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청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를 돕는 여성들”
『미드나잇 레드카펫』 김청귤 작가 서면 인터뷰
재밌겠다, 기발하다,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등. 그저 재밌게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다 읽고 잊어버리셔도 좋고, 곱씹게 되는 것도 좋아요. (2024.01.29)
김청귤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 『미드나잇 레드카펫』은 수많은 아포芽胞에 감염된 디스토피아를 매우 현실적으로, 동시에 몽환적인 감각으로 풀어낸다. 계속해서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성별에 대한 차별적 인식과 세대를 거듭하는 고질적인 선호사상, 비일비재한 폭력 등을 가감 없이 다룬다. 우리 사회에 마치 아포처럼 퍼져버린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냄으로써, 우리가 자각해야 할 문제의식을 짚어준다.
김청귤 작가님 안녕하세요. ‘채널예스’를 통해 만나는 독자님들을 위해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아주 오랫동안, 즐겁고 행복하게 글을 쓰고 싶은 김청귤입니다. 『미드나잇 레드카펫』이라는 소설집으로 인사드리게 되었습니다.
『미드나잇 레드카펫』 소설집은 작가님의 초기 작품을 엮어보자는 제안에서 시작되었는데요. 초기 작품들은 작가님의 작품 활동에 있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이 제안을 받으셨을 때 어떤 마음이 드셨나요?
「찌찌레이저」 「이달의 네일」 「한밤의 유혈 사태」는 제가 공모전에는 당선되었지만 아직 책이 나오지 않았을 때, 브릿G라는 플랫폼에 올렸던 소설들이에요. 소설 쓰는 걸 포기했다가 당선이 되고 나서 뭐든지 쓰고 싶어 활활 불탔던 것 같아요. 그 당시에는 소설집을 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못 하고 열심히 쓰기만 했었거든요. 그래서 제안을 받고 기뻤어요. 미팅 때 편집자님이 제 초기 작품들을 엮어서 소설집을 만드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거라고 하셨거든요.
『미드나잇 레드카펫』을 읽으면 고질적인 사회문제의 고발과 사회에 뿌리박힌 차별적인 편견에 대한 작가님의 비판적 시각이 느껴집니다. 특히 「한밤의 유혈 사태」는 수록 작품들 중 판타지 요소가 배제된,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하는데요. 작품을 통해 작가님께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한밤의 유혈 사태」에서 다루는 ‘심신미약’의 악용뿐만 아니라, 성별, 지위, 재력, 권력 등에 따라 다르게 처벌받는 게 화가 났어요. 이 작품을 19년도에 썼는데, 24년도인 지금도 그런다는 게 참 서글픕니다.
『미드나잇 레드카펫』의 수록작 「마법소녀, 투쟁!」이나 「서대전네거리역 미세먼지 청정 구역」, 「찌찌레이저」를 보면,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소재와 서사를 판타지적 요소를 통해 유쾌하고 재치 있게 풀어내셨는데요. 이러한 판타지적 소재의 영감은 주로 어디로부터 오는 것인가요?
책이나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소재를 얻고는 합니다. 멍하니 있다가 번뜩 생각날 때도 있고, 공모전이나 청탁 온 주제를 고민하다가 생각의 가지를 확장시킬 때도 있습니다. 「서대전네거리역 미세먼지 청정 구역」 같은 경우에는 버스를 타고 퇴근하던 중에 갑자기 ‘인간이 미세먼지 인간으로 변한다면‥‥?’ 이런 생각이 들어서 허둥지둥 핸드폰에 메모를 하며 이야기를 확장했던 기억이 나요.
『미드나잇 레드카펫』뿐만 아니라 작가님의 전작들을 보면 여성 인물의 큰 활약을 볼 수 있는데요. 이번 소설집에 등장하는 ‘언니’, ‘소녀’, ‘앨리스’ ‘여왕’ 등의 여성 인물들은 작가님께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원수라 할지라도 생리대는 빌려준다. 이 말을 좋아해요. 아무리 싫고 미운 사람이라고 해도 ‘생리’라는 고통을 알기 때문에 보일 수 있는 친절함인 거잖아요. 그게 연대일 수도 있고요. 이 소설들의 여성 인물들은 여성이기 때문에 차별과 좌절, 분노 등을 겪어요. 물론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니 여성일지라도 나쁠 수 있지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를 돕는 인물들을 쓰게 되는 것 같아요.
『미드나잇 레드카펫』의 「앨리스 인 원더랜드」처럼 판타지 동화 중 한 작품을 각색하여 소설을 쓸 기회가 있다면, 어느 작품을 재구성해보고 싶으신가요?
판타지 동화는 아니고 전래동화인 『선녀와 나무꾼』을 재구성해보고 싶어요. 나무꾼이 여자였다면 어땠을까 싶어요. 성별을 바꾸기만 해도 다른 이야기가 되잖아요. 거기에 선녀가 하늘에서 도망쳤다거나 땅에서 구해야 할 게 있는 거라면? 나무꾼과 선녀의 우정 이야기가 펼쳐질 수 있지 않을까요?
많은 독자들이 ‘김청귤’이라는 이름을 떠올렸을 때, 어떤 이야기와 어떤 세계를 기대하고 떠올리길 바라시나요?
재밌겠다, 기발하다,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등. 그저 재밌게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다 읽고 잊어버리셔도 좋고, 곱씹게 되는 것도 좋아요. 그게 무엇이든, 제 소설을 재밌게 읽어주신다면 기쁠 듯합니다.
*김청귤 아주 오랫동안, 즐겁고 행복하게 글을 쓰고 싶은 사람. 앤솔로지 『미세먼지』 『이상한 나라의 스물셋』 『앨리스 앤솔로지 : 이상한 나라 이야기』 『귀신이 오는 밤』 『판소리 에스에프 다섯 마당』 『하얀색 음모』, 경장편소설 『재와 물거품』, 연작소설집 『해저도시 타코야끼』등을 펴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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