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여성의 날]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 심하은 은행나무 편집자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세상 -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새로운 세계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고, 작가의 다양성을 즐기는 독서의 시작이 되기를 바랍니다. (2024.03.06)
채널예스 여성의 날 특집 기획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세상’
욕망을 숨기지 않고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여성들은 선입견을 벗어나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소설, 영화, 과학, 번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형성을 부수고 다채로운 욕망을 보여주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ESSE) 시리즈는 서구 남성 작가 중심으로 정립된 기존의 문학 전집의 틀에서 벗어나 세계문학의 존재 의의를 새롭게 하는 전집이다. 고전 페미니즘 작가 버지니아 울프부터 팬데믹 시대를 소설로 풀어낸 율리 체, 현대 탈식민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마리즈 콩데, 언어를 넘나드는 다와다 요코 등 가장 현대적인 시각으로 정전을 확립해 가고 있다. 주변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끌어와 문학의 존재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고 있는 에세 시리즈를 총괄 기획한 심하은 편집 주간을 만나 기획 전반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서구 남성 작가 중심에서 벗어나 세계 문학의 존재 의의를 새롭게 한다는 시리즈 설명이 인상적이었어요. 시리즈 기획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미 세계문학전집은 많이 만들어져 있어요. 새로운 전집을 왜 만들어야 하는지 존재 의의와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존재 양식을 새롭게 찾아야 했죠. 기존 전집의 작품 목록을 살펴보는데 확실히 여성, 비서구 작가의 작품 비율이 현저히 낮더라고요. 특히 현대 여성 작가들은 단행본과는 다르게 전집이라는 형식에 잘 포함되지 않았어요. 에세 시리즈는 그 지점에서 출발했어요.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요한 작가들을 향해 눈을 돌려서 새롭고 모던한 세계문학전집을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지 출간된 16권은 모두 여성 작가의 작품으로만 채워졌어요. 버지니아 울프, 이디스 워튼 같은 고전 작가부터 요즘 주목받는 다와다 요코나 찬쉐 등 비서구권의 작가까지 라인업이 다채롭습니다. 작품 선정 기준은 무엇인가요?
다양한 언어권 작품, 크게 조명받지 못했지만 지금 현재 클래식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작품,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오른 작가지만 대표작과 결이 다른 개성이 있는 작품을 선정하려고 해요. 찬쉐나 다와다 요코는 아시아권 여성 작가로서 세계 문학의 최전선에 있고, 마리즈 콩데,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매릴린 로빈슨 등의 작품은 클래식으로서 더할 나위 없는 깊이를 가졌죠. 이디스 워튼은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오른 작가지만 『반마취 상태』의 경우 기존의 작품과 느낌이 조금 달라서 개성있다고 생각했어요. 최대한 다른 곳에는 없는 작품을 선정하려고 해요. 현대문학, 고전 중에서도 아직 번역되지 않은 책 위주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전집을 만들다 보면 어떤 책들은 시리즈의 일환이 아닌 한 권으로 완성되는 단행본으로 기획 방향을 틀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 지난해 출간된 오에 겐자부로의 『홍수는 내 영혼에 이르고』는 원래 에세로 기획했지만, 작가님이 타계하시면서 단행본으로 먼저 선보여야겠다고 판단했어요. ‘보스턴 결혼’의 유래가 된 헨리 제임스의 『보스턴 사람들』은 분량 때문에라도 단행본으로 만들고 추후에 전집에 편입시키는 방안을 고려했죠. 무슨 일이 있어도 여성 작가로만 채우려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앞으로도 성별과 관계 없이 아프리카, 호주, 루마니아, 노르웨이 등 세계의 다양한 작품을 기획하고 있으니 많이 기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다양한 언어권 작품을 어떻게 발굴하고 계약을 진행하는지 작업 과정도 궁금합니다.
전체적으로는 제가 담당하지만, 해외문학팀의 편집자 4명이 모두 조금씩 나눠서 만들고 있어요. 다양한 언어의 작품을 검토하다 보니 제가 아예 접근할 수 없는 언어권의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영어판, 불어판 등을 참고하죠.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수많은 역자 선생님들께 원하는 경향을 말씀드리거나, 추천을 부탁드린다고 문의할 때도 있어요. 최종 판단은 편집부에서 함께 의논해서 결정합니다.
에세 시리즈에는 20세기 후반, 21세기 작가도 있다 보니 판권 계약이 만만치는 않아요. 저작권팀을 통해 국내외 에이전시와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는데요. 가끔 에이전시 측에서 저희 시리즈에 어울릴법한 작품을 추천해 주시기도 해요. 판권 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5년마다 재계약을 해야 한다는 점인데요. 5년 후에도 이 책들이 의미 있는 부수로 팔려야만 재계약을 할 수 있답니다.
작품의 내용이 아닌 작가의 사진을 전면에 배치한 표지 디자인도 눈에 띕니다. 판형이 작아 읽거나 보관하기 쉽다는 독자들의 반응도 있더라고요.
처음 기획 단계부터 손에 쥐기 편안한 형태이길 바랐어요. 어디에 두어도 방대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으면 했거든요. 디자인팀에게 작은 판형이지만 크게 담을 수 있는, 사실 말도 안 되는 요청을 드렸죠. 지금 에세 시리즈의 판형은 4X6판이라고 하는 판형을 최대한 손실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키울 수 있는 최대한으로 만든 판형이에요.
표지의 경우, 타 전집과의 차별점으로 작가 사진을 전면에 내세우게 되었어요. 사진은 흑백으로 작업하되 각 표지마다 강렬한 색을 넣어 대비를 주었고요. 너무 고전적인 방식은 아닌지 걱정도 있었는데, 오히려 요즘에는 이런 스타일이 없다 보니 새로워 보이는 것 같아요. 사진을 넣는 것이 까다로운 작업이기는 합니다. 화질이 좋은 사진을 찾아야 하고 때론 작가분들을 설득하는 과정도 필요하죠. 분권할 때는 각기 다른 사진이 필요하니 역시 만만치 않아요. 그래도 시리즈를 모아놓고 보면 특색이 있어 좋아요. 책마다 다양한 색을 사용하되 채도를 맞춰 시리즈에 일관성을 주고, 저자명과 제목에는 은박을 넣어 세련되면서 현대적인 느낌을 냈어요. 아마 눈치채신 분은 거의 없을 것 같은데, 표지를 멀리서 보면 은행나무와 에세의 ‘E’ 글자가 보인답니다.
앞으로는 어떤 작품이 예정되어 있나요?
『라일라』의 다음 편으로 서인도제도 출신 미국 여성 작가인 저메이카 킨케이드의 장편 소설을 생각하고 있어요. 이외에도 아일랜드의 에드나 오브라이언이라는 작가의 시골 소녀 3부작, 초기 단계에 기획했던 18세기 작가 앤 워드 래드클리프의 『우돌포 성의 비밀』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우돌포 성의 비밀』은 초기에 기획해 번역 중인데 내용이 정말 방대해서 표지 사진이 5장 정도 필요할지도 모르겠어요. 에세 시리즈는 아니지만 젊은 편집자들이 주축이 되어 기획하고 있는 ‘환상하는 여자들’ 시리즈도 3월 중에 첫 선을 보일 계획입니다. 젊은 작가들의 재미있는 작품이 많아 기대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가 독자들에게 어떤 존재로 인식되면 좋을까요?
현대 세계문학이 향하는 방향을 보여주는 이정표가 되기를 바라요. 새로운 세계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고, 작가의 다양성을 즐기는 독서의 시작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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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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