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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호 “왕은 왜 하필 그날, 그런 선택을 했을까?”

『조선 왕 연대기』 유정호 작가 서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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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공부할 때는 역사적 사실을 얼마나 많이 기억하는지를 중요하게 여기기보다는 ‘어떤 의미’를 두고 공부해야 하는지 되돌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2024.02.02)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부터 조선의 마지막 왕 순조에 이르기까지, 500년 조선 역사에 불어닥쳤던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사건 80개를 담은 『조선 왕 연대기』는 나라의 흥망을 좌우했던 왕 27인의 연대기를 중심으로 우리가 지금껏 몰랐던 조선의 숨은 이야기를 실록 속 실제 문장과 함께 생생히 들려준다. 마치 대본집을 읽듯, 한 편의 영화를 보듯 흥미진진하게 역사의 명장면을 감상할 수 있는 이 책 『조선 왕 연대기』와 함께 우리 선조들의 가슴 벅찬 이야기에 다시 귀 기울일 시간이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이번 신간 『조선 왕 연대기』는 어떤 책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조선 왕 연대기』는 조선왕조실록을 직접 읽고 이해하기 위한 입문서라고 정의 내리고 싶습니다. 실록 속 문장을 가져와 생생함을 더했죠. 책에 담긴 운명의 사건 80개는 조선에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더 나아가 타인의 평가가 아닌 자신만의 시각으로 우리 역사를 공부하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은 좋은 이정표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조선 왕 연대기』는 어렵고 딱딱한 역사적 용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조선 역사를 서술했습니다. 하나의 사건 5분 내외면 읽을 수 있어 긴 호흡이 필요하지도 않고요. 틈날 때마다 가볍게 한 사건씩 읽다 보면, 어느새 조선의 역사가 한눈에 들어올 겁니다.

제목에 ‘실록’이 아닌 ‘왕 연대기’라는 단어가 들어가요. 특별히 왕들의 이야기에 집중한 이유가 있나요?

특정 개인의 신념과 활동으로만 역사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의 삶이 모여 역사가 만들어집니다. 그러나 조선은 왕을 구심점으로 삼아 주요 정책이 결정되고 시행된 왕조입니다. 왕을 빼놓고서는 조선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죠. 그래서 일반적으로 조선 역사 서술은 왕을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왕의 재위 기간을 바탕으로 시대를 구분하고, 역사적 흐름을 이해하는 방식은 그 효과가 매우 큽니다. 『조선 왕 연대기』도 조선을 이해하는 데 목적을 둔 만큼, 왕을 기준으로 사건을 기록하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이 방식이 조선의 역사를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믿으니까요.

『조선 왕 연대기』에는 500년 역사 속 80가지 주요한 사건들이 담겨 있습니다. 수많은 역사적 사건과 사실 중에서도 이 책에 소개된 사건들을 선정하신 기준이 있다면요?

엄청난 많은 사건을 기록하고 있는 조선왕조실록에서 80개를 선정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조선의 역사를 전체적으로 파악하는 데 있어 80개는 매우 적은 숫자니까요. 또한 『조선 왕 연대기』가 교양서인 만큼 조선 모든 역사를 간략하게 추려 서술하는 개론서와도 차별을 두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꼭 알아야 하는 주요 사건과 함께 독자의 관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킬 사건을 출판사와 수많은 논의 끝에 선정했습니다. 임진왜란과 이순신 장군처럼 우리 역사에서 꼭 알고 넘어가야 할 사건들도 다루었지만, 영조와 아들인 사도세자의 이야기, 연산군이 한낱 도적인 홍길동에게 절절맸다는 이야기처럼 왕과 주변 인물들의 관계에도 많은 집중을 기울였습니다. 여자 노비에게 100일 동안 출산 휴가를 주는 정책을 폈던 세종의 이야기에서는 진심으로 백성을 생각했던 애민 군주의 모습을 살펴볼 수도 있지요.

또한 재미 요소만 부각하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스캔들 위주의 가벼운 책이 되는 것은 지양했죠. 흥미로운 사건일지라도 중요도가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본문에서 조선을 이해하는 데 꼭 알아야 하는 역사적 사실을 충분히 서술하는 방식으로 보완했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는지 몰랐다!”라는 독자평이 종종 보이는데요. 책을 쓰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은 이야기, 독자들이 기억하면 좋을 이야기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역사는 매우 주관적인 학문입니다. 시대와 상황에 따라 똑같은 사실도 다르게 해석되고 현실에 반영됩니다. 그렇기에 똑같은 내용이라도 어떻게 서술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느껴집니다. 대표적으로 태종이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태종은 왕자의 난을 일으키며 형제를 죽였고 민무휼 등 처남을 처형했습니다. 이러한 사건 때문에 냉혈한으로 여겨지고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나 태종은 기우제 때 문무백관 앞에서 자기 행동에 잘못이 있음을 밝히며 하늘에 용서를 구하기도 합니다. 분명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한이 있더라도 비가 내려 백성과 나라가 태평성대를 이루기를 바라는 애민 정신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지요. 이처럼 기존의 시각에서 벗어나 나만의 시각으로 역사를 다시 읽어보는 것도 새롭고 의미 있지 않을까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역사의 중요성을 알지만, 제대로 공부하는 것은 어렵게 느껴지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역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작가님만의 팁이 있나요?

역사를 알고 싶은 이유와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 자신에게 먼저 물어보면 어떨까요? 역사 강의를 하는 사람은 연도와 사건 등 많은 것을 알아야 하지만, 강의를 듣는 모두가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역사란 한국인이라는 나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그를 통해 자부심을 품고 현재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세세한 역사적 기록을 많이 안다고 해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전체적인 역사적 흐름을 파악하고, 자신만의 역사적 시각을 갖추었을 때 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역사를 공부할 때는 역사적 사실을 얼마나 많이 기억하는지를 중요하게 여기기보다는 ‘어떤 의미’를 두고 공부해야 하는지 되돌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목적이 뚜렷할 때 공부의 동기부여가 이루어지니까요.

20여 년간 교직 생활을 하셨는데요, 미래 세대가 될 아이들에게 이것만큼은 꼭 가르쳐야겠다는 사명감이 들기도 할 것 같아요.

모든 나라와 민족은 흥망성쇠를 겪습니다. 국가가 문제를 해결할 자정능력을 잃으면, 새로운 주체가 등장하여 해결하는 역사를 반복합니다. 우리도 그렇습니다. 열강의 침탈과 일제강점기 그리고 6·25 전쟁까지 어려운 시기가 있었지만, 우리는 스스로 힘으로 극복했습니다. 선진국 중 경제 성장과 민주주의를 다른 나라를 침탈하지 않고 이룬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많은 개발도상국은 대한민국을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어려움을 극복하여 선진 사례를 제시하는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는 것이 저의 소망입니다.

끝으로 독자들에게 특별히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교사여서일까요? 역사적 사실을 단순히 전달하기보다는 스스로 개인의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갖출 수 있게 도와주고 싶습니다. 그렇다 보니 『조선 왕 연대기』에 역사적 사실 외에도 저의 개인적인 역사적 시각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저의 사견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바라는 작은 소망은 독자분들이 자신만의 역사적 시각을 가지고 조선의 역사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다만, 조선의 역사에 긍정적인 인식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비판을 많이 받는 맹목적인 사대주의와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치욕은 조선 517년 중 일부에 불과하니까요. 오히려 조선은 동시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선진적이고 체계적인 통치 질서로 문명을 일군 나라입니다. 거시적인 안목으로 조선의 위대함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조선 왕 연대기』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유정호

중·고등학교 역사 교사. 인하대학교에서 교육학과 사학을 전공했고, 한국방송통신대학원에서 평생교육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딱딱하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한 역사가 아닌,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역사를 가르치고자 노력한다. 역사는 우리의 정체성을 확립해주며, 대한민국 국민으로 자랑스럽게 살아가는 데 매우 필요한 학문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활발한 집필과 강연, SNS 활동을 통해 우리 역사를 알리려 힘쓰고 있다. 『조선 왕 연대기』, 『꼬리에 꼬리를 무는 한국의 조약 이야기』(2023년 하반기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선정), 『무심코 지나쳤던 우리동네 독립운동가 이야기』, 『한국사 시험에 가장 많이 나오는 100문 100답』, 『조선괴담실록』, 『1일 1페이지 조선사 365』, 『방구석 역사여행』, 『족집게 한국사』 등이 있고, 『하루 1분 역사게임 : 한국사 편』, 『하루 1분역사게임 : 세계사 편』을 감수했다.


조선 왕 연대기
조선 왕 연대기
유정호 저
블랙피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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