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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을 긁어내 그리는 따뜻한 여덟 빛깔 이야기

『밤의 반만이라도』 이선진 작가 서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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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춥기 때문에 누군가와 온기를 나눌 수 있는 게 겨울이라는 계절이고, 너무 어둡기 때문에 빛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게 밤이라는 시간인 것 같아요. (2024.02.07)

ⓒRAW STUDIO SEOUL


제10회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 2022 올해의 문제소설에 선정되며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 이선진의 첫 소설집 『밤의 반만이라도』가 출간되었다. 반전(半全)의 이야기로 온전한 마음을 전하는 이선진 작가를 만나보자.



『밤의 반만이라도』는 작가님의 첫 소설집이죠. 언제나 ‘처음’은 특별하게 취급되는데요. 그렇다면 『밤의 반만이라도』는 작가님께 어떤 의미일지요? 그리고 이번 소설집을 묶으면서 가장 고민했던 점이 있으시다면요?

제게 이 책은, 책이라는 물성을 통해 처음 마주하게 된 독자분들께 건네는 안부 인사면서, 20대의 제가 지새웠던 수많은 밤에 대한 작별 인사 같아요. 제 소설 속 인물과 그 인물들이 겪은 사건들은 모두 허구이고 사실이 아니지만, 그 안에 담긴, 저를 통과해서 제 손끝으로 흘러나간 그 마음만큼은 진실하려고 무척 애썼던 기억이 나네요.

‘진실하려고 애썼다’는 작가님의 말씀을 들으니 떠오르는 질문이 있어요. 『밤의 반만이라도』 속 인물들은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원망하는 날것의 마음을 숨기려 하지 않는데요. 그래서 인물들의 감정이 더 솔직하고 생생하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선뜻 이해되지 않기도 합니다. 이런 입체적인 인물들을 통해 독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요?

사람의 마음이라는 건 한 갈래가 아니잖아요. 누군가를 사랑하면서도 증오할 수 있고, 옆을 지키고 싶지만 떠나고 싶고. 사람이라면 모두 그런 양가적인 마음을 품고 살아가는 것 같아요. 『밤의 반만이라도』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의 마음도 모두 그런 복잡성을 띠고 있는데요. 그런 인물을 통해 독자분들이 어떤 명징하고 똑 떨어지는 이해에 도달하기보다는 이 익숙하면서도 낯선,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는 감정은 뭘까? 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게 되면 좋겠습니다.

『밤의 반만이라도』에는 ‘겨울’과 ‘밤’이라는 두 키워드가 비중 있게 등장합니다. 작가님에게 두 단어는 어떤 의미일까요?

너무 춥기 때문에 누군가와 온기를 나눌 수 있는 게 겨울이라는 계절이고, 너무 어둡기 때문에 빛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게 밤이라는 시간인 것 같아요. 그래서 겨울과 밤, 특히 겨울밤은 가장 춥고 어둡기 때문에 오히려 역설적으로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좋은 때가 아닐까 싶네요.

결국 작가님의 ‘겨울’과 ‘밤’은 ‘사랑’에 맞닿아 있는 의미 같습니다. 『밤의 반만이라도』 속 인물들에게 ‘사랑’이란 어떤 의미였을까요?

사랑을 한다는 건 거울을 들여다보는 행위와 다름없는 것 같아요. 거울이라는 건 나와 무관한 대상에 상이 맺히고, 내가 대상에게 던진 시선이 결국 나에게 되돌아오게끔 하는 사물이잖아요. 누군가를 사랑할 때 사람은 늘 상대에게 가닿고, 상대와 깊이 연루되려는 마음을 갖게 되는데, 그건 사실 자기 자신에게 가닿고, 자기 자신에게 더 깊이 연루되려는 마음이기도 한 것 같아요. 제 소설 속 인물들이 연인에게 모나게 굴면서도 결코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것도 그렇게 거울 앞에 선 것처럼 스스로의 마음을 골똘히 들여다보기 위해서이고요.

또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부분인데요. 작가님 소설을 보면 대부분이 ‘인천’을 배경으로 하고 있더라고요. 작가님께 ‘인천’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일단 인천은 제가 나고 자란 곳이에요. 무엇보다 인천, 하면 지방보다는 번성했지만 서울보다는 쇠락한 듯한, 그 중간에 애매하게 걸쳐진 공간 이미지가 떠오르는데요. 제 소설도 늘 인물의 서늘하면서도 따뜻한, 어느 한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는 마음을 다루기 때문에 잘 포개어진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소설집을 묶으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랄까, 독자들은 모르는 비밀을 하나 알려주신다면요?

공교롭게도 앞쪽에 실린 세 편의 소설에 모두 인물의 이름이 들어가요. ‘부나’ ‘나니’ ‘보금’이 그러한데요. 소설에는 ‘B양’으로만 언급되어 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보금’이 사람 이름이었어? 하고 놀라실 수도 있겠지만, 저는 「보금의 자리」를 구상할 때부터 ‘보금’을 화자의 죽은 애인으로 상정해두었어요. 죽은 애인이 남긴 텅 빈 자리라는 의미를 제목에 간접적으로나마 담아내고 싶었고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활동을 시작하신 지는 4년 차이지만, 이제 첫 소설집을 내신 거잖아요.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이 책이 처음이자 마지막 책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던 게 무색하게 마감이 연달아 잡혀 있어서 당분간은 계속 소설에 푹 빠져 지내야 할 것 같아요. 거창한 계획이나 포부는 따로 없고, 지금과 다음 사이에서 갈팡질팡할지언정 언제나 그랬듯 무사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는 희미한 낙관을 품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늘 스스로에 대한 의심과 불안이 컸다면, 이제는 저와 제 소설을 조금 더 믿고 종이 위를 뚜벅뚜벅 모험해보려 합니다.



*이선진

1995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2020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밤의 반만이라도
밤의 반만이라도
이선진 저
자음과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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