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을 위한 팁
『불안이 많은 아이』 이다랑 저자 인터뷰
하지만 아이라는 땅에 매일매일 물을 주는 마음으로 공감과 전략을 쏟아주세요. 아이는 반드시 "내가 해냈어"라는 말을 하게 될 겁니다. (2023.08.04)
아이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그 아이들의 기질은 각기 다르다. 아이의 기질에서 비롯된 모습들이지만, 불안이나 두려움이 많아 매사 겁내고 조심스러워하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이 아이가 커서 학교생활이나 사회생활은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다. 코로나19로 인해 2년 넘게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지내다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 지금, 이런 불안·두려움 기질의 아이들이 예전에 비해 늘었고, 그만큼 부모의 고민도 깊어졌다. 『불안이 많은 아이』를 펴낸 이다랑 작가는 불안과 두려움이 많은 아이들이 스스로 더 나은 선택을 하며 조금씩 성장하도록 돕기 위해 부모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알려준다.
대학에서 아동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아동 발달 심리를 공부하셨고, 엄마들의 육아 멘토 같은 그로잉맘을 창업하기도 하셨는데요. 그러면서 아이의 기질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발달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유독 개개인이 가진 차이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이런 관심은 제 자신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되었던 것 같아요. 대학에 와서 심리학을 공부하기 전까지 저는 제 자신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많이 혼란스러웠어요. '나는 왜 이렇게 무언가를 하고 싶어하는 욕심도 많으면서 항상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걸까?', '잘하고 싶어하면서 시작하기까지 왜 이렇게 망설이는 걸까?'라고요.
기질과 성격 발달에 대해 공부하고 나를 이해하기 위해 심리 검사와 상담을 받으며 제가 왜 그러한 감정을 느끼고 행동하는지 더 잘 이해하게 되었어요. 특히, 저는 상담사로 일하다 부모가 되고 나니 기질 이해의 중요성을 더욱 많이 느끼게 되었어요. 요즘 세상에서 육아가 어려운 이유는 정보가 없거나 방법을 잘 몰라서라기보다는 부모가 자기 자신과 아이가 가진 특성을 잘 관찰하고 이해하는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이거든요. 저는 그래서 부모가 아이의 특성을 이해하는 방법, 기질에 대해 더욱 쉽게 설명하고 알리고 싶었어요.
이번에 『불안이 많은 아이』라는 책을 출간하셨어요. 낯선 상황이나 사람에 대한 불안, 두려움은 어떻게 보면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라 할 수 있는데요. 이 책에서 다루는 불안과 두려움 많은 아이는 어떤 아이들인가요? 흔히 말하는 불안장애와는 다른 건가요? 또, 우리 아이가 그런 아이라는 건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사람은 누구나 불안과 두려움을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어요. 이러한 감정이 있기에 본능적으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죠. 그런데 개개인마다 낯선 자극과 환경에 대해 불안이나 두려움을 느끼는 정도의 차이는 있어요. 아이들은 특히 그래요. 조절 없이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바로 행동으로 이어지는 시기이기에 이 차이가 더욱 분명하게 보이지요. 새로운 어린이집에 가면 어떤 아이는 조금 떨리기는 하지만 '새롭다'라는 것에서 더욱 높은 에너지와 호기심을 느낄 수 있어요.
하지만 또 다른 아이는 이러한 새로움이 즐거움을 주기 보다는 수많은 걱정과 두려움의 원인이 될 수 있어요. 이런 경우 안하겠다고 거부하거나, 수시로 걱정을 이야기하거나 적응하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할 수 있지요. 책에서 '불안이 많은 아이'라고 다루는 아이들은 이러한 아이들입니다. 분명한 건 불안에 오랜 시간 압도되어 조절하기 어려운 상태가 지속되는 불안 장애와는 구분된다는 거예요. 보다 일반적인 특성에서의 아이를 의미합니다.
혹시 우리 아이가 그러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는 아이의 행동과 적응하는 모습을 잘 관찰하면 알 수 있습니다.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해 걱정하거나, 부모 입장에서는 굉장히 즐거워 보이는 활동이나 장소에서도 머뭇거리거나, 새로운 곳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일상생활에서의 수면, 등하교, 분리 수업 등에서 적응 기간을 오래 필요로 하는 행동 특성이 많이 보인다면 아이는 좀 더 불안과 두려움을 많이 느끼는 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기질검사를 해보는 것을 가장 추천드리고요.
『불안이 많은 아이』는 어떤 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불안과 두려움이 많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은 일상생활에서 아이의 이런 감정 호소를 어떻게 받아주고 제한하고 공감해야 하는지, 그리고 도대체 언제까지 해야 아이가 나아지는지 많이 불안해합니다. 저는 이 책에서 부모가 아이의 불안과 두려움을 어디까지 수용해야 하는지, 아이가 보다 독립적인 선택을 하며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매우 구체적인 답변을 드리고자 했어요.
특히 제 아이도 이러한 특성을 가지고 있고, 비슷한 특성을 가진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님들과 수업을 진행하면서 자주 나왔던 실제 육아 고민을 다루었어요. 그러니 제가 책에 정리한 방법은 모두 현실 육아에 적용하기에 좋습니다. 예를 들어, 사고 뉴스나 안전 교육 등을 받고 아이가 지나치게 걱정할 때,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학원에 가는 것을 싫어할 때, 훈육할 때의 분위기를 너무 무서워해서 훈육할 엄두가 안 날 때, 기관이나 학교를 옮겨야 할 때, 낯가림이 심해서 강한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을 어려워할 때 등 구체적인 상황 중심으로 답변을 정리했고, 부모가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대화 표현도 함께 담았습니다.
불안과 두려움이 많은 아이라고 해서 모든 아이가 같은 행동 패턴을 보이진 않을 것 같아요. 이런 아이들은 어떤 특징들을 가지고 있나요?
불안과 두려움이 많다고 해서 다 똑같지는 않습니다. 아이의 타고난 성격적 특성인 기질에는 불안·두려움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다양한 요인들이 함께 있기 때문이에요. 불안·두려움이 많지만 동시에 새로운 자극에 대한 호기심과 에너지도 높은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은 늘 하고 싶은 마음과 막상 하려니 두려운 양가적 마음이 존재해요. 그래서 내가 원하는 것을 잘 선택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안함이 있지요.
또한, 불안·두려움의 특성과 사회적 민감성(타인의 감정, 승인에 대한 민감함)이 동시에 많은 아이들이 있어요. 이런 경우 다른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많다 보니 대인 관계에서 느끼는 불안이 유독 부각되지요. 불안·두려움이 성취하고 몰두하는 특성과 함께 두드러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은 내가 원하는 만큼 잘하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고, 그래서 시작하기 어려워하는 모습을 자주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오감이 유독 민감한 아이들도 있어요. 이런 경우 민감한 감각이 더 많은 것을 느끼도록 만들기 때문에 불안과 두려움이 더욱 증폭되기도 합니다.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부모님 자체가 불안과 두려움이 많은 기질인 경우도 있잖아요. 이런 부모님들은 불안 기질이 높은 자녀를 대할 때 어떤 점을 조심해야 할까요?
아이는 불안과 두려움을 느낄 때 내가 신뢰하는 대상인 부모가 어떻게 느끼는지 참조합니다. 그런데 부모가 나보다 더 많이 불안에 압도되어 있다면 아이는 '이 상황은 확실히 무서운 상황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또한, 처음에는 두렵다고 느끼지 않았던 것도 부모가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며 두려운 감정을 모방하듯 더욱 강하게 느끼기도 합니다.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언제나 잘 통제하고 감추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가 불안과 두려움을 많이 호소하는 상황이라면 부모가 좀 더 단단하고 의연한 표정과 목소리로 이야기 해주는 것은 도움이 됩니다.
또한, 부모 자신이 불안·두려움을 많이 느끼면 자신과 비슷한 아이의 모습을 보며 화가 나서 폭발해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혹은 자신을 닮아 그런 것 같아서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지요. 하지만 불안과 두려움은 그 자체로서 꼭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부모에게 감정을 수용받고 전략을 배우며 성공 경험을 만들어가다 보면 아이에게도 자신의 불안과 두려움을 스스로 다룰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그래서 불안과 두려움에 대해 부모 스스로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아이가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게 통제만 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불안과 두려움이 많은 아이들이 늘 위축된 생활을 하는 건 아닐 것 같아요. 이런 아이들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불안과 두려움을 잘 다룰 수만 있다면 그 자체로서 여러 강점을 가집니다. 불안과 두려움이 많은 아이들은 처음에는 어려워하지만 막상 적응이 되고 나면 꾸준히 지속하는 힘이 있습니다. 그리고 규칙을 잘 지키고 신중하게 고려하는 모습도 보이지요. 불안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여러 가지 대안을 준비하고 계획한다거나 높은 문제 해결력을 보이는 등의 강점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또한, 불안과 두려움은 성취의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불안과 두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다른 영역에 몰두하며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어내지요. 방탄소년단의 리더인 RM이나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도 인터뷰를 통해 얼마나 많은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며 이것을 음악이나 영화에 몰두하여 풀어내는지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아이가 가진 불안과 두려움 이면에 긁지 않은 복권과 같은 강점이 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답니다.
책에서 모든 순간 부모가 대신해줄 수 없기에, 결국 아이가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불안하고 두려운 상황에서 한발짝 더 나가는 선택을 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고 했잖아요. 아이의 이런 기질로 걱정하는 부모님들께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요?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아이로 만드는 방법은 없습니다. 아이는 살아가는 내내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게 될 거예요. 그렇기에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입니다. 저는 부모님들이 아이의 불안과 두려움을 미리 제거하고 안 느끼게 만드는 것에 집중하기보다는, 아이가 그것을 잘 다루도록 돕는 일에 힘을 쏟았으면 합니다. 물론, 아이의 더딘 모습을 보며 답답하고 불안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아이를 키우는 10년간 수없이 그러한 마음을 느꼈으니까요. 하지만 아이라는 땅에 매일매일 물을 주는 마음으로 공감과 전략을 쏟아주세요. 아이는 반드시 "내가 해냈어"라는 말을 하게 될 겁니다.
*이다랑 (그로잉맘) 육아 상담 전문 기업 ㈜그로잉맘의 창업가. 대학에서 아동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아동 발달 심리를 공부했다. 연구소와 여러 기관에서 상담 및 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해왔으며, KOICA 프로젝트 매니저로 제3세계 국가에서 부모 교육을 진행한 바있다. 15년 가까이 아동과 부모 교육 관련 활동을 하며 동시에 아이를 낳아 키우는 과정을 통해 부모의 현실 육아에 직접적으로 와닿는 육아법을 고민하게 되었으며, 심리학 이론을 기초로 한 '부모 심리학 공부', '기질 육아' 콘텐츠 등을 블로그, 인스타그램, 브런치 등을 통해 연재하며 많은 부모님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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