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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섭식장애는 굉장히 긴 역사성을 가진 병”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368회) 『이것도 제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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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죠. ‘어떤,책임’ 시간입니다.


캘리: 오늘의 특별한 게스트는요, 오월의봄 출판사의 이정신 편집자님입니다. 안녕하세요. 

이정신: 안녕하세요. 

단호박: 오늘 소개할 책은 박채영 저자의 『이것도 제 삶입니다』입니다. 



『이것도 제 삶입니다』

박채영 저 | 오월의봄


단호박: 기획부터 여쭤보도록 할까요? 이 책의 기획이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이정신: 사실 이 책은 소개를 받은 책이에요. 사연이 있는데요. 앞서 나왔던 책 중에 『어쩌다 유교걸』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그 책의 저자이신 김고은 선생님이 『이것도 제 삶입니다』의 박채영 선생님하고 친구 사이셨던 거예요. 그러면서 마침 박채영 선생님이 단행본 출간을 고민하고 있다고 얘기를 해주셨죠. 

그런데 김고은 선생님만 연락을 주셨던 게 아니었어요. 박채영 선생님이 출연하신, 이번에 개봉한 <두 사람을 위한 식탁>을 감독하셨던 김보람 감독님도 제안을 주셨는데요. 감독님이 박채영 선생님한테 책을 쓰라고 엄청 독려를 하셨대요. 그러면서 김보람 감독님도 함께 출간 제안서를 보내주셨던 거예요. 

특히 이 책은 섭식장애에 대한 이야기를 주제로 담았는데요. 아시겠지만 한국의 도서 시장에서 섭식장애를 다루고 있는 책이 최근 2-3년 사이에 다양하게 나오고 있잖아요. 그럼에도 여전히 종수가 적고, 당사자의 목소리를 담은 책은 최근에야 늘어나고 있는 추세지만요. 그래서 ‘비어 있는 목소리’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 탓에 크게 고민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한번 해보고 싶다, 이건 오월의봄 출판사에서도 낼 만하다, 생각했어요.

단호박: 사실 이 정도 되면 거의 넝쿨째 굴러온 거네요.(웃음) 이런 저자를 발굴하는 역할도 편집자가 어느 정도는 하게 되어 있는데 누군가가 이렇게 제안을 주시면 저는 감사할 것 같거든요. 

이정신: 그럼요, 너무 감사하죠. 많은 편집자분들이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계실 텐데요. 물론 직접 어디선가 활동하시는 것이나 글을 보고 연락을 취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소개를 받거나 제안을 받아서 하는 경우들도 더러 있어요. 어쨌든 단호박 님 말씀처럼 넝쿨째 굴러온 호박이었던 건 맞아요. 

그때 원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일다>에 섭식장애 관련된 특집 기획이 있었고, 당사자들이 연재를 하시는 글이 있었는데요. 그 중 한 꼭지를 선생님이 쓰셨던 게 있었어요. 그래서 그 글을 일단 좀 봤었고요. 제안서 주시면서 선생님이 쓰신 글을 더 봤었죠. 그걸 보고서 갔던 거기도 해요. 그렇지만 본문에 들어 있는 원고를 미리 보았던 것은 아니었어요. 

캘리: 저도 올해 초에 이제 섭식장애 인식 주간을 관심 있게 봤었어요. 그 전에도 관련해서 당사자 분들을 인터뷰할 기회도 조금 있었고요. 그래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자신의 내밀한 얘기를 담은 책이 나와서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어요. 우선 글이 너무 좋고요. 정말로 힘 있는 여성 서사라는 생각도 들었죠. 여러 가지 측면에서 멋진 책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섭식장애가 어떤 것인지 궁금한 분들이나 여성의 목소리가 궁금한 분들께 권하고 싶은 책이고요. 또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진한 모녀 서사인 거잖아요. 이렇게나 다양한 층위에서 책이 읽힐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단호박: 책이 3부로 나눠져 있잖아요. 원고가 없는 상태였다고 한다면 저자 분한테 미리 3부로 나눠서 글을 써봤으면 좋겠다고 편집자님께서 제안을 주셨던 건가요? 

이정신: 선생님께 문제의식이 어느 정도 있었을 거예요. 제안을 주셨을 때는 어떤 식으로 글을 풀어가고 싶다는 계획이 있으셨겠죠. 그런 상황에서 만나뵙고 말씀을 들으면서 되게 자연스럽게 각 부의 구성은 짜였던 것 같아요. 선생님이 분명하게 갖고 있던 흐름이 있었던 거죠. 

캘리: 각 부의 마지막 글은 ‘마치며’라는 글이잖아요. 그 부분도 독특했어요. 영화의 막을 하나씩 맺음해주는 그런 느낌이었거든요. 한 부의 내용을 다시 한 번 조망해보기도 하고, 거기에서 조금 더 깊은 어떤 이야기들을 하고 계시다고도 느꼈어요. 그래서인지 그 부분을 되게 집중해서 읽게 되더라고요. 이것은 편집자님의 기획이신가요? 

이정신: 선생님이 처음에 넣어주셨던 걸로 기억이 나는데요. 저는 그 글의 역할을 좀 더 분명히 하고 싶었어요. 글을 읽어보셨으니 아시겠지만 특히 1부나 2부 같은 경우 선생님의 유년 시절부터 다루고 있잖아요. 어떤 깊은 개인의 이야기들이 굉장히 많이 담겨 있기 때문에요. 물론 저는 개인의 서사를 담은 것 자체도 무척 공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하지만요. 좀 더 독자들한테 친절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보다 구조적인 이야기, 사회적인 이야기를 나의 경험을 토대로 정리해서 한 번쯤 메시지를 독자에게 전달하면 어떨까 싶더라고요. 

그래서 각 부에 마무리가 됐던 그 글들에 선생님이 그 부분을 좀 더 써주셨으면 좋겠다고 요청을 드렸어요. 그런데 저희 저자 선생님 자랑을 좀 하면요, 저는 나중에 자판기인 줄 알았잖아요.(웃음) 책을 쓸 때는 글을 받아야 되니까 일단 아무 소리 안 하고 있었는데요. 생각보다 너무 빠르게 제가 요청드렸던 게 뭔지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지 않아도 바로 다 알아듣고 다 해 주시는 거예요. 제가 책 나오고 나서 선생님한테 사실 저 그때 좀 놀랐다고, 자판기인 줄 알았다고 했더니 막 이제 웃으시더라고요. 근데 선생님이 그냥 생활하시면서도 언제나 머릿속으로 어느 정도 글을 쓰고 계시는 거예요. 이런저런 자기의 고민이나 주제들에 대해서 말이에요. 그래서 이런 얘기를 들으면 탁 짚어서 써내셨던 거예요. 그러니까 사실 언제나 글을 쓰고 있는 분이었던 거죠.

단호박: 중간에 저자님이 직접 그린 만화들이 있잖아요. 그것도 15년 동안의 이야기를 어떻게든 풀어내려는 노력 같은 걸로 비쳤는데요. 상당히 글씨가 잘 안 보이는 스타일이라서 그 글씨체에서도 고통이 느껴졌어요. 

이정신: 이건 실제로 선생님이 자신의 블로그에 오랫동안 써왔던 일기예요. 15년간 그려온 선생님의 그림 일기 같은 것들이거든요. 박채영 선생님이 출연한 영화 <두 사람을 위한 식탁>을 정말 추천드리고 싶은데요. 거기에도 그 그림 일기가 나와요. 애니메이션화 되어서 나오거든요. 그때 영화로 봤을 때도 굉장히 인상적이더라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그 나이대의 박채영이 겪었던 마음 같은 것들이 드러난다고 해야 할까요. 불안이랄지 이런 것들 말이죠.

근데 사실은 이 그림을 책에는 실을까 말까 고민은 했었어요. 제가 봤을 때는 너무 침잠하는 느낌이지 않을까 싶어서요. 혹시나 읽는 사람이 힘들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좀 했는데요. 결과적으로는 넣기를 잘했다고 생각해요. 한번씩 환기도 되고 그렇더라고요. 

캘리: 저는 보면서 저자 분이 되게 외로웠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예요. 자기의 고통이나 고민, 불안 같은 것들이 주변에 쉽사리 수용되지 않았고요. 계속 어떤 식으로든 부정당했잖아요. 그런데 계속 이런 삶이 이어지고 있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든 자기의 기록을 해야 했던 것은 외로움에서 시작된 게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이를테면 굉장히 용기 있는 외로움이었던 것 같고요. 그게 긴 시간을 버틸 수 있는 힘이기도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정신: 그 지점을 박재영 선생님한테 따로 여쭤보거나 하지는 않았었는데요. 그랬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글을 쓰는 것도 그렇고요. 글 안에서 보면 선생님에게 되게 중요한 분기점이 됐던 게 탱고를 배웠던 경험 같거든요. 그렇듯 춤에 대한 것, 아니면 그림을 그린 것, 또 글을 쓰거나 요리를 하는 것들이 다 같은 맥락에서 선생님이 뭔가를 표현해내는 일이었던 것 같아요. 표현하는 일을 굉장히 적극적으로 해오신 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죠. 그게 본인 삶에서 되게 중요했던 부분일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캘리: 저는 이 책에서 저자분이 자신의 섭식장애를 나의 소수자성으로, 정체성 중 하나로 받아들이는 부분이 굉장히 좋았거든요. 섭식장애를 치료해야 되는 어떤 것,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가야 되는, 고쳐야 되는 무엇이 아니라 이것은 내가 가진 소수자성이라고 생각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다른 사람이 가진 소수자성까지도 관심을 넓히는 그 장면이 정말 좋았어요.


사회로부터 이해받지 못하고 비정상으로 다뤄지며 없는 존재로 취급 당한다는 점에서 섭식장애는 소수자성을 가졌다. 내가 접한 소수자들의 이야기와 나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나는 전문가들의 말을 따르며 정상의 범주에 들어가려 애쓰고 있지만 그들은 자신의 감각을 신뢰하며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배제하려는 세상에 맞서 싸우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들의 이야기가 용기를 주었다. 나는 이전에 품지 않았던 질문들을 던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내가 옳을지도 몰라 어쩌면 전문가가 틀렸을지도 몰라 어쩌면 내 안에 다른 것이 있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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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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