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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의 경험을 확장하다, 영상을 만난 책 – 김영훈X임유청

인터뷰 시리즈 ‘진심인 편’ 4화 – 김영훈 오렌지디 편집자, 임유청 전 플레인아카이브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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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의 감동을 한 권의 책으로 담은 비결은 무엇일까? 김영훈 편집자와 임유청 프로듀서는 영상을 책으로 만드는 일에 진심이다. (2023.12.11)


출판계에서 각본집, 포토에세이 등 영상을 책으로 만드는 트렌드는 현재진행형이다. 『기생충 각본집&스토리보드북 세트』, 『헤어질 결심 각본』 등이 주요 서점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는 등 독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영상의 감동을 한 권의 책으로 담은 비결은 무엇일까? 김영훈 편집자와 임유청 프로듀서는 영상을 책으로 만드는 일에 진심이다. 김영훈 편집자는 『상견니 영화 각본집』, 『상견니 영화 포토에세이』를 만들었다. <상견니> 팬 당사자의 마음과 탄탄하게 쌓아온 편집자의 역량이 만나, 팬들도 감동하는 책이 탄생했다.

임유청 프로듀서는 영화 마케터로 일하다, 영화 블루레이, 각본집 등을 만드는 플레인아카이브에서 7년 간 『아가씨의 순간들』 『소울메이트: 메이킹 다이어리』 등을 만들고 『구경이: 성초이 대본집』 등을 제안, 기획했다. 영화에 대한 노하우와 소장가치를 높이는 디테일로, 팬과 영화 관계자 모두를 만족시켰다.



팬의 마음으로 책을 만든다

영상을 책으로 기획하는 일을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김영훈: 흔들림 없는 취향과 우연이 겹쳤어요. 오랫동안 대만 멜로물을 좋아해왔어요. <말할 수 없는 비밀>부터 <청설>, <여친남친>까지 꾸준히 봐왔는데요. 드라마 <상견니>도 국내 스트리밍이 될 때 처음 보고 ‘입덕’을 한 거죠.

그러다 2023년 영화 <상견니>가 개봉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한국에서는 영상이 잘 되면 각본집이나 포토에세이가 나오는데 해외에서는 어떨까? 대만 인터넷 서점 사이트 ‘보커라이(博客來)’에 들어가 보니, 때마침 <상견니> 영화 사진집이 출간된다는 거예요. 바로 기획안을 내서, 계약부터 출간까지 굉장히 빠르게 모든 과정을 진행했죠.

임유청: 원래 영화 마케팅을 했는데, 그 경험을 토대로 ‘플레인아카이브’에서 시나리오집, 포토북, 아카이브북 등을 만들었죠. 처음부터 책 출판을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원래 플레인아카이브는 소장 가치가 높은 블루레이를 만들기로 유명한 브랜드인데요. 블루레이를 작업할 때, 포토북이나 스토리보드북 같은 책자가 들어가거든요. 그걸 워낙 고사양으로 만들다 보니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주변에서도 단독 출판을 하라는 제안을 많이 받아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됐어요.


임유청 프로듀서님은 출판계 바깥에서, 기획을 시작하게 된 거네요. 

임유청: 맞아요. 『캐롤 한/영 각본집』은 블루레이에서 출발한 책이에요. 예술영화를 좋아하는 분들 사이에 <캐롤>은 전설적인 영화잖아요. 그래서 블루레이를 낼 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했어요. 각본가 필리스 나지와 직접 연락을 하면서, 한국어판 각본집을 기획부터 번역까지 공들여 작업했죠. 그런데 블루레이용 책자로만 남기는 게 아쉬워서 출간으로 이어졌어요. 그 외에도 김정훈 감독님의 독립영화 『들개 각본집』도 냈고, 제가 예전에 영화 마케팅을 맡았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바닷마을 다이어리 한일 각본집』도 출간했죠.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일본에도 각본집이 없는데, 저희가 직접 해외 영화사와 계약하여 진행했어요.


해외에는 영상을 책으로 만드는 사례가 많이 없다고요. 한국에서는 유독 각본집, 포토북, 아키이브 북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굿즈’ 개념을 담은 책을 만들 때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요?

임유청: 당연하겠지만 ‘예뻐야 한다’는 걸 많이 고민했어요.(웃음) 굿즈는 사람들이 소장하고 싶은 욕망을 건드려야 하잖아요. 정말 예쁘게 만드는 데 총력을 다했던 것 같아요. 실제로도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후기를 많이 받았고요.

영화 자체를 홍보하는 것과 책을 만드는 건 굉장히 달라요. 개봉 직후 영화를 홍보할 때는 어떻게든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도록 해야 해서, 감독이나 배우 이름을 내세우는 등 직설적인 홍보 방식을 택할 때가 많아요.

반면, 책은 이미 영화를 본 사람만이 아는 내밀한 감정과 소중함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해요. 『상견니 영화 각본』 표지에도 배우들의 뒷모습이 들어가잖아요. 딱 이런 느낌이라고 생각해요. 배우의 얼굴을 노출하지 않아도 팬들은 그 장면과 감성을 아니까요. 그래서 만드는 사람도 이 행복감을 팬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죠.

김영훈: 팬들의 니즈가 어디에 있느냐를 파악하는 게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었어요. 제가 팬 당사자다 보니 ‘내가 원하는 게 곧 팬이 원하는 것이다’라는 강한 확신을 갖고 작업했어요. 물론 직관적으로 예쁜 것을 만들 필요도 있었죠. 보편적인 미적 기준이라기보다 팬덤 안에서 공유하는 감수성을 찾는 것이 중요한 숙제였던 것 같아요.

『상견니 영화 각본』 표지에 배우들의 뒷모습 사진을 사용할 때,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긴 했어요. 어쨌든 이런 엔터북에서는 배우들의 얼굴이 생명인데, 표지에 배우들의 앞모습이 아니라 뒷모습을 넣기엔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거든요. ‘내가 팬과 일심동체다’라고 생각하면서 설득을 했었죠.(웃음)



계약부터 굿즈까지…기획 과정의 모든 것

영상이 1차 콘텐츠다 보니, 계약 과정도 까다로울 것 같아요. 

김영훈: 처음에는 현지 에이전시에 직접 연락을 취했고, 이후 현지 에이전시와 협력 관계에 있는한국 에이전시를 안내 받아 계약을 진행했어요. 이미 완성된 책을 가져오는 작업이었음에도, 일반 도서보다 계약 과정이 정말 까다로웠어요. 확인해 보니 계약을 추진하는 3개월 동안 약 100여 통의 메일을 주고받았더라고요.

한국어판의 관건은 굿즈에 있다고 생각해서, 저작권사와 굿즈를 두고 오랜 시간 협의했어요. 예를 들어 어떤 이미지를 사용할 수 있거나 사용할 수 없는지, 또 이미지들로 어떤 굿즈까지 만들 수 있는지 일일이 논의했죠.

임유청: 영상을 책으로 만드는 것이 그래서 어려운 것 같아요. 사실 특정 조건에 따라 때로는 책에 들어가는 스틸컷 한 장이 굉장히 비싸잖아요. 당연히 팬들은 더 많은 사진을 원하는데,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저작권 문제로 마음껏 넣을 수 없죠.

플레인아카이브에서는 국내 영화를 많이 작업해서 특수한 경우가 있었어요. 영화 감독님이 직접 여기서 책을 내고 싶다고 제안해서 시작한 적도 많았죠. 『기생충 각본집 & 스토리보드북 세트』도 봉준호 감독님의 제안에서 시작됐어요. 처음에는 영화 <마더>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홍경표 촬영감독님의 사진을 모아 사진집을 만들고 싶어 하셨는데, 미팅 과정에서 <기생충>까지 같이 기획하게 됐죠.


사진 제공: MHTL (사진: 김경태)

책에 포함된 사진 한 컷 한 컷도 어렵게 결정되는군요. 

임유청: 맞아요. 영화 <아가씨> 사진집 『아가씨의 순간들』이 떠오르네요. 박찬욱 감독님과 여러 작품의 블루레이를 함께 만들었는데 그 과정에서 원본 외장하드를 통째로 받거든요. 거기에 수 테라짜리의 고화질 원본 사진이 들어있어요. ‘이걸 우리만 보는 건 윤리적으로 어긋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사진집을 제안 드렸죠.(웃음)

김영훈: 『상견니 영화 각본』 『상견니 영화 포토 에세이』는 원서의 데이터를 받아 편집하는 과정을 거쳤을 뿐이지만, 동료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보면 말씀하신 것처럼 사진 전체를 하나 하나 보며 무엇을 쓸지 결정하는 과정이 정말 지난하더라고요. 편집자들이 그 과정을 특히 힘들어하곤 했어요.

임유청: 저도 사진을 고르면서도 ‘이게 정답인가?’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어요.(웃음) 사진을 더 싣고 싶어도, 장당 가격을 들었을 때 포기할 때가 많아요. 책의 적정 단가가 있으니, 무조건 가격을 올릴 수도 없고요. 그래서 작품마다 다른 기획이 필요한 것 같아요. 사진이 중요한 영화가 있고, 글에 집중해야 할 영화가 있죠. 콘텐츠의 특성마다 다르게 기획하는 것도 중요했어요.


대본집, 아카이빙북은 단순히 각본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인터뷰, 스틸컷 등 중요한 기획이 많이 들어가는데요. 어떻게 기획하셨나요? 

임유청: 아카이브 북 『소울메이트: 메이킹 다이어리』가 떠오르네요. 영화 <소울메이트>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책인데, 이은선 영화 전문 기자님과 기획 단계부터 함께했어요. 마침 기자님은 모두가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대에, 전문가로서 어떤 이야기를 해야할지 고민하던 시기였어요. 영화에 존재하지만 온전히 드러나지 않았던 것들을 기록하기 위해, 자료를 수집하고 주요 스태프들 인터뷰를 정말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했죠. 마치 이은선 기자의 시선으로 한 편의 메이킹 다큐멘터리를 찍는 것 같아서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한 영화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지만, ‘영화 만들기란 무엇인가’에 관한 모든 것이 들어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영훈: 『상견니 영화 포토 에세이』는 임유청 프로듀서님이 작업한 『바닷마을 다이어리 한일 각본집』에서 힌트를 얻어 본문에 국문과 대만어를 함께 실었어요. 책이 출간됐을 때 팬들이 그 점을 굉장히 좋아해줘서 기쁘더라고요.



책 자체의 물성도 중요할 것 같아요. 특히 플레인아카이브의 책은 겉에 종이 케이스를 만들거나, 사진집 같은 경우 굉장히 큰 판형으로 제작하기도 하죠. 

임유청: 플레인아카이브 대표님이 늘 아낌없이 기획을 선동하셨어요.(웃음) 책을 소장했을 때는 온라인의 이미지와 달리, 고화질 이미지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존재해야 하잖아요. 그럼 질 좋은 종이를 쓸 수밖에 없는데, 당연히 단가가 비싸져요. 그렇다 보니 애매하게 단가를 줄이기 보다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서 소장가치를 만들자는 마음이 있었어요.

사진집 『아가씨의 순간들』은 고화질의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최고급 종이에 큰 판형을 택했어요. 그렇다 보니 디자이너님은 책이 크고 무거운 것에 걱정이 굉장히 많았거든요. 오래 보관하다 잘못하면 주저앉을 수 있기 때문에, 케이스를 공들여 만들었어요. 『소울메이트: 메이킹 다이어리』는 일기처럼 영화의 모든 기록이 다 담겨있기 때문에 다이어리 형식으로 기획을 했어요. 다이어리 느낌을 주려고 끈을 추가하고 케이스를 만드는 등 신경을 썼죠. 『고양이를 부탁해: 20주년 아카이브』는 20주년을 기념하는 책이다 보니 멀리서 온 소포 같은 느낌을 주려고 했어요.

책과 함께 받는 굿즈도 팬들의 큰 관심사더라고요. 

김영훈: 맞아요. 『상견니 영화 포토 에세이』는 이미 현지에 원서가 나온 상황이라, 한국어판만의 오리지널리티를 확보하는 게 중요했어요. 대만에서 『상견니 영화 포토 에세이』가 출간됐을 때, 이미 국내 팬덤에서 ‘직구’를 많이 하셨어요. 대만판의 판매지수와 직구 후기를 보면서 너무 가슴이 떨렸거든요. 한국어판이 나올 테니 기다리라고 말할 수도 없고. 막 속이 타들어 갔어요.(웃음)

오리지널리티를 살리려면 원서에 수록되지 않은 사진을 넣어야 하는데, 비용이 장당 수십만 원부터 시작하니 불가능했죠. 그렇다 보니 굿즈에 힘을 실을 수밖에 없었어요. 드라마 <상견니>가 나온 후 3~4년 동안, 팬분들이 이미 수많은 굿즈를 정말 예쁘게 만드셨어요. 공식 허가를 받은 제품은 아니었지만요.(웃음) 이걸 피해서 우리만의 굿즈를 만드는 게 숙제였어요. 마침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서 <상견니> 팬들 중 타이완 현지 투어를 가시는 분들이 생기더라고요. 이 여행지를 쭉 엮어서 뭔가 만들면 좋겠더라고요. 제가 마침 여행서를 편집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 경험을 살려서 일러스트 지도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상견니 영화 포토 에세이』의 겉표지를 벗기면, 속표지에 일러스트 지도가 나와요. 지도를 만들 때, 최대한 영상에 나온 것과 똑같이 만들고 싶었어요. 일러스트레이터님께 영화 스크린샷을 일일이 찍어 보내면서, 영화 속 장면과 최대한 똑같이 그려달라고 의뢰했어요. 지도 QR코드도 수록해서 실용성도 더했죠.

 

영상으로 즐기는 책, 왜 인기일까

책이 출간되자마자 팬들의 후기가 많이 올라오더라고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리뷰가 있으신가요?

김영훈: 요즘은 실시간으로 반응이 돌아오다 보니 걱정이 많았어요. ‘나도 팬인데, 독자들이 내 마음을 몰라주면 어떡하지’ 하고요.(웃음) 다행히 『상견니 영화 각본』과 『상견니 영화 포토 에세이』는 반응이 나쁘지 않았어요. 팬들이 남겨주신 반응과 댓글들이 너무 좋았어요. “이 책을 보고 우는 법을 알았어요.” 같은 댓글을 보면 제 기분도 유쾌해졌죠.

팬분들이 제가 신경 쓴 부분을 콕 집어서 좋다고 말해주실 때 정말 짜릿하더라고요. 원서와 비교해도 잘 만들었다고 하실 때 뿌듯하죠. 최근에 원서를 출간한 대만 출판사에서도 한국어판 출간 소식을 SNS에 게시했는데요. 대만 팬들이 ‘한국 출판사는 표지를 잘 뽑는 것 같다’는 댓글을 남겨주시더라고요. 저에게는 너무 큰 칭찬이었어요.

임유청: 모두의 취향이 같을 수 없기 때문에, 다양한 피드백이 오가기도 하는데요. 플레인아카이브의 책들은 유독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과 팬분들의 칭찬을 받을 때 많은 힘을 얻었죠. 영화는 감독, 배우, 스태프 등 정말 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작품이 책으로 나왔을 때 정말 즐거워하시거든요. 그럴 때 참 뿌듯하죠.

김영훈: 물론 어떤 피드백은 뼈아프기도 해요. 『상견니 영화 각본』도 표지에 뒷모습을 넣은 것에 대해 어떤 분들은 왜 배우의 얼굴이 보이지 않냐고 아쉬워하기도 했어요. 편집자는 분명한 의도를 갖고 선택했지만, 그 의도를 설명할 창구가 없다는 점이 아쉽더라고요. 책은 여러 사람의 노력으로 만들어지고, 책이 나오는 순간부터는 편집자의 손을 떠나게 돼요. 독자분들도 책을 만든 사람들이 어떤 의도로 이런 선택을 했을지, 이 책을 어떻게 자기만의 것으로 소화할지 생각해보는 재미를 찾는다면 어떨까 생각해요.


올해도 각종 각본집과 포토에세이 등이 인기를 끌었는데요. 편집자로서 이 현상을 어떻게 보시나요?

김영훈: 사실 각본집이나 메이킹북 출간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에요. 2009년 노희경 작가님의 『그들이 사는 세상 대본집』이 나왔고, 이후에도 『아가씨 각본집』 등 꾸준히 출간되어왔죠. 다만, 이렇게 각본집이 베스트셀러에 올라가고 폭발적으로 출간되는 현상은 비교적 최근 일이에요. 그동안 무언가 바뀐 것이 있다는 거죠.

어떤 분들은 영상 콘텐츠를 텍스트로 재경험하는 재미나 의의에 초점을 맞춰 이를 이해하기도 해요. 다른 한편으로, 점점 독자들의 지갑 사정이 얇아지면서, 1~2만원 이내에 나의 취향과 개성을 드러낼 만한 물성을 지닌 것이 마땅치 않아졌어요. 영화를 보고 와도 내가 영화를 봤다는 것을 표현할 무언가가 없는 거예요. SNS에 인증하기도 해야 하는데, 어떻게 물성을 지닌 무언가로 드러낼 수 있을까 고민할 때, 때마침 책이 눈에 띈 것 같아요. 소비자의 심리나 문화가 영향을 끼친 거죠.

동시에 출판사의 사정도 여의치 않은 거예요. 넓은 대중을 향하기보다, 1천 부라도 확실히 사줄 독자들을 찾다 보니 자연히 팬덤이 모이는 영화와 드라마를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해요. 영상 제작자 입장에서도 점점 OTT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워지는데 판권을 책으로라도 넓히려는 심리가 있었을 것 같고요. 이런 모두의 입장이 중첩되면서 만들어진 게 지금 출판계의 각본집, 메이킹 북 같아요.

임유청: 동의해요. 사실 ‘굿즈’라는 개념이 책에 붙을 때, 매순간 좋은 말은 아니잖아요. 만들면서도 굿즈답게 예쁘게 만들어야지 한 적도 있지만, 어떤 순간에는 책으로서의 역할을 잘 하고 있나 의심도 했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왜 꾸준히 책을 내는지 생각해보면, 이 시기에 좋았던 무언가를 남기고 싶어서인 것 같아요. 저는 사실 인생이 대체로 황량하다고 생각해요. 정말 좋은 영화도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죠. 그럼에도 어떤 한 순간을 기억하고 싶고, 그래서 척박한 하루하루 속에서도 좋은 것을 갖고 살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고 싶은 분들. 그런 분들을 위해 책을 만들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김영훈: 저 역시도 『상견니 영화 각본』과 『상견니 영화 포토 에세이』를 만들면서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마음을 공유하는 일이 굉장히 기쁘더라고요. 한편으로는 임유청 프로듀서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이 방향이 맞냐는 고민도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출판이라는 것이 비교적 열린 방향으로 확장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제가 지금 만드는 책이 닫힌 시장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닌가 고민하던 순간도 있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이런 고민을 안고 계속 책을 만들어가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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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윤주, 이참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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