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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싸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소한의 중동 수업』 작가 장지향 서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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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낯선 중동을 절대 암기하지 말라고 부탁합니다. 대신 흐름을 타듯이 이해하고 탐험하고 논리적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자는 제안합니다. (2023.12.06)


오늘날 중동 이슬람 세계는 전 세계 변화의 중심에 있다. 그동안 우리와의 교류가 있어 왔음에도 여전히 타 문화에 비해 중동 이슬람 문화를 상대적으로 어렵고 복잡하고 낯설게 바라본다. 무엇보다 이슬람 문화와 중동의 지정학적 특성 등에 대한 깊이 있는 배움의 기회가 적었던 탓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지향 저자의 『최소한의 중동 수업』은 중동 이슬람 세계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최소한의 중동 수업』을 집필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최근 몇 년간 걸프 산유국이 파격적인 개혁개방 행보에 폭발적인 기세로 나서고 있고 아랍 국가와 이스라엘이 아브라함의 이름으로 획기적인 데탕트를 진행하는 중인데 우리는 아직도 사막, 석유, 낙타 이미지로 중동을 보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중동은 우리 생각보다 더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말이죠.

해외여행, 워킹 홀리데이, 유학 등으로 이미 세련된 코즈모폴리턴이 된 우리 젊은 세대가 중동에 관한 자신의 과학적 논리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도 생각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온 세계 시민 동료가 한국 거주 무슬림이 모스크를 지으려는데 왜 지역 주민이 결사반대하느냐고 물어온다면 두루뭉술한 감정과 당위에 치우친 피곤한 구호보다는 논리적이고 비교 분석적인 의견을 밝힐 수 있어야 하니까요. 원치 않더라도 비슷한 주제의 토론에 종종 초대될 수밖에 없을 것 같거든요. 덤으로 중동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면 웬만한 국제정치의 수수께끼는 쉽게 풀린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분쟁이 다시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이고 되풀이되는 분쟁의 해결책은 과연 무엇일까요?

중동의 여러 행위자 역시 자신의 이해관계를 확보하려고 끊임없이 손익계산을 하며 추후 행보를 선택합니다만 합리적 선택의 욕구에도 불구하고 비합리적인 면을 자주 드러냅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분쟁이 바로 그러합니다.

1993년에 세기의 합의로 불리며 체결된 오슬로 평화협정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영토와 평화를 맞바꿔 두 국가로 평화롭게 공존하자’라고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두 국가 해법’은 평화를 가져오지 못했지요. ‘평화’를 얻은 기쁨이 ‘영토’를 내준 박탈감을 상쇄할 수 있다고 여긴 것은 뼈아픈 실수였습니다. 같은 양이라도 얻었을 때의 기쁨보다 잃었을 때의 상실감이 훨씬 더 크기 마련입니다. 상실로 인한 박탈감이 곧 실망으로 변했고, 이후 2차 팔레스타인 민중 봉기가 일어나자, 이스라엘 사회는 더욱 보수화되었습니다. 이스라엘 내 온건 보수 유권자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포퓰리즘을 선동하는 강경 보수파와 단호히 결별을 선언할 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공존과 평화의 희망이 회복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과거가 아닌 미래를 바라봐야 할 것입니다. 고통스럽겠지만 그래야만 한 걸음이라도 더 나아갈 수 있습니다.

중동의 민주화 혁명이라고 하는 아랍의 봄 혁명이 다소 생소하게 여겨집니다. 이 혁명의 전개와 의의를 간략히 정리해 볼 수 있을까요?

2011년의 ‘아랍의 봄’ 민주화 혁명은 인류사의 다른 혁명들처럼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습니다. 독재는 그 체제의 특성으로 별다른 전조 현상 없이 여느 때와 같은 상황을 표면적으로 유지하다가 어느 순간 우발적인 계기에 극적으로 무너집니다. 체제를 유지하려고 만든 억압과 감시 기제 때문에 오히려 체제의 몰락을 예고하는 포인트를 눈치챌 수 없다는 것이 독재의 아이러니입니다. 독재 체제하에서는 집권 세력조차 정확한 여론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쏠림을 일으키는 티핑 포인트에 이르기 직전까지 사람은 불안한 속마음을 끊임없이 저울질하며 선택의 순간을 미루기 때문에 혁명은 폭발적으로 분출해 일어납니다.

혁명과 민주주의는 한 세트가 아닐뿐더러 혁명 발발에 따른 독재의 몰락과 민주주의 안착은 철저히 별개인 것으로 보입니다. 아랍의 봄 혁명이 일어난 지 10여 년이 지난 후, 튀니지를 제외한 이집트, 리비아, 예멘, 시리아가 민주화 이행에 실패하면서 권위주의로의 회귀나 내전을 겪었습니다. 긍정적인 효과는 의외인 곳에서 발생합니다. 이웃 국가의 독재 정권을 순식간에 무너뜨린 민주화 혁명에 위협을 느낀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산유 왕정은 청년층의 여론을 정책에 반영해 화답의 제스처를 보이고자 했습니다. 정치적 롤러코스터를 지켜본 중동의 위정자는 정권 생존의 위기를 미리 방지하고자 젊은 세대의 변화를 예의 주시하는 등 심적 압박에 시달렸기 때문이지요. 이들 걸프 산유 왕정의 과감한 개혁이 아랍의 봄 혁명의 성공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왕세자의 국내외 행보를 두고 파격이라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눈여겨볼 만한 특징은 무엇인지요?

아랍에미리트보다 출발은 늦었지만,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빠르게 변하고 있고 이런 광폭 변화는 살아 있는 ‘절대 권력’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선포한 ‘비전 2030’과 함께 시작했습니다. 석유 의존 경제의 위기 도래와 청년 세대의 인식 변화에 맞춰 산업의 다각화와 개방 사회를 목표로 과감한 개혁이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건국 이래 처음으로 세금을 걷었고 보조금 제도를 없앴으며 최첨단 친환경 미래 도시 네옴 프로젝트 발주에 전 세계가 앞다퉈 경쟁에 나서고 있습니다. 2017년 25년 만에 대중 콘서트가 열리고 2018년에는 35년 만에 영화 상영이 재개되어 남녀가 나란히 앉아 함께 즐기는 풍경을 연출했지요. 여성의 축구장 입장과 여성 운전도 허용됐으며, 일상에서 시민의 이슬람법 준수를 감독하는 종교 경찰도 거리에서 사라졌습니다. 태형을 금지했으며 사형제 폐지를 논의했고 새로운 국영방송에서는 동성애 주제를 다루고 데이트 앱에 대한 금지도 풀었다네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대외 정책에서도 획기적인 변화를 천명해 무엇보다 미국과의 우방 관계에만 기대지 않기로 했습니다. 왕세자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를 ‘무슬림 혼인’에 비유하는 것을 즐기는데 미국과 이혼하지 않고도 다른 세 명과 합법적으로 결혼할 수 있다는 말이지요.

이 책에서 소개한 아랍에미리트의 화성 탐사 계획 내용을 보면서 놀라움을 느꼈습니다. 최근 MZ 세대의 등장과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 중동의 새로운 변화에 대해 간략하게 짚어주신다면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요?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가 국가의 명운을 걸었다는 듯이 과감하게 파격적 개혁 행보에 나선 배후에는 왕실 수호라는 절체절명의 목표가 있습니다. 미국의 셰일 혁명에 따른 재정 위기보다 정권 안정에 더 큰 위협은 바로 인구의 절반이 넘는 청년층의 의식 변화였지요. 재정 위기가 개혁의 배경이라면 청년 세대의 변화는 개혁의 결정적인 드라이브라고 할 수 있습니다.

35세 이하 청년 인구가 아랍에미리트 전체 인구의 58%, 사우디아라비아 전체 인구의 69%를 차지합니다. 석유 개발 시기 전에 사막 유목 생활을 하거나 사냥과 진주 채취를 하던 부모 세대와 달리 이들 청년층은 세계 여행을 즐기며 생활 전반에서 첨단 정보 기술을 활용하지요. 걸프 산유국의 젊은 세대는 2011년에 일어난 아랍의 봄 민주화 혁명으로 이웃한 튀니지, 이집트, 시리아, 리비아, 예멘의 장기 독재 정권이 무너지거나 흔들리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이들은 여러 여론조사에서 종교, 가족, 공동체, 민족 대신 개인 의사, 실용주의, 민주주의, 세계화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청년 세대는 정체성에 관한 질문에서 이슬람이 중요치 않고 종교 기관의 개혁이 필요하며 결혼에서 개인 가치관이 중요할뿐더러 민주주의가 최선의 체제라고 답했습니다. 이들의 인식 변화가 왕정의 국가 변신을 추동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000년대 이후 무슬림 테러 조직의 폭력성이 한층 더 강화됐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그들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요?

미국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급진주의 알카에다 조직원이 옆방에 새로 들어온 극단주의 ISIS 대원을 보며 이슬람에 대한 기본 지식은 물론, 정치와 사회에 진지함이 전혀 없는 것에 놀랐다는 에피소드가 한둘이 아닙니다. 이슬람주의 운동은 ‘사회 변혁을 꿈꾼 1세대 원리주의’, ‘미국 타도를 외친 2세대 급진주의’, ‘경악할 폭력성을 띠는 3세대 극단주의’로 나뉩니다.

2014년 등장한 ISIS는 맹목적인 이슬람주의를 병적으로 내세우며 초국제 비즈니스 수익 모델을 추구했고 자신에게 동조하지 않으면 같은 수니파 무슬림에게도 무차별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ISIS가 세기말적 괴물이자 MZ 세대의 빌런으로 부상하게 된 배경으로 인터넷에서 이뤄지는 집단의 극단화 및 인터넷 평등주의 확산을 들 수 있습니다. 자발적으로 조직에 들어온 만큼 ISIS 조직원은 지도부의 권위, 명령 체계, 위계질서를 존중하지 않았지요. 또 ISIS 조직원의 프로파일링 결과는 다양한 범주의 사람이 특정한 정치적 목적 없이 쉽게 테러리스트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ISIS 테러 문제는 그 조직 자체보다는 각 나라에 누적된 고유의 사회경제적 취약점과 연동되기에 근본적인 해결에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우울한 진단이 나옵니다. 시리아와 이라크에 근거지를 둔 ISIS 수뇌부가 사라져도 각 나라의 부정부패, 치안 부재, 이민자 통합, 총기 허가 등 특정 취약 고리와 고질적인 사회 불만이 만나 자생적 극단주의의 프랜차이즈화가 나타난 것인 거지요.

이 책을 읽는 독자분들이 주목해서 봐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책을 읽다 보면 민족과 종교, 종파가 서로 다른 중동 나라들의 복잡한 얘기에 헷갈리고 스텝이 얽혀 짜증이 날 수도 있습니다. 당연합니다. 그래서 이 책은 낯선 중동을 절대 암기하지 말라고 부탁합니다. 대신 흐름을 타듯이 이해하고 탐험하고 논리적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자는 제안합니다.

중동 나라들 사정도 전 세계 200여 나라와 마찬가지입니다. 한 나라의 결정은 내부 여러 행위자가 한정된 자원의 배분을 두고 격렬한 경쟁을 벌인 결과이며 중동의 역동성은 인간의 멈추지 않는 ‘손익계산과 그에 따른 선택’으로 봐야 가장 명쾌합니다. 국가는 결코 한목소리를 내는 단일 행위자가 아니거든요. 걸프 산유 왕정 MZ 세대의 개혁 요구와 왕실의 정권 생존 전략의 콜라보, 안보 포퓰리즘을 선동하는 이스라엘 우파와 팔레스타인과의 공존을 주장하는 중도 연합의 갈등처럼요. 그래서 지구 평화를 위협하는 아웃라이어 이슬람 문명, 미 제국주의와 유대 자본의 결탁이 가져온 세계 갈등 등의 단순한 논쟁과 음모론은 이제 그만 얘기하면 어떨까요. 저 얘기들은 중동 정치학계에서 낡은 이론으로 취급하거든요. 대신 기존 설명의 허점을 논리적으로 파헤치고 통념을 뒤집어 본다면 중동 분석에 새로운 눈이 뜨일 것입니다.




*장지향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문학사와 정치학 석사 학위를, 미국 텍사스 오스틴 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아산서원 교수를 지냈고 현재 아산정책연구원의 중동센터장으로 재직하면서 중동 사회의 변화를 감지하고 우리나라와의 정치·경제·사회적 영향과 관계성을 살피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 산업부, 법무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2018년부터 [매일경제신문]에 중동 관련 칼럼을 기고하면서 중동 이슈를 전하고 대중의 이해를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오랜 시간 중동을 연구하고 분석하고 있지만 빠르게 변하는 세계 속에서 늘 새롭고 들여다볼 주제가 넘쳐난다. 주요 연구 분야는 ‘중동 정치경제’, ‘정치 이슬람’, ‘비교 민주주의와 독재’, ‘극단주의 테러와 안보’, ‘국제개발협력’ 등이다. 대표 저서로 《중동 독재 정권의 말로와 북한의 미래》, 클레멘트 헨리(Clement Henry)와 공편한 《아랍의 봄: 민주화로 이어질 것인가?(The Arab Spring: Will It Lead to Democratic Transitions?)》 등이 있다.



최소한의 중동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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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향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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