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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그리고 사람들 이야기

『4·3이 나에게 건넨 말』 한상희 작가 서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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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을 공부하면서 참혹한 상황을 견뎌낸 분들의 놀라운 회복력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고, 광풍 속에서도 정의와 선의 시민성을 발휘했던 이들의 용기를 배웠습니다. (2024.03.22)

제주에서 태어나 자란 저자는 현재 중학교 교감으로 재직하면서 회복적 학교문화 만들기에 힘쓰고 있다.


무려 7년 7개월간 이어지며 제주도민의 10분 1이 목숨을 잃은 참혹한 현대사 제주 4·3.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낯선 이 역사를 4·3의 전도사로 불리는 저자가 가족사를 통해 재발견하고, 오늘날 우리 사회에 필요한 4·3의 교훈을 담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로 풀어냈다.



선생님과 책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청소년기에 우연히 알게 된 가족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공부한 4·3의 역사와 ‘선의 시민성 확장’과 ‘회복적 정의’라는 4·3의 메시지를 담은 역사서로, 4·3을 평화와 인권, 정의 등 인류 보편의 문제로 바라본 책입니다.

이 책을 집필한 특별한 동기가 있을까요?

4·3은 해방 직후 미군이 한반도를 통치하던 시절에 발발해,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인 1954년까지 무려 7년 7개월 동안 전개됐습니다. 제가 오랫동안 4·3 강연과 해설 활동을 해 오고 있는데요, 제주 인구의 10분의 1이 희생된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4·3을 모르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특별법제정, 진상조사보고서 채택, 대통령의 사과, 그리고 최근 특별법 개정에 이르기까지 4·3 진상 규명을 위한 활동이 전개되면서 관심을 갖는 분들이 늘고 있다는 소식에, 쉬운 글로 4·3의 역사와 그 정신을 제주도를 넘어 전국으로 널리 알리는 데 한몫을 담당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책 제목이 4·3이 나에게 건넨 말』 이유가 있을까요?

4·3으로 목숨을 잃은 영혼들, 4·3 당시 사람을 살려 낸 사람들과 그 엄혹한 시간을 살아 낸 사람들, 그리고 불타버린 섬 제주가 저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4·3을 몰랐더라면, 저는 일상의 평화와 관계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몰랐을 거고,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고 연대하는 힘의 위력도 체험하지 못했을 거예요. 4·3을 공부하면서 참혹한 상황을 견뎌낸 분들의 놀라운 회복력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고, 광풍 속에서도 정의와 선의 시민성을 발휘했던 이들의 용기를 배웠습니다. 이렇게 4·3이 과거의 기록으로 멈추지 않고, 오늘도 여전히 제 삶에 영향을 주고 끊임없이 말을 걸어오고 있다는 것을 제목에 담아 나누고 싶었습니다.

2024년을 살고 있는 우리가 1948년에 발발했던 4·3을 꼭 알아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합니다. 4·3은 당시 제주 섬을 분리, 배제, 절멸하겠다는 극단적인 이분적인 사고가 초래한 비극을 통해 오늘날 세계시민으로 살고 있는 우리에게 특별한 교훈을 줍니다. 4·3은 분단과 냉전이 몰고 온 광풍의 역사였지만, 4·3 이후 제주 섬을 복원해가는 과정은 세계시민성에 입각한 역사이거든요.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혐오와 대립, 극단주의가 팽배해지고 있는 오늘, 4·3은 극단적인 민족주의와 국가주의가 몰고 온 역사 교육을 해체하고 인권과 민주주의 시각에서 인류 보편의 교훈이라는 이정표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 2015년 유네스코 세계교육포럼에서 저는 ‘제주에서 세계시민을 만나다’라는 주제발표를 했는데 큰 화제가 되었어요. 4·3을 알면 저처럼 이 시대의 ‘정의’가 무엇인지 깨닫고,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고 실천하는 시민이 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될 거예요. 또 악의 평범성이 아닌 ‘선의 시민성’을 행동 지침으로 삼으며 이 시대에 필요한 세계시민의 역량을 갖추게 될 거라고 기대합니다. 


출간 직후 이 책에 추천사를 써 주신 <순이 삼촌>의 저자 현기영 선생님과 함께 제주4·3북콘서트를 열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회복적 정의는 무엇이며4·3과 어떤 관련성이 있을까요?

회복적 정의는 잘못을 바로 잡는 원리 가운데 하나입니다. 피해자에게 진정한 사과를 하는 것은 회복적 정의의 필수 조건입니다. 4·3 수형인 재심 법정에서 검사가 울먹이면서 4·3 시기 형 집행을 받은 이들에게 무죄를 구형하고, 판사는 무죄를 선고해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국가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그것으로 인해 희생된 국민에게 사과한 것이니까요. 이때 4·3의 피해자와 유족들은 비로소 위로를 받지 않았을까요? 바로 ‘회복적 정의’가 실현된 이 법정처럼 다양한 분야,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에서도 균형 있게 실현되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앞서 말씀하신 선의 시민성이라는 개념은 무엇인가요? 

4·3의 역사는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거나 목숨을 잃은 사람의 아프지만 빛나는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어요. 극한 상황에서도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타인의 입장에서 먼저 판단하며 인간애를 지킨 이들을 만날 수 있거든요. 이들이 보여 준 것이 바로 ‘선의 시민성’이며, 이것은 세계 평화와 공동체 회복을 위한 핵심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4·3이 나에게 건넨 말』은 강요배 화백의 그림, 김기삼 작가의 현장 사진, 故 고현주 작가의 설치 사진 등으로 내용의 풍성함을 더했다. 


독자에게 당부의 말이 있다면? 

4·3을 나와 상관없는 일로 치부하지 말고, 모두의 관심사로 삼아 주셨으면 해요. 이 책을 통해 4·3이 독자 한 분 한 분에게 하는 말에 귀 기울여 주시고 자신의 이야기로 만들어 주세요. 그렇게 4·3이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이 책을 읽는 독자수만큼의 이야기로 활짝 피어나길 바랍니다.



*한상희

제주에서 나고 자랐다. 역사·사회·지리·특수교육을 전공했고, 지역 기반 세계시민교육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청소년을 위한 제주 역사》, 《청소년, 4·3 평화의 길을 가다》, 《새로운 교육과정에 담은 세계시민교육》, 《온 세상이 사회 교과서》, 《문화다양성의 이해》, <4·3 피해자 회복탄력성 연구>를 공동으로 연구·집필하였다. 1996년부터 2015년까지 역사·사회 교사로, 2016년부터 2022년 8월까지 교육청 전문직으로 일했다. 현재는 중학교 교감으로 재직하면서 회복적 학교문화 만들기에 힘쓰고 있다.

2015년 유네스코 세계교육포럼에서 ‘제주에서 세계시민을 만나다’라는 주제 발표를 함으로써 4·3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전하기도 했다. 각 시·도 교육청 교사 연수 때 4·3 강의와 유적지 답사 안내를 맡아 평화·인권·통일·정의의 가치에 관해 소통하고 있다. 현기영 작가와 함께 전국을 순회하는 토크콘서트를 지속해 가면서, 우리가 4·3을 통해 무엇을 배우고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할지에 관해 모색하고 있다. 2023년 4월 1일에는 현기영 작가, 강우일 주교, 김종민 4·3위원회 위원과 함께 ‘왜 우리는 4.3을 말하는가’라는 주제로 대담을 진행했다. ‘회복적 정의’ 관점에서 4·3을 바라보면서, 공동체가 위기에 처했을 때 어떻게 피해·관계·책임·공동체를 회복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와 실천을 지속하고 있다.

“《4·3이 나에게 건넨 말》은 4·3의 역사뿐만 아니라 4·3과 관련 있는 많은 분이 저에게 건넨 말이기도 합니다. 4·3의 영혼들, 역경을 극복해 낸 유족들, 진상규명에 힘을 모은 시민들, 광풍 이후에 다시 제주섬에 찾아와 꽃 피운 자연까지…. 이 모든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한상희, 본문 4쪽)


4?3이 나에게 건넨 말
4·3이 나에게 건넨 말
한상희 저
다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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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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