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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미 "우리의 삶에는 언제나 환상이 필요해요"

『디어 마이 라이카』 김연미 작가 서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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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거짓이, 거짓으로 가득 찬 이야기들이, 진짜 세상을 아주 조금은 이롭고 흥미롭게 바꾼다고 생각합니다. (2024.01.02)


2021년 대한민국 콘텐츠대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디어 마이 라이카』가 2023년 소설로 출간되었다. 수상 당시 뮤지컬 대본이었던 『디어 마이 라이카』는 103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당선되었고, 공연 부문에서 무려 3년 만의 수상이라는 사실도 알려지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이후 『디어 마이 라이카』는 2022년 동명의 뮤지컬로 제작되어 먼저 대중들을 만났고, 그로부터 1년 간의 집필과 수정, 수없는 퇴고 끝에 비로소 SF청소년소설로서 독자들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이번에 첫 드디어 소설을 내셨어요. 그동안 뮤지컬, 연극 등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로 먼저 대중들을 만나셨는데 책을 낸 소감이 어떠신가요?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은 막연하게 했던 것 같습니다. 다만 그동안은 공연 대본을 써 왔기 때문에 저의 첫 책은 대본집이 될 줄 알았어요. 이렇게 소설의 형태가 될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공연은 일정 기간만 올리고 사라지는 것인데 책은 물성을 가지고 있어서 누군가의 책장 한곳을 차지하게 될 거라 생각하니 기분이 묘해요.

저는 대학에서 작곡을, 대학원에서 대본과 작사를 전공해서 자연스럽게 공연 장르의 글을 써 왔지만, 제게는 ‘쓴다’는 행위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소설을 냈다고 완전히 다른 일을 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동안은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지인들이 서점에 갔다가 책 사진을 찍어 보내주어서 요즘 조금씩 책이 나왔구나 싶습니다.

『디어 마이 라이카』는 1957년 우주로 간 최초의 생명체였던 강아지 '라이카'와 1960년 우주선에 올라 지구 상공 궤도를 17바퀴 돌고 돌아온 강아지 '벨카'의 일화에서 영감을 받으셨다고 들었어요. 이 사건이 모티프가 되었지만 소설의 내용은 강아지가 아닌 아버지와 아들의 깊은 그리움을 담고 있고요. 작가님은 이 과학적 사실로부터 어떻게 아버지와 아들 캐릭터를 만드셨는지 궁금해요.

『디어 마이 라이카』는 라이카와 벨카 이야기, 그리고 화성 탐사 로봇인 오퍼튜니티와 스피릿의 이야기에서 동시에 출발했습니다. 라이카는 돌아오지 못했지만 벨카는 돌아왔다는 점과, 오퍼튜니티와 스피릿은 함께 화성으로 간 쌍둥이 로봇이지만 화성에서 끝까지 서로를 만나지 못했다는 점이 늘 마음이 아팠어요. 이런 부분이 감정적으로 끌려서 그런지 언젠가 이야기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아버지와 아들이 우주의 어느 별에서 등을 맞대고 앉아 있는 모습이 저를 찾아왔어요. 그 둘은 나란히 앉아 있지만 실제로 그들의 사이에는 시간의 간극이 존재하고 있었고요. 이 둘의 사연이 궁금해졌어요. 『디어 마이 라이카』는 여기서부터 시작했습니다.

이들의 관계가 왜 ‘아버지와 아들’이냐 묻는다면 아마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먼 존재가 가족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엄마와 딸은 서로를 동일시하지만, 아들에게 아버지는 정복해야 하는 존재라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어떻게든 아버지라는 숙제를 풀고 싶었던 벨카는 우주여행을 하는 과정에서 아버지를 이해하게 됩니다. 그렇게 아버지를 알게 된 벨카는 비로소 진짜 자기 자신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작가님은 평소에도 과학에 관심이 많은 편이셨나요?

『디어 마이 라이카』를 과학소설로 쓰려고 했던 건 아닙니다. 그냥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고 쓰고 보니 과학소설이었어요. 그렇다면 왜 쓰고 싶었던 이야기가 과학을 모티프로 한 이야기였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제 유일한 취미가 ‘과학’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냥 과학 팟캐스트 듣기, 과학 분야 책 읽기 정도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글과 음악을 직업으로 삼았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즐길 수 있는 게 뭔지 잘 몰랐어요. 그런데 문득 과학이 내 취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해 보니 저는 이미 7년쯤 전부터 취미생활 하는 중이더라고요. 그래서 이 취미를 좀 더 깊이 있게 해봐야지 싶어서 ‘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과학문화 전문인력 양성 과정 수업을 들었습니다. 거기서 만난 친구들과는 지금도 교류하며 지내고 있고, 이 책을 낼 때도 그 친구들이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참 고마워요.

이 작품은 2022년 동명의 뮤지컬로도 제작이 되었습니다. 공연 대본을 소설화할 때 가장 염두에 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뮤지컬 작가로서 관객들을 만날 때와 소설가로서 독자들을 만날 때, 작가님의 마음이 어떻게 다른지도 궁금해요.

책은 공연의 심화 버전이라는 생각으로 썼습니다. 공연에서는 무대라는 한계 때문에 표현하지 못했던 것들, 말하지는 않았지만 전하고 싶었던 것들을 제대로 풀어보고 싶었어요. 책으로 오면서 이야기가 더 깊고, 더 풍성해졌으면 싶었습니다. 공연을 먼저 올린 덕분에 그때 함께했던 연출님이나 배우들과의 시간이 이 이야기를 더 생기 있게 만들어주었고, 이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진짜 존재하는 사람들’이라는 감각을 심어 주었어요. 고맙고 귀한 사람들과 함께 한 시간이 있어서 이야기의 깊이가 더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만약 공연이 다시 올라갈 일이 생긴다면 잘 정비해서 그분들과 꼭 다시 공연하고 싶어요. 소설에도 등장하는 <주기율표>라는 노래는 김치영 작곡가의 작품인데 기회가 있다면 소개해 보고 싶기도 해요.

관객과 독자라는 말이 저는 참 어색한데요. 저에겐 이 둘이 별로 다르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제 이야기를 함께 살아주시는 분들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와 함께하는 동안 행복해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습니다.

코로나로 공연 일정이 다 취소되고 굉장히 힘들 때 라이카와 벨카를 만나 큰 힘을 얻으셨다고 들었어요. 이 이야기의 어떤 점이 작가님을 가장 크게 위로해주었을까요? 그 이야기가 독자들에게는 어떤 감흥을 주었으면 하고 바라시나요?

『디어 마이 라이카』는 써야 해서 쓴 이야기가 아닌, 그냥 쓴 이야기였어요. 공연해야 해서, 마감해야 해서 쓴 게 아니라 그냥 시간이 너무 많아서 시작한 이야기라 하고 싶은 걸 다 했습니다. 매우 무료하고 절망적이던 와중에 이 이야기와 놀 수 있어서 당시의 우울했던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라이카는 저를 구했어요! 공연을 위한 글쓰기를 시작한 게 2015년이었는데 그때까지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거든요. 그러던 와중 즐겁게 쓴 작품이 대한민국 콘텐츠대상에서 뜻밖의 수상을 했을 때, 계속 써도 된다는 허락을 받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래서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그저 이 이야기가 필요한 누군가에게 잘 가 닿았으면 좋겠고, 따뜻한 무언가로 남으면 좋겠습니다.

라이카와 벨카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소설에 등장하는 'K박사'도 굉장히 궁금한 인물이에요. 뇌의 편도체 이상으로 인해 공감능력이 부족하고 공포나 두려움을 잘 느끼지 못하는 사람으로 등장하잖아요. 아무래도 일반적이지 않은 캐릭터인데 어떻게 'K박사'를 만드셨는지 궁금해요. 작가로서 이렇게 특수한 캐릭터를 만들 때 더더욱 어려울 것 같아요.

라이카와 대척점에 있는 인물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감정보단 이성을, 마음보단 팩트를 믿는 사람을요. 라이카는 기억을 찾고 싶어하고, 벨카는 아버지에 대해 알고 싶어한다면, K박사는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싶어하는 사람입니다. 존재만으로 이유가 되는 존재일 수 없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K박사는 슬픈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정한 누군가가, 박사가 홀로 앉아 있는 방문을 열어주었다면 어떤 결함을 가지고 태어났든 잘 성장할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박사를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럴수록 그 속에 인정받고 싶어 노력하고 애쓰는 제 모습이 보이기도 했고요. 박사는 아이인 채로 어른이 되어버린 사람, 성장하지 못한 어른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그가 과학으로는 증명할 수 없지만 인간과 인간 사이에는 따스한 무언가가 있다는 걸 라이카와 벨카를 통해 알게 되길 바랐습니다.

오늘 『디어 마이 라이카』에 대해 솔직히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작가님이 꾸는 작가로서의 꿈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는 거짓이, 거짓으로 가득 찬 이야기들이, 진짜 세상을 아주 조금은 이롭고 흥미롭게 바꾼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삶에는 언제나 환상이 필요해요, 책을 펼친 그 시간만큼은, 극장에 앉아 있는 그 시간만큼은 현실을 잊고 꿈을 꿀 수 있으니까요. 그런 시간을 선물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계속 쓰고 싶습니다.




*김연미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음악극창작을 전공했다. 연극, 뮤지컬, 음악극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무대를 위한 극 대본을 썼다. 광활한 우주 공간을 배경으로 아버지와 아들의 시공간을 초월한 깊은 그리움을 그린 『디어 마이 라이카』 로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스토리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디어 마이 라이카
디어 마이 라이카
김연미 저
토마토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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