌하는 이야기입니다.



*구소은

부산에서 태어났다. 프랑스 ISCOM에서 광고학을 전공하였으며, 6년간의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뒤 광고회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사)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부설 영상작가전문교육원을 수료하였고, 수년간 시나리오를 습작, 집필했다. 2008년부터 장르를 바꾸어 소설 쓰기를 시작, 5년에 걸친 구상과 현장 자료 조사 등의 치밀한 과정을 거쳐 탄생시킨 첫 소설 『검은 모래』로 2013년 제1회 제주4·3평화문학상을 수상했다. 이듬해 세종도서의 우수도서로 선정되었고, 2018년 4월에는 일본 출판사인 신간사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그것을 계기로 전업 소설가의 길을 걷게 되어 2018년에 두 번째 장편소설인 『무국적자』를, 2021년에는 『파란 방』을 썼다. 현재 『검은 모래』와 『무국적자』는 미국에서 출간 검토 중이다. 앞으로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에 도전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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