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차 교사가 말하는 초등교육 “모험은 삶의 본질”
『아이들은 모험으로 자란다』 최관의 작가 서면 인터뷰
『아이들은 모험으로 자란다』 저자 최관의가 생각하는 자녀 교육의 핵심은 ‘모험’이다. 아이를 집착하는 부모 입장에선 험난한 도전 과제로 보인다. (2024.02.14)
아이가 성인이 되어 주도적으로 삶을 살아가려면 ‘자립심’을 키워내는 교육이 가장 중요한데, 어떤 교육이 아이의 자립심을 기를 수 있을까? 아이가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내기 위해 부모와 교사의 역할은 무엇일까? 39년 동안 교직생활을 해온 교사이자 혁신학교 공모제 교장을 역임한 교육전문가 최관의 선생님을 만났다.
『아이들은 모험으로 자란다』 독자 여러분들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아이들은 모험으로 자란다』 최관의입니다. 아이들은 저를 ‘관샘’이라고 불러요. 아이들과 지낸 지 서른아홉 해, 1학년부터 6학년까지 골고루 만났습니다. 35년 정도 쭈욱 교실에서 아이들과 지내다, 공모제 교장으로 4년 동안 한 학교 교육을 책임지는 역할을 했어요. 교장 임기를 마치고 나서는 다시 교실로 돌아왔죠. 정말 많은 이야기가 그 시간 속에 있어요. 이야깃거리가 넘치지요. 많은 걸 배우고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모험으로 자란다』 는 어떤 책인가요?
교실을 중심으로 부모와 아이들, 그리고 동료 교사들과 살아오면서 깨달은 걸 글로 쓴 겁니다. 초등학교 자녀를 둔 부모, 자녀 키우며 이런저런 일로 깊은 잠 못이루는 부모님들 손을 잡는 마음으로요. 우리 손 잡고 아이들 잘 키워 보자, 지혜를 모아 보자, 서로를 품고 다독이자 하는 마음으로 편지를 썼어요. 그게 이 책의 내용입니다. 부모님에게 39년차 초등교사의 띄우는 편지인 셈이죠!
담임을 할 때 부모님들과 한 달에 한 번씩 공부 모임을 하면서 부모들은 자녀 키우는 이야기, 저는 교실에서 아이들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그때처럼 부모님들과 읽으면 마음이 열리고 말이 트여서 아이들 이야기가 술술 풀려나올 그런 책을 쓰고 싶었어요. 이야기가 풀려나온다는 건 아이를 조금 더 넓고 깊게 다른 시각으로 보기 시작한다는 걸 뜻하거든요.
『아이들은 모험으로 자란다』를 읽으면 “그래. 나뿐만 아니라 자식 키우는 사람들은 나처럼 다 이런저런 걱정을 하는구나” 하며 긴장을 풀고 자식 키우며 겪는 일을 말로 끄집어낼 힘, 용기를 주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은 모험으로 자란다』 는 제목이 듣자마자 어떤 느낌이 오면서도 또 추상적인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초등 교육의 많은 것을 담고 있는 듯해요.
이렇게 이야기해 볼게요. 설거지하다 보면 그릇도 깨고 사방에 물이 튀거든요. 요리한다고 칼질하다 보면 손을 베기도 하고요. 그렇다고 설거지 안 하고 칼질 안 하나요? 설거지와 칼질 해 본 사람만이 그릇도 깨고 손을 베거든요. 그런데 해 본 사람만이, 하겠다고 나선 사람만이, 깨달을 수 있고, 얻을 수 있고, 볼 수 있는 게 있어요.
교육은, 학교는 이런 일, 그러니까 설거지와 칼질을 하도록 판을 만들어 주는 곳이에요. 이게 ‘모험’이거든요. ‘도전’, ‘해보기’, ‘탐구’라고도 할 수 있어요. 책 표지에 있는 세 개의 섬처럼 ‘스스로 탐구하고 어울리는 곳’이 바로 학교입니다. 교육은 그걸 아이들의 수준, 놓여 있는 환경, 특성에 맞게 짜서 아이 주변에 판을 벌여 주는 일이고, 교사는 판에 들어온 아이들을 뒤흔드는 사람, 알맞게 힘들게 해서 깨닫도록 부추기는 사람이에요. ‘모험’으로 아이들을 뒤흔드는 걸 전문으로 하는 사람. 그러니 아이들은 모험으로 자라지요. 모험하지 않으면 편하긴 하지만 사는 맛이 없어요. 그래서 책 제목이 『아이들은 모험으로 자란다』 입니다.
요즘은 실패를 하지 않아야 한다고 많이들 생각해요. 아이가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부모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모험’이란 낱말을 들으면 뭐가 떠오르나요? 저는 ‘길을 떠난다’, ‘두렵다’, ‘망설여진다’, ‘고생길에 들어선다’, ‘집 나가면 고생이다’ 뭐 이런 말이 떠올라요. 그러면서 동시에 ‘설렌다’, ‘기다려진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좋은 기운이 돈다’, ‘깨달음을 얻는다’, ‘세상이 새롭게 보인다’, ‘새로운 나를 발견한다’ 같은 말도 떠올라요. 모험에는 이 두 가지, 걱정거리와 설렘이 같이 있어요. 넘어지는 게 무서워 걷지 않을 수 없고, 물이 무서워 물가에 안 갈 수 없거든요. 그건 삶의 본질,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운명이에요. 떠나야만 해요.
아이들이 실수하고 잘못해서, 노력했지만 원하는 수준에 오르지 못했을 때 겪어 내야 하는 일이 많아요. 그걸 누가 대신해 준다면 그건 아이들 삶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산다는 건 경험과 지혜를 끌어모아 선택하고, 판단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과정이 되풀이되는 것, 삶은 ‘선택’과 ‘책임지기’가 되풀이되는 것입니다. 어릴 때가 ‘선택하고 책임지는 연습’에 가장 좋은 때라고 봅니다. 이걸 부모가 대신해 주는 경우를 학교에서 자주 봅니다. 안타깝지요. 아이들이 삶의 주인으로 우뚝 서려면, 홀로서기를 하려면, 독립하려면 실패를 겪어 봐야 해요. 목이 타야 물 맛이 나고 매서운 겨울을 견딘 다음 활짝 피는 봄꽃이 예쁜 까닭입니다.
교사와 학부모는 소통을 많이 해야 하는데, 관계 맺기가 어렵다는 사람들이 많아요.
학교에서 지내다 보면 부모와 교사 사이에 긴장감이 흐르는 일이 있어요. 서로 부담스럽고 이야기라도 나누려면 몸과 마음에 힘이 들어간다고 부모도 교사도 서로 하소연해요. 그런데 부모와 교사 모두 같은 목적을 갖고 있거든요. 아이들을 잘 키우겠다는 마음, 좋은 교육으로 우리 아이들이 더 나은 세상에서 조금이라도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하려고 마음 쓴다는 거지요.
교사와 부모가 아이들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사람이라는 것도 다들 알거든요. 부모와 교사가 뜻이 맞으면, 손발이 맞으면, 1 더하기 1은 2가 아니라 3, 4, 5, 아니, 몇 배로 커지기도 해요. 이 책은 아이들이 모험을 하도록 도와주려면, 새롭고 낯선 것에 마음껏 도전하며 성장하도록 하려면 부모와 교사, 교사와 부모가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담겨 있어요. 부모도 교사도 완벽하진 않지만 아이를 중심에 놓고 노력하며 배우고 깨달아가면서 서로를 성장시키는 관계라고 봅니다.
사실 이 책을 후배 교사들에게도 힘이 되어 주기 위해 시작하게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이 시대 후배 교사들을 응원하는 방법은 학부모와의 관계를 부드럽고 따스하게 풀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거라고 믿어요.
책 제목이 『아이들은 모험으로 자란다』 이잖아요? 교실에서 아이들과 사과나 배 가져다 놓고 손 베이더라도 치료받으면 된다는 마음으로 마음껏 과일까기 놀이든 공부든 하고, 칼로 연필깍기 하면서 손의 근육을 발달시키는 공부를 할 수 있어야 해요. 아이들끼리 다투고 싸워도 ‘이게 법정으로 가면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을 떠올리지 않고 교육적으로 이야기하고 풀어갈 수 있어야 되거든요.
교사들이 부모의 응원과 지지를 받고, 동시에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마음껏 교육 활동을 펼칠 수 있는 심리적 환경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 책을 읽을 부모 독자들에게 응원의 말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흔히들 ‘물가에 내어놓은 자식’이라고 해요. 조마조마하고 불안하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앞날의 일까지 그려지면서 잠을 설치는 이가 부모예요. 아이에게 좋은 게 눈에 보이는데 아이는 거기엔 눈길도 안 주고 딴짓만 하네요. 속이 타요. 뜻대로 안 되는 게 자식 교육이지요.
시간은 흐르고,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낼 수도 없고, 그래도 밝은 모습으로 아이 곁에서 아이 손 꼭 잡고 눈 맞추며 함께하는 사람이 부모예요. 이럴 때 아이는 느끼거든요. 부모가 나를 사랑한다는 걸. 좋은 직업, 좋은 학력, 재산이 많고 적고는 별 상관이 없어요. 아이 곁에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믿어요. 이것저것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지금 이 순간을 아이와 마음껏 누리면 아이는 건강하고 밝게, 자기답게 자란다는 것을 믿으면 좋겠습니다. 부모만 그런가요? 교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관의 경기도 평택에서 태어나 서울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1986년부터 아이들과 지지고 볶으며 지내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로 살다 보니 교사는 가르치고 아이들은 배우는 사람이 아니라,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사이라는 걸 깨달았다. ‘있을 건 있고 없을 건 없는 세상’에서 아이들이 행복하기를 꿈꾸지만 마음껏 어린 시절을 누리지 못하는 걸 보면 마음이 아프고 미안하다. 아이들이 실컷 헛걸음도 하고 헤매며 자기 삶을 찾아가면 좋겠다.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회원이고, 쓴 책으로 『열다섯, 교실이 아니어도 좋아』 『열일곱, 내 길을 간다』 『한반도 평화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공저) 등이 있다. |
추천기사
<최관의> 저14,400원(10% + 5%)
살아 있는 교육 시리즈 도서 45번째 권으로, 39년 동안 초등학교 교실에서 아이들과 생활해 온 교사 최관의의 교육철학과 실천 사례를 담은 책 『아이들은 모험으로 자란다』를 출간했습니다. 초등학교 6년은 아이가 두렵고 힘든 일도 경험하며, 배우고 깨닫고 성장하는 시기입니다. 학교는 아이들에게 온갖 경험을 할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