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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책읽아웃] "너, 내 시인 동료가 돼라!" (G. 김승일 시인)

책읽아웃 – 황인찬의 신변잡기 (37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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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는 시인 동료를 늘리고 싶다”고 말씀하시는, 김승일 시인님 나오셨습니다.


끔찍해 네가 눈을 질끈 감고서 끔찍하단 말만 계속 반복할 때에 그건 내가 이해하는 유일한 단어 해변에 유리 까는 어떤 사람은

 

이해했다

나는 가끔 이해받았다

 

안녕하세요. <책읽아웃-황인찬의 신변잡기> 황인찬입니다. 김승일 시인의 시 「유리해변」의 마지막 대목을 읽어드렸습니다. 끔찍하다는 말만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이해를 받는다면, 그건 대체 어떤 이해일까요. 이해한다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요. 우리는 아무것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자꾸 무엇인가를 이해하려고 애를 씁니다. 멋대로 이해하고 오해하면서, 또 기뻐하거나 실망합니다. 우리가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바로 그 이해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삶이란 어쩌면 이해와 오해의 반복이라고도 할 수 있을 거예요.

오늘 모실 게스트는 이해에 대해서 누구보다 열심인 사람, 그리고 누구보다 특별한 이해와 오해를 하는 사람, 그러니까 누구보다 열심히 이 삶을 대하는 사람, 무엇보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입니다. 김승일 시인을 모시고 특별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준비했습니다. 시에 대해서, 그리고 시를 둘러싼 여러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 나눌 예정이니까요.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인터뷰  김승일 편

황인찬: “시인 동료를 늘리고 싶은 사람” 김승일 시인님을 자리에 모셨는데요. <책읽아웃> 들어보셨는지, 그리고 출연 제안 받았을 때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어떠셨나요?

김승일: <책읽아웃> 진짜 많이 들었거든요. 예전에 안미옥 시인님이 나왔을 때까지 거슬러 듣다가요. 나를 안 부르는구나, 하고 지쳤어요. 언제쯤 부를까 계속 기다리면서 듣고 있었는데 안 부르니까 저를 부를 때까지 안 듣겠다고 생각했거든요.(웃음) 아직 오은 시인님은 안 불러주셨기 때문에요. 앞으로 오은 시인님이 부를 때까지 다시 한 번 열심히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황인찬: 인터뷰 진행하기에 앞서 유튜브 소식을 여쭙고 싶어요. ‘노벨문학상을 향한 여정’이라는 이름의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11개월 전에 업로드 된 영상을 제외하고는 아직 올라온 게 없다고 해요. 어떻게 된 건가요?

김승일: 채널명처럼 노벨문학상을 받기 위해서 뭐든지 하는 채널인데요. 뭘 먼저 해봐야 될지 정하지 못해서 아직 다른 콘텐츠가 안 올라갔어요. 사실 제가 이번주 일요일에 제 시를 전단지로 뽑았어요. 이것을 선물로 주는 시라고 생각하면서 길에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나눠줄 생각이에요. 저 자신을 PR하는 방식으로 말이에요. 그것으로 다시 유튜브를 시작해 보려고 하고 있어요.

황인찬: 선물시 얘기를 하셨는데요. 이 작업이 이번에 처음 하는 건 아니잖아요. 몇 년 전에도 안미옥 시인, 그리고 백은선 시인과 셋이서 이런 작업을 하기도 했는데요. 말 나온 김에 물어보자면, 어떤 생각에서 지금 그걸 하는 건가요?

김승일: 시를 만날 수 있는 매체가 너무 없다고 생각이 들어요. 책 말고는 만나기가 되게 어렵잖아요. 저는 제 홈페이지에 제가 쓴 시를 전부 다 올리고 있거든요. 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해요. 사람들이 어떻게 알고 제 홈페이지까지 오겠어요. 그래서 그냥 길에서 사람들한테 시를 나눠준다면, 만약에 100장을 뿌려서 단 한 명이라도 ‘이게 뭐지, 되게 이상한 글인데 마음이 끌린다’ 생각한다면 독자 한 명을 확보할 수 있는 거니까요. 그렇게 한 명이라도 늘리고 싶다는 발버둥 같은 거예요.

황인찬: 너무 좋은 생각인 것 같아요. 저는 그 작업 얘기를 들으면서 되게 여러 가지 생각하긴 했었거든요. 사실 시가 상품이 된다고 하는 것에 대해서 시인 스스로도 좀 얼떨떨한 순간들이 있어요. 어떤 의미에서는 상품 논리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쓰는 게 시이기도 한데요.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은 시가 상품의 형태로, 특히 시집이라면 상품의 형태로밖에 존재할 수가 없으니까요. 이게 참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다고 나는 원고료도 안 받고, 인세도 안 받고 그냥 할래요, 라고 말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이야기이기도 하죠. 나만 안 받는 게 문제가 아니고 유통까지 포함을 한다면 복잡한 측면이 있잖아요. 그런데 김승일 시인의 아이디어가, 그러니까 일단은 뿌린다고 하는 측면이나 이걸 무상으로 나눈다는 것까지 생각하면 김승일 시인이 시에 대해 생각을 참 많이 하고 있구나 생각하게 되기도 해요. 그런 점에서도 역시 시에 대해서 참 진심인 그런 시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승일: 무상으로 뿌려서 사람들이 많이 알게 되고, 시집을 사게 되는 구조가 있다고 한다면요. 사람들이 시집을 사는 것을 후원한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시인을 후원했는데 선물을 받는다는 개념으로요. 요즘은 그런 후원 사이트 같은 것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시집을 상품으로 만들어서 판다고 생각하기보다는요. 사실 인터넷에 검색해서 시를 읽을 수 있지만 관심이 생긴다면 이 사람이 계속 써줬으면 좋겠다, 하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책을 구매하시면 좋겠어요.

황인찬: 김승일 시인님 소개글 읽고 깊은 이야기를 더 나눠보겠습니다. “누가 쓰라고 시키지 않았는데 그냥 쓰고 싶어서 쓴 첫 번째 글은 초등학교 때다. 썩어가는 고양이 시체에 관한 글이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독후감 대회 상을 휩쓸던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좋아하던 짝에게 시집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고등학교를 문예창작학과로 진학했고, 대학에 재학중이던 200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에듀케이션』 『여기까지 인용하세요』 『항상 조금 추운 극장』, 산문집 『7월의 책: 시간과 김승일』 등을 펴냈다. 미드 마니아. 어설픔을 가장 멋진 것으로 여긴다. 우리 일상 속엔 언제나 슬픔이 있고 슬픔에 대해 쓴다면 계속해서 시를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는 생각한다.”

이 소개글에 흥미로운 장면이 하나 있었죠. 어떻게 하면 독후감 대회의 상을 휩쓸어요?

김승일: 그러니까 이게 참 불행의 시작이죠.(웃음) 어렸을 때 칭찬을 많이 받으니까 내가 잘하는 게 이거구나, 생각을 하면서 시를 쓰게 됐던 것 같거든요. 독후감도 쓰는 노하우가 있었던 것 같아요. 어떤 책의 주인공이 있으면요. 저는 내가 만약 그 애라면, 하면서 쓰는 거죠. 예를 들어 내가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그 애라면 나무에 매달린 그네를 탔을 때 기분이 어땠을까, 얼마나 재밌었을까, 이런 걸 썼어요. 그러니까 선생님들이 보시기에 다른 애들은 책에서 얻은 교훈을 쓰는데 얘는 자기가 어떤 체험을 했는지를 쓰니까 상을 자꾸 준 거죠. 지금 생각해 보면 약간 꼼수를 쓴 건데요. 이렇게 쓰면 되는구나, 내가 어땠는지를 쓰면 되게 좋아하는구나, 하는 사실을 좀 알았던 것 같아요.

황인찬: 사실 김승일 시인이 쓰는 시 구조랑 접근 방식이 방금 말씀과 너무 비슷해서요. 초등학교 때부터 얼추 기반이 만들어졌고 지금까지 쌓아 올려진 거구나, 싶은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그나저나 요즘 쓰기는 어떻게 하고 계세요? 하루 일과와 쓰기 관련한 이야기가 듣고 싶어요.

김승일: 산문집을 집필하느라 한 8개월 동안 매일 산문을 썼어요. 시도 틈틈이 쓰긴 했는데요. 산문을 쓰는 데 더 오래 걸렸고요. ‘지옥보다 더 아래’라는 제목으로 아침달 출판사에서 아마 내년 초쯤 나올 것 같은데요. 지옥에 관한 산문이거든요. 여행을 갔는데 얼마나 지옥 같은 곳이었는지, 어떤 상황이 얼마나 지옥 같았는지, 아니면 내가 죽은 다음에 가게 될 지옥은 어떤 곳인지, 이런 것들을 총망라한 거예요. 그걸 쓰다 보니까 이제 지옥 얘기는 더 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너무 많이 써서요. 제가 지금 있는 곳이 바로 지옥 얘기를 너무 많이 해버린 지옥이에요. (웃음)

황인찬: 얼마 전에 나왔던 앤솔러지죠. 『작가의 루틴』이라는 책에서 밝히셨듯이 김승일 시인은 아주 편집증적인 루틴을 갖고 있다고 하는데요. 언제나 미리 언제 시를 쓸 것인지 정해두고요. 3일에서 4일 정도의 시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절대로 시를 쓰지 않는다고 되어 있어요. 그동안은 사람도 안 만나고 다른 할 일도 없어야 한다는 건데요. 정말로 그런가요?

김승일: 항상 그래요. 저는 루틴이 굉장히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어요. 어렸을 때부터 다른 작가들 루틴을 보는 걸 정말 좋아했는데요. 그리고 그걸 따라해 보려고 많이 노력했고요. 물론 당연히 실패했죠. 어쨌든 그랬던 이유가 제가 불안했기 때문이었어요. 글을 쓴다는 게 불안하잖아요. 언제 영감이 오는지, 내가 쓴 걸 시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는지, 이런 확신이 되는 게 하나도 없고요. 미래도 잘 그려지지가 않으니까 항상 규칙적인 뭔가를 만들어내기를 원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이제는 루틴이 확실히 확고해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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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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