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많은 사람이 당신의 실수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G. 빠더너스 문상훈)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378회)
“성공이 어색하고 실패가 익숙하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는, 책 『내가 한 말을 내가 오해하지 않기로 함』을 쓰신 문상훈 작가님 나오셨습니다. (2024.02.01)
자신을 오래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들은 천천히 늙는다. 내 잘못과 부족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사람들은 사과도 쉽게 한다. 나이 드는 것과 실수가 줄어드는 것은 상관이 없는데 어른은 실수 안 하는 줄 아는 사람들이 그들의 실수를 감추려고만 하니 도리어 실수도 더 많이 한다. 베갯머리에서 하루를 반성하는 사람들은 남들이 모르는 내 못난 모습도 숨기지 않고 받아들인다. 그런 밤들은 세포들이 노화하지 않고 성장한다. 속상하면 속상하다고, 내가 질투가 났다고, 미안하고 내가 부족했다고 말 할 줄 아는 사람은 언제나 소년이다. 나는 매일 미숙하고 질투해서 오늘도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는 가장 어린 시절의 소년으로 오래도록 남고 싶다.
안녕하세요. <오은의 옹기종기> 오은입니다. 문상훈 작가님의 책 『내가 한 말을 내가 오해하지 않기로 함』에서 한 대목을 읽어드렸습니다. 하나의 수식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사람에게는 그에게서만 볼 수 있는 남다른 빛이 있는 것 같습니다. 유튜버, 코미디언, 배우, 작가. 문상훈이라는 사람은 그렇게 다양한 길에서 근사한 빛의 자리를 만들고 있는데요. 그 속에 숨겨두었던 자신의 결핍과 자기 검열, 그리고 무수한 반성을 한 권의 책에 담았습니다. 오늘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에 『내가 한 말을 내가 오해하지 않기로 함』을 쓰신 문상훈 작가님을 모시고, 문쌤, 문이병, 문상 등 사람들에게 큰 웃음을 주는 얼굴의 뒤에 있던 진짜 문상훈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오은: 요새 엄청 바쁘다고 들었어요. 이렇게 바쁜데도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녹음을 위해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문상훈: 아닙니다. 항상 로망처럼 갖고 있었던 일이에요. 저는 사실 아직도 작가라는 말이 어색하고요. 책도 많이 어색한데요. 불러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오은: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하셨을 때 보니까 문상훈이라는 사람을 ‘하나의 몸, N개의 캐릭터’라고 소개했더라고요. ‘캐릭터’를 ‘페르소나’로 바꿔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작가라는 말이 어색하다고 하셨지만, 작가 문상훈은 어떤 모습이길 바라시는지 궁금했어요.
문상훈: 그런 말 있잖아요. 과한 겸손은 오히려 더 무례일 때가 있다고요. 그렇지만 저는 계속 겸손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저는 그게 겸손이 아니라고 생각하긴 하는데요. 그냥 부끄러움 많은 사람으로 전달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오은: 그 부끄러움이 쓰게 만든 것도 같고요. 책에서 그 부끄러움의 속살들을 하나하나 보여주면서 글이 깊어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오늘 얘기 나눌 책이죠. 『내가 한 말을 내가 오해하지 않기로 함』은 예약 판매 하루 만에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어요. 그야말로 ‘빠던’을 한 셈인데요. 그때 기분이 어떠셨나요? ‘성공이 어색하고 실패가 익숙하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지만 하루 만에 대성공을 거둔 셈이잖아요.
문상훈: 그래도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과연 그렇게 될까, 언감생심 아닌가, 이런 생각이 함께 있었는데요. 사실 ‘성공이 어색하고 실패가 익숙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책으로 1위를 하는 것의 괴리가 있어서요. 좀 얼떨떨했어요. 받아들이기로 다짐은 했지만 당연히 얼떨떨하고요. 사실 좀 죄송스러운 마음이 늘 있어요. 오늘도 그 얘기를 최대한 무겁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을 하려고 합니다. 그럼에도 ‘이래도 되나’라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오은: 문상훈 작가님 소개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991년부터 서울에서 살았다. 그리고 빠더너스.” ‘빠더너스’는 물론 방송 듣는 분들은 웬만하면 다 아시겠으나 그래도 어떤 그룹인지, 어떤 유닛인지 설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문상훈: 저랑 가까운 친구와 처음 만들었는데요. 처음에는 장난처럼 만들었어요. 감사하게도 지금은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이 하나 둘 모여서요. 저희를 코미디 영상을 만드는 크루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저는 쉽게 설명하기 위해 밴드라고 소개를 하거든요. 저는 보컬이라고요. 때문에 제가 아무래도 카메라 앞에 좀 더 많이 나오고, 플레이어 역할을 하는 거지만요. 객원이 없으면 밴드가 아닌 것처럼 뒤에서 영상 촬영도 하고, 편집도 하고, 같이 기획도 하고 그런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오은: 『내가 한 말을 내가 오해하지 않기로 함』이 어떤 책인지 직접 소개해 주시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이 책 어떤 책이죠?
문상훈: 『내가 한 말을 내가 오해하지 않기로 함』은 쉽게 얘기하면 저의 산문집인데요. 조금 좁혀서 얘기하자면요. 그냥 제 일상, 하루를 지내면서 느꼈던 경험담이나 깨달음보다는 조금 더 관념적인 내용들을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제가 밤마다 생각하는 것들이 많고요. 우울할 때면 이 우울의 뿌리가 뭐였는지를 끝까지 찾아내는 조금 안 좋은 버릇이었는데요. 그것에 대한 여행기 같기도 해요. 혼자 사고 실험하고, 뭐가 잘못이었는지 끝까지 캐물었던 것에 대한 자문 자답의 기록 정도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은: 제가 듣기로는 쓰는 중간중간에 이슬아 작가님에게 글을 보여줬다고 해요. 이슬아 작가님 성정을 생각하면 당근을 많이 주셨을 것 같은데요. 채찍도 있었는지 궁금하고요. 이슬아 작가님에게 어떻게 연락하게 됐는지도 궁금합니다.
문상훈: 이슬아 작가님은 익히 알고 있었어요. 제가 SNS를 통해서 조심스럽게 팬심을 표현을 하다가 이슬아 작가님도 빠더너스 재미있게 보고 있다고 말씀을 해주시더라요. 하지만 작가님께 바로 글을 보내지는 않았고요. 한 번 만날 기회가 있었어요. 함께 아는 지인 분과 같이 저녁 자리를 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도 그 자리에서는 용기 내서 말씀을 못 드렸어요. 그러다 이슬아 작가님 연락처를 통해서 약간 벼랑 끝에 몰린 쥐의 느낌처럼(웃음) 말씀을 드렸죠. “제가 더 이상 못 참겠어서 솔직히 좀 고백해 보겠습니다. 제가 지금 글을 적고 있는데 못 봐주겠거든요. 혹시 작가님께 보내드려도 될까요?” 하고요. 작가님께 글을 보여드리는 게 너무 실례라는 걸 알면서도 꼭 보여드리고 싶었거든요.
그러자 이슬아 작가님이 “상훈님, 저는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 것을 직업으로도 하고 있고, 남들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으면서 읽을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보내주세요.”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부터 맨날 보내드렸죠.
오은: 채찍을 주시던가요, 당근을 주시던가요?
문상훈: 엄청나게 도파민에 절여진 당근이었어요. 그 당근을 한입을 깨어 물면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매트릭스>의 빨간약, 파란약처럼요. 다시는 그 칭찬을 듣기 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수준의 당근이었어요.(웃음)
오은: 제목이 명사형으로 끝나요. 사실 이런 책이 많지 않거든요. 저는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일기장에 ‘그가 한 말을 내가 오래 기억하기로 함’이라고 적어두기도 했습니다. 책을 쓰는 일은 내 지난 날을 돌아보는 일이고, 하나씩 정리해 나가는 일이잖아요. 끝내 그 오해들이 풀리기도 했는지 궁금해요. 이 다짐 자체는 오래오래 문상훈의 곁에서 아주 중요한 지침으로 남을 것 같아서요. 제목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문상훈: 제가 일기를 쓰는데요. 오늘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일기를 채 적기도 전에 오해를 하곤 했어요. 예를 들면 친구와 서운한 말을 주고받았다고 해볼게요. 그 일에 대해서 복기를 할 때 저는 ‘잠깐, 가만히 있어 봐. 그러면 걔가 잘못한 거잖아’라는 생각을 먼저 해요. 방어 기제 같은 거죠. 근데 그런 것들이 너무 반복되니까 내가 방어기제가 있구나, 하고 나도 다시 한 번 돌아봐야겠다, 생각해요. 그 공정이 추가가 돼서 계속 반복되다 보니까요. 내가 느낀 감정이 진짜인지 아니면 남 탓 하려고 이런 감정을 가짜로 만들었는지가 혼란스러운 거예요. 그게 이 제목의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내가 들었던 감정이 그냥 진짜일 수 있다, 곧이곧대로 한번 들어보자, 나에게 드는 감정도 자꾸 의심하기 시작하면 다른 모든 사람들이 해주는 말도 다 의심을 하게 될 거다, 싶었던 거죠. 그래서 그런 오해를 좀 덜 해 보자라는 다짐을 하게 됐어요.
오은: <오은의 옹기종기> 공식 질문입니다. <책읽아웃> 청취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단 한 권의 책을 소개해주세요. 문쌤 버전으로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갑자기 요청을 드립니다.(웃음)
문상훈: 좋습니다. 저도 그게 더 편할 것 같아요. 소개할게요. “자, 빨리 일어나고. 너네 맨날 왜 그렇게 선생님만 오면 표정이 그런 거야. 빨리 창문 열고. 너네는 안 답답하니? 공기가 이러니까 맨날 잠이 오고 그러는 거야. 산소가 부족하니까. 빨리 문 열고. 그렇지? 봐봐, 오늘 내가 이거 들고 왔단 말이야. 내가 지난번에 얘기한 적 있지? 『수학자의 아침』, 김소연 시인의 시집이잖아. 얘기한 적 있어, 없어? 너 이리 나와. 야, 선생님은 시집 읽으면 안 되니? 너는 그럼 공부 왜 하니? 성적이 그렇게 나오는데, 응?
시 하나를 소개하면, 49페이지에 있는 「원룸」이라는 시야. 너네도 나중에 그럴 때가 올 거야. 대학 가고 나서, 20대 되면 엄마 아빠가 맨날 하던 잔소리를 못 듣게 되는 순간이 올 거란 말이야. 아무도 나한테 뭐 하라고 하지 않는 순간이 무조건 있거든. 지금은 쉬는 날, 휴일 낮에 동네 소리를 너희는 못 들을 거야. 왜냐하면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12년 동안 무조건 낮에는 학교에 있으니까. 그때를 말하는데, 이 시가 좋다, 나는. 또 자네, 그새 또 자네. 왜 자는 거야,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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