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 팀장은 어떻게 성과를 내고, 사람을 이끄는가?
『팀장 스쿨』 박소연 작가 서면 인터뷰
본인의 커리어를 관리자(리더)가 아니라 전문가 트랙으로 정했더라도 팀장 경험은 꼭 해보는 게 좋습니다. (2024.01.30)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합니다』 시리즈로 10만 직장인의 뜨거운 지지를 받은 박소연 저자의 ‘팀장’ 솔루션. 신간 『팀장 스쿨』은 저자가 대기업과 공공기관 등 다양한 현장에서 만난 팀장들의 실제 고민과 절절한 질문에 대한 답이다. 비단 팀장뿐 아니라 좀 더 큰 권한과 자율성을 갖고 자기 성과를 만들어가고 싶은 ‘일잘러’들에게도 유용한 전략을 제공한다.
지금껏 ‘일 잘하는 사람’을 주제로 책을 써 오셨습니다. 이번 책에서 특히 ‘팀장’에 관심 갖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전작에서는 업무 가짓수가 늘어날수록 오히려 원하는 목표와 멀어지는 역설을 강조하고, 핵심에 집중해서 일하는 방식에 관해 썼습니다. 덕분에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셨어요. 감사하게도 직원 필독서로 정한 기업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몇 년간 기업 강의를 하다 보니 누구보다 고민이 많아 보이는 대상이 있는 거예요. 바로 팀장 또는 본부장급 리더들이었습니다. 커리어를 누구보다 탄탄하게 해왔던 사람이라도 덜컥, 하고 흔들리는 시기가 바로 처음으로 리더 역할을 맡았을 때거든요. 그들 대부분은 실무자 때 탁월한 성취를 보여서 인정을 받았었는데 갑자기 부정적으로 바뀐 환경에 당황하고 계셨어요.
리더가 일을 잘하는 방식은 실무자 때와 다르거든요. 잘못된 방식으로 일하면 경영진, 부서원 모두를 힘들게 합니다. 물론 팀장 본인이 가장 힘드시겠죠. 이 책의 목표는 혼란을 가능한 한 빨리 걷어드리는 것입니다. 책을 읽고 나면 경영진이 ‘조직에서 강조한 게 팀 사업에 없다.’고 한탄하는 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팀원에게 몇 번이나 분명하게 말했는데 엉뚱한 성과를 내고 나서 오히려 팀장을 원망하는 미스터리가 왜 생기는지 아시게 될 거예요. (웃음)
‘팀장의 일은 달라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팀장은 팀원과 뭐가 다른가요? 팀장은 뭐하는 사람이죠? (웃음)
저는 팀장이라면 이 문장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팀장이란, 팀이 맡은 과제(목표)를 약속대로 해내는 사람이다. 단, 팀원들을 데리고 함께.”
첫째, 팀장은 팀이 맡은 과제를 약속대로 잘 해내는 사람입니다. 팀장을 미니 CEO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고 계신가요? 팀부터는 실질적으로 하나의 사업체와 같기 때문입니다. 사업체를 구성하는 모든 조건, 즉 사무 공간, 직원, 전용 예산, 계약된 일감까지 모두 갖추고 있어요. 팀장은 이 견실한 사업체를 경영하는 CEO나 다름없습니다.
팀장, 아니 전속 계약 스타트업의 CEO는 팀의 가용 자원을 영리하게 활용해서 약속한 일을 연말까지 무사히 수행해야 합니다. 이게 팀장 업무의 본질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걸 ‘성과 관리’라고 부르지요. 따라서 팀장으로서 본질에 집중한다는 것은, ‘팀이 맡은 과제(목표) 완수’를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둘째, 팀장은 팀원들을 데리고 함께 성과를 내야 합니다. 팀장이 된다는 건 기존의 스타 플레이어에서 감독과 코치로 포지션을 바꾼다는 뜻이에요. 물론 실무형 팀장은 경기를 함께 뛰기도 합니다만, 예전과 달리 골을 얼마나 넣었는지, 드리블과 패스를 얼마나 기가 막히게 했는지는 덜 중요해집니다.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는 ‘팀을 우승시켰는가’이기 때문이죠. 소속 선수들이 체력을 키우도록, 패스 정확도를 높이도록, 골을 더 잘 넣도록 도와주어야 우승에 가까워질 수 있겠죠.
대기업 인사담당자 말이, 요즘은 팀장 되기 싫다는 사람들이 느는 추세라 합니다. 일만 많고 너무 워라밸도 없어 보인다면서요. 하지만 작가님은 ‘그럼에도 팀장이 되세요’라고 말씀하십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그럼요. 제가 팀장을 권하는 건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팀을 이끌어본 경험은 어떤 커리어 경로를 그리든 가장 확실한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에요. 본인의 커리어를 관리자(리더)가 아니라 전문가 트랙으로 정했더라도 팀장 경험은 꼭 해보는 게 좋습니다. 연차가 올라갈수록 팀 단위 매니징조차 안 되는 실무자는 설 자리가 없어집니다. 하지만 팀원이라도 프로젝트 매니저로서 굵직한 업무를 이끌 수 있으면 탄탄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어요.
제가 팀장을 권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또 있습니다. 팀장 업무야말로 독립적인 업무를 완성형으로 해내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팀장이 되면 안정된 시스템 안에서 평생 커리어에 도움이 될 경영 수업 또는 창업 수업을 할 기회가 생기는 거예요. 실무자 입장에서 생각하던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법을 배울 수 있으니까요. 안 할 이유가 있을까요? 저 역시 팀장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나서 ‘어디서 일하든, 무엇을 하든 먹고살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겼는 걸요.
최근 MZ 직장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 이상적인 상사 유형 1위로 ‘피드백이 명확한 상사(42.0%)’가 꼽혔습니다. 그만큼 피드백이 중요한데, 또 그만큼 좋은 피드백을 하는 게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피드백을 잘하는 노하우가 있을까요?
피드백이 팀장의 중요한 역할로 자리 잡은 건 비교적 최근입니다. 이 말의 뜻은 팀장 대부분은 팀원 시절에 상사로부터 제대로 된 피드백을 받아본 경험이 없다는 뜻이죠. 그래서 오해가 깊은 것 같아요. 피드백을 그동안 시간이 부족해서 못하고 넘어갔던 불만을 허심탄회하게 본격적으로 나누는 시간으로 생각해서 서로 감정이 상해서 끝나요. 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관계가 깊어지는 친목 시간이라고 여겨서 사생활을 꼬치꼬치 묻다가 어색해지기도 합니다.
물론 피드백을 반복하다 보면 그런 식의 이야기도 종종 나누겠지만, 어디까지나 부차적이에요. 조직에서 피드백은 목표 관리를 위해 팀장과 팀원의 생각을 맞춰가는 조율 시간이고, 팀원의 강점을 발견하거나 애로사항을 확인하는 시간이거든요. “이 방향으로 가라는 말씀이시군요?”, “오! ○○님은 이게 더 선호하는 방식이군요.”, “이런 문제가 있어서 더 이상 앞으로 가지 못하고 있었군요.”라며 목표로 가는 여정의 이정표와 장애물 등을 함께 확인하는 거죠. 저는 이게 피드백의 가장 중요한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포인트는 서로의 방향을 제대로 맞춰간다는 거예요. 그리고 구체적으로 해결하고요. 책에서는 원온원 대화, 팀원의 고민을 한 단계씩 구체적으로 해결하는 CSF(핵심 성공 요인) 기법, 팀원 업무를 교재 삼아 업무 실력을 키워주는 AAR(After Action Review) 등을 자세히 다루었습니다. 팀장이 바로 현업에 적용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라고 생각해요.
일 잘하는 팀장은 ‘성과’와 ‘결과물’을 구분할 줄 안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좀 더 설명해주신다면요?
일할 때 팀장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소위 삽질을 피하기 위해 꼭 알아둬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일해서 나온 ‘결과물’이 모두 반드시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사실 이 둘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게 쉽지만은 않아요. 결과물인지 성과인지 헷갈릴 때는 ‘이게 원하는 최종 목적인가? 아니면,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인가?’ 라는 질문을 해보면 됩니다. 예를 들어, 팀에서 열심히 노력해서 신상품을 출시했다고 해볼게요. 이게 과연 결과물일까요, 성과일까요?
우리가 진짜 원하는 목적이 신상품 출시 자체인가요? 그럴 리가 없죠. 신상품 출시는 어디까지나 수단입니다. 진짜 원하는 목적은 매출 증대, 미래 성장 분야 진출, 새로운 고객 확보, 브랜드 이미지 개선 같은 겁니다. 애초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신상품 출시만으로는 팀의 성과라고 볼 수 없어요. 오히려 조직의 자원을 낭비한 실패에 가깝습니다.
팀장이라면 ‘신제품을 출시했습니다’가 아니라 ‘신제품의 성공적 출시 덕분에 전체 매출이 15% 상승하고, 10대 고객의 구매가 200% 증가했습니다.’와 같이 말해야 합니다. 언뜻 비슷한 것처럼 보이지만, 확연히 다른 이 관점의 차이가 경영진과 팀장 사이의 깊은 간극을 메워줍니다.
책 제목은 『팀장 스쿨』이지만, 막상 읽어보면 팀원인 후배들에게도 유익해보여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 책은 어떤 분들이 읽으면 좋을까요?
지난주에 막 임명된 따끈따끈한 신임 팀장이나 여전히 적응 중인 3년 차 미만의 리더에게 아주 유용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실 ‘그때 이것 때문이었구나!’라고 깊이 탄식할 분들은 아마 팀장 또는 본부장이 된 지 꽤 된 분들일 겁니다. 그래서 10년 차 이내의 리더라면 모두 읽어 보셨으면 좋겠어요. 최고의 복지는 좋은 동료와 일하는 거니까요. 그리고 아직 팀장은 아니더라도 팀에서 시니어 멤버로 조금씩 후배들을 데리고 일하고 있다면 미리 읽어 보길 권합니다. 저는 경영진 직속 기획실에서 미리 배운 덕분에 첫 팀장을 맡았을 때 정말 도움이 되었거든요.
다양한 기업에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꾸준히 강의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느껴지는 요즘 직장인들의 가장 큰 관심사나 고민 같은 게 있을까요?
지속 가능한 커리어 및 경쟁력이 가장 큰 고민인 것 같아요. 내가 이곳에서 이대로 계속 일하면 10년 후에 나는 무얼 할 수 있는 사람이 될까, 20년 후 회사가 나가라고 하더라도 스스로 설 수 있는 커리어나 실력이 있나, 라는 고민이 커 보였습니다. 졸업 후 갖는 커리어 1막이 보통 20년 정도면 끝나는데, 사실 대부분은 더 일하고 싶어 하거든요. 설사 경제적 자유를 얻는다고 하더라도 말이죠. 무언가 꾸준히 해낼 수 있는 나, 세상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원하는 내가 되기 위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물론 저도 그 고민을 하는 사람 중에 하나고요. (웃음)
*박소연 서울대 국제대학원 졸업. 경제단체에 입사하여 후진타오 주석, 조지 부시 대통령 등이 참석한 국제행사(APEC CEO Summit)와 대통령 해외순방 경제사절단 총괄 등을 맡으며 대규모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운용하는 방법을 배웠다. 또한, 삼성, LG, 현대차 등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하여 산업정책을 발굴하고 정책에 성공적으로 반영시켰다. 정부와 지자체, 국회 등과 협력하여 다양한 전국 규모의 행사들을 기획하기도 했다. GS그룹 회장, 효성그룹 회장 등을 보좌하였으며, 경영진이 리더를 뽑고, 훈련시키고, 때로는 탈락시키는 과정과 이유를 지켜보면서 일 잘하는 사람들의 노하우를 배웠다. 큰 프로젝트를 연달아 성공시켜 국무총리상을 받을 정도로 회사형 인간으로 살다가, 하루에 4시간 일하면서 돈도 꽤 잘 버는 삶을 살고 싶어서 커리어 방향을 전환했다. 베스트셀러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합니다》 시리즈를 시작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글을 쓰고 강연하는 삶을 산다. 일하는 사람을 위한 콘텐츠 ‘시간과 생각’의 대표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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