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매출 디렉터가 알려 주는 제품 판매 노하우
『신상품』 천지윤, 김서현, 고희정, 정우재, 최훈아, 권명회 저자 인터뷰
베스트셀러가 되는 상품들은 무엇이 어떻게 달랐기에 터질 수 있었던 걸까? 『신상품』에서는 바닥권 실적에서 출발해 7개월 만에 와디즈 1위 팀으로 도약한 경험을 바탕으로, 와디즈 알파3팀이 '터지는 상품의 비밀'을 밝힌다. (2023.08.23)
매달 1000여 개의 신상품이 데뷔하는 국내 최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 햇병아리 새내기 브랜드와 대기업이, 수십 년 내공을 자랑하는 제조사와 아마추어 N잡러가 계급장 떼고 오로지 제품으로 겨루는 진검승부의 장이다. 이곳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는 상품들은 무엇이 어떻게 달랐기에 터질 수 있었던 걸까? 『신상품』에서는 바닥권 실적에서 출발해 7개월 만에 와디즈 1위 팀으로 도약한 경험을 바탕으로, 와디즈 알파3팀이 '터지는 상품의 비밀'을 밝힌다.
몸담고 계신 와디즈에 대해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와디즈에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도 말씀해 주세요.
김서현 : 와디즈는 국내 1위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입니다. '펀딩'이라는 단어가 생소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제품이나 서비스 제공을 통해 대중들에게 자금을 조달받는 형태를 말해요. 쇼핑은 이미 만들어진 물건에 소비자들이 금액을 지불하는 형태라면, 펀딩의 경우에는 '이런 제품/서비스가 나올 거야, 이 제품/서비스에 투자해 줄래?'라는 개념으로 제품이 미완성되었음에도 고객들에게 투자를 받고 그 돈으로 제품/서비스를 완성시켜 다시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형태예요.
우리의 큰 정체성은 '신상품 데뷔'에 있습니다. 와디즈 PD는 'Project Director'의 약자로, 이 신상품 프로젝트 하나하나를 총괄하는 역할을 합니다. 고객들이 좋아할 만한 제품인지 알아보고, 제품이 가장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상세 페이지를 구상하고 가격과 마케팅을 덧붙여 최종적으로 해당 제품을 데뷔시키는 디렉터들입니다. 최근 뉴진스를 민희진 디렉터가 맡아서 화제가 되었죠. 저희에게는 상품들이 뉴진스, BTS같은 존재고 PD들은 민희진, 방시혁 같은 존재라고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아요.
'PD'라고 하면 직접 브랜드를 운영하는 판매자는 아닌데, MD가 아닌 판매자들을 위한 책을 쓰게 된 계기가 있나요?
고희정 : 저는 PD를 스포츠 감독에 비유하곤 합니다. 감독은 직접 경기를 뛰는 사람은 아닙니다. 선수들의 개개인의 역량을 파악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며 각각의 포지션에서 최고의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디렉팅하는 사람이죠. PD도 직접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상품들이 가진 각각의 역량을 파악하고 어떻게 끌어올려 경기에 내보낼지 고민하는 사람이에요. 저는 입사 후 로컬/식품에 집중해서 프로젝트를 운영했는데요. 그 당시 1인 기업, 농부들을 굉장히 많이 만났어요.
그런데 당장 온라인에 제품을 등록하는 방법도 모르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았어요. 저희는 많으면 하루에도 2~3개의 신상품을 만납니다. 그중에는 경기에 오르지 못하고 벤치에 앉아 있다 돌아가는 상품들이 굉장히 많고, 스타 플레이어로 떠오르는 상품들도 많죠. 저희는 제품 하나, 그 자체를 잘 파는 법을 더 고민하는 사람이에요. 저희가 만나온 수많은 상품들과의 경험은 분명 내 제품을 어떻게 팔지 모르는, 더 잘 팔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시작하는 브랜드를 많이 만나실 텐데, 그런 분들에게 반드시 당부하는 사항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천지윤 : "이 제품을 절대 '내 자식'이라고 생각하지 마라"입니다. 조금 냉정할 수 있지만, 생각보다 정말 많은 대표님들이 처음 제품/브랜드를 만들고 나서 '내 자식'처럼, '내 새끼'처럼 애지중지하시는 모습을 많이 봅니다. 미팅 때도, 그 제품을 의인화해서 귀하게 설명해주시는 분들도 정말 많습니다. "이 아이는 다른 제품과 달라요"라는 뉘앙스요. 물론 저도 너무나 공감합니다. 머릿속으로만 꿈꾸고 그려왔던 아이가 드디어 세상 밖으로 탄생한 느낌이죠.
그러나 제품을 내 자식이라고 생각하고 바라보는 순간, 냉정함과 객관성을 잃게 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제품이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은 '고객의 차갑고 날카로운 피드백'입니다. 그러나 이 제품을 내 아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생산적인 피드백이 맹목적인 비난처럼 느껴지고 메시지가 잘 보이지 않게 되죠. 또한 제품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면 더이상 이 제품은 내 것이 아닙니다. 고객의 것이죠. 고객 입장에서 불편함이 있으면 미련이나 아쉬움 없이 적극 개선하고, 이 제품이 내가 아닌 고객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죠. 이런 관점에서 나의 자식이 아니라, 하나의 결과물로 바라보며 냉정하게 제품을 대하는 자세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최훈아 :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당신이 팔고 싶은 제품을 반드시 시장 조사를 하고 올 것, 두 번째는 온라인 마케팅을 이해하고 올 것입니다. 상품으로 잘 팔기 위해서는 해당 제품군이 현재 어떻게 유통되고 있는지 가격이며 타겟층, 디자인 등 시장을 파악하는 게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신상품』을 읽다 보면 가격 책정에서 광고 효과 체크며 카피 작성까지, 초심자들은 알기 어려운 섬세한 전략들이 나오는데요. 이것들을 빠르게 터득하는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권명회 :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한 번 해보는 것이겠지만 말처럼 쉽진 않죠. 직접 내 제품을 만들어 판매해보는 게 어렵다면, 저는 딱 두 가지를 추천드릴 것 같아요. 첫째는 많이 보는 것, 나아가 구매까지 해보는 것입니다. 와디즈나 쇼핑몰을 자주 둘러보다 보면, 잘 팔리는 제품에는 분명 그 이유가 있어요. 수많은 후기일 수도 있고, 잘 쓴 카피라이팅일 수도 있고, 나를 클릭하게 만든 광고 소재일 수도 있죠. 아마 모든 PD들의 직업병이지 않을까 싶은데, 인스타그램을 둘러보다가 눈길이 가는 광고 소재가 있다면 꼭 캡처를 해둬요.
식당을 가더라도, 올리브영을 가더라도 제품 뒷면으로 눈길이 먼저 갑니다. 제조사가 어디인지 확인해보려고요. 그러고는 캡처한 제품의 상세 페이지를 찾아보곤 합니다. 내 눈길을 끈 제품은 무엇이 달랐나, 하고 스스로에게도 수도 없이 되묻죠. 저희는 일상에서 수없이 많은 제품들을 보곤 합니다. 이 일상에 딱 5초만 할애해서 기억하고, 1분만 더 할애해 조금 더 깊게 분석해보세요. 정말 효과가 좋습니다.
둘째는 직접 써보는 것입니다.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엔 사지 않았던, 장바구니에만 있던 것들이 다들 하나씩은 있을 거예요. 그 제품을 내가 판매자라 생각하고 모든 걸 직접 써보는 것입니다. 상세 페이지부터, 가격 설정까지, 광고 소재를 만든다면 어떻게 할지까지 한 번 해보는 것이죠. 실제로 신입 PD 때 이 연습을 정말 많이 하며 빠르게 레벨업했다고 생각하는데, 무엇보다 돈도 들지 않고 가장 빠르게 레벨업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어요.
가격보다 가치가 중요하다는 내용이 책에서 여러 차례 강조됩니다. 지금도 '최저가 보상제' 딱지가 붙은 쇼핑 플랫폼이 많은데, 그럼에도 가치를 강조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김서현 : 가격과 가치가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는 개념은 아닌 것 같아요. 저렴한 가격도 하나의 가치니까요. 다만 최저가에만 집중하지 말자는 내용은 계속 강조했어요. 최저가라는 가치는 너무 무너지기 쉬워요. 우리 브랜드보다 moq를 잘 뽑고 제조사와 가격 협의를 잘 해오는 브랜드가 너무 많아요. 타인에게 쉽게 흔들리는 가치를 메인으로 소구해버리면 우리 제품에게 내려지는 사망 선고가 너무 빨라집니다. 다른 브랜드가 범하지 못할 우리 제품만의 강점, 차별점이 굳건히 있어줘야 고객들에게 오래 사랑받는 상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우재 : 많은 것들이 오래갈 수 있기를 희망하기 때문입니다. 지속 가능성이라는 단어로 쉽게 설명할 수 있겠네요. 가격을 낮추어 최저가를 강조하는 방향은 당장의 매출은 기대해볼 수 있겠지만 그 이후를 생각해보면 좋은 전략일까라는 물음표가 따라붙는 것 같아요. 온라인 시장에서 경쟁자는 점점 더 많아질 거고, 우리보다 낮은 가격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경쟁자 역시 언제든 나타날 수 있을 테니까요. 꾸준히 변하지 않고 또 사람들이 찾아줄 우리 브랜드만의 가치를 강조하는 건 이렇게 생각하면 참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자기 제품이 대박 나기를 기대할 텐데요. 내 제품이 터지는 상품인지 확신할 수 있는 판단의 지름길이 있을까요?
최훈아 : 한마디로 기능, 디자인, 가격 중에 우리 제품에 지갑을 열어줄 큰 강점이 있다면 확신을 가지실 수 있을 겁니다. 저희가 쓴 책 『신상품』 348페이지에 자세하게 체크 리스트가 나와 있는데, 도움되실 거예요. 그리고 실제 우리 제품을 소비할 타깃층을 정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어보고 듣는 것도 상당히 도움이 될 거예요.
이 책을 읽으실 독자들께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천지윤 : 이 책에서 전하고 싶었던 단 한 가지는 어떤 방식으로든 실무에 꼭 한 가지 이상은 적용해보시고 활용해보실 수 있는 살아 숨쉬는 책이길 바랐습니다. 단순히 이론상으로 "이렇게 해보세요"가 아니라, 고민하시는 부분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전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수십 번의 수정을 거쳤던 것 같습니다. 한 달에도 수십 명의 브랜드사 대표, 제조사 사장님, 대기업 실무진, 중견 기업 마케터 등 시장 전반에 '신상품'과 관련된 업을 하는 다양한 분들과 소통합니다. 그들의 니즈는 각기 다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좋은 제품을 고객에게 어떻게 소개할까'에 대한 간절한 열망입니다.
사실 누군가가 "이렇게 하면 됩니다"라는 만능 공식을 알려주면 좋겠지만, 당연히 그런 건 없고요. 결국 부딪혀서 답을 찾아야 하는 상황들이 이 시장엔 너무 많습니다. 너무 빨리 변하는, 또 너무나 많은 수단과 채널들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지요. 그래서, 각기 다른 6명의 프로젝터 디렉터들의 인사이트를 모으고, 시장 전반의 실무 노하우를 담아내고, 다양한 사례들을 덧붙여 이해를 돕기 위해 노력한 이 책이 사실 많이 두껍습니다. 끝까지 읽지 않더라도, 부분 부분 읽으셔도 좋고요. 제품, 브랜드, 고객 등 어떤 한 지점에서 고민하고 있으셨던 부분에 대해 조금이라도 가려움을 긁어주는 실용적인 책이 되기를 바랍니다.
고희정 : 저희 책은 정말 제품을 어떻게 팔지 막연한 분들에게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누구나 내 제품을 만들고 내 사업을 하고 싶은 꿈이 있잖아요. 저희는 항상 더 좋은 프로젝트를 만들기 위해 서로를 피드백해 주는 시간을 가져왔어요. 그때마다 우리끼리만 알고 있는 게 아깝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담았습니다. 이 책은 뚜렷하게 광고 잘하는 법, 데이터 잘 보는 법에 대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정석 책 처럼 책의 내용을 조금씩 따라해보고, 책에 담긴 내용을 실전에 바로 응용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천지윤 온라인 커머스 MD로 시작해 제품을 만들고 팔아왔다. *김서현 MCN 회사에서 여러 유튜버들과 콘텐츠를 만들어왔다. *고희정 F&B업에 진심을 담아 식품 유통 회사를 운영해보았다. *정우재 광고 회사부터 커피 회사까지 다양한 글을 써왔다. *최훈아 구두 디자이너로 자기 브랜드를 운영했다. *권명회 대학생 때부터 8개의 브랜드를 펀딩으로 열어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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