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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가난이 아니라 가난에 대한 사회 대응이 문제다

책읽아웃 – 황정은의 야심한 책 (37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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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을 범주화해서 이야기하기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공통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가난이 대물림 된다는 것. 물이 흐르는 것과 같이 그것을 막거나 거꾸로 돌리는 힘이 가해지지 않으면 가난은 그냥 흐릅니다. (2023.12.28)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저 | 돌베개



한자(황정은): 오늘은 단호박 님이 고른 책을 저희가 같이 읽고 왔습니다.

단호박: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라는 제목의 책인데요. 강지나 저자가 쓰고 돌베개에서 출간했습니다. 제가 이 책을 읽자고 했는데, 가난이 요새 제 화두 중에 하나인 것 같아요. 정확히 말하면 가난이라기보다는 ‘가난해서 가난해진다’ 이런 무한궤도 같은 느낌을 자주 생각을 했었어요. 가난하면 일을 못하고, 일을 못하면 가난해진다, 이런 느낌의 루트를 계속 주변에서 봐오면서 ‘그럼 어떻게 하면 이 궤도 바깥으로 벗어나게 해서 이 상황을 탈피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생각을 개인적으로 자주 해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책 소개를 조금 드리자면 저자인 강지나 님은 교사로 일하다가 가난한 집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자꾸 눈에 밟혔다고 해요. 그래서 교사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사회복지학을 추가로 공부를 해서 박사를 따게 됩니다. 2010년부터 빈곤 대물림에 대한 박사 논문을 준비하면서 인터뷰를 위해서 빈곤 가정의 청소년들을 만나게 됐고요. 이후에 ‘이 사람들이 어른이 된 후에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궁금해져서 그것을 계속 따라가는 책을 쓰기로 했습니다. 오늘 저희가 같이 이야기할 책이 그 결과물이 되겠죠. 책에는 8명의 빈곤 가정 청소년 및 특성화고 출신의 노동자 청소년의 인터뷰가 실려 있는데요. 여섯 명의 인터뷰이는 3~4년에 한 번씩 만나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하고요. 두 명의 인터뷰이는 2018년에 특성화고 진로 주제를 추가하면서 새로 만나게 되었다고 합니다.
오늘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하다가 여덟 개의 사례를 간략하게 설명하면서 저희가 이야기를 덧붙이면 어떨까 싶어요. 첫 번째 나온 인터뷰는 소희의 인터뷰인데요. 저자는 소희가 17살 때 처음 만나게 됩니다. 소희의 어머니는 오랜 우울증을 앓고 있었고, 아버지는 소희가 5살 때 이혼을 하고, 새아버지 역시 조현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오빠가 아픈 편이어서 엄마는 소희에게 신경을 잘 못 썼다고 소희는 이야기를 하고요. 외할아버지는 경기도에 살고 있는 농민이었는데, 외조부모 역시 가난했고 외할머니는 알코올 중독을 앓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소희의 어머니는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했고 지금도 글을 읽지 못하는 상태라고 인터뷰에서 회고를 하게 됩니다. 소희는 중학교를 중퇴를 했고요. 이후에 가출을 하고 동거를 한다거나 혹은 다른 종류의 비행을 거쳐서, 나중에 우연한 계기로 중학교 검정고시를 통과하게 됩니다. 이후에 고등학교 검정고시도 마치고 대학교에 들어가게 되는데요. 소희가 비행을 하다가 대학 입학 같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일을 하게 된 계기는 사회복지관의 복지사 때문이었다고 해요. 이 복지사 선생님이 여러 가지로 알아봐주고 소희를 챙겨줘서 이것을 모범으로 삼아서 ‘나도 사회복지를 하고 싶다’ 생각해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게 되고요. 이후에 저자가 소희를 만났을 때 소희는 중학교 때와 고등학교 때와는 다르게 상대적으로 조금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하지만 소희는 여전히 관계 맺기가 좀 어렵다고 인터뷰에서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해서 ‘견디고 있다’고 이야기를 하게 되죠. 혹시 소희의 인터뷰를 읽고 드는 생각이 있으셨나요?

그냥: 저는 말씀하신 첫 장에서부터 그런 생각이 드는 거죠. 우리가 누군가를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범주화해서 이야기한다는 것이, 사실 그 안에 굉장히 많은 다른 문제들과 맥락들이 있어서, 참 쉽지 않은 일이구나. 그래서 강지나 작가님도 고민 굉장히 많이 하셨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이 책은 당사자로서 자기 기록이 아니잖아요. 타인을 바라본 기록이기 때문에, 굉장히 우려하고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으셨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한자(황정은): 저도 같은 생각을 했고, 한편으로는 오늘 녹음하러 오면서 걱정이 많았어요. 책에 인터뷰가 실려 있지 않습니까? 인터뷰이들이 실제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삶을 꾸려가고 있는 청년들이기도 해서 말이 많이 조심스럽습니다. 그리고 가난이라는 것이 인터뷰 당사자인 청년 한 사람의 삶에 관한 이야기만이 아니라 그가 포함된 가족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해서 뭐라고 말을 붙이기가 조금 어렵기는 해요.

단호박: 저는 소희 인터뷰의 키워드를 하나 뽑자면 우울감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요. 어머니도 우울증을 앓고 있었고, 이후에 소희가 자기 삶을 꾸려오면서 우울한 면을 인터뷰에서 비치는 면이 있었거든요. 저자가 인터뷰마다 뒤에 자신의 글을 하나씩 수록했는데, 거기에서 ‘빈곤 대물림의 환경이 있고 거기서 습속이 얻어져 있다면 그 습속을 바꾸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이야기를 쓰셨더라고요. 저자는 ‘소희가 아마도 대인관계의 어려움이라든지 아니면 삶을 견디고 있다는 감각을 앞으로도 당분간 갖고 있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럽게 예측을 합니다. 그 예측이 소희의 잘못이 아니고 소희 혼자서 겪고 있는 일도 아니고 소희 혼자서 해결하라고 방치해 둘 문제는 더더욱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게 되고요. 이런 종류의 어려움을 갖고 있는 청년들이 있다면 사회가 나서서 오랜 관심을 갖고 지켜보면서 관계 맺기를 지원해줘야 된다고 글을 끝맺게 되죠. 몸 건강이든 마음 건강이든 경제적인 요건이 사람들의 건강을 해치는 경우를 우리가 주변에서 많이 봤잖아요. 우울해서 지속적으로 일을 못하게 되는 경우도 너무 많이 봐왔고요. 소희의 인터뷰를 보면서 그런 점이 잘 드러나지 않았나 생각을 하게 됐어요.

다음으로는 영성의 인터뷰가 나와 있는데요. 영성은 경기도 다른 시에 거주하고 있었고요. 영성의 경우에는 부모가 다른 곳으로 이사해서 음식점을 하다가 어려움에 빠지게 됩니다. 설상가상으로 어머니는 사이비 종교에 빠지게 되고요. 아버지가 컨테이너를 얻어서 가족이 모여 살았는데, 영성은 너무 열심히 사는 사람이었죠. 가정환경의 어려움과 별개로 알바하고 대학 가고 해군을 지원하고 그리고 가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한자(황정은): 이 책에 등장하는 8명의 인터뷰이가 다 그렇지만, 모습이 다들 똑같지는 않아요. 이들이 겪고 있는 가난의 형태에 얼추 비슷한 공통점이 있기는 합니다만 다 같은 모습은 아니고, 그렇지만 공통점이 있어요. 너무나 애를 쓰면서 삽니다. 너무나 애를 쓰면서 살아요. 본인의 삶만을 추슬러서 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많은 애를 쓰는데, 저는 그 중에서도 영성이라는 이름으로 이 책에 기록된 분의 사연이 가슴이 아팠어요. 너무나 애를 쓰고 있고, 그리고 그 애씀의 결과로 일정 부분의 성과도 얻는 삶을 살고 있단 말이죠. 그리고 화목한 가정을 꿈꾸고요. 좋은 아빠가 되는 것이 꿈이고, 정말 열심히 삽니다. 쉴 수가 없는 삶을 살아요.

단호박: 대학에 들어가서도 알바를 세 탕을 뛰고 그걸로 등록금을 어느 정도 보전하고 생활비도 만들고 그 생활비를 가족한테 대기도 하고요. 그리고 해군을 지원했지만 해군에서 디스크를 얻고 나오게 됩니다. 영성의 경우는 마지막에 저자가 쓴 글에 저는 공감을 좀 많이 했었어요. 『이상한 정상가족』을 인용하면서 이야기했던 게, 영성이란 친구가 가정을 너무 중요시하고 좋은 가족을 만들고 싶고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데는 이 사회가 너무나 정상가족을 당연한 걸로 여기고 그것을 벗어나면 어떤 감점을 하는 거죠. 안전망이 없어지고 사회에서 핍박을 당하게 되고. 그래서 더 영성이 좋은 가족 정상적인 가족에 집착을 하게 된 게 아니겠냐고 조심스럽게 글의 마지막에 이야기를 하셨는데, 저는 이 관점에 굉장히 동의하는 편이었습니다.


단호박: 뒤이어 나온 인터뷰에서 저는 또 다른 가족의 면모를 봤는데요. 지현의 인터뷰입니다. 지현은 어머니와 같이 살고 있었는데 어머니는 정신장애 3급 판정을 받으신 분이었습니다. 계속해서 일을 하기 어려운 상태였고요.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을 앓고 있었어요. 다만 지연의 어머니는 지역사회의 자원을 알아보고 활용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시청에 가서 직접 지역아동센터를 후원해 달라고 요청을 하기도 하고, 그 요청으로 인해서 지역아동센터가 전세금을 마련하기도 합니다. 그 센터에서는 지현이 학교에서 제공받지 못하는 교육이나 서비스를 받기도 했었죠. 지현 역시 가족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언제나 아픈 엄마를 돌봐야 하고 동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지현이 다른 경우와 달랐던 점은 어머니한테 배운 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자신이 빈곤하다는 걸 현실적으로 인정하고 이것을 자원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직접적으로 바깥에 요청을 하기도 하고 어떤 재단이나 기업에 후원을 요청해서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아내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지현의 그런 모습에 냉소적으로 반응하기도 하죠. 뭘 그렇게 가난을 드러내려고 하느냐. 그것이 자랑이 아닌데.

한자(황정은): 지현 씨는 공기관을 향한 어머니의 요구가 끊임없이 있었지만, 빈곤 상태에 있을 때 공기관을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사람도 대단히 많습니다. 저는 빈곤 상태였을 때 가장 위험한 게 많은 걸 체념하게 되는 거라고 생각을 해요. 깊은 무력감을 학습을 하게 되고. 부모든 자식 세대든 말입니다. 그래서 내게 도움이 필요한 상태라는 것조차 인지를 못하는 경우도 많고, 도움을 요청해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런데 지현 씨의 어머니 같은 경우는 적극적으로 외부에 도움을 요청을 한 거죠. 이 어머니에게는 삶 의지도 있었고 돌봄 의지도 있었던 거예요. 내가 내 힘으로 자식들을 돌보지 못할 때 사회의 힘을 빌려서 이들을 돌봐야 한다는 의지가 있었고 실행을 한 거죠. 지현 씨도 어머니에게 영향을 받아서 공동체에 요구할 수 있는 몫을 요구를 합니다. 대단히 똑똑하게 삶을 꾸려가요. 이런 삶을 옆에서 지켜보는 입장 중에는 단호박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그렇게까지 가난을 과시하듯이 드러낼 필요가 있냐’라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고요. 그보다 더 빈번하게 ‘얄밉다’라는 반응을 맞닥뜨리기도 할 것 같아요. ‘없이 살면서 나보다 더 이것저것 챙겨서 잘 사네’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분명 있습니다. 가난은 개인의 몫이고 개인의 탓, 부모가 게을러서 저런 일을 겪는 거라고 생각하는 입장들도 있기 때문에 그런 식의 비난을 하기도 하죠.

단호박: 너무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그런 시선이잖아요. ‘저 사람은 못 살아서 지원을 봤는데 집에 TV가 있다더라, 메이커 신발이 있다더라’ 이런 이야기를 너무나 쉽게 듣고, 인터넷만 가더라도 그런 댓글이 아주 차고 넘치죠.

한자(황정은): 그렇습니다. ‘가난하다더니 핸드폰은 쓰네?’ 이런 식으로 말이죠.

단호박: 그렇게 따지면 정말 수도 없이 말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온갖 물건이나 서비스를 두고 말들이 많아지게 되죠. 마치 그 사람은 그것을 누릴 권리가 없는 것처럼.

한자(황정은): 그렇죠. 그런 식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어떤 조건들을 대단히 징그러워하는 시선들이 있단 말이죠. 이건 결국은 가난한 형편 와중에서도 살고자 하는 욕망 자체를 혐오하는 시선이 될 수도 있고, 사실 분위기가 살짝살짝 그렇게 흐르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단호박: ‘가난한 사람은 절대 이 선 이상으로는 넘어올 수 없다’라는 인식이 있죠. 내가 열심히 해서 만들어놓은 사회적 자본이 있는데 가난한 사람이 지원을 통해서 거기까지 들어오는 것은 내 노력에 비해서 너무 불공평한 일이다, 이런 식으로 다루는 사람들도 많이 있고요.


단호박: 지현의 인터뷰와 (네 번째 인터뷰이인) 연우의 경우에서 저자가 ‘성찰과 홀로 충분한 시간을 가질 필요성’에 대해서 언급을 하더라고요. 지현 같은 경우에는 ‘인간이 사회적으로 성숙해지고 독립적인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성찰하는 힘이 필요하다. 짧은 기간 안에 이것을 만들 수는 없다. 단순하고 안전한 곳에서도 형성되기 어렵고 다양한 경험을 해야 되고 시도를 해야 되고 좌절 받고 고통 받고 작고 간단한 성취라도 이뤄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을 긴 시간 동안 할 수 있어야 서서히 내면에 성찰하는 힘이 쌓여진다’고 이야기를 하는데요. 그런데 가난이 이럴 시간을 주지 않죠?

한자(황정은): 그렇습니다. 지현 씨의 사례 같은 경우는 공동체가 생각해야 할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었어요. 공공기관으로부터의 도움이 이 가족의 생존에도 그리고 지현 씨가 혼자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는데도 많은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까? 긍정적인 방향으로 말이죠. 연우 씨 같은 경우에도 사색하는 힘으로 자신의 삶을 잘 꾸려가게 된 것인데, 여기에도 공공기관의 역할이 분명히 있을 수 있거든요. 저자가 공공도서관이라든지 공공 영역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까? 사실 가난한 가정에서 집안에서 아이가 혼자 그걸 하기가 굉장히 힘들어요. 주변에 펼쳐지는 광경들이 있고 들리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그럴 때 어디 가서 있을 수 있는 데가 있다면 도움이 되겠죠. 저는 연우 씨의 사례에 붙은 뒷이야기를 읽으면서 팬데믹이 많이 생각이 나더라고요. 실제로 공공도서관에서 진행하는 문화 프로그램들이라든지 학교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이 팬데믹 때 많이 축소되거나 아예 사라지지 않았습니까? 공부방들도 말이죠. 공부방을 방문해서 가정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문화 경험들을 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아가던 청소년이 팬데믹 때 그런 공간이나 경험이 완전히 사라지면서 방황을 하게 되는 사례들을 보도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어요. 그 생각도 많이 나고요. 결국은 가난이 문제인 것이 아니라 가난에 대한 사회 대응이 문제라는 생각을 계속하게 된 것 같아요.

그냥: 보통 어떤 일에 대해서 ‘내가 당사자입니다’라고 말을 하기에는 많은 고민이 뒤따르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어른이 되는 가난한 아이들’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당사자라고 큰 의심 없이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저는 ‘나는 내가 경험한 가난에 대해서만 말할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해졌어요. 인터뷰이들의 가난은 그들의 이야기이고 나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쉽게 말을 덧붙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계속 말을 아꼈고요. 이 책에는 분명 ‘가난한 아이들’이라고 명명된 이들의 이야기가 있지만, 또 당연하게도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게 있는데, 저는 책을 읽으면서 후자의 시선이 계속 의식이 되더라고요. 제가 당사자이기 때문에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내가 어디 가서 ‘저는 가난하게 자랐어요’라고 할 때 사람들은 나에게 어떤 이야기가 감춰져 있다고 상상했을까? 나의 유년 시절을 어떤 이미지로 생각했을까?‘라는 공포 아닌 공포가 생기더군요.

이 감정이 뭘까 생각하다가 몇 년 전의 경험이 떠올랐는데요. 그때 한창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책들이 쏟아질 때였어요. 그때 제가 20대 초중반의 어떤 분을 만날 일이 있어서 이야기를 하다가 ‘요즘 그런 책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하고 운을 뗐거든요. 그런데 그분이 자신은 그런 책 안 읽었다고 하면서 ‘자신들을 그렇게 하나의 카테고리에 넣어서 이야기하는 것이 달갑지 않다’라는 이야기를 했는데요. (이 책을 읽으면서) 그때의 경험이 퍼뜩 생각이 났어요. 저도 가난한 아이였다가 성인이 된 사람인데, 그런 사람들을 한 카테고리에 묶어서 이야기를 한다는 게 곤혹스러운 면이 있을 수 있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공통된 이야기, 부정하기 힘든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이런 것들이라고 생각해요. 가난이 대물림 된다는 것. 가난은 물이 흐르는 것과 같아서 그것을 막거나 거꾸로 돌리는 어떤 힘이 가해지지 않으면 그냥 흐릅니다. 이 책에 실린 인터뷰들의 예에서도 부모에게서 나로, 조부모에게서 부모로 그리고 나로, 이렇게 (가난이) 흐르는 과정을 보여주는 대목들이 있잖아요. 그런 대물림이 왜 가능한가를 생각해 보면, 사다리가 없기 때문이죠. 계층을 이동할 수 있는 사다리가 없고, 그것은 바꿔서 이야기하면 재기의 기회가 전혀 허락되지 않는 현실이라는 거죠.
오늘 두 분이 말씀하신 것 중에 가난한 아이들이 갖고 있는 가족에 대한 애착, 효에 대한 강박 같은 것이 어디에서 기인하는가라는 내용이 있었는데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저는 그 중에 하나가 이것과 관련 있다고 생각해요. 가난을 포함해서 고립된 집단은 내부 결속이 강해지는 것이 진실이지 않습니까? 이 사회에서 누구도 나를 우리 가족을 돌봐주지 않고 구해주지 않는다는 걸 인식하는 순간 그 결속이라는 것, 내가 여기에 속해 있고 속해야 하고 함께 살아남아야 한다는 인식은 강화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을 해요.

지금 이야기한 두 가지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이지만, 대중적인 인식 가운데서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것이 있어요. 아시다시피 ‘가난 혐오’죠.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불에 댄 듯이 불쾌한 경험이 떠올랐는데, 예전에 그렇게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거든요. ‘원래 잘 사는 집 애들이 성격이 좋잖아’라는 말을 해맑게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어요. 그 사람의 말의 요지는 그거였어요. 잘 사는 집 애들은 성장 과정에서 부정적인 경험을 잘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늘이 없고 주저함이나 그림자 같은 게 없고, 해맑아서 곡해하지 않고 표면 그대로를 잘 받아들인다는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돼?’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SNS에 잠깐만 들어가 봐도 그런 이야기들이 얼마나 아무렇지 않게 통용이 되고 있는지를 볼 수 있잖아요. 가난 혐오라는 게 되게 세세하게 여기저기 퍼져 있으면서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것도 문제점이고 생각해 봐야 할 지점이죠.

단호박: 책의 마지막에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서 덧붙이는 글이 있는데, 여기에서 나온 이야기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고 싶었어요. 청년 빈곤 문제가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잠깐 등장을 하거든요. 세계적인 경제 상황과 맞물리고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도 IMF라든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같은 전 세계적인 경제 상황과 맞물려서 빈곤이 다시 재생산되는 일들도 있었고요. 지금 제조업이 쇠퇴하고 있고 더더욱 사다리가 없어지는 상황에 대해서 언급을 하게 되는데, 그러면서 저자는 이렇게 씁니다. ‘청년 빈곤 문제는 한 세대 내에서 보면 불평등이자 과잉 경쟁의 문제이고 국가적으로 보면 산업 구조의 재편 문제이며 세계적으로 보면 저성장의 문제인 셈이다.’ 이런 거시적인 맥락에서도 섣불리 의견을 내놓기 쉽지 않은 상황인 것 같아요. 책은 ‘가난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보편적인 방식으로 가난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사다리를 만들어야 된다’라는 내용으로 끝을 맺는데, 마음이 가볍게 끝나게 되지는 않죠.
조금 무거운 주제였지만 이야기를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저희가 같이 읽은 책은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라는 제목의 책이었고요. 강지나 저자가 쓰고 돌베개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었습니다. 다음 저희가 같이 읽은 책은 무엇이죠?

그냥: 조철기 저자가 쓰고 따비 출판사에서 출간한 『기호와 탐닉의 음식으로 본 지리』를 읽겠습니다.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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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경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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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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