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자라는 아이의 사회성, 부모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
『초등 저학년 아이의 사회성이 자라납니다』 이다랑 작가 서면 인터뷰
사회성은 단순히 관계를 잘 맺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관계를 유지하며 갈등을 해결하는 연속적인 개념입니다. 그래서 ‘문제 해결력’에 가깝지요. 학교에서 자라는 아이의 사회성, 선생님과의 협력과 대처법을 통해 아이의 성장을 올바르게 이끌어주세요. (2024.02.22)
초등학교 시기는 아이가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때이다. 물론 학교에 가기 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함께하는 생활을 경험하기는 하지만, 거기서 배운 것만으로 학교생활을 잘하기 어렵다. 아이들은 초등학교 생활을 통해 규칙을 잘 지켜야 하고, 자신이 다른 사람의 눈에 어떻게 보이는지도 신경 써야 한다는 걸 알게 되면서 사회성이 발달한다. 학부모들은 아이의 인지 발달과 학습에만 집중하다 보니,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인성인 자존감과 사회성의 발달을 소홀히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몸과 마음이 건강한 성인으로 자라서 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 이 시기의 사회성 발달은 매우 중요하다.
연구소와 상담센터에서 부모 상담을 해왔고 방송, 강연 및 SNS로 부지런히 부모들과 소통한 내용을 바탕으로 육아상담전문기업 ㈜그로잉맘을 창업한 두 저자가 그동안의 상담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아이의 학교 생활을 불안하게 여기는 초등 학부모들의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초등 저학년 아이의 사회성이 자라납니다』을 집필하였다.
초등 입학, 새학기 시즌을 앞두고 학부모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시는 학부님들이 반기실 책이 나왔네요. 『초등 저학년 아이의 사회성이 자라납니다』 책 제목에 ‘사회성’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는데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시기가 되면 아이의 또래 관계, 그리고 사회성에 대한 고민이 더욱 깊어지는 것 같아요. 이 시기에 사회성 교육이 중요한 이유는 뭘 까요?
초등학교 시기에는 이전보다 신체, 언어, 인지 발달 측면에서 모두 놀라운 성장이 일어나요. 자아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보다 논리적인 사고가 가능해집니다. 또 본격적인 학습도 효과적으로 가능해지지요.
그러나 초등학교 시기에 가장 중요한 변화를 꼽자면 ‘사회성의 꽃이 피어나는 단계’라고 이야기할 수 있어요. 초등학교 입학 전 영유아 시기까지는 사회성이 피어나기 위한 어떤 준비를 하는 일련의 과정이 있고, 초등학교 입학이라는 변화된 환경을 통해 이 꽃이 움트게 되는 것이라 볼 수 있지요.
사회성 발달이 자녀 양육에 있어 중요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어요. 먼저 양육의 최종 목표가 사회성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에요. 아이가 내적으로 만족과 행복을 느끼는 건강한 사람으로 성장함과 동시에 사회에서 맞닥뜨리는 다양한 관계 속에서 제 역할을 해 낼 수 있는 독립적인 인격체로 자라게 하는 것이지요. 두 번째 이유는 아이의 사회성이 스스로 자기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일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사회성은 ‘자아 개념’ 그리고 ‘자존감’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아이의 사회성은 아이의 미래와 닿아 있어요. 사회적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한 경험들은 아이가 성숙한 인격을 가지고 사회에서 독립적인 존재로 살아가게 하며, 내면적으로는 자신에 대한 존중을 갖도록 돕습니다. 그래서 사회성이 자라는 초등학교 시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이에게 있어 ‘사회성이 좋다’라는 말은 무슨 뜻인지 한번 짚어봐야 할 것 같아요. 흔히들 사교적이고 친구를 많이 사귀는 아이를 보고 사회성이 좋다고 하고, 친구가 없으면 사회성을 걱정하곤 하는데 맞는 걸까요? ‘사회성’의 정의를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아이에게 있어 ‘사회성이 좋다’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생각해 볼까 합니다. 어떤 아이가 친구들과 놀다가 자기 마음대로 안 되면 울고, 떼쓰거나 친구를 꼬집는 행동을 합니다. 이 행동을 보고 아이가 사회성이 좋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대부분은 부모님들은 아니라고 답할 거예요. 부모가 흔히 생각하는 좋은 사회성이란 친구와 사이좋게 잘 지내는 거니까요.
반대로 아이가 친구들과 싸우지 않고 늘 평화롭게 잘 지내면 사회성이 좋은 걸까요? 한 아이가 늘 친구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잘 맞춰 주기 때문에 항상 친구들의 무리에 어울려 있습니다. 이럴 때 우리 아이는 사회성이 좋다고 할 수 있을까요? 아마 ‘네’라고 대답하기 망설여지실 겁니다. 왜 그럴까요? 사회성이란 그저 다른 사람들과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평화롭게 잘 지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사회성은 단순히 관계를 잘 맺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관계를 유지하며 갈등을 해결하는 연속적인 개념이에요. 그래서 ‘문제 해결력’에 가깝지요. 사회성을 문제 해결력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사회성에 대해 가졌던 여러 가지 오해에 대한 답변이 정확하게 설명이 돼요. 더불어 친구와 무조건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는 메시지도 적절하지 않지요. 아이는 친구와 싸울 수 있으며, 싸우는 방법도 배워야 해요. 내가 원하는 것만 내세울 때 문제가 생기고 서로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을 거쳐졌을 때 원하는 결과에 가까워진다는 것을 경험해야 하지요. 그래서 또래와의 갈등을 겪고 해결하는 과정 또한 사회성 발달에 필요한 부분입니다.
학부모님들이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가장 긴장하시는 부분이 바로 선생님과의 관계일 것 같아요. 어떨 땐 내가 너무 무심한가 싶고, 또 적극적으로 하자니 극성스러운 부모가 되는 건 아닌가 고민하실 텐데 이런 부모님들에게 조언해 주신다면요? 또 아이의 학교생활에 문제가 생겼을 때 문제 해결을 위해 선생님과 소통하는 노하우가 있을까요?
아이가 사회성을 배우고 연습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환경은 가정입니다. 부모만이 할 수 있는 역할과 안정감은 다른 곳에서 아이가 느낄 수 없는 부분이지요. 하지만 아이의 발달은 부모의 몫으로만 완성되는 것은 아니에요. 학교는 이제 막 사회적인 존재로 발을 내딛는 아이들에게 이러한 경험을 주는 최적의 환경이며, 선생님은 부모를 제외하고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아이를 관찰하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에요. 그렇기에 부모와 선생님, 가정과 학교는 가능한 한 잘 협력할수록 좋아요.
초등학교에서는 선생님이 우리 아이만 특별히 봐줄 수 없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도 한정되어 있기에 주어지는 기회를 놓치지 말고 잘 활용해야 합니다. 아이의 학교생활 1년을 기준으로 여러 번의 공식인 소통 기회가 있어요. 예를 들면 학년 초 제출해야 하는 서류, 첫 학부모 상담, 참관수업 등이 있지요. 이런 공식적인 기회를 통해 아이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선생님에게 필요한 도움을 요청하며 아이의 성장을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어요.
초등 시기, 부모가 해야 할 역할 중에 가장 중요한 건 뭘까요?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었다는 건 부모도 확실히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된 거거든요. 단순히 양육자로서의 엄마, 아빠가 아니라 ‘학부모’가 되었다는 건데요.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은, 부모에게도 새로운 관계가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해요. 학교 선생님과 새롭게 맺는 관계는 부모가 지금까지 어린이집나 유치원 선생님과 맺어온 관계와는 크게 다를 수밖에 없어요. 그런 데다 아이를 맡게 되는 담임선생님이 어떤 분인지 파악할 수 있는 사전 정보도 적고, 그렇다고 아이가 학교생활에 대해 자세히 차근차근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기에 답답할 수 있어요.
하지만 궁극적으로 생각해 볼 부분은, 부모와 선생님의 목표는 결국 같다는 점입니다. 부모와 선생님은 모두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돕고 사회의 좋은 구성원이 되도록 가르칩니다. 이 목표를 위해 부모는 가정에서 부모의 역할을 하고,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줘야만 합니다. 아이의 성장을 돕기 위해서는 부모와 선생님의 역할 그리고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지요.
제 지난 10년간의 양육이 끝나고 새로운 10년, 후반전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아이가 초등학생으로 성장했듯이 부모도 이제 단순히 엄마 아빠가 아니라 ‘학부모’가 되었구나 새로운 전환기를 맞았구나 하는 마음가짐으로 임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초등 입학을 앞둔 예비 학부모님들이나 저학년 학부모님들은 아이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긴장하고 걱정하시잖아요. 아이의 첫 학교생활 중 부모가 어떤 점을 신경 쓰고 주의해야 할까요?
우선 학기 초에는 여러 문서에 빠르게 회신해 주는 게 필요합니다. 학기가 시작되면 아이를 통해서 각종 문서들에 대한 회신 요청이 옵니다. 이 문서들은 아이의 학교생활에 반드시 필요하고 아주 기본적인 부분입니다. 아이의 건강, 안전을 위한 기존정보를 써넣은 것은 물론이고, 아이의 개인정보를 학교에서 알고 활용해야 하므로 빠르게 회신되어야 해요. 부모님도 바쁘다 보면 챙기기 어렵고 때론 놓칠 수 있어요. 하지만 문서 회신이 늦춰지고 빼먹게 되면 선생님과의 첫 협럭부터 잘되지 않고 부모와 아이의 첫인상이 잘못 형성될 수 있어요.
부모가 적극적으로 학교 문서를 작성하고 때에 맞추어 보내주는 태도는 아이가 학교와 학업을 대하는 태도와도 연결되기에 꼭 빠르게 꼼꼼히 협조하는 것이 좋아요. 이 외에도 알림장을 확인하고 준비물과 숙제를 챙겨주는 것, 학기 초에는 일상생활에서 아이와 보내는 시간을 갖는 것, 필요한 학부모 활동은 한 가지 정도 협조하기 등이 있습니다.
사소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런 부모님들의 이런 태도는 아이가 학교생활에 대한 중요성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선생님에게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모습을 통해 선생님에 대한 아이의 태도를 형성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책 속 부록에 ‘초등 엄마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20가지’가 있더라고요. 학부모 대상 강연이나 상담하면서 가장 많이 들으셨던 질문, 고민들은 무엇인가요? 하나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학부모 상담이나 강연을 진행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나 고민을 책에 부록으로 담았는데요. 공통적으로 가장 많이 나오는 고민의 키워드는 ‘사회성’이었어요. 다른 고민은 특정 연령을 지나가면 사라지거나 마무리되기도 해요. 예를 들면 유아기의 수면 교육이나 배변, 사춘기 같은 문제들이 그렇지요. 하지만 사회성은 다릅니다. 겉으로 보이는 모양만 조금씩 다를 뿐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사회성과 연결되는 고민은 끊임없이 이어지지요.
하나 소개해 드리면요. 아이가 선생님이 <차별> 한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선생님이 나만 발표 안시켜줘!” “여자애들만 차별해!” 와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부모님은 굉장히 당황할 수 있지만, 이럴 때 성급하게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초등학교 교실을 실제로 가보면 수업시간 뿐 아니라 쉬는 시간, 점심시간마다 아이들이 저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선생님에게 쏟아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 당장 크게 싸우거나 위험한 일이 우선순위가 될 수 있지요. 이런 상황이 아이에게는 ‘내 이야기만 안들어주는 상황’ 으로 인지되기도 합니다. 또한 아이들은 흔히 자기에게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확대해석하여 이야기 하는 경우도 있고요. 아이의 속상한 마음은 공감해줄 수 있지만, 반복적으로 같은 상황이 일어나는지 시간을 두고 지켜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너의 상황에서는 속상했을 것 같아” “선생님은 그때 무엇을 하고 계셨어?” “또 그런 속상한 일이 있으면 말해줘” 라고 아이와 대화해보세요. 추후 문제가 반복되거나 다수의 아이들에게 문제가 되는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그때 선생님에게 문의해도 늦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게 될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님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들려주세요.
제가 참 좋아하는 그림책에 엉덩이에 뿔이 달리고, 머리에 꼬리가 달렸는데 알고 보니 날개를 가진 아이들이 등장하는 내용이 있어요. 모두 문제가 있는 듯 보였지만 자기만의 개성을 가지고 있지요. 아이들이 저마다의 빛을 내며 성장하고 타인과 나의 차이를 수용하는 것을 배워가요. 실제 학교 현장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너무 다양한 특성을 가진 아이들이 있다 보니 당연히 부딪히고 갈등이 생기며 우리 아이가 가진 부족한 부분도 도드라져 보일 수 있어요. 중요한 점은 이러한 성장 과정을 바라보는 부모의 태도예요. 아이의 문제를 감추거나 수습하기 위해 부모만 끙끙거리거나, 책임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에 학교나 다른 사람의 문제로 떠넘기게 되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아이에게 때에 맞춰 다가오는 성장의 기회를 놓치게 되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태도와 예의를 갖추고 소통해 나가는 것입니다. 담임선생님과의 관계에서도 이런 태도와 예의가 필요한데요. 아이가 경험하는 많은 갈등과 문제들을 교실이라는 상황에서 일어납니다. 부모가 미처 알 수 없고 세세하게 파악하기도 힘들지요. 선생님은 그러한 의미에서 아이의 성장을 돕는 조력자예요. 부모와 선생님이 더욱 잘 협력하며 각자의 역할을 잘해주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크고 작은 갈등이 많아지는 시대에, 다시금 부모와 선생님의 협력적인 관계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초등 저학년 아이의 사회성이 자라납니다』가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다랑 육아상담전문기업 (주)그로잉맘 창업자이자, (주)자란다 아이성장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학에서 아동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아동심리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연구소와 상담센터 등에서 15년간 근무해 왔으며, 부모에게 현실적으로 와닿는 육아법을 고민하며 심리학 기반의 콘텐츠를 통해 부모교육과 방송, 상담 및 SNS로 부지런히 부모들과 소통하고 있다. 저서로는 『아이 마음에 상처주지 않는 습관』, 『불안이 많은 아이』, 『내 아이를 위한 심플육아』 등이 있으며, 공동 저서로 『육아 말고 뭐라도』, 그림책 번역서 『사과는 이렇게 하는 거야』 등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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