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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멋대로 해라」 감독의 30년 경험과 노하우를 담은 드라마 작법서

『스틸』 박성수 작가 서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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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내지 말고 나한테만 넘겨 달라”라는 말을 제일 많이 들었어요. 특히 감독들은 작가들이 이 책을 읽으면 자신들 입장이 불리해질 것 같다고 하기도 했어요. (2024.04.02)


‘한국 드라마는 이 드라마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네 멋대로 해라」를 연출한 박성수 감독의 드라마 작법서가 출간됐다. 한국 드라마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현재까지도 제대로 된 국내 작법서가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워 집필을 결심했다는 그는, 그간의 노하우를 『스틸』 한 권에 응축해 담았다. 해외 시나리오 작법서나 너무 오래된 관념적 작법서, 혹은 단막극만 다루는 작법서 사이에서 길을 헤매고 있을 작가 지망생과 신인 작가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유미의 세포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W」를 쓴 송재정 작가는 이 책에 대해 ‘감독으로, 거대 방송사의 제작 책임자로, 프로듀서로, 외주 제작사 대표로, 작가 지망생들의 스승으로. 한국 드라마 시장의 거의 모든 것을 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저자의 경험과 노하우가 이 한 권에 오롯이 담겨 있다. 감히 단언컨대, 이 책을 읽은 자가 승자가 될 것.’이라며 극찬을 남겼다.



『스틸』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책 소개 부탁드려요.

『스틸』은 드라마 작가들에게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도움을 주는 지침서입니다. 작가 지망생부터 극본 공모전 지원자, 그리고 시리즈 드라마를 준비하는 작가를 위한 실용적인 가이드북이지요.

이 책은 시리즈 집필에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고, 주인공 캐릭터 만들기, 초고 쓰기 등 작법에 필요한 내용들을 순서대로 알려드립니다. 더불어 대본 수정의 핵심 23가지 방법도 세심히 다뤘습니다. 이 책이 다른 작법서들과 다른 점은, 채널이나 감독과의 협업 과정도 깊이 있게 다루며 작가가 매 순간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는 겁니다. 뿐만 아니라 챗GPT를 활용해 대본을 쓰는 방법과 AI와 함께 공존해야 하는 작가의 미래에 대한 고민도 담았습니다.

넓게 보면, 감독, 기획 PD, 제작자 등 드라마 산업의 종사자들에게도 유용하고, 소설이나 웹툰 등 스토리텔링을 다루는 여러 분야의 작가들에게도 중요한 힌트를 줄 책입니다.

감독으로서 이 책을 쓰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30년간 드라마 업계에 머물면서, 감독뿐 아니라 드라마 국장을 맡고, 제작사 프로듀서로 일하기도 했습니다. 여러 공모전에서 심사도 하고, 작가 지망생들을 가르치기도 했고요. 제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에 따라 대본을 보는 관점이 달라지더라고요. 감독일 때는 ‘내가 연출하고 싶은 대본인가’, ‘이 씬을 어떻게 찍을까’ 하는 생각으로 대본을 봐요. 드라마 국장이 되고 나서는 흥행을 고려해 대본을 보게 됐고, 제작사로 옮긴 다음에는 ‘을의 입장’에서 채널의 EP나 감독에게 어필할 수 있는 대본인지, 스타 배우가 매력을 느낄 캐릭터인지를 살펴보게 되고요. 극본 공모는 상대 평가이니, 1점이라도 더 받을 수 있는 대본은 무엇인지 면밀히 살핍니다. 이렇게 다양한 포지션에서 드라마와 대본을 보다 보니까, 작가들에게 꼭 하고 싶은 메시지들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넘쳐났어요. 이 책은 그러한 중요한 이야기들을 총망라한 책입니다.

이 책의 초고를 다양한 분들께 보여드리며 조언을 얻으셨다고 들었어요. 성공을 경험한 감독이나 작가, 신인 작가, 작가 지망생 등등. 그들의 생생한 반응이 궁금해요.

“이 책을 내지 말고 나한테만 넘겨 달라”라는 말을 제일 많이 들었어요. 특히 감독들은 작가들이 이 책을 읽으면 자신들 입장이 불리해질 것 같다고 하기도 했어요. 그러면서도 함께 작업 중인 작가들에게 하루라도 빨리 이 책의 내용을 전달하고 싶다며 출간을 독촉했죠.

또 신기했던 건 성공 경험이 많은 작가일수록 이 책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다는 거예요. 보조 작가, 신인 작가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들이 책 안에 빠짐없이 들어가 있다며 아끼는 작가들한테 선물하겠대요. 어떤 작가는 글을 쓰다 막힐 때 지금까지는 작법서 여러 권을 뒤적이며 봤는데, 앞으로는 『스틸』 한 권으로 해결되겠다며, 노트북 옆에 늘 두겠다고 해요.

제목이 강렬하다는 반응이 많더라고요. 『스틸』로 제목을 짓게 된 이유와 정확한 의미를 들려주실 수 있나요?

처음엔 ‘드라마 작가 가이드북’이란 제목이었는데, 좀 밋밋한 것 같아서 출판사에 투고하기 직전에 ‘스틸’로 바꿨죠. 단어 그대로 ‘시청자의 마음을 훔치는 작법’이란 뜻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의미가 있어요. 시청자의 마음에 앞서, 감독이나 채널 책임자, 제작자, 스타 배우 등 드라마 업계 전문가들의 마음을 훔쳐야 한다는 의도예요. 그렇게 ‘Steal’이란 제목이 떠오르자마자 불꽃놀이가 펼쳐지듯 눈앞에 영어 단어들이 펑펑 터지며 나타났어요. Steady, Try, Enjoy, Aware, Learn. 꾸준히 도전하되, 과정을 즐기고, 자신의 부족함과 훌륭함도 알아차리고, 끊임없이 배우며 성장하기. 이게 우리 책 제목의 정확한 뜻입니다.

‘드라마 한 회에 9개의 핵심 씬(오프닝, 이슈 발생, 핵심 딜레마 부각, 노력의 실패 등)과 엔딩 등대를 배치하라!’는 구체적인 가이드가 눈에 확 들어왔어요. 「네 멋대로 해라」를 연출할 당시의 노하우였을까요? 원고를 어떻게 정리해 나가셨는지 궁금합니다.

성공한 드라마에는 있지만 실패한 드라마에는 없는 게 뭘까, 고민하다가 구체적인 가이드가 떠올랐어요. 미니시리즈를 연출할 때 대본에서 거의 본능적으로 찾는 씬들이 있어요. 주인공의 감정이 고조되거나 터닝 포인트가 되는 씬이죠. 이 씬들은 오프닝, 엔딩 씬과 더불어 촬영에 힘을 줍니다. 이 내용을 어느 작가 앞에서 크로키북에 그려 설명하다 보니, 9개의 핵심 씬으로 정리가 됐고, 결국 이 씬들이 어디로 흘러가느냐, 엔딩으로 가는 거죠. 엔딩이 씬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에 ‘등대’가 떠올랐어요. 그렇게 엔딩 등대의 개념이 생겨났죠. 원고는, 어느 가상의 작가를 설정하고 썼어요. 어느 신인 작가가 첫 시리즈에 도전한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어떤 어려움을 맞이하며, 이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시뮬레이션해가며 저의 30년 경험과 거기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인출해냈죠.



각종 공모전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며 극본을 평가하기도 하셨고, 한국방송작가교육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중앙대학교 등에서 드라마 강의를 하며 작가 지망생들도 수차례 만나셨어요. 감독님 입장에서 너무나 안타까웠던 그들이 자주 하는 실수는 무엇이었나요? 

먼저, 실수를 자주, 제대로 해야 성장하는 것이니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신인 작가들을 보며 가장 안타까운 점은, 과감하지 못하다는 겁니다. 사건의 전개나 주인공 감정의 표현에서 더 깊이 들어갈 여지가 충분히 있는데도 중간에 멈추는 경우를 많이 봐요. 그러다 보니 캐릭터의 감정이 얕거나 상투적인 경우가 자주 생겨요. 신인 작가와 성공 경험이 많은 작가의 결정적 차이는 ‘캐릭터 감정의 깊이’에 있는 것 같아요. 사건이나 감정에 더 대담하게, 용기 있게 접근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신인 작가의 대본에는 대사 안에 설명과 해설이 너무 많아 지루하거나, 또 반대로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스토리와 인물 정보가 너무 생략돼 있는 경우도 있어요. 이런 얘기는 밤새 해도 모자라죠. 『스틸』은 작가 지망생이나 신인 작가가 자주 겪는 문제점들의 다양한 케이스를 보여주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작가가 택할 수 있는 여러 옵션을 제시해줍니다.

오늘도 드라마 작가를 꿈꾸며 달려 나가고 있을 신인 작가와 작가 지망생에게 응원의 메시지 부탁드려요.

작가 지망생, 신인 작가 여러분. 당신은 새로운 세계의 창조주입니다.
그러니 자신을 믿고 용감하게 쓰면 됩니다.
어려운 순간이 올지 모르지만, 그것은 성장의 계단일 뿐입니다.
글 쓰는 시간이 행복하기를, 꿈이 현실이 되기를 응원합니다.



*박성수

‘한국 드라마는 이 드라마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네 멋대로 해라〉의 시놉시스를 쓰고 연출했다. 이 작품으로 백상예술대상, 한국방송대상, 한국방송프로듀서상 등 굵직한 상을 석권한 것은 물론, ‘드라마 폐인’이란 신조어까지 낳았다.

주요 연출 작품으로는 MBC 베스트극장 〈어머니, 당신의 이야기〉, 〈전등사〉, 〈열병〉, 2부작 특집극 〈낫〉, 주말 연작 〈떨리는 가슴-행복〉, MBC 미니시리즈 〈햇빛 속으로〉, 〈맛있는 청혼〉, 〈나는 달린다〉, 〈Dr.깽〉, 〈맨땅에 헤딩〉, 월화 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 등이 있다. 연출작 중 네댓 편을 제외하고는 모두 작가의 데뷔작일 정도로 신인 작가와 함께 드라마를 만드는 모험을 펼쳐왔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MBC 드라마 국장을 맡으면서는 공모 당선작들을 미니시리즈로 편성해 바로 방송하면서 신인 작가들의 길을 밝혀주고, 드라마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자 했다.

드라마 기획과 연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방송작가협회 교육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중앙대학교 등에서 드라마 강의를 해왔다. 유용한 드라마 작법서가 없다는 사실에 늘 안타까워하다가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이 책은 그의 드라마 탐구와 인생 경험의 결정체라 할 만하다.


스틸
스틸
박성수 저
북로그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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