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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우리 사이에서 건네는 위안과 기쁨, 안난초 식물 만화

『사이사이 풀풀』 안난초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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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조금 알겠어, 식물을 왜 좋아하는지”


식물과 사람의 이야기를 그리는 안난초 작가가 선보이는 5년 만의 신작 식물 만화. 식물을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의문이었던, 혹은 그저 지나쳤던 인물들의 삶에 식물이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싱그럽게 펼쳐진다.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온우, 카페를 운영하는 하주, 출판 편집자 서빈은 어느 날, 식물이 가득 찬 미용실 ‘컷과 파마의 집’을 들여다보게 되는데…. 조금은 메말랐던 회색 일상 사이사이에 어느새 풀들이 자라나기 시작하고 사람들과의 다정한 관계도 함께 피어난다. 식물과 가까워지며 점차 초록색으로 물드는 세 친구의 소박하지만 단단한 일상의 모습을 통해 회복과 치유의 감각을 느껴보자.



오랜만의 만화로 신간을 내셨습니다. ‘식물 만화’라고 들었어요. 이전 작품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어떻게 이 책을 쓸 결심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사이사이 풀풀』이라는 제목의 신간이 나왔어요. 이번 만화는 완성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그만큼 공을 들인 작품이기도 합니다. 왜 식물을 키우는지 이해하기 어려웠거나 식물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거나 했던 이들 이 식물과 얽힌 기억을 만들어 가는 내용이에요. 온우, 하주, 서빈이라는 이름의 세 친구가 식물을 곁에 두며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전작 『식물생활』은 인터뷰를 토대로 그렸던 만화입니다. 인터뷰 만화라고 할 수 있지요. 만화를 그리기 전에, 10명의 식물애호가를 만나 식물과 관련된 각자의 기억을 들었어요. 인터뷰이의 기억과 에피소드를 각색하여 만화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사이사이 풀풀』과의 차이는, 들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아닌, 새로 빚은 이야기라는 거예요. 초기 기획은 보다 실용서에 가까웠습니다. 『식물생활』을 본 편집자님이 제안을 주셨고, 실용서를 많이 기획한 분이셨어요. 그러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편집자님이 바뀌게 되면서 실용서의 면들을 제거하고,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구성으로 노선을 변경하게 되었습니다. 『식물생활』 이후 식물에 관한 관심이 더 많아졌어요. 그런 이야기가 있잖아요. 알게 되는 것이 많아질수록 이 세상에 대한 해상도가 선명해진다는 얘기요. 저에게는 그 비유가 식물의 이름, 생태를 알게 되면서 확 와닿았어요. 지나던 길에 자라는 풀의 이름이 씀바귀인지, 고들빼기인지 구별이 되고 그런 순간이 많아지는 게 재밌거든요. 뜻하지 않은 순간에 혼자서 알아채고 기뻐하는 시간이 쌓이는 게 좋아요. 주변에 식물은 틀림없이 포진해 있으니까 그런 순간을 만나는 분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아마도 그래서 『사이사이 풀풀』 이 만들어졌다는 생각이네요! 



책을 보니, 식물 키우기에 두려움이 있던 사람도 식물을 가까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으셨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과 식물이 가까이 있으면 어떤 점이 좋을까요?

꼭 식물을 키우지 않아도 좋아할 수 있고 알아갈 수 있잖아요. 식물과 가까이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생각하다가 떠오른 순간이 있어요. 초등학생들과 같이 도서관 정원의 나무 지도를 만들어야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거든요. 지도를 만들기 전에 아이들과 같이 정원으로 나가 나무를 보러 다녔어요. 이 나무는 수피(나무껍질)가 딱딱한지 무른지, 어떤 모양의 잎을 가졌는지 어떤 냄새가 나는지 살펴보러요. 나무 사이를 오가며 만지고 두드려 보고. 그런 와중에 ‘은목서’ 밑으로 들어간 한 아이가 이렇게 말했어요. “여기 나무 밑에서 뭐 먹으면 좋겠다.” 그때, 이 프로젝트 하길 잘했다! 그런 확신이 들었어요. 아마도 그 아이는 그것만큼은 기억할 것 같았거든요. 나무 이름이든 뭐든 다 잊어버려도 어떤 나무 밑에서 기분 좋은 순간이 있었다는걸요. 식물과 가까이 있을 때 기분이 환기되는 것, 그것만 알아차려도 좋지 않은가 합니다. 

책의 제목이 눈길을 끌어요. ‘사이사이 풀풀’. 부제는 ‘우리들 사이에 풀이 있었으면’이고요. 제목의 느낌처럼 작가님께선 사람과 식물의 이야기를 엮어오셨다고 하는데, 주로 식물 이야기를 하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는 작가라는 직업이 매개자라고 생각해요. 작가 본인의 관심을 파고 들어가다가 그 속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고 나름의 방법으로 풀어내는 일련의 과정이 있잖아요. 저에게는 그 관심 분야가 식물이랑 사람이었어요. 특히 사람과 얽혀 있는 식물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혼자만 알고 싶지 않아요. (읽거나 보는 동안은 보통 혼자니까요) 접한 정보를 저의 방식대로 풀어내서 딱딱한 책 속에 갇혀 있지 않도록 하는 게 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비전공자로써 소화할 수 있는 만큼 식물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거죠. 



만화책이라는 특징도 이야기하고 싶어요. 기억나는 작업 과정이나, 특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요?

에피소드가 진행되며 계절이 바뀌거든요. 각 화에 등장하는 식물에서 계절감을 보여주려고 배경을 꼼꼼히 그렸어요. 봄이 시작되려 하는 계절, 아직 잎이 올라오지 않은 은행나무의 가지를 그리거나 여름에는 등나무잎이 무성한 모습을 보여주거나 하는 식으로요. 김장철의 거리 풍경도 살짝 담고요. 편집자님도 꼼꼼히 봐주셔서 독자분들도 계절감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바라고 있습니다. 

책의 세 주인공의 직업이나 성격이 무척 친근해요. 일러스트레이터, 편집자, 카페 주인이더라고요. 악인 없이 선하고 다정한 사람들이 이야기를 이끌고 가고요. 이런 인물 설정을 하신 이유가 있나요?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는 직업군이었어요. 실제 저의 직업과 닿아 있기도 하고요. 어떤 사람에 대해 얘기한다고 했을 때, 직접 보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식으로 일을 하는지를 아는 게 중요했어요. 터무니없는 설정을 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악인이 없는 다정한 사람들이 나오는 콘텐츠를 좋아하는 성향이 이런 작업으로 이어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영화 <안경>, <카모메 식당> 혹은 배우 고바야시 사토미가 등장하는 드라마 <수박>,< 펜션 메챠> 이런 작품들은 보고 또 보는 작품들이거든요. ‘악인’이 없는 세계가 판타지 같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어떤 관계에서는 실제로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그런 관계가 많아졌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이라 그런 것 같아요. 



책에 다양한 식물과 에피소드가 등장해요. 아이비, 구문초, 다육식물처럼 초심자가 키우기 좋은 식물들도 있고요. 어떤 식물을 이야기에 넣을지는 어떻게 결정하셨는지, 에피소드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으셨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아이비 같은 경우, 『식물생활』을 그리며 물꽂이로 번식시킬 수 있단 걸 알게 되었어요. 찾아보니 아이비를 물꽂이로 번식하시는 분들이 꽤 많더라고요. 그만큼 대중적이고 많이 알려진 식물이니까 얘기에 등장할 때 낯설지 않게 느껴지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이야기 속에 나오는 식물로 처음 등장시켰습니다. 에피소드의 아이디어는 경험의 축적, 그리고 공간과 사람에 향하는 호기심에서 얻어지는 것 같아요. 식물을 잘 키우는 미용실 앞에서 제가 압도되었던 순간이 없었다면 『사이사이 풀풀』은 만들어질 수 없었을 거예요. 궁금했거든요. 정말 이렇게 식물을 잘 기르는 분은 누구실까. 그 미용실에 직접 들어가 보지는 못하고, 어떤 대화가 이어질 수 있을까 하는 상상을 하며 이야기를 만들어 갔습니다. 식물원에 세 친구가 소풍 가는 에피소드는, 식물을 좋아하는 분들과 같이 수목원에 갔었던 기억에서 출발했어요. 온실에서 마주쳤던 키가 큰 떡갈잎 고무나무를 보고 다들 놀라워했던 순간, 전나무 숲에서 느꼈던 고요함을 에피소드로 풀어냈어요. 그런 실제의 경험들이 에피소드에 조금씩 녹여져 있습니다.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일이나, 이 책을 읽을 독자분들께 하고픈 말씀이 있다면요?

같이 책을 만든 편집자님이 『사이사이 풀풀』을 보고 재밌어요! 라고 얘기해주셨을 때 기뻤어요. 이 책, 많이 읽힐 수 있겠구나 하고요. 그러니 우선 재미있게 보아주셔요. 계획은… 작업을 할수록, 새 책이 나올수록 더 많은 작품을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이 생겨요. 이제는 왕성하게 많이 만들어야 하는 때가 왔다고 생각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아직은 뚜렷한 계획이 없다는 말을 길게 한 것 같네요! 『사이사이 풀풀』을 재미있게 봐주셨다면, 다음 작업도 기다려 주세요! 사이사이 풀풀 하시고요! 




*안난초

식물과 사람의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엮는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같은 책, 같은 영화를 보고 또 보는 걸 좋아합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식물생활』『콩 팬클럽』, 「우중산책」, 「콩의 맛」, 「얼음의 소리」 등이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nancho.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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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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