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세월 좋은 벗으로 만난 두 사람이 나눈 이야기를 담은 책
『품으려 하니 모두가 꽃이었습니다』 나태주 시인, 김예원 작가 서면 인터뷰
우리는 실수투성이고 모두가 불완전한 채로 살아가지만, 아무도 잡초인 사람은 없어요. 모두가 꽃이지요. (김예원) (2024.03.27)
누구나 한 번쯤 삶의 굴곡에서 아파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가슴을 쓸어내린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 내 편이 되어주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주는 한 사람만 있으면 툭툭 털고 일어설 힘이 나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반세기의 세월을 뛰어넘어 우정을 나누는 두 작가가 자존감, 죽음, 직업, 리더십, 사랑 등 다양한 주제로 나눈 대화를 담은 것입니다. 나태주 시인과 이야기를 나누며 큰 위로를 받은 김예원 작가가 조금 지치고 문득 불안한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나태주 시인의 말’을 골라 정리하였습니다. 나태주 시인의 말이지만 김예원 작가의 프리즘을 거쳐 더 많은 이의 가슴에 와닿을 것입니다.
45년생 시인님과 95년생 작가님, 두 분이 함께 책을 쓰셨다니 흥미로운데요, 함께 쓰신 책, 『품으려 하니 모두가 꽃이었습니다』는 어떤 내용인가요?
김예원: 시인님과 있다 보면 가치관이 비슷하다고 느낀 적이 많아요. 그래서 대화가 잘 통하고 함께 있는 시간이 편안해요. 왜,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잘 이어지는 인연 있잖아요. 그런 인연이죠. 시인님을 처음 뵈었을 때가 2019년이니 벌써 5년이나 되었네요. 그 5년의 시간 동안 시인님과 나눈 대화 속에서 독자님들께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이 책에 실었어요. 사랑, 결혼, 행복, 죽음, 사회생활, 인간관계 등 여러 가지 철학적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담아내고 싶었어요. 자극적이거나 재미만 추구하는 책은 아니에요. 대신 세상에 필요한 책을 쓰고 싶었어요.
책 제목을 『품으려 하니 모두가 꽃이었습니다』로 지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김예원: 이 책의 가제목은 ‘95년생 MZ세대가 묻고 45년생 시인 나태주가 답하다’였어요. 그러다 출판사에서 제가 원고에 실은 나태주 시인님의 시 ‘꽃밭에서’를 보고 ‘이거다!’ 싶었다고 해요.
뽑으려 하니
모두가 잡초였지만
품으려 하니
모두가 꽃이었습니다
- 나태주, 「꽃밭에서」
「꽃밭에서」 전문인데요, 제가 책에도 썼듯 예쁘다, 예쁘다 하면 더 예뻐지고 잘한다, 잘한다 하면 더 잘하려 하는 게 사람이잖아요. 내 앞의 사람을 더 아름답고 소중하게 보려는 내 마음에서 그 사람이 더 아름답고 소중해지는 것이라 생각해요. 이 책을 읽는 독자님들도 주변 사람들을 아름다운 눈으로 바라보며 조금의 실수를 용납해 주신다면, 그리고 독자님들도 주변 사람들로부터 그런 따뜻한 눈길을 받으신다면 조금 더 살기 편한 세상이 될 것 같아요. 스스로에게도 그런 마음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실수투성이고 모두가 불완전한 채로 살아가지만, 아무도 잡초인 사람은 없어요. 모두가 꽃이지요.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있으면서도 문득 ‘잘 살고 있나?’ 불안해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나태주: 불안한 마음은 모든 생명 가진 존재들의 기본 속성이에요. 다만 내가 잘 살고 있나 그렇지 않나 걱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삶의 목표가 높아서 그렇다고 봐요. 기대 수준을 좀 낮춰 보세요. 그리고 인내심을 가지세요. 작은 성취나 작은 결과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가지세요. 오늘의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내일 다시 시도해보는 용기와 끈기를 더불어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책 속에 나오는 ‘나만의 별을 가슴속에 품고 끝까지 놓지 말라’는 말은 어떤 의미인가요?
나태주: 간단히 말해 삶의 목표, 인생의 목표를 말해요. 실상 별은 우리가 도달할 수 없는 그 먼 어떤 존재, 이상(理想)이에요. 그렇지만 그런 이상을 미리 차단하고 버리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에요.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이지만 그것을 가슴에 안고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의 삶은 무엇이 달라도 많이 다를 것이라 생각돼요. 그래서 가슴속에 품은 별을 끝까지 놓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랍니다.
지금 두 분의 ‘나만의 별’은 무엇인가요?
나태주: 서로 믿고 의지하고 바라보고 기도하고 생각하고 때로는 그리워하기도 하는 마음이 나만의 별이에요.
김예원: 저는 불완전한 사람이지만 스스로 그것을 인지하고 있고, 그것을 보완할 전략도 알고 있으니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결국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에요.
두 분이 주고받는 문자 메시지도 왠지 남다를 것 같습니다. 혹시 살짝 공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시인님은 다정하셔서 자주 주변 사람들의 안부를 물어 주세요. 한번은 제가 시인님의 전화를 받지 못했다가 나중에 메시지 답장만 드렸던 적이 있어요. 그런데 제가 전화를 받지 않은 것을 가지고 글쎄 「적막」이라는 시를 쓰셨더라고요. 누군가가 전화를 안 받는 것, 되게 별일 아닌 거잖아요. 그런데 시인님은 일상에서 소재거리를 끊임없이 찾아내셔서 그것을 모두 시로 승화시키시는 거죠. 이렇듯 시인님께 시는 숨 쉬듯 삶과 함께하는 친구 같은 존재예요.
저도 새로이 알게 되는 좋은 시나 글귀가 있으면 시인님께 종종 보내드리고, 시인님도 갓 지은 시를 저에게 보내주시곤 해요. 그리고 때론 제가 보낸 내용에 대한 답장을 시인님의 일상에 대입해서 시로 보내주시기도 하고요. 비슷한 취향과 감성을 지닌 시인님이 계셔서 참 든든해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이 책이 꽃 피는 봄에 출간되었는데요, 좋아하는 꽃이 있다면요? 그 이유도 말씀해주세요.
나태주: 나는 민들레를 고르고 싶어요. 복수초, 영춘화, 깽깽이풀, 수선화, 백목련, 진달래, 미선나무, 마이너 빙카, 할미꽃, 제비꽃, 그런 꽃들이 우리 풀꽃문학관 뜨락에 피었지만 나는 그런 주목받는 꽃들보다도 사람들에게 천대받기도 하는 민들레를 고르고 싶어요. 왜냐하면 그 샛노란 빛깔 속에 깃든 강인한 생명력과 겸손을 사랑하거든요.
김예원: 저는 라벤더를 고르고 싶어요. 라벤더 향은 화장품이나 방향제의 향료로 많이 쓰여 다들 익숙할 거예요. 실제로 맡고 있으면 긴장이 풀리고 차분해져요. 보라색 꽃이 피면 화려하기도 하고요. 꽃이 지더라도 특유의 향을 은은히 뿜고 있다는 게 매력적이에요.
1945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났다. 공주사범학교를 졸업하고 43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했으며, 2007년 공주 장기초등학교 교장으로 퇴임했다.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첫 시집 『대숲 아래서』를 출간한 후 『풀꽃』 『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 『꽃을 보듯 너를 본다』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등 여러 권의 시집을 펴냈고, 산문집 그림시집 동화집 등 150여 권을 출간했다.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에 대한 마음을 담은 시 「풀꽃」을 발표해 ‘풀꽃 시인’이라는 애칭과 함께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소월시문학상, 흙의문학상, 충청남도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2014년부터는 공주에서 ‘나태주풀꽃문학관’을 설립·운영하며 풀꽃문학상을 제정·시상하고 있다. *김예원 한양대학교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했으며 현재 영어 교사로 재직 중이다. 대학에서 영문학 강의를 들으며 문학을 좋아하게 되었다. 실용 학문이 환대받는 오늘날과 같은 시대에도 여전히 철학과 문학 등 순수 학문의 힘을 믿으며, 오히려 마음 치료제와 미래 길잡이로서의 역할이 더욱 커졌다고 생각한다. 긍정적인 언어와 배려 깊은 말투가 우리를 행복에 다다르게 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당신이 오늘은 꽃이에요』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에게 나는』 등을 나태주 시인과 함께 펴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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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김예원> 저15,12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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