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궁금하다면 외국인에게 물어보라” (G. 콜린 마샬 작가)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386회)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사회를 보면 모든 것이 훨씬 더 흥미로워진다”라고 말씀하시는, 책 『한국 요약 금지』를 쓰신 콜린 마샬 작가님 나오셨습니다. (2024.03.28)
그럼에도 때로 좌절감을 느낀다. 특히 한국 사회가 뒤죽박죽 토막 난 '글로벌 영어'를 쓰느라 자신의 모국어인 한국어를 무시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마다 그렇다. 최근 한국어는 점점 더 시들어가고 있다. 한국의 여러 대중문화 및 언어 전문가들은 그 원인이 한국어가 가진 가장 풍부한 유산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것에 있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여전히 일반인들이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한국어 실력을 뽐내는 모습을 볼 때면 내 가슴은 벅차오른다. 나를 한국으로 오게 했던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인 한국어를 떠올리게 된다.
매일매일 난 한국어를 마스터하기 위해 악전 고투한다. 그리고 <우리말 겨루기>에서 힘을 얻는다. 사전을 달달 외우는 한국어 원어민들에게도 한국어를 마스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이상하게도 그 사실에서 한국어를 더 공부할 힘을 얻으면서.
안녕하세요. <오은의 옹기종기> 오은입니다. 콜린 마샬 작가님의 책 『한국 요약 금지』에서 한 대목을 읽어드렸습니다. 한국에 거주한 지 어느덧 10년. 한국의 도시, 문화, 언어와 예술 등 한국에 대한 다양한 주제의 글을 쓰는 칼럼니스트 콜린 마샬 작가님은 “당신이 알던 K는 여기 없어요”라고 말씀하십니다. 한국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 <우리말 겨루기>와 <한국기행>, <세바시>를 시청하고,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듀오링고를 성실하게 하면서 콜린 마샬 작가님은 삼성, BTS, 자살의 나라라는 한국에 대한 단순한 수식어를 걷어내고자 노력합니다.
오늘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에 『한국 요약 금지』를 쓰신 콜린 마샬 작가님을 모시고, 한국이라는 복잡한 사회를 다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애쓰는 일의 힘과 가능성을 함께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오은: 오늘 이야기 나눌 책이죠, 『한국 요약 금지』를 출간하신 이후에 굉장히 바쁘게 생활하시는 것 같아요. 말 그대로 동분서주하고 계신데요. 일간지 인터뷰도 하시고, 북토크도 하셨고요. <MBC 라디오> ‘잠깐만’도 녹음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이렇게 바쁜 나날에 어떤 마음으로 지내고 계신가요?
콜린 마샬: 정신이 좀 없어요. 근데 재미 있어요. 이런 경험은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에게는 흔하지 않은 것이에요. 그래서 즐기고 있어요. 게다가 인터뷰를 하면 저도 제가 쓴 글의 의미에 대해서 많이 배워요. 한국인 독자와 한국인 인터뷰어에게 많이 배워요. 그래서 저에게도 가치가 높아요.
오은: “서울은 모두가 싫어하지만 아무도 떠나지 않는 도시다. 밤에 멀리서 바라보면 세상에 이보다 더 아름다운 도시는 없다”라는 말씀도 하셨잖아요. 혹시 작가님도 이 무리에 속하시는지 궁금해요. 그러니까 서울을 싫어하지만 떠나지는 않는 무리 말이에요.(웃음)
콜린 마샬: 저는 서울을 싫어하지 않아요. 싫어했으면 떠났을 거예요. 싫어하면서 서울에 살 필요가 없거든요. 저는 미국에도 살 수 있으니까요. 제가 보기에 서울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선택지가 없어서, 갈 곳이 없어서 답답한 느낌을 받는 것 같아요. 반면에 저는 다른 나라에서 살 수 있긴 하지만 서울에 계속해서 살고 있으니까요. 그러면서 내가 서울 좋아하네, 생각했어요.
오은: 콜린 마샬 작가님 소개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0년째 한국에 체류하며 <뉴요커>, <로스앤젤레스 리뷰 오브 북스> 등에 꾸준히 한국에 대한 글을 기고하는 칼럼니스트.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태어나 워싱턴주 시애틀 근교에서 자랐다. UC 산타 바바라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이후, 한국과 관련된 관심을 키우며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 등에서 생활했고 그곳에서부터 한국에 대한 글을 써왔다. 2015년 세상에서 가장 큰 한인타운인 한국으로의 이주를 결정한 후 지금까지 한국에 살고 있다.
그의 글은 도시와 문화, 언어, 예술 등 다양한 주제를 아우른다. 하나의 주제를 끝까지 파본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독특한 질감과 냄새로 독자들에게 새로운 관점과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한국에서 <콜린의 한국>이라는 이름의 팟캐스트를 제작해왔으며, 작가, 연구자, 건축가, 방송인 같은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글을 쓴다.” <콜린의 한국>이라는 이름의 팟캐스트는 계속 방송이 되고 있는 건가요?
콜린 마샬: 하다가 한동안 못 하게 됐어요. 코로나19 때문이기도 했고요. 그밖에 이유로 멈추었어요. 근데 지금 다시 하고 싶어요. 앞으로 한 달에 두 번쯤 이 팟캐스트를 통해 인터뷰를 하고 싶어요. 지금은 인터뷰 할 사람을 생각하고 있어요. 준비하고 있는 거예요.
제가 옛날에 영어로도 팟캐스트 했거든요. 미국에서는 전문적으로 방송 아나운서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그때의 라디오 경험이 좀 있고요. 제 방송에서도 작가나 교수 같은 여러 흥미로운 사람을 인터뷰 해왔어요. 인터뷰 하는 것을 즐겨요.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 살면서 한국말로 인터뷰를 계속해서 하고 싶어요.
오은: 『한국 요약 금지』가 어떤 책인지 작가님께서 직접 소개해 주시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이 책 어떤 책이죠?
콜린 마샬: 제 첫 번째 책이에요. 아이러니하게도 제 첫 번째 책은 한국어로 나왔어요.(웃음) 영어로 글을 많이 쓰기는 하지만 아직 영어로 된 책은 안 냈는데요. 어쩌면 아이러니 하지 않은 일일 수도 있어요. 왜냐하면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한국에 오랫동안 살았으니까요.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이 책은 제가 약 10년 동안 썼던 글이 들어 있는 에세이집이에요. 그 가운데는 번역된 에세이도 있고요. 직접 한국어로 쓴 새로운 에세이도 들어가 있어요.
오은: 처음부터 한국어로 쓴 글도 있지만 영어로 써서 발표하신 것을 한국어로 다시 번역한 글들도 있다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영어로 발표한 글을 한국어로 옮길 때 어떠셨어요? 저는 좀 어려운 작업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 말에 적확한, 이 말과 잘 맞닿아 있는 표현이 있을까, 같은 고민을 하게 될 테니까요. 그러면서 애초에 썼던 글과 좀 다른 의도로 전달될 수 있겠다는 걱정도 있었을 것 같아요.
콜린 마샬: 저에게도 제가 원래 영어로 쓴 글을 한국어로 번역해 읽는 것은 조금 이상한 이상한 경험이에요. 왜냐하면 한국어로 쓸 때 세미콜론 쓰지 않고 괄호 쓰지 않아요. 근데 영어를 쓸 때는 그런 부호를 자주 써요. 한국어로 번역하기 전의 영어 에세이에는 세미콜론이나 괄호가 다 있죠. 그래서 어떻게 보면 번역된 글은 그 형태가 영어에서의 형태예요. 저에게는 완전히 영어로 쓰인 것처럼 느껴져요.
한편 한국어로 썼던 글은 사고 방식도 달라요. 영어로 쓸 때와는 완전히 다른 사고 방식으로 쓴 것 같아요. 언젠가 그런 그림 봤어요. 그 그림은 영어 사용자의 사고 방식과 한국어 사용자의 사고 방식을 비교하는 것이었어요. 영어는 거꾸로 된 삼각형이었어요. 넓은 주제에서 핵심으로 가는 거예요. 한국어는 나선이었어요. 핵심으로 들어가는 나선이요. 그런 차이가 사실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요. 한국어로 쓰면 사고 방식이 영어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돼요.
오은: 약 10년에 걸친 글들이에요. 굉장히 긴 시간이잖아요. 과거의 콜린 마샬과 지금의 콜린 마샬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보였을 것 같은데, 어떤 부분이 발견되던가요?
콜린 마샬: 한국에 산 지 얼마 안 된 콜린 마샬은 좀 더 신선한 눈으로 한국을 봤어요. 한국을 그때는 지금보다 더 몰랐으니까요. 그래서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었어요. 지금의 콜린 마샬에게 안 보이는 것을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다만 저는 처음 한국으로 왔을 때도 이미 미국의 한인 타운에서 4년 동안 살았던 경험이 있어요. 한국어도 7년 동안 공부했고요. 그래서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문화 충격 같은 경험이 없었어요. 다 어느 정도는 익숙했거든요. 그건 좋은 것일 수도 있긴 하지만 한국을 아예 모르는 사람의 눈으로 한국을 볼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그랬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제가 그 경험을 모르니까요.
오은: 책에 이렇게 관련해서 쓰셨습니다. “한국에 대한 서구권 국가들의 기사는 대부분 늘 같은 우물로 돌아가는 경향이 있다.” 이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책을 통해 다른 관점을 보여주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콜린 마샬: 저는 한국을 판단하는 데 관심이 없었어요. 한국을 설명할 생각이 없었고, 요약할 생각이 없었어요. 그냥 제가 경험하는 한국을 나누고 싶었어요. 보여주고 싶었죠. 그러니까 대부분의 글은 외국인을 위해서 쓴 거였어요. 그래서 제가 쓴 글에 한국인들이 관심 있다는 게 놀라웠어요.
오은: <오은의 옹기종기> 공식 질문입니다. <책읽아웃> 청취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단 한 권의 책을 소개해주세요.
콜린 마샬: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이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사전이긴 하지만 사전 겸 에세이집이에요. 비슷한 단어의 차이점을 설명하는 짧은 에세이가 들어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 책을 매일 조금씩 읽어요. 외국인에게도 진짜 유용한 책이에요. 한국말은 비슷한 말이 많긴 하죠. 예를 들면 요즘, 요새, 오늘날 등 다양한 예가 있는데요. 그 말의 의미적인 차이점을 설명해 주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진짜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배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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