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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잠들지 못한 개들의 휴식처

『개욕탕』 김유, 소복이 작가 서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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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지치고 힘들었나요? 몸을 담글 수 있는 따뜻한 물이 있고, 서로의 등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개욕탕으로 오세요. (2024.03.27)

(왼쪽부터) 김유, 소복이 저자


사람들이 곤히 잠든 밤, 잠 못 든 개들이 개욕탕을 찾아왔어요. 저마다 기분 나쁜 얼굴을 하고 있었지요. 사람들이 ‘개’를 붙여 욕하는 소리를 들은 개, 못생겼다고 놀림 받은 개, 늙은 게 서러운 개도 있었어요. 개들은 나쁘고, 화나고, 슬픈 감정을 안고 욕탕 안으로 들어갔어요. 얼룩 개는 샴푸를 짜서 머리를 문질렀어요. 나쁜 생각들을 깨끗이 지우려는 듯 가득 일어난 거품을 물로 씻어 냈어요. 털북숭이 개는 낮에 들은 나쁜 말을 거울에 썼어요. 그리고 샤워기로 물을 뿌려 지웠어요. 각자 몸을 씻은 개들이 나란히 앉더니, 서로의 등을 밀기 시작했어요. 아픈 마음을 위로하고 다독여주듯 상대의 등을 어루만졌지요. 개들의 어두웠던 얼굴들이 차츰 밝아지기 시작했어요. 깨끗해진 몸처럼 미움이 잔뜩 꼈던 마음도 씻긴 걸까요?



두 분이 함께 작업한 세 번째 그림책입니다.  출간 소감 부탁드립니다. 

김유 작가님: 함께한다는 건 따뜻하고 든든하고 즐거워요. 어느덧 세 번째 그림책을 선보일 수 있어서 감사하고요. 이번 개욕탕도 소복이 작가님 그림을 마음속으로 상상하며 글을 썼어요. 소복이 작가님 그림은 상상만으로도 제게 힘을 주고 저를 다독여 주는 것만 같거든요.

소복이 작가님: 『개욕탕』이라는 제목을 듣자마자 큭큭큭 웃음이 났어요. 이런 제목의 책을 어떻게 안 할 수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유 작가님 함께 해주어 고마워요~

개들이 이용하는 ‘목욕탕’이라는 공간이 재밌게 느껴집니다. 목욕탕을 배경으로 한 계기나 까닭이 있을까요? 

김유 작가님: 목욕탕에 가는 걸 좋아해요. 어린 시절 엄마가 떠나시기 전까지 엄마 손을 잡고 갔던 곳인데요, 이제는 언니랑 손을 잡고 가요. 목욕탕에서는 몸도 씻고 마음도 씻을 수 있어요. 언니랑 싸운 날에도 서로 등을 밀어 주다 보면 정말로 마음이 풀리거든요. 그런 목욕탕 글자에 제가 좋아하는 글자놀이를 연결했어요. ‘목’ 자 대신 ‘개’ 자를 넣으니 개들도 씻을 수 있는 개욕탕이 되었죠. 앞으로는 욕에 ‘개’를 넣지 말자는 마음도 담겨 있는데요, 책을 보면서 작가들이 숨겨 놓은 꼬물꼬물 재미와 의미를 찾아 주시면 좋겠어요.

『개욕탕』 속 개들의 모습이 사랑스럽습니다. 특별히 더 애착이 가는 캐릭터가 있을까요? 그림 속 작가님만의 비밀이 있다면 알려 주세요.

소복이 작가님: 누가 가장 마음에 들까 하고 책을 펼쳐보니 개 하나 하나 사랑을 잔뜩 넣어서 그렸네요. 『사자마트』 표지에 있는 개가 『개욕탕』에도 등장하고요. 마지막 장면엔 모든 개들이 숨어있습니다. 한번 찾아보세요.

개들은 ‘개욕탕’에 찾아가 지친 몸과 마음을 풉니다. 두 분은 힘들 때, 어떤 방법으로 몸과 마음을 달래시나요?

김유 작가님: 기쁜 순간이 있으면 힘든 순간도 찾아오는 것 같아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지고요. 나의 생각과 기분이 나를 만든다는 말이 있어요. 지치거나 화나거나 슬플 때는 쌓아 놓으면 안 되는 거죠. 저는 그럴 때 목욕을 해요! 따뜻한 물속에 앉아 ‘나는 참 잘하고 있어, 잘할 수 있어!’라고 스스로 응원해요. (이건 비밀인데요, 너무너무 화가 나고 지칠 때는 욕을 하기도 합니다. 대신 ‘개’ 자는 붙이지 않아요!)

소복이 작가님: 힘들 때 그 마음을 가슴 속에 잘 담아 두질 못합니다. 친구를 만나서 징징거리는 것으로 마음을 달랩니다. 그것도 부족하다 싶으면 또 친구를 만나서 징징거립니다. 마음이 풀릴 때까지 여러 친구를 만나서 징징거려요. 어느새 마음이 다 풀려있어요. (친구들에게 감사와 사랑을 보냅니다.)

『마음버스』『사자마트』에 이어 『개욕탕』에서도 버스 정류장이 나옵니다. 세계관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두 분이 만들고 있는 동네는 어떤 동네인지 소개해 주세요. 

김유 작가님: 혼자라고 생각하면 쓸쓸하고 힘이 불끈 솟지가 않아요. 우리는 함께 어울려 함께 웃고 함께 울고 함께 살아가야 하는 거죠. 사람 사이에서도 그렇고 동물과도 자연과도 마찬가지예요. ‘나’를 중요시하는 세상이 되어 가고 있지만, 마음버스와 사자마트와 개욕탕이 ‘함께’의 소중함을 안겨 주는 책으로 다가가면 좋겠어요. 각박한 세상에 조금이나마 틈을 만들어 주는 책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소복이 작가님: 『마음버스』에서 시작된 동네는 작은 마을버스가 좁은 골목을 다닙니다. 작고 오래된 가게들이 있고요. 사는 게 넉넉하진 않지만 작은 사건으로도 웃고 친절함을 내어주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동네입니다.

『개욕탕』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어떤 장면인가요?

김유 작가님: 모든 장면이 좋지만, 눈길을 오래 둔 장면은 서로 등을 바라보며 밀어 주는 장면이에요. 등은 스스로 잘 볼 수 없고 손이 잘 닿지 않아요. 그런 등을 누군가가 바라보며 토닥토닥 밀어 준다는 것은 큰 응원이라고 생각해요. 그 응원 덕분에 한 걸음 나아갈 용기를 얻고요. 개들이 개운하게 씻고 나온 장면도 사랑스러워요. 할머니 개가 요구리를 나란히 놓고 기다리는 모습도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러하면 좋겠습니다.

소복이 작가님: 개들이 줄지어 개욕탕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제일 좋습니다. 무표정한 등장인물들에게 이상하게 마음이 갑니다. 마지막에서 걷는 개를 이어서 무표정하거나 우울하거나 좀 화난 개들을 100마리도 더 넘게 그리고 싶어요.

앞으로 어떤 작업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김유 작가님: 힘이 있는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 이야기가 될 수 있어요. 계속 상상하게 되고 궁금해지니까요. 작가가 아니더라도 독자분들이 이어갈 수 있을 테고요. 소복이 작가님과 천개의바람과 김유가 함께 만들어 가는 이야기는 살아 있는 이야기예요. 그러니 앞서 만난 누군가를 또는 앞서 만난 장소를 언젠가 또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소복이 작가님: 벌써 엄마 10년 차인데요. 이모의 삶에서 엄마의 삶으로 많이 넘어가 제 모습이 신기하기도 합니다. 지금은 ‘엄마’에 대한 책을 작업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엄마로 사는 일, 엄마의 노래, 엄마의 마음… 여러 엄마들에 대해 쓰고 그리는 시간이 될 것 같아요.



*김유

『내 이름은 구구 스니커즈』로 제17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을 받았다. 바닷마을 작업실 메리응유에서 글을 쓰고 있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어린이 독자, 어른 독자의 사랑을 받으며 인기를 이어 가고 있다. 그동안 쓴 책으로 그림책 『마음버스』, 『사자마트』를 비롯해 동화 『겁보 만보』, 『무적 말숙』, 『백점 백곰』, 『안읽어 씨 가족과 책 요리점』, 『가족이 있습니다』, 『라면 먹는 개』, 『귀 큰 토끼의 고민 상담소』, 『지퍼백 아이』 등이 있다.

*소복이

그림책을 쓰고, 그림도 그리는 작가. 독특하면서도 서정적인 그림과 글로 어린이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소년의 마음』으로 부천 만화 대상 어린이 만화상(2017)을 수상했으며, 『엄마 말고 이모가 해 주는 이야기』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 출판 콘텐츠(2021) 도서로 선정되었다. 『이백오 상담소』, 『왜 우니?』, 『애쓰지 말고, 어쨌든 해결 1, 2』, 『구백구 상담소』 등을 쓰고 그렸다.


개욕탕
개욕탕
김유 글 | 소복이 그림
천개의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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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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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욕탕

<김유> 글/<소복이> 그림12,6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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