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감정을 엮어 만든, 디어클라우드 임이랑의 가장 단단한 위로
『밤의 마음』 임이랑 저자 인터뷰
불안을 담담하게 고백하는 저자의 문장들은 읽는 그 자체로 따듯한 공감이 되며, 어수선한 밤을 보내는 독자에게 하루의 감정을 보살피는 소중한 시간을 선물한다. (2023.12.08)
식물을 가꾸고, 노래를 짓고, 글을 쓰는 사람, 디어클라우드 임이랑의 시간과 감정을 촘촘히 엮은 고백, 『밤의 마음』이 출간되었다. 임이랑 저자는 2004년부터 2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개인 홈페이지 [감정공작소]에 내밀한 마음을 솔직하게 기록해 오며, 아침을 맞이하는 희망의 마음부터 짙은 어둠이 깔린 밤의 마음까지 매일 밀려왔다 쓸려 가는 다양한 감정을 도서에 담아 두었다.
불안을 담담하게 고백하는 저자의 문장들은 읽는 그 자체로 따듯한 공감이 되며, 어수선한 밤을 보내는 독자에게 하루의 감정을 보살피는 소중한 시간을 선물한다. 특히 저자는 자기애와 자기혐오 사이에서 방황하는 마음을 외면하지 않고 담담하게 서술하며 마주했고, 이는 자신의 마음 안에 있던 반짝임을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고백한다. 어두운 감정 속에 가만히 침잠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저자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긴 밤을 무사히 지나 보내고 아침을 맞이할 용기를 준다. 오랜 시간과 감정을 거쳐 마침내 완성된 『밤의 마음』은 뒤척이는 밤을 보내는 독자에게 가장 단단한 위로가 되어 줄 것이다.
이번 책 『밤의 마음』을 준비하며 작가로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먼저 ‘과거의 나를 부정하지 않는다’는 명제를 세우고 편집을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분명 그때의 최선을 살았을 테니까요. 긴 시간 동안 쓴 글이라 기조가 계속 달라지는 부분이 있는데 하나의 마음으로 통일해야 한다는 생각을 지우고 그때그때 가장 진심이던 마음을 살려 책에 담았습니다. 여러 색깔의 마음이 왔다가 가는 장면이 어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욕심도 있었어요.
감정 소모가 많은 작업이라 스스로 의문이 들 때마다 가장 내밀한 이야기가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작업을 이어 갔던 것 같습니다.
『밤의 마음』에는 20대 초반에 쓴 글부터 최근의 글까지 다양한 시간과 감정이 담겨 있는데, 쓰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어둠 그리고 어김없이 발버둥이 치며 어떻게든 나아지려고 하던 과거의 자신을 애처롭게 바라본 것 같아요. 아무리 두려워도 눈을 감지 않고 밀려오는 감정을 맞이하던 과거의 제가 참 용감해 보였습니다. 써 놓고 나니 조금 자의식 과잉 같은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구절을 하나 꼽자면,
77p의 ‘멈춰 있는 상태를 갈망하는 마음이 자꾸 더 자란다. 안으로 들어가 숨으려는 나를 살살 어르고 달래어 세상 앞에 내놓는다. 맑은 바람을 쐬고 차가운 비를 맞아야 계속 나아갈 수 있다. 괴로운 날엔 자꾸 이파리를 닦고 멀리 걷자.’를 골라 보았습니다.
참 꾸준히 도망가고 싶고, 사라지고 싶지만 어떻게든 이 세계에 안전하게 발붙이고 존재하고 싶은 양극에 시달려 왔다는 기분입니다.
책을 통해 마음에 딱 알맞은 크기의 위로를 받았다는 감상이 눈에 띄는데요. 작가님이 마음에 딱 맞는 위로를 받은 순간은 언제인가요?
저는 꽤 오랜 시간 글을 쓰고 음악을 만드는 사람으로 살고 있는데요, 작업할 때 가장 큰 위로를 받는 것 같아요. 그런데 오히려 작업이 위로만 주는 것이 아니라 저를 몰아세우기도 하고 벼랑으로 밀어붙이기도 하므로 양날의 검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최근에는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멀리까지 슬렁슬렁 걷다 보면 제 마음에 딱 맞는 위로가 어느새 도착해 있기도 하고, 좋은 책이나 영화를 마주할 때마다 벅찬 위안을 받기도 합니다.
식집사, 뮤지션, 작가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활동하고 계시는데 식물, 음악, 글쓰기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작가님 인생에 어떠한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음악계에 머무르는 사람들끼리는 ‘로또 비즈니스’라는 말을 종종 쓰곤 해요. 운이 필요한 영역이 분명히 있습니다. 열심히 한다고 다 잘되는 건 아니니까요. 오히려 음악계에서는 너무 열심히 해서 커리어에 해가 가는 경우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음악의 경우 가장 저의 중심에 가까운 예술의 형태가 아닐까 싶어요.
그런데 창작하는 일과 다르게 식물은 참 정직해요. 열심히 돌볼수록 더 잘 자라고 가드너로서의 경험이 쌓일수록 다음 식물은 더 아름답게 키울 수 있게 되고요. 가드닝은 제가 음악을 하고 글을 쓰며 몸에 차곡차곡 쌓이는 독소를 배출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 책은 아침을 향해 걸어가는 밤의 문장들을 담으셨잖아요. 그렇다면 임이랑 작가님이 그리는 ‘찾아올 아침’은 무엇인가요?
‘또 한 번의 기회’라고 생각해요. 누구에게나 공정하지는 않지만요.
좋은 사람으로서 하루를 살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 건강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 조금 늦더라도 제대로 다지고 지나갈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요. 그 기회를 잡는 것도, 놓치는 것도 모두 나의 결정이겠죠.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도, 망치는 것도 모두 자신의 몫이니까요.
작가님이 요즘 품고 있는 ‘밤의 마음’은 어떤 것인가요?
저는 생각이 너무 길게 가서 탈인 사람인데요, 생각을 멈추는 법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생각을 멈추는 법에 대해 생각한다는 사실 자체로 이미 실패인 기분이기는 하지만요) 어떻게 하면 내 뇌를 속여서 생각의 깊은 곳에서 나를 꺼낼 수 있는지 여러 가지 방향으로 시도하기도 합니다.
또 다른 생각이라 하면, ‘자연스러움’에 대해 고민하며 지내고 있어요. ‘안 되면 되게 하라’ 같은 옛말이 폭력적으로 느껴지는 순간이 많아졌거든요.
『밤의 마음』을 읽은 혹은 읽게 될 독자님들께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안녕하세요. 임이랑입니다. 어쩐지 자기소개 먼저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라 인사를 먼저 드렸어요.
저와 닮은 밤의 마음을 가진 분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을 품고 작업한 책이 드디어 세상에 나왔습니다. 이 책을 통해 저는 세상에 내보일 수 있는 마지노선까지 솔직하게 털어놓았어요. 독자분들께서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과연 누군가의 밤의 마음에 가닿을 수 있을지 두근거리고 궁금한 마음입니다. 밤이 긴 계절에 잘 어울리는 책으로 읽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독자님들의 밤이 평안의 마음으로 가득하길 바랍니다.
*임이랑 쓰고 말하며 듣고 연주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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