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내면아이를 마주하는 심리 치유 가이드
『엄마가 되고 내면아이를 만났다』 안정희 저자 인터뷰
『엄마가 되고 내면아이를 만났다』는 엄마들이 마음 깊숙이 가두고 방임했던 내면아이를 끄집어내고, 치유와 돌봄의 방법을 제시하는 책이다. (2023.07.12)
"아이 시력이 나빠진 것도 다 내 책임인 것만 같아요."
저자는 며칠 전 부모 상담에서 만난 한 엄마의 말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자녀에게 조금이라도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자신의 탓으로 돌리던 내담자는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양육이 어려운 이유는 좋은 양육법을 몰라서일까? 엄마로서 자질이 부족한 걸까? 저자는 이를 엄마의 발달 단계에서 겪은 심리적 미성숙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엄마의 내면아이가 미처 성장하지 못하고 상처받은 모습 그대로 어린 시절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엄마가 되고 내면아이를 만났다』는 엄마들이 마음 깊숙이 가두고 방임했던 내면아이를 끄집어내고, 치유와 돌봄의 방법을 제시하는 책이다. 행복한 육아를 위한, 무엇보다 자신을 되찾고자 하는 엄마라면 내면아이를 마주하고 돌볼 때다.
『사춘기 자존감 수업』 이후 약 2년 만의 신간입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사춘기 자존감 수업』 출간 이후 정말 많은 곳에서 저자 강연을 의뢰해 주셨어요. 거의 매일 쉬는 시간 없이 강의와 상담을 했던 것 같아요. 그 사이 『엄마가 되고 내면아이를 만났다』 원고까지 쓰느라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의 일정을 소화했던 것 같아요.
올바른 양육법이나 교육법 등의 방법론적 구성을 따르는 여느 자녀교육서와 달리 이번에는 '엄마의 내면'에 주목하는 책을 내셨어요. 엄마의 내면과 심리에 집중한 책을 집필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부모 교육과 상담을 한 지 14년이 넘었습니다. 요즘 부모들은 올바른 양육법이나 교육법 등 방법적인 것을 몰라서 못 하지는 않습니다. 요즘은 양육에 대한 온갖 정보들이 넘쳐나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아주 쉽게 양육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어요. 언제 어디서든 전문가의 고견을 들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교육 현장에서 만나는 많은 부모는 양육의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예전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서 고민이었다면 요즘은 알지만 안 돼서 고민인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에는 와닿지 않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동안 만난 많은 엄마가 솔직하게 고백합니다. '아이가 꼴 보기 싫어서' 또는 '마음이 내키지 않아서' 올바른 양육법을 적용하기 어렵다고요. 이때는 아이의 문제라기보다는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문제인 경우가 십중팔구입니다. 아이의 특정한 행동이나 태도가 거슬리거나 아이마다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우는 대부분 엄마 안의 해결되지 않은 문제 때문이라고 볼 수 있어요. 바로 엄마의 내면아이에게 상처가 있는 것이죠. 이를 살피고 돌보는 일의 중요성을 다루고자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어요.
상처받은 내면아이를 치유하기 위해서 작가님께서 추천하시는 활동이 있을까요?
『엄마가 되고 내면아이를 만났다』를 쓰면서 가장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이 바로 활동인데요. 이론으로만 그치지 않고, 실제로 엄마 안의 내면아이를 만나고 돌볼 수 있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장별로 '내면아이 연습장'을 첨부했습니다. 이를테면 3장에서는 실제 엄마의 내면아이를 만날 수 있도록 에릭 에릭슨의 심리 사회적 발달 단계에 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때도 단계별 설명 이후 '엄마의 기억 노트'를 수록하여, 스스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아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엄마 안의 내면아이를 만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어린 시절 기억을 정리해 보시는 게 중요합니다. 따라서 책을 천천히 읽으면서 '기억 노트'를 꼼꼼하게 작성하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 외에도 5장 「엄마의 내면아이 성장하기」에서도 각 단계별로 성장하기 위한 전략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실제 편지를 써보거나 자신의 울타리를 세워보는 등의 다양한 활동이 있습니다. 그중 몇 가지만 콕 찍어서 말씀드리기는 어렵네요. 책에서 소개된 많은 내면아이 연습장 중에서 독자분들이 읽으면서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서 꾸준히 실천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자신의 발달 전반을 살펴봤다면,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활동이 무엇인지도 쉽게 찾을 수 있을 겁니다.
특정 발달 단계에서 심리적으로 미처 성장하지 못한 원인을 에릭 에릭슨의 '심리 사회적 발달 단계 이론'을 차용하여 설명했습니다. 에릭슨의 이론과 엄마의 내면아이 치유 과정 사이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나요?
모든 인간은 자라는 과정에서 신체적, 정서적, 심리적 욕구를 제때, 제대로 충족해야 합니다. 하지만 모종의 이유로 이런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때 상처가 만들어지죠. 이처럼 내면아이는 어린 시절 발달 중에 생긴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땅히 받아야 했지만, 받지 못해 생긴 결핍과 피치 못해 생겨난 상처들이 내면아이를 만든다고 볼 수 있어요. 따라서 내면아이를 위해서는 발달 과정 전반을 살펴보는 일이 중요합니다. 내면아이가 왜 생겼는지, 다시 말해 성장 과정 중 언제 상처를 받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어디가, 어떻게, 왜 아픈지를 알아야만 그에 맞는 적절한 치유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몸만 아니라 마음도 성장하는데, 에릭슨의 심리 사회적 발달 이론이 바로 마음 성장에 대한 것이라 볼 수 있어요. 에릭 에릭슨의 심리 사회적 발달 단계는 발달 전반을 살펴볼 수 있는 체계적인 이론으로서 무엇보다 발달 단계마다 필요한 발달 과업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요. 각 발달 단계를 이해하고, 자신의 발달 과정 전반을 살펴보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가령 영아기에 받은 결핍과 사춘기에 받은 결핍은 전혀 다르지요. 영아기는 무조건적으로 의존하고 돌봄을 받아야 하지만, 사춘기는 서서히 독립을 꾀하는 시기이거든요. 따라서 영아기에 방치되거나 사춘기 때 너무 많은 억압을 받게 되면 문제가 될 수 있어요.
제목과 본문에 드러나는 주 양육자는 엄마이지만, 아빠 역시 자녀 양육에 있어 공동 책임자입니다. 엄마가 자신의 내면아이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배우자의 책임과 의무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요즘은 부모 교육에 참여하는 아빠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걸 실감합니다. 실제 아빠가 육아휴직을 하고 아이들을 전담해서 돌보는 경우도 흔하지요. 흔히 양육을 '도와준다'고 말하는데, 돕는 게 아니라 아빠 또한 양육에 있어서 공동 책임자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엄마의 내면아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아빠 역시 내면아이가 있습니다. 다만 교육과 상담을 하면서 아빠보다는 엄마를 더 많이 만나다 보니 자연스레 엄마에 초점을 맞춘 것뿐이지요. 엄마라고 해서, 아빠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내면아이 치유에 있어서 배우자의 책임과 의무는 따로 없습니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지요. 다만 책에서도 소개가 되었지만, 우리 안의 상처를 직면하고 치유하기 위해서는 '어린 그때는 하지 못했던 것'들을 지금이라도 적절한 방식으로 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배우자가 서로의 지지대가 되어주는 게 좋습니다. 아빠라고 해서 상처가 없지 않아요. 오히려 엄마들은 나름의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어서 풀어갈 방법이 있지만, 아빠들은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더 외롭고 힘들 수도 있습니다. 배우자가 아이를 양육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비난하고 손가락질할 게 아니라, 그 어려움을 이해하고 공감해 주는 게 중요합니다. 상처로 인해 생긴 틈을 서로가 메꾸어 준다면 가장 좋은 치유가 될 수 있겠지요. 어린 시절 양육자가 해주지 않아서 생긴 상처를 배우자가 대신해서 해준다면 그만한 치유는 없습니다.
'훈육과 학대는 종이 한 장 정도 차이다. 이 종이 한 장을 가르는 것은 바로 엄마의 감정이다.'라는 부분이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이어서 나오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게 되면 생각지도 못한 자유가 찾아온다.'라는 부분도요. 하지만 '엄마가 불완전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텐데요. 이럴 때 도움이 될 만한 방법이 없을까요?
우리는 흔히 훈육한다고 생각하지만, 엄마가 감정적으로 격해져 있으면 훈육은 어렵다고 볼 수 있어요. 훈육은 처벌과 다릅니다. 아이가 사회구성원으로서 올바른 행동을 가르치는 과정이 바로 훈육입니다. 무언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하지요. 따라서 엄마의 감정이 요동치거나 불편한 상황이라면 일단 엄마의 감정부터 돌보는 게 먼저입니다.
일단 아이 앞에서 부정적인 감정이 쑥 올라온다면 책에 소개된 대로 'ABCC 전략'을 꼭 실천해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ABCC 전략은 책에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감정이 격해질 때 감정을 알아차리고(Aware), 심호흡(Breathe)합니다. 심호흡은 감정과 나를 분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이후 일어나는 상황을 호기심(Curiosity)을 가지고 바라보는 것이죠. 쉽게 말해 '생각'을 하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바람직한 선택(Choose)을 합니다. 호기심을 갖고 상황을 바라보면 이해가 될 때가 많습니다. ABCC 과정에서 만약에라도 엄마의 잘못이 떠오른다면, 그때는 쿨하게 사과하는 게 맞습니다. 사과할 때도 다짜고짜 하기보다는 차분하게 정리한 다음 하는 게 좋습니다. 하기 전에 미리 대본을 작성해 보는 게 도움이 되지요. 사과에는 반드시 구체적인 행동이 표현되어야 하고, 그래서 어떻게 교정할지에 대한 약속도 포함이 되어야 합니다. 부모가 이렇게 사과를 하면 아이 역시 사과하는 법을 배웁니다.
끝으로 내면아이를 마주하고, 치유할 준비를 마친 이 세상 모든 엄마 독자분에게 응원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여러분 안의 상처 입은 내면아이는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에요. 어린 시절 받은 상처는 어른들이 어린아이에게 전가한 것입니다.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상처를 외면한다면 그건 우리의 책임입니다. 엄마의 상처는 엄마의 의도와는 달리 아이에게 전염된다는 데 그 위험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힘들고 어렵지만 우리는 우리 안의 상처를 직면하고 치유해야 합니다. 이 세상에 상처 한 점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여러분만의 상처가 아니라 어쩌면 우리 모두의 상처일 수도 있어요. 그래서 용기를 내셨으면 합니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고, 외로우면 외롭다고 말해보세요. 상처를 인정하고 표현하는 데서 치유는 시작됩니다. 상처받은 내면아이를 만나서 돌보다 보면 첫째는 엄마 자신을 더 이해하게도 됩니다. 궁극적으로는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부드러워집니다.
*안정희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문제의 대부분은 엄마 자신이 성장 과정에서 겪은 상처와 깊은 관계가 있다. 흔들리는 양육의 중심을 잡으려면 엄마 자신의 감정을 뒤흔드는 원인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나에 대해 이해하게 되면 엄마가 아닌, 한 명의 인간으로서 바로 설 수 있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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