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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독서 프로젝트] 북 어드바이저의 독서법

북 어드바이저의 독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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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목표로 독서를 선택했지만 막막한 사람들을 위해 다섯 명의 북 어드바이저가 독서법과 분야별 추천 책을 소개한다. (2024.01.23)

새해 목표로 독서를 선택했지만 막막한 사람들을 위해 다섯 명의 북 어드바이저가 독서법과 분야별 추천 책을 소개한다.


김중혁 소설가의 고전 완독하는 법

고전 중에는 두꺼운 작품이 많습니다. 작가가 영혼을 갈아 넣어서 쓴 작품은 오래 살아남을 확률이 높고, 두꺼울 확률도 높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 작품에다 차곡차곡 포개놓은 거죠. 두꺼운 고전을 선택하기 전에 비교적 얇은 고전부터 시작해 보는 게 좋습니다. 일종의 ‘고전 독서력’을 키워나가는 거죠. 제가 소개해 드리는 고전은 대부분 얇은 소설들입니다.

또 하나의 비법은 인물 관계도를 그리는 것입니다. 고전 소설은 등장인물이 많은 데다 관계도 복잡합니다. 인물들의 이름을 외우는 데도 한참 걸리죠. 책의 빈자리에다 인물 관계도를 그리고 어떤 식으로 관계가 변모하는지를 메모해 나가면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주제도 더욱 선명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얀 작가의 경제경영서 고르는 팁

경제경영서 초심자라면 일단 너무 두껍고, 모르는 단어가 많은 책은 마음 편히 건너뛰세요. 현재 내 상황에 맞는 책을 골라 잘 소화해야 후에 더욱 많은 책을 만날 수 있으니까요. 책을 고를 때는 내 눈에 들어오는 제목과 표지로 선택하는 것도 좋지만, 목차까지는 꼭 읽어보고 결정하세요. 특히 경제경영서는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 목차에 많이 나와 있으니 목차를 보고 구매를 하면 더욱 만족스러운 독서가 될 겁니다.

이제 나는 초심자는 넘긴 것 같다 하는 중급자분들은 최근 트렌드와 관련된 책들을 보며 세상의 흐름을 꾸준히 지켜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물론 이와 반대로 때로는 중고 서점에 가서 나만의 보물 책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고요. 저의 경우는 코로나가 오기 전에 나왔던 경제 예측 도서들을 찾아보곤 했는데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현재의 고금리는 예측하지 못했더라고요. 결국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나 좋은 책들과 함께라면 미래를 마냥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자신해 봅니다. 여러분도 올해는 더욱 다양한 장르의 책과 이야기로 충만한 시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박혜진 편집자의 느린 과몰입 독서

저는 굳이 말하자면 굉장히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독서하는 편이에요. 일단 속도가 굉장히 느려요. 넷플릭스로 치면 재미있는 시리즈를 밤새워 정주행하기보다는, 좋은 장면마다 일시 정지를 누르고 여운을 즐겨야 해요. 독서할 때도 밑줄을 엄청 그으면서 읽고, 어떤 대목에서는 거실을 뱅뱅 돌거나 나가서 걷다 들어오기도 해요. 나가서 걷고 있는데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그 사람 당첨이에요. ‘내가 이런 책을 읽고 있는데 이런 부분에서 현기증 난다, 넌 어떻게 생각해?’ 질문을 쏟아내죠. 친구가 제 과몰입을 잘 받아주면 그 순간 생각이나 감정이 한 방향으로 정돈되어요. 아, 내가 이런 책, 이런 장면을 굉장히 좋아하는구나 느끼기도 하고요. 그럼 다음 장을 읽을 마음의 여백이 생기는데요. ‘느린 과몰입’이 제가 책을 읽는 방식인 것 같아요. 이렇게 열심히 책을 읽었으니 잘 기록을 해 두면 좋을 텐데 또 그렇지 못해요. 오로지 제가 기억하는 것은, 이 책과 결부하여 어떤 고민을 했었는지, 그때 누구랑 무슨 말을 나누었는지, 그때 날씨가 어땠고 뭘 먹었는지 맛이 어땠는지 등이에요. 다독에 불리할 뿐만 아니라 책을 통해 밥을 벌어먹기에도 아주 불리한 독서 습관이라고 자평합니다.

가끔 제가 읽은 책이 다 휘발된 것 같은 허무함을 느낄 때도 있는데요. 조금 다르게 생각하면 이미 제 삶에 다 녹아들어 분리할 수 없이 제 자신이 되었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과몰입하다 못해 한 계절씩 찜 쪄 먹는 책들은 대개 그 당시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과 딱 맞아떨어져서, 문제를 구체화해 주거나 관점을 바꾸는 데 도움을 준 책들이거든요. 잊고 있던 과거의 경험을 현재로 소환하고, 그것을 승화된 감정으로 가장 잘 넘겨주는 역할을 하더라고요. 그런 책들은, 뭐랄까요. 어떤 순간에는 그 계절이 지나고 나면, 고맙긴 한데 너무 내 밑바닥을 많이 알고 있어서 부담스러운 그런 친구 같아요. 제가 소개해 드린 책 중 몇 권은 저에게 그런, 소중하고 부담스러운 책들입니다. 제가 현기증을 느끼며 꿀렁꿀렁 읽었던 책들이 독자분들께는 어떻게 다가갈지 궁금하네요.


고명재 시인의 시와 친해지는 법

시를 다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도 되어요. 시는 부분적 이해나 얕은 해석, 자유로운 오독이 마음껏 가능한 장르예요. 시를 ‘엄청난 뜻을 지닌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누가 언어로 ‘꿨던 꿈’이라고 생각해 봐요. 해몽은 하는 이에 따라 다르죠. 게다가 상이한 꿈 풀이를 듣다 보면 재미있잖아요. 이처럼 ‘완전한 해석’과 ‘완벽한 이해’를 과감하게 포기할 때 시는 성큼성큼 다가옵니다. ‘꿈’과 ‘시’를 동의어처럼 다뤄보세요. “아 너는 그런 꿈을 꿨어? 나는 이렇게 해석되는데?” 이런 태도로 시를 대하다 보면 훨씬 자유롭고 재미있게 느껴질 거예요.

둘째로, 그래도 시가 어렵다면 ‘우선 곧장 느끼기’에 주목해 보셔요. 시의 언어도 음악처럼 대해보셔요. 선율이나 바람처럼 곧장 그대로. 볕을 쬐듯 물 마시듯 그냥 통과시켜요. 그러면 말로 다 정의할 수 없는, 어떤 인상이나 느낌들이 당신을 방문할 거예요. 바로 느낌이 ‘시의 본론’ 같아요. 그것으로 충분해요. 뒤라스의 책 제목처럼 어쩌면 시는 “이게 다예요.” 셋째로는 그럼에도 시는 어렵고, 그 어려운 걸 힘들게 해석해낼 때 얻게 되는 가치가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어요. 시는 좀 어렵고 불편하게 진보해왔어요. 저는 그게 시라는 장르가 기본적으로, ‘마음을 다루는 장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시는 삼각김밥이나 하이패스처럼 간편해져서는 안 된다고 믿어요. 누군가의 마음을 다루는 게 시라면, 적어도 이 일만큼은 만만해져서는 안 되죠. 사랑도 정치도 사회운동도 참 어렵잖아요. 시도 그래요. 어려움을 그냥 받아들여 주세요. 그러면 새로운 해석이 마구 출몰할 거예요. 그렇게 힘겹게 얻어내는 것들에는 언제나 귀중한 가치가 있어요.


윤혜은 작가의 책방 즐기는 팁

책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은 책방에 방문하는 거예요. 저는 동업자인 이미화 작가와 함께 서점 ‘작업책방 씀’을 운영하고 있어요. 책방을 즐기는 팁과 2024년에 계획하는 행사를 소개해 드릴게요. 저희 책방에는 유튜브 계정이 있어요. 2주에 한 번씩 책방의 근황과 더불어 인상 깊게 읽은 책 소개를 나누는 ‘미화리의 책방로그’인데요. 벌써 2년째 착실히 콘텐츠를 쌓아서 최근에는 ‘2023 올해의 책’ 영상이 조회수 1만 회를 넘기기도 했어요. 지금은 잠시 겨울방학에 들어갔지만, 밀린 책방로그 콘텐츠를 하나씩 보신 뒤 저희 책방에 방문해 주시면 이 공간을 좀 더 친숙하게 느끼시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새해의 작업책방 씀은, 벌써 4년 차에 접어들었는데요. 책방로그의 재개는 물론이고,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한 달에 한 번씩 한 명의 작가 혹은 특별 큐레이션에 집중하는 ‘작가의 책상’ 전시와 더불어 에세이 및 소설 쓰기 클래스를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한 해를 보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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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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