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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당일 중쇄를 찍은 화제의 첫 시집, 임유영의 『오믈렛』

『오믈렛』 임유영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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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이야기를 품은 오믈렛, 그 이상한 충만감

ⓒ이차령

2020년 문학동네신인상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임유영. 그의 첫 시집 『오믈렛』이 출간된다는 소식이 SNS에 올라왔을 때, 발 빠른 독자들이 소문내면서 한껏 기대감을 부풀렸다. 문학동네신인상 공모 때 9편 중 8편의 제목을 모두 ‘아침’으로 제출한 이 시인의 패기는 심사 자리에서 진작에 반향을 일으켰었다. 시인은 신인상 당선 소감에서 "자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알려주어야 했기 때문에 썼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3년, 짧지 않은 기다림 끝에 세상에 나온 『오믈렛』은 첫 시집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출간 당시 중쇄를 찍었고 독자들에게 여전히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첫 시집 『오믈렛』이 10월 말엽에 출간되었는데, 어느덧 달이 바뀌었습니다. 완연한 가을이 되기도 했고요. 그간 시집을 품고 어떤 마음으로 지내셨나요? 주위에서 축하도 많이 받으셨을 텐데요.

책 출간을 기회로 많은 분과 인사를 나눴습니다. 너무 가까이에 있어서 마음을 전하기 어려웠거나, 너무 멀어서 안부를 묻기 어려웠던 사랑하는 분들께 책 출간을 핑계 삼아 연락을 드리고 또 받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평소엔 집 밖에도 잘 나가지 않는 편인데 요샌 SNS로 홍보도 하고 약속도 꽤 빽빽하게 잡아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첫 책 출간을 계기로 책 한 권을 만드는 데 얼마나 많은 사람의 품이 드는가도 알게 되었어요. 그러니 수줍다고 숨어만 있을 것이 아니라, 감사하는 마음을 잘 품고, 어떻게든 더 많은 독자들께 책을 선보이고 싶다고 생각하며 나름대로 열심히 지내는 중입니다. 

“붓을 들어 이 이야기를 종이에 옮겨 적었고” “마음에 들어하는 사람”에게 그것을 “적당한 값을 받고 팔았다”는 ‘시인의 말’을 곱씹어 읽게 되어요. 2부(‘가서 돌 주우면 재미있을’)에 수록된 「꿈 이야기」의 마지막 구절에서 그대로 가져오신 건데, 왠지 의미심장합니다.

이 구절이 독자와 시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것 같아 가져왔습니다. 제가 시를 완성하면(혹은 더 고치기를 그만두면) 시는 저의 손을 떠나지만, 그 시들 전부가 독자를 만나는 건 아닙니다. 어떤 시는 서랍 속에서만 썩을 수도, 어떤 시는 발표되었지만 외면을 받을 수도 있겠지요. 시가 멀리 가려면 그 시를 ‘마음에 들어하는’ 독자가 우선 필요합니다. 이때 그가 치르는 값도 ‘적당’해야 한다는 게 중요한데요. 독자는 본인만의 기준으로 값을 정하되 자신의 진실보다 너무 낮거나 높게 치르지도 않아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시가 비로소 독자의 책장에 꽂히게 될 것이라고, 말하자면 인식되리라 생각합니다. 일단 누군가의 책장에 꽂히면 또 다른 사람이 그것을 보거나 읽을 수도 있겠지요. 또 어딘가에 처박혔다가, 혹은 굴러다니다가 또 누군가에게 발견되기도 하고…… 그런 식의 상상을 하게 되네요. 저는 독자가 시를 대하는 평가의 기준이 다른 누군가가 아닌, 자신만의 고유함이기를 깊이 바랍니다. 그런 만남을 고대합니다.

같은 제목으로 3편이 실린 「부드러운 마음」은 산뜻하면서도 슬픈 심상을 자아내요. 죽어가는 개를 돌보러 뛰어가는 동자승의 이야기를 그린 2부의 「부드러운 마음」은 여러 생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외로이 죽고 개로 태어났다가 또 혼자 죽으니 두 번 다시 태어나지 말라. 태어나지 말라”고 엉엉 우는 동자승과 그런 동자승의 말을 듣고 웃는 사람들의 모습이 한 편의 우화 같아요. 이 시를 쓸 때는 어떤 마음이셨나요?

개가 죽을 때가 되면 안 보이는 곳에 가서 혼자 죽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시작된 시입니다. 어렸을 때 ‘내가 어른이 되면 아이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줄 것이다’ 라고 자주 다짐했던 것 같습니다. 개의 언어나 아이의 언어는 주류 성인의 입장에서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우선 귀 기울이는 태도가 있다면 얼마든지 소통할 수 있습니다. 어른들도 태어날 때부터 성숙한 언어를 구사해 온 것이 아니니까요. 이 시의 이야기는 매우 전형적이지만, 등장하는 인물들의 짧은 대화를 얼핏 보면 엉뚱하지만 그들 나름의 진정성을 담은 대사로 구성하느라 고심한 기억이 납니다.



데뷔작인 ‘아침’ 연작은 발표 때부터 화제였어요. ‘아침’이라는 같은 제목으로만 응모를 했다는 대담함 때문인 듯합니다. 시적인 듯 아닌 듯한 담담한 문장들로 쌓아 올린 산문들은 “뭐야, 이게 시인가? 근데 왜 자꾸 생각나지?”(심사평, 문학평론가 박상수)라는 질문을 불러일으키기도 했고요. 데뷔작에 대해서는 왠지 비슷한 질문과 답변을 해오셨을 듯해 (웃음) 이번에는 다른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시인이 되기 위해 시를 쓰는 많은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용기가 나지 않고, 전혀 중요하지 않은 글 같고, 혹은 혹평을 받은 기억이 있더라도 자신이 쓴 글을 계속 공개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수시로 용기를 잃지만 짧게라도, 가령 하루 중 1분이라도 어떻게든 용기를 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함께 용기를 냅시다. 그리고 다른 이들의 용기 있는 행동을 지켜보고 응원해 줍시다. 

시집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시인님의 언어가 ‘수평적’이라는 해석이 인상적이에요. 시를 쓸 때 어떤 부분은 되게 멋있게 힘을 주고 싶을 것 같고 또 어떤 부분은 아주 심상하게 써버리고 싶을 것도 같아요. 이런 욕망을 어떻게 적절하게 조율하면서 수평적인 언어로 향해 가시나요?

이게 과연 적절히 조율이 되고 있는가……, 독자 여러분께서 판단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사실 달리고 싶을 땐 확실하게 달리려고 합니다. 하지만 균형과 무게를 적절히 안배하며 건조한 문장들을 섞을 때의 희열도 달릴 때만큼이나 큽니다. 카지노 딜러나 바텐더가 된 듯한 기분도 좋고요. 짧지만 위스키 바에서 바텐더로 일한 경험도 있는데요, 가끔 정해진 레시피에서 재료의 양을 조금 덜 넣거나 더 넣으면 어떻게 되는지 실험해 보는 일도 참 재밌었습니다. 물론 사장님의 허락이 필요했지만요. 시 쓸 땐 오로지 저 자신의 허락만이 필요한 것 같네요.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진 모르겠습니다. 하여튼 수평성은 여러 지향 중의 하나이지만 다른 지향들보다 더 유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초고에서는 가벼운 문장은 가볍게, 무거운 문장은 무겁게 잘 쓰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고요. 수정할 때는 마치 딴 사람 같은 태도를 취하려 합니다. 시를 처음 본 것처럼요.

평소에 어떤 책을 읽으시나요? 영화나 드라마 등 미디어를 얼마나 접하고 계신지도 궁금하고요. 또 『오믈렛』의 (예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책이 있을까요?

마치 집에 안 읽은 책이 없는 사람처럼 요즘도 책을 엄청 사들이고, 또 손이 가는 대로 읽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한 권을 한 번에 한자리에서 끝까지 읽는 편이었는데 요새는 여러 책을 기웃대는 식의 산만한 독서를 합니다. 지금 제 책상 위에는 문학동네시인선 200번 『우리를 세상의 끝으로』(강정 외, 문학동네, 2023)와 제 책, 올 10월에 나온 조르주 디디-위베르만의 『민중들의 이미지』(여문주 옮김, 현실문화A, 2023)가 있습니다. 현실문화연구의 책들을 기대하고 좋아하는 꽤 오랜 독자입니다. 이 책은 특히 사진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너무나 흥미롭게 읽으실 것 같아요. 아직 2장까지밖에 못 읽었지만 벌써 몇 차례의 배반을 겪었기에 추천하고 싶습니다. 역시 최근 출간된 유희경 시인의 『겨울밤 토끼 걱정』 (현대문학, 2023), 김소연 시인의 『촉진하는 밤』(문학과지성사, 2023)은 다 읽은 뒤에도 곁에 두었습니다. 생각나면 한 편씩 읽어봅니다. 황현산 선생님의 완역판 『악의 꽃』(샤를 보들레르, 난다, 2023)도 천천히 읽는 중입니다. 그 밖에 언제나처럼 드라마와 예능을 보고 있습니다. 올해엔 역시 피비(임성한) 작가의 〈아씨 두리안〉과 <나는 솔로> 16기를 재밌게 봤습니다. 얼마 전 열린 제15회 언리미티드 에디션에 가서는 쪽프레스의 만화책, 임유청의 산문집, 이차령의 사진 포스터 등을 잔뜩 구매했지만 아직 포장을 열지도 못했습니다. 음악가 이민휘의 2집 <미래의 고향>도 강력히 추천합니다. 아름다운 폭탄 같은 음반입니다.

「미래로부터」는 요즘 장안의 화제작인 『퓨처 셀프』(벤저민 하디 지음, 최은아 옮김, 상상스퀘어, 2023)를 떠올리게 하는 제목이에요. (웃음) 『퓨처 셀프』의 의미를 빌려, “오백 살도 넘은 물뱀”처럼 시인님이 오래오래 시를 쓰시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여쭤봅니다. 10년 후의 임유영이 지금의 임유영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글쎄요. 무슨 말을 하려나요. 후회할 일은 언제고 생기고 전부 지나가니까 너무 겁내지 말자는 건 요즘 제가 자주 하는 생각인데요, 10년 뒤의 저도 비슷한 생각일 듯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임유영

2020년 문학동네신인상을 수상하며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오믈렛
오믈렛
임유영 저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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