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혜 작가의 책장
당신의 책장 – 유지혜 편
작가들은 평소 뭘 보고 듣고 읽을까? 언젠가 영감의 원천이 될지도 모를, 작가들의 요즘 보는 콘텐츠. (2024.02.28)
작가들은 평소 뭘 보고 듣고 읽을까? 언젠가 영감의 원천이 될지도 모를, 작가들의 요즘 보는 콘텐츠. |
최진영 저 | 위즈덤하우스
책에게 선택당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최진영 작가의 소설이 내겐 그랬다. '사랑보다 슬픈 것이 확실할 믿음'에 실망하고 있을 때 우연히 이 책을 만났다. 그의 소설에는 항상 얼굴들이 보인다. 혼잣말이 들린다. 그리고 웅크린 뒷모습이 하는 말들. 과장하지 않은 혼돈. 들키듯 쓰이는 심정. 최선을 다해 무너져도 이내 자신만의 방식으로 회복하고, 희망을 되찾는 인물들. 그리고 삶은 계속되리라는 암시. 그의 소설은 읽는다는 말 보다는 믿게 된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린다.
매기 팩슨 저/김하현 역 | 생각의힘
'어떻게 선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어떻게 인간다울 수 있는가'라는 질문과 함께다. 혐오 가득한 세상에서 '좋음'도 '착함'도 아닌, '선함'이라는 단어는 동화처럼 느껴진다. 익명성을 무기 삼아 폭력 대신 사랑을 선택하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이 책은 나치 점령 시대에 난민들을 수용했던 프랑스 한 고원의 이야기를 해답으로 제시한다. 집단의 선함을 발견한 인류학자는 그때 그 장소로 자신을 투입한다. 이후의 이야기를 직접 겪고 발굴해 낸다. 그 과정이 무척 우아하다. 조심스럽고 사려 깊은 전달자를 자처한 저자의 진실한 표현들과 타자를 대하는 태도, 연구자로서의 정확한 사명감에 감탄하며 읽었다. 이 놀라운 글들은 고원사회 연구 보고서이자 홀로코스트의 고발서인 동시에 타협 없는 선(善)에 관한 선언이기도 하며, 실제 인물들을 엮어낸 실화 소설 같기도 하다. 여러 장르를 넘나든다는 점에서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죽지 않는다』와 같은 결로 읽힌다. 서너 권을 읽은 듯한 포만감에 잠긴다.
조르주 페렉 저/김용석 역 | 신북스
창문을 내다보는 마음으로 읽는 책. 페렉은 아무것도 아닌 것들에 대해 썼다. 경찰, 여행 가방, 우산, 배달부, 자동차, 성당, 그리고 사람들. 거리의 순간을 담담히 나열하는 작가를 상상하다 보면 세상이 다시 궁금해진다. 번역되어 출간된 페렉의 다른 작품들도 이와 같은 이유로 좋아한다. 전부 다른 종류의 창문이다.
찰스 부코스키 저/황소연 역 | 민음사
충동적으로 아름답다. 불만을 토로하다가도 피식, 웃어넘긴다. 낙관한다. 부코스키에게 시는 삶의 방식 그 자체이다. 의심의 여지 없이 그것을 믿을 수 있게 하는 이 시집의 현실성, 투명성이 통쾌하다. 어떤 미사여구도 없이 납득이 되니까. 그처럼 실컷 토 달고 불평하면서 삶을 남김없이 소진하고 싶다.
영화 <함께 있을 수 있다면>
클로드 베리 감독
각자로서는 실패하는 인생이 함께라서 괜찮아진다면, 삶은 기껏해야 0으로 복구될까? 아니면 두 배로 아름다워질까? 미래에 대한 기대 없이 살아가는 네 사람(요리하는 부랑자, 말 더듬는 연극배우, 화가를 꿈꾸는 청소부, 할머니)은 서로에게 스며들며 새롭게 태어난다. 장면을 사치스럽게 쓰는 프랑스 영화 특유의 방식 탓에, 고자극에 익숙한 분들께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영화다. 드라마틱한 전복은 없지만 그러나 프랑스 영화답게, 사랑은 꼭 있다. (두 배로 달콤한 프렌치 키스도. 끝까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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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199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삶과 여행 사이에서 『우정 도둑』 등 5권의 책을 펴냈다. 도시와 타인을 경유해 내면으로 향하는 글을 쓴다. 현재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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