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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타임'에서 삭제된 20대의 목소리는 어떻게 책이 됐을까

『공정감각』 나임윤경 교수와 학생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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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하는 사회에서 권리는 충돌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권리들 중 우선순위를 정할 때, 부당함과 불편함 사이 무엇이 우선되어야 할까?


현재 한국 사회에서 ‘20대 현상’은 뜨거운 주제이지만, 그만큼 쉽게 일반화되고 오해받는다. ‘공정만을 외치며 차별에 눈을 감는 청년’의 모습에서 벗어난 또 다른 목소리는 없을까? 『공정감각』의 13인의 학생 저자들은 차별과 혐오로 다 담을 수 없는 20대의 목소리가 있음을 보여준다. 노동, 페미니즘, 비건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이들은 협소한 ‘공정’을 넘어서 ‘공존’을 모색한다. 

시작은 2022년 6월 SNS에 화제를 모은 한 편의 강의계획서였다.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나임윤경 교수의 <사회문제와 공정> 강의계획서는 일부 2030세대의 공정감각이 어디를 향하는지를 정면으로 묻는다. 특히 같은 해 5월, 연세대학교 재학생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청소노동자들의 집회 소음이 수업권을 침해함을 들어 경찰에 고소한 사건을 다루며, 그 자체로 사회적인 문제 제기가 됐다.

이 수업에서 학생들은 혐오 표현의 온상인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직접 글을 올리는 과제를 수행했다. 혐오 논리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학생들의 글들은 악플을 받고 신고를 받아 ‘썰리고’ 퇴출당했지만, 온라인에서 삭제된 글들은 『공정감각』이라는 한 권의 책으로 묶였다. 목소리를 전하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연세대학교 나임윤경 교수와 학생 저자들에게 물었다.



지난해 6월, <사회문제와 공정> 강의계획서가 SNS상에서 화제가 됐다. 

새벽 4시에 강의계획서를 올리고 잠들었는데, 며칠 뒤 온라인에 강의계획서가 퍼지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인터뷰 요청이 쏟아졌지만 “지금은 수업의 내실을 다질 시간이라고 생각한다”는 명분으로 전부 거절했다. 일개 대학 수업에 이렇게나 세간의 관심이 쏟아진다는 사실이 매우 부담스러웠다. 

심지어 온라인에 퍼진 강의계획서는 최종본이 아니었다. 평소 마감을 넉넉히 잡는 편이라 강의계획서를 미리 올려놓고 수업 전까지 대여섯 번 수정을 거친다. 그사이 중요한 사회적 사건이 발생할 수 있으니 남은 기간 그 내용을 반영하고 관련 자료를 보충하기도 한다. 마감 이틀 전 강의계획서를 미리 올려놓고 잤는데 그 버전이 유출된 거다.

강의계획서는 장사로 치면 메뉴 정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다. 거기에 한 학기의 성패가 달리고, 학생들이 수업을 통해서 얼마나 성장할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굉장히 신중하게 작성하는데, 수업에 앞서 외부에 유출되고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이 교수자로서 만족스러운 상황은 아니었다.

강의계획서는 ‘연세대학교 학생의 학내 청소노동자 고소 사건’ 등 구체적인 현실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 한 편의 칼럼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문제의식을 드러내고 있는데. 

원래 강의계획서를 길게 쓴다. (웃음) 사회 이슈를 다루기 때문에 무엇보다 구체적으로 맥락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페미니즘의 중요한 특성 중 하나는 ‘맥락적 지식’이라는 것이다. 학내에서 파업하는 청소노동자를 학생이 소송하더라도, 중요한 건 소송 자체라기보다 소송을 하는 맥락과 파업을 하는 맥락이다. 강의계획서도 마찬가지다. 다루는 사건에 대한 맥락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학생들도 실수 없이 준비하여 수업에 들어올 수 있고, 교수로서도 이 수업이 어떤 취지인지 잘 설명할 수 있다.

강의 시작 전부터 화제가 집중된 수업이다. 실제로 학생들이 얼마나 모였는지 궁금해하는 반응도 있었는데. 

온라인에 강의계획서가 퍼진 직후, 나의 첫 반응은 ‘아, 망했다’였다. (웃음) 학생들의 반응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세대에서 온라인은 현실보다 더 큰 ‘현실’이다. 그런 학생들에게 이런 소동이 별로 좋은 신호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실제로도 수강생 숫자가 많지 않았다. 대략 23~24명이 수강 신청을 했고 오리엔테이션 이후에 20명이 됐다. 교양 수업의 최소 인원이 20명이니 겨우 폐강을 면한 셈이다. 매주 글을 써야 하는 수업이었기에 부담을 느끼고 나간 학생들도 몇 있었다. 중간고사가 지나니 16~17명이 남았고, 책을 내는데 뜻을 함께한 13명의 학생과 책을 만들게 됐다. 

구체적인 수업 방식은 어땠나. 

온라인 플랫폼 <에브리타임>을 분석하고, 매주 글을 써서 학생들이 직접 <에브리타임>에 글을 올리는 것이 과제였다. 글을 강의실 화면에 띄워서 다 함께 한 줄 한 줄 읽어가면서, 무슨 뜻인지 어떤 오해가 따라붙을 수 있는지 다 함께 분석했다. 5명의 강사 선생님(<유니브페미>의 윤원정 사무처장, 『한국의 능력주의』 저자 박권일, 『보통 일베들의 시대』 저자 김학준, 『20대 남자』 공동 저자 정한울, 『20대 여자』 공동 저자 김은지)을 모시고 특강을 열어, 학생들이 다양한 관점을 배울 수 있도록 했다. 

신기하게도 수강생 중 교내에서 장을 맡아본 학생들이 많았다. 학생회장, 동아리 장 등을 하면서 교내에서 다양한 기획을 주도했고, 그러면서 큰 시행착오도 겪어본 사람들이다. 소신 있게 목소리를 내다보니, 온라인에서 악플도 많이 받고 여학생들의 경우는 신상까지 ‘털리는’ 일도 있었다. 그렇게 트라우마를 경험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기 검열이 심해지고 ‘내가 틀린 게 아닐까’하는 마음이 생긴다. 그래서 처음에는 수업 분위기가 밝지만은 않았다.

다행히 수업을 진행할수록 분위기가 조금씩 편안해졌다. 자기 생각에 확신이 없었던 학생들도 ‘내가 틀린 것이 아니었고 비슷한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도 있구나’ 깨닫고 자신감이 붙는 게 보였다.

<에브리타임>에 학생들이 올린 글이 책으로 나오게 된 배경도 궁금했다. 

처음에는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을 민주적 담론장으로 만들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학생들이 글을 올리면, 악플이 달리고 신고를 받아서 급기야 ‘썰리’고 퇴출당하는 일이 일어났다. 신고를 당하면 ID가 정지되니까 다른 친구의 ID를 빌려서 같이 올리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이 또 한 번 상처를 받았다. 온라인이 ‘현실’인 학생들 입장에서는 엄청난 일이었던 거다. 그래서 삭제된 글들을 책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자신의 글이 책으로 묶여 나온다는 것에 대한 학생들의 부담도 있었고, 글을 함께 수정하며 책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다행히 책이 잘 나와 인세의 전액은 연세대학교 청소노동자분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연세대학교 학생의 청소노동자 고소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일부 청년세대의 공정 잣대는 유독 사회적 약자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가장 큰 원인은 ‘시민사회의 지나친 경쟁’이라고 본다. 가령, 한국 사람들은 해외여행을 가서 한국인을 만나도 반가워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곳을 나만 즐기고 싶으니까 불편한 마음이 드는 거다. 공항에 도착하면 서로 빨리 나가려고 신경전을 벌인다. 휴식의 순간조차 누군가와 경쟁해야 할 만큼 시민사회의 경쟁이 너무 심한 거다.

산업화 시기에는 경쟁을 통해서 인재가 길러졌지만, 지금은 다양한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사회다. 실제로 자원이 다양한데도, 자원이 철저히 위계화되어 있어 특정 자원에만 사람들이 몰린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원이 부족하다고 ‘상상’하면서 계속해서 경쟁에 뛰어든다. 축구를 잘하는 아이도 무조건 공부를 해야하고, 대학이 이렇게 많은데도 서울에 있는 특정 대학을 목표로 한다. 이렇게 과열된 경쟁 속에서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는 혐오가 생긴다. 누군가를 배제하고 이 자원을 가질 자격이 없다고 낙인을 찍어야만 경쟁에서 우위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의 경쟁이 심화된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자신들의 수업권보다 중요한 타자의 생존권이 있다고 가르치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 실제 교육 현장에서 어떻게 접근하나. 

먼저 학생들에게 와 닿는 예시를 들고, 단계별로 논리적 모순을 짚어나간다. 예를 들어, 호텔에 갔는데 옆방이 너무 시끄럽다면 누구에게 말해야 할까? 옆방 사람일까 호텔 매니저일까? 그러면 다들 호텔 매니저를 부르겠다고 한다. 쾌적함을 제공할 의무는 호텔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학교의 수업권이 침해됐을 때 누구에게 문제제기 할까? 파업을 하는 청소노동자인가 학교인가’ 묻는다. 그럼 학생들이 그제야 ‘학교네요’라고 대답한다. 물론 상황에 따라 수업권을 지키기 위해 학생들이 소송에 나설 수는 있다. 다만 중요한 건 그 대상이 누구여야 하는가다.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하는 사회에서 권리는 충돌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권리들 중 우선순위를 정할 때, 부당함과 불편함 사이 무엇이 우선되어야 할까? 청소노동자들이 오랜 기간 겪어온 부당함에는 눈을 감으면서, 내가 겪는 잠시의 불편함을 문제 삼는 것이 지성인이 해야 할 일인가. 그렇게 단계별로 질문하면서 함께 논리를 만들어 나간다.

‘학벌주의’도 이 책이 다루는 중요한 주제다. <에브리타임>에서 대학의 서열을 나누는 현상에 대해, 학생들도 ‘학벌주의’의 맹점을 성찰해 나갔다.

학벌주의 역시 시민사회의 과열된 경쟁 안에서 강화된다. 소위 명문대에 들어오기 위해 학생들은 기회비용을 많이 쓰기 때문에 그 비용에 대한 대가를 돌려받고자 한다. 그래서 학벌을 갖지 않은 사람들을 보면, 기회비용을 덜 들이는데 왜 나와 똑같은 보상을 받느냐고 한다. 이게 불공정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렇지만 학생들에게 학벌이 온전히 너의 능력인지 의심해 보자고 한다. 백인이어서 남자여서 장애가 없어서 경쟁에서 유리했는데, 그것을 온전히 자기 능력이라고 믿으면서 결실이 주어진다고 믿는 건 이상하다. 그야말로 기존의 부로 자본을 불려 가는 ‘지대추구’와 같다. 

교수님 역시 학벌주의에서 자유롭지 않았던 경험을 털어놓은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나 역시도 학벌 때문에 얼마나 큰 모욕을 당했는지를 말하면 학생들이 놀란다. 서른이 넘어서 유학을 갔을 때, 큰 모욕을 당했던 적이 있다. 당시만 해도 유학을 가면 전부 S대 출신이었는데, 같은 한국 출신 유학생에게 “선배”라고 했더니 “근데 왜 나 보고 선배래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미국에서 같은 대학에 다니고 있어도, 한국의 출신 학교는 다르니 선배가 아니라는 이유였다. 무안해진 나는 “내 후배는 아니니까 선배라고 한 건데. 그래 알았어 앞으로는 후배라고 부를게”하고 맞받아쳤지만, 그날 느낀 모욕감과 교훈은 아직도 기억 속에 남아 있다. 

그때 ‘이 학벌주의를 갖고 있다가는 큰일 나겠다’고 느꼈다. 내가 가진 바로 그 잣대가 스스로에게 모멸감으로 돌아오는 순간. 늘 학생들에게도 이야기한다. 차별적 시선을 갖고 있는 순간, 나 역시 바로 그 차별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자본, 인종, 성별 등 모든 카테고리에서 소수자가 아닌 사람은 거의 없다. 자신이 사회적 약자가 아닌 것 같아도, 사회적 맥락이 조금만 달라지면 인종주의, 성차별, 학벌주의, 지방차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축구선수 손흥민도 해외에서는 아시아 사람으로서 차별을 받지 않는가.

페미니즘 페다고지(페미니스트 교수법 및 철학)를 강의실에서 실천하고 있다. ‘오빠’와 같은 일상적 호칭부터 시작하여, 일상의 위계를 새로 감각하고 타자와 공존하는 법을 가르친다. 

나는 페미니즘을 가르칠 때, 여성들이 피해의 경험으로 자기 자신을 박제화하는 것을 경계하자고 권한다. 물론 피해의 경험을 나누는 건, 보다 많은 여성들이 페미니즘과 접속하는 첫 단계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피해자를 대하는 태도가 동정과 연민에 그쳐서는 안 된다. 피해자가 끊임없이 상상했을 피해가 없는 세상, 즉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하는 세상에 대한 상상력을 사회 전체가 들어야 한다. 

가령, <더글로리>에서 학교폭력을 당한 문동은만큼 아름다운 학창 시절을 끊임없이 떠올린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좀 더 나은 사회를 지향한다면, 그 사람의 상상력에 발을 들여놓고 자신보다 더 열악한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내가 가해자가 될 위험은 없는지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 페미니즘은 연대의 정치학으로서 그걸 도와줄 수 있다. 타인의 상상력에 기반하여 일상을 기획하는 것이 페미니즘의 힘인 것이다. 

나 스스로 잠재적 가해자가 될 수 있음을 성찰하는 것도 필요하겠다.

나 역시 가해자가 될 수 있음을 늘 생각해야 한다. 나는 ‘역지사지’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미 입장을 바꾼다는 말 안에 타자화가 있기 때문이다. 이 말에는 ‘나는 너의 입장을 모르기 때문에 경험을 바꿔본다’는 생각이 전제되어 있는데, 사실 누구나 자기 안에 차별을 받은 경험이 있다. 그걸 발견하기만 하면 된다. 완전히 입장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성찰해야 하는 것이다. 

페미니즘은 맥락적 진리를 추구함과 동시에, 성찰적 지식을 축적한다. 일부 사람들은 페미니즘이 편을 가르고 경쟁하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것이야말로 페미니즘을 오해한 것이다. 강단에서도 늘 학생들에게 페미니즘은 타인의 상상력을 존중하고, 더 나은 사회를 향해 함께 달려 나가는 선한 윤리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인터뷰나 수업을 할 때마다 스스로 “나 역시 기득권이고 잠재적 갑질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고 들었다. 교수와 학생 간 권력관계가 발생할 수 있는데, 평등한 논의의 장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궁금하다.

늘 강의계획서 아래에 “친절하려고 노력합니다.”라고 쓴다. (웃음) 여기에는 내가 페미니즘으로부터 얻은 가르침이 녹아 있다. 페미니즘은 남성들에게 집중된 권력의 해체를 시도하면서 시작된 학문이다. 기득권에 대한 균열이 페미니즘의 지향점이라고 한다면, 나 역시도 그 대상이 되어야 한다. 내가 가진 교수로서의 권력을 균열시키고, 학생과 관계를 페미니즘적으로 해석하는 구체적인 방식이 바로 친절함이라고 생각한다. 

수업을 시작할 때, 언제나 학생들에게 설명한다. ‘교수인 내가 권력에서 우위에 있기 때문에 당신들이 나에게 문제제기하는 것이 어렵겠지만, 평등한 소통을 위해서 나는 친절함을 유지하겠다. 그 친절함에는 권력의 해체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당신이 어떤 질문을 하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이겠다.’ 그게 바로 내가 페미니즘으로부터 배운 방식이다.


<학생 저자들의 인터뷰>

책 출간에 앞서 걱정되었던 부분, 그럼에도 책 출간을 결심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온정: 혹시라도 나의 글이 완벽하지 않아서 반감만 사는 것이 아닐까, 역으로 〈에브리타임〉 같은 여론에 더 힘을 실어주게 되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마구 쓰는 글은 과대 대표되면서 우리가 수업 시간에 열심히 토론하고 고민하며 쓴 글이 세상에 나오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나!’하는 마음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이 대표되지 못한 모든 목소리들에게 용기와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무: 처음 글의 독자로 상정했던 독자층인 〈에브리타임〉 유저와 책을 읽어주시는 독자층에는 분명한 간극이 있을 것이기에, 제 글이 얕지는 않을까 걱정하고는 했습니다. 그럼에도 언제나 삭제되고는 했던 우리들의 언어가 출간을 통해 세상에 고정될 수 있으며, 그 고정됨이 책이라는 물성을 만나 또 다른 사유를 이끌어낼 수 있을 거라 믿고 싶었습니다. 그 마음을 믿고 글을 퇴고해 나갔습니다. 

최유정: 내 생각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불완전한 글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혐오, 또 다른 상처가 되지 않을까 걱정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말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불완전한 생각들이 모이다 보면 언젠가는 완전한 조각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 그날까지 말을 멈추지 않는 것이 내 임무입니다. 

김민재: 각종 이슈에 대한 생각을 모은 글이 계몽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을지 걱정되었습니다. 그래서 퇴고 과정에서 그러한 뉘앙스를 덜어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럼에도 비판을 받는다면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이 작업의 본질이라고 생각해 출간을 결심했습니다.

김지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 원색적인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걱정에 조금은 무서웠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20대가 있다’는 이야기는 반드시 조명받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때문에 실명 그대로 출간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이 책이 어떤 독자들에게 어떻게 읽히기를 바라나요?

안즈: 다른 20대의 목소리도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습니다. 〈에브리타임〉의 글이 과대 대표되는 현실 속에서 그들만 20대가 아니라는 것을, 곳곳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데어: 이대남이 아닌 20대의 목소리를 들려드리고자 한 만큼 다른 세대의 독자가 읽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만, 〈에브리타임〉을 실제로 이용하는 독자에게, 사실 그곳의 글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싶기도 합니다. 이 책이 다른 목소리를 잘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디: 〈사회문제와 공정〉 수업이 제게 그랬듯이 우리 책이 나와 다른 상황에 놓인 타인의 삶을 상상해 보도록 하는 기회가 되어주었으면 합니다.

은현: 나 혼자만 이렇게 생각하는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이런저런 핑계 뒤로 숨어 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으려 하곤 했었습니다. 그러나 〈사회문제와 공정〉 수업에서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고, 글을 공유하며 이런 제 모습을 반성하고 더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이 혼자가 아니란 감각을 전해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신현: 이 책을 읽고 〈에브리타임〉을 보면서 무력감을 느꼈던 사람들이 나도 내 생각을 말해도 괜찮다고, 또 그렇게 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혐오가 어디에서 시작되어 어디로 흘러가 쌓이는지 크게 관심이 없던 사람들에게까지 저희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전해졌으면 합니다.




*나임윤경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페미니즘이 더 많은 이에게 닿길 원해, 간절히

*허가영
쓸모를 증명하지 않아도 안전한 세상을 꿈꾼다.

*최유정
가장 낮은 곳에 임한 동양인 성소수자 여성.

*은현
이해로부터 시작될 변화의 힘을 믿는다.

*우무
매끄러움보다는 균열을 추구한다.

*온정
선한 마음을 저의 강함으로 삼는다.

*오디
누구나 자유로울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안즈
사람들이 던진 벽돌로 성을 지은 여자.

*신현
소란을 겁내지 않으려 한다.

*사바나히나
생각은 비관적으로, 행동은 낙관적으로.

*데어
필요한 때에 감히 쓸 수 있길 바란다.

*김지윤
할머니가 되어서도 아내와 캠핑을 즐기고픈 여자.

*김세명
겨우겨우 페미니스트로 산다.

*김민재
말끔한 답이 없는 고민을 오래도록 붙들고자 한다.



공정감각
공정감각
나임윤경 등저
문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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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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