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이렇게 모여 우리는 사람의 말을 이어갑니다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386회) 『사람이 사람에게, 사람의 말을 이어갑니다』
‘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죠. ‘어떤,책임’ 시간입니다. (2024.03.28)
불현듯(오은): 오늘의 특별 게스트는 온다프레스의 박대우 대표님입니다. 안녕하세요.
박대우: 안녕하세요, 강원도 고성 아야진에서 책을 만들고 있는 온다프레스의 박대우입니다. 반갑습니다. 온다프레스는 제가 혼자 운영하고 있는 1인 출판사고요. 2018년 4월에 『온다 씨의 강원도』라는, 지역에 가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를 적어낸 인터뷰집을 첫 책으로 냈어요. 그밖에 『이야기를 그려드립니다』, 『팻 메시니』, 『증언』 등 여러 종류의 책들을 내오고 있었고요. 근래에 들어서는 제가 살고 있는 지역에 집중하고자 『동쪽의 밥상』이나 『로컬 씨, 어디에 사세요?』 등 지역 관련 주제의 책들을 내오고 있습니다.
불현듯(오은): 오늘 함께 이야기 나눌 책은 온다프레스에서 출간된 책 『사람이 사람에게, 사람의 말을 이어갑니다』입니다.
304낭독회 저 | 온다프레스
불현듯(오은): 다가올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0년이 되는 날이에요. 세월호 10주기에 맞춰 온다프레스에서 의미 있는 책 세 권이 나왔습니다. 그 중 한 권인 『사람이 사람에게, 사람의 말을 이어갑니다』라는 책으로 오늘 이야기 나누려고 합니다. 이 책에 대한 설명을 먼저 부탁드려야 할 것 같아요.
박대우: 2014년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진행한 ‘304 낭독회’에서 발표된 총 1,223편의 작품 중에 78편을 골라서 수록한 책입니다. 304 낭독회는, 아는 분들도 많이 계실 텐데요. 이름에 있는 304는 세월호 희생자의 숫자 304명을 뜻하는 것이고요. 2014년 8월쯤에 작가 분들이 모여서 참사 이후에 문학인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논의를 했어요. 그러다 304회를 채워서 낭독회를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해요. 그 이후로 매달 한 번씩 낭독회를 진행해 왔습니다. 304회를 채우려면 앞으로 25년이 남았습니다.
불현듯(오은): 캘리 님도 304 낭독회 기억이 있나요?
캘리: 저도 한 번 참여한 적이 있어요. 2016년에 연희문학창작촌에서 진행된 낭독회였는데요. 그날이 생생하게 기억나요. 6월이었는데 날씨가 너무 좋았어요. 너무 좋아서 더 슬픈 거 있잖아요. 그러면서도 참여 후에 굉장히 마음이 차오르는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나요. 이 아픈 기억을, 각자의 상처를 같은 곳에서 같은 시간에 나누고 헤어지는 경험이 되게 특별하구나, 그리고 꼭 필요하구나, 이런 생각을 했고요. 감사하게도 304 낭독회 측에서 꾸준히 행사 소식을 메일로 알려와 주셔서요. 매번 어디서 진행되고 있는지, 꾸준히 지켜봐 왔어요.
불현듯(오은): 첫 낭독회가 2014년 9월 22일로 기억이 되는데요. 그때 처음 저희가 광화문 광장에 모여서 낭독회를 진행했어요. 그때는 문장을 모아서, 돌아가면서 그 문장을 읽는 식으로 진행을 했죠. 참여자들이 둥글게 모여 서서 읽는데 시민 분들도 지나가다가 함께 해주시기도 해서요. 사람들이 모여 원이 점점 커졌어요. 그때 굉장히 벅찼던 게, 일단은 읽는다는 행위 때문이었어요. 내가 이 현장에서 뭔가를 읽는다는 것이 정말 생생하게 기억하겠다는 다짐처럼 느껴지는 상황이었어요. 게다가 그런 다짐을 하는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라 이렇게 같은 뜻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지나가는 분들 중에서도 뜻을 보이면서 함께 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이 놀라웠죠. 우리 앞에 벌어진 참사를 적극적으로 기억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생각에 굉장히 뭉클해져서 돌아왔던 기억이 나요. 그 이후로 저도 20회 때까지는 종종 참여했던 기억이 납니다.
캘리: 이렇게 뜻깊은 기억을 갖고 있는 행사에 대한 책이 나와서 반가웠어요.
불현듯(오은): 『사람이 사람에게, 사람의 말을 이어갑니다』와 함께 출간된 책들도 각각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박대우: 먼저 책을 어떻게 출간하게 됐는지 말씀드리고 싶어요. 긴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데요. 10년 전에 제가 『금요일에 돌아오렴』이라는 책을 만들었어요. 그 책 작업이 끝나고 나서 당시 ‘세월호 작가기록단’이라는 이름으로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던 인권 활동가들이나 작가들과 반 우스갯소리로 10주기가 되었을 때 다시 뭔가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좋겠다, 그때 세월호 가족들을 다시 만나보자, 하면서 헤어졌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러고 나서 2년 전에 그 작가단 중 한 분께 연락이 왔습니다. “때가 되었습니다”라고요.
사실 그 연락을 받았을 때는 10년 전과 달리 제가 지역에서 1인 출판을 하고 있었고, 저의 책 관련 주제도 많이 바뀌어 가던 때여서요. 처음에는 많이 주저하게 되더라고요. 조금 고민을 하다가 그래도 한번 해보겠다고 했죠. 그렇게 단원고 피해자 가족 62명과 시민 55명을 인터뷰 하는 인터뷰집을 준비하는 프로젝트가 하나 있었고요. 거기에 더해 단원고 생존자들과 형제자매들도 취재해서 책을 내자는 의견이 있었어요. 사실 단원고 생존자들이나 형제자매들은 인터뷰를 되게 꺼리는 상황이었거든요. 책이 될지 안 될지 불분명하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다행히 두 종 출간이 확정된 거예요.
그런데 둘만 내보내면 약간 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저 역시 304낭독회에 참여하기도 했으니까, 김현 시인님과 양경언 평론가님께 연락을 드렸죠. 세월호 책이 두 권 나오는데 같이 내볼 생각이 있느냐고요. 다행히 두 분이 흔쾌히 좋다고 하셔서 아주 기뻤어요. 알고 보니 이미 여러 출판사에게 책으로 엮는 제안을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의 제안을 받아 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그렇게 덜 외롭게 3종이 나오게 됐습니다.
좀 더 설명을 드리면 『520번의 금요일』이라는 책은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의 10주기 공식 기록집입니다. 단순히 부모님들의 인터뷰집일 뿐 아니라 10년 동안 있었던 여러 가지 내부의 사건 사고들을 종합해 보자는 의미에서, 백서 개념처럼 큰 프로젝트로 진행을 해서 만든 책이에요. 또 말씀드린 것처럼 단원고 생존자들과 형제 자매들이 본인 이름을 드러내면서 나오기를 무척 어려워했었는데요. 그 분들이 용기 내는 시간을 가졌고요. 그런 기다림의 시간을 거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스스로 들려준 내용을 묶어낸 책이 『봄을 마주하고 10년을 걸었다』라는 책입니다.
캘리: 『사람이 사람에게, 사람의 말을 이어갑니다』의 초입에 낭독회 여는 글의 일부를 수록해주셨잖아요. 거기에 이런 문장이 있어요. “죽은 사람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 나라에서는 산 사람의 존엄 역시 위태롭다”라는 내용인데요. 그 말이 너무나 현재진행형이라서 계속 지금을 견주어 가면서 책을 읽게 됐던 것 같아요. 책 안에도 과거에 있었던 참사나 사건과 세월호를 연결하는 글도 있고, 세월호 참사 이후에 발생한 이태원 참사를 연결하는 글도 있잖아요. 보면 볼수록 어쩜 이렇게 반복이 되고 있는지 화가 났어요.
또 당사자들, 피해자들이 여전히 싸워야 하는 게 현실이잖아요. 심보선 선생님의 글에 있는 내용인데요. 왜 이 피해자들이 싸움이라는 형태로 진상 규명을 요구해야 하는지 묻는 부분이 있어요. 저 역시 그 부분에 고민을 하면서 읽게 됐던 것 같아요.
불현듯(오은): 이 책에는 실리지 못한 작품들도 많은데요. 글의 선별 작업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도 여쭤보고 싶습니다.
박대우: 작년 봄에 제가 김현 시인님과 양경언 평론가님께 작업을 제안 드린 후, 곧바로 낭독회 ‘일꾼’들 몇 분과 글을 고르는 작업을 시작했어요. 1회부터 25회, 이런 식으로 해서 총 다섯 분이 회차별로 글을 읽었고요. 총 3차에 걸쳐서 작품을 골라주셨어요. 처음에는 최대한 많이 실어볼 생각이었거든요. 그런데 디자인을 해서 보니까 분량이 너무 많아서 욕심대로는 다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한 번 더 줄였죠. 줄인 다음에는 또 다른 욕심이 생겼어요. 김현 시인님께서 낭독회 일꾼들의 후기도 받아봤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주셨고요. 작가 몇 분과 대담을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오갔거든요. 작품 수를 조금 더 덜어내고 현재적인 시점에서 10년을 돌아보는 보충 작업을 했던 거예요. 그래서 뒷부분에는 황정은 작가님을 모셔서 대담한 내용을 싣기도 한 거죠.
불현듯(오은): 저는 해결이 되지 않은 모든 사건과 사태는 현재 진행형이라고 봐요. 그러니까 여전히 앞으로도 바라건대 304번의 낭독회가 종료되기 전에 명확하게 밝혀질 것은 밝혀지고, 책임자들은 처벌받고 했으면 좋겠어요. 그렇지만 바람과 현실은 또 너무 다르잖아요. 그래서 더 잊지 않으려고, 기억하려고 하는 느낌이 강해요. 304 낭독회는 가만히 있지 않기 위해서 더불어 애써 기억하는 일의 중요함을 느끼게 해준 사건이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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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씁니다.
<강성은 외 67인> 저/<304낭독회> 편16,2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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