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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숨은 두 날개 – 우기와 민니
(여자)아이들 우기, 민니
‘기대한다’거나 ‘응원한다’는 말에 앞서, 우기와 민니가 이미 먼 곳에서 힘차게 달리고 있다. (2024.02.08)
케이팝에서 직접 곡을 쓰고 프로듀싱을 하는 아이돌을 찾는 건 이제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 되었다. 남이 만든 노래에 입만 벙긋대는 꼭두각시 취급받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사이 참 많은 게 변했다. 곡을 쓰는 아이돌이 등장한 초기는 빅뱅의 지드래곤이나 블락비의 지코처럼 힙합을 기반으로 한 그룹이 유행을 주도했다. 시간이 지나며 음악의 폭도 창작 양상도 넓어졌다. 단순히 ‘곡을 쓴다’라는 사실만으로 주목받는 시대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제는 장르, 활동 반경, 창작 방식과 종합적인 스타일 등 창작의 모든 면에서 자기 색깔이 중요해졌다. 여전히 강세인 힙합을 중심으로 팝, R&B, 록,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를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음악 안에 녹여내는 이들이 많다.
(여자)아이들의 리더 소연은 그런 변화에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운 이다. 2018년 데뷔 이후 아이들 앞에 붙어 온 ‘독보적’이라는 수식어는 전소연의 뚜렷한 존재감에 적잖이 기대고 있었다. 소연이 작사와 작곡을 담당한 데뷔곡 ‘LATATA.’와 앨범 제목 <I am>이 전한 폭발적인 카리스마는 이후 아이들의 사운드와 이미지가 자랑하는 시그니처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기조는 데뷔 3개월 만에 발표한 신곡 ‘한(一)’과 <I made>, <I trust>, <I burn> 등 일명 ‘나(I)’ 시리즈 연작으로 이어졌고, 불과 피와 꽃을 자유자재로 요리하는 전에 없던 여성 그룹을 탄생시켰다. 데뷔 만 4년을 넘어선 이들은 다섯 번째 EP <I love>와 <I feel>로 거듭 정상을 밟았다. 각 앨범의 타이틀곡이었던 ‘Nxde’와 ‘퀸카(Queencard)’는 4세대 아이돌 붐 속에서 음원 차트를 통해 가장 빛난 노래들 가운데 하나였다. 그리고 그 영광의 트로피 아래, 멤버 우기와 민니가 있다.
아이들의 음악을 타이틀곡만 들은 사람 가운데 전소연 외에 곡을 쓰고 프로듀싱을 하는 또 다른 멤버가 있다는 건 생소한 일일 것이다. 소연이 지금까지 활동한 타이틀곡을 전부 썼고, 데뷔 당시부터 팀의 서사를 이끌어가는 중심이었기에 더욱 그렇다. 정식 데뷔 전 다수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출연을 통해 만든 높은 인지도도 한몫했다. 그러나 다시 한번, (여자)아이들에는 소연 외에도 곡을 쓰는 두 멤버 우기와 민니가 있다. 심지어 비중도 작지 않다. 지난 1월 29일 발표한 아이들의 두 번째 정규 앨범 <2>에는 총 여덟 곡의 수록곡 가운데 우기(‘Doll, ‘Rollie’)와 민니(‘Vision’, ‘7Days’)가 각각 두 곡씩, 앨범의 절반을 채웠다. 2022년 3월 발표한 첫 정규 앨범 <NEVER DIE>에도 두 곡씩을 담았다. 앨범 전체를 기준으로 하자면, 소연 못지않은 존재감이었다.
특히 두 사람이 무척이나 개성 강한 창작자라는 점에 주목한다. 앨범 <2> 발매 후 출연한 라디오에서 공동 작업에 관한 질문에 ‘서로 스타일이 너무 달라 같이 곡을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대답을 할 정도다. 우선 우기의 경우, 가장 큰 강점은 강렬한 록 사운드를 적극 활용한 묵직한 댄스 팝이다. 특유의 중저음 목소리를 한층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특유의 곡 스타일은 2021년 발표한 첫 솔로곡 ‘Giant’만 들어봐도 방향성을 짐작할 수 있다. 요즘 유행하는 트렌디 한 팝 펑크와도 거리를 둔 우기만의 록킹한 팝 감각은 ‘LIAR’ (<I NEVER DIE>), ‘All Night’ (<I feel>) 등의 수록곡을 통해 한층 빛났다.
민니는 아이들 특유의 오싹한 한기(寒氣)가 전부 민니 몫이었구나 하는 확신이 들게 하는 곡을 만든다. 두 번째 EP <I made>에 수록한 ‘Blow Your Mind’을 시작으로 창작에 박차를 가한 민니 특유의 서늘함이 깃든 음악은 네 번째 EP <I burn>을 통해 쐐기를 박았다. ‘한(寒)’과 ‘화(火花)’로 온통 절절 끓는 앨범을 적당히 식혀준 건 차가운 체온을 가진 민니의 곡 ‘MOON’과 ‘DAHLIA’였다. 총 여섯 곡이 실린 앨범에서 3번 트랙으로 한 번, 마지막 곡으로 한 번 열기를 눌러주는 민니의 노래들은 마치 냉혈동물처럼 앨범 전반을 감싸며 균형을 잡아주었다. 생각해 보면 멤버 가운데 절반 이상이 작곡 및 프로듀서로 전면에 나서 활동하는 여성 그룹은 <REBOOT>, <WHY SO LONLEY>로 활동 후반기를 화려하게 장식한 원더걸스 이후 처음이 아닌가 싶다. ‘기대한다’거나 ‘응원한다’는 말에 앞서, 우기와 민니가 이미 먼 곳에서 힘차게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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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평론가.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케이팝부터 인디까지 다양한 음악에 대해 쓰고 이야기한다. <시사IN>, <씨네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