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를 위한 프로그램 '스크리브너' 사용법
『스크리브너 무작정 따라하기』 최은광 저자 인터뷰
『스크리브너 무작정 따라하기』가 출간되었다. 아이디어 구상, 개요 짜기부터 출력까지 실제 작업 흐름에 맞추어 목차를 구성하여, 작업 과정별로 필요한 기능을 찾아 익힐 수 있으며, 저자의 영상 강의가 함께 수록되어 혼자서도 쉽게 스크리브너를 마스터할 수 있다. (2023.06.19)
어떻게 하면 글쓰기 작업을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을까? 분야에 관련 없이 글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런 고민에 빠진 적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글쓰기에 최적화된 프로그램이라고 평가받는 '스크리브너'를 사용하고자 하는 작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사용 방법이 쉽지만은 않고, 한글로 된 매뉴얼이나 강의도 거의 없는 실정이었기 때문에 입문자가 진입하기에는 까다롭다는 평이 많았다. 이러한 사용자의 불편의를 해소하기 위해 길벗출판사에서 국내 최초로 『스크리브너 무작정 따라하기』가 출간되었다. 아이디어 구상, 개요 짜기부터 출력까지 실제 작업 흐름에 맞추어 목차를 구성하여, 작업 과정별로 필요한 기능을 찾아 익힐 수 있으며, 저자의 영상 강의가 함께 수록되어 혼자서도 쉽게 스크리브너를 마스터할 수 있다.
『스크리브너 무작정 따라하기』를 통해 독자분들과 만나게 되셨어요. 본격적인 인터뷰 전에, 작가님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생계형 전업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최은광입니다. 문학과 비문학을 가리지 않고 여러 분야의 글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IT 입문서로 뵙게 되었네요. 저는 길벗 출판사의 <무작정 따라하기> 시리즈를 초창기부터 열렬히 구독해 온 팬이랍니다. 무작정 따라하기를 한 권씩 사 모으면서 나도 언젠가는 무따기 저자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곤 했는데, 드디어 필진에 합류하게 되어 무척 감개무량하네요.
'스크리브너'라고 하면 일반 유저에게 널리 알려진 프로그램은 아닌데요.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분명 친숙한 이름은 아니지요.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최근 들어서야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으니까요. 사전적 의미로 보자면, 스크리브너(scrivener)는 『필경사 바틀비』로 우리에게 익숙한 바로 그 '필경사'를 뜻합니다. 이름이 암시하듯 글쓰기에 최적화된 프로그램이고요. 스크리브너는 요즘 작가들 사이에서 궁극의 집필 프로그램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다만 사용법이 쉽지는 않은 데다, 한글로 된 안내서도 없어서 다들 어려움을 호소하시고 있었어요. 우선은 이분들께 도움을 드리는 일이 급선무라고 판단했어요. 아직 스크리브너를 모르는 분들께 프로그램의 장점을 알리는 것이 또 다른 목표였고요. 디지털 기기로 글을 쓰는 분이라면 검색 엔진에서 '글쓰기 프로그램'을 한 번쯤은 입력해 본 경험이 있으리라 생각해요. 지금의 디지털 집필 환경이 그만큼 불편합니다. 정확히는 윈도우의 집필 환경이 그렇습니다. 맥 유저 사이에서는 '페이퍼'나 '율리시즈' 같은 글쓰기 전용 프로그램이 오랫동안 호평을 받고 있지만, 윈도우에는 그에 비견할 만한 프로그램이 없으니까요.
오로지 이런 이유로 맥을 구입한다는 분들도 제법 있었습니다. 하지만 윈도우 사용자 수가 절대적인 국내 환경에서, 맥 유저가 공유나 협업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요. 그래서 결국은 윈도우 환경에 맞는 글쓰기 프로그램을 찾으러 돌아올 수밖에 없는 겁니다. 온라인 리뷰어 중에서는 스스로를 글쓰기 프로그램 '유목민'으로 표현하신 분도 있었어요. 만족할 만한 프로그램을 찾을 수가 없어서 이것저것 설치해 보며 떠돌아다니는 것이지요. 저 역시 오랫동안 유목민으로 살아왔습니다. 햇수로만 계산해도 거의 15년 가까이 되었네요. 원해서 하는 떠돌이 생활이 아니었기 때문에 피로감도 상당했죠. 유목 생활을 청산하려는 집념이 어찌나 강렬했던지, 그 과정에 만났던 모 프로그램은 교내 도서관에서 강의까지 했을 정도랍니다. 그만큼 프로그램을 샅샅이 익혔던 거지요. 정착한 프로그램이 아니었는데도 그랬으니까, 제가 '최적화된 글쓰기 프로그램'에 얼마나 집착하고 있었는지 짐작이 되시죠?
우습지만 스크리브너는 제가 한 번 써보고는 버려두었던 프로그램 중 하나입니다. 사실 윈도우 스크리브너의 초기 버전은 그리 훌륭한 것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언제인가 버전 3으로 무심히 업그레이드를 했더니, 맥 버전에 준할 만큼 아주 야무진 프로그램이 되어 있더군요. 이 정도면 정착해도 되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책을 내게 된 것은, 초기 정착자의 숙명 같은 것이라고나 해야 할까요.
글을 작성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중 스크리브너를 추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작가의, 작가에 의한, 작가를 위한 프로그램
제가 무따기에서 스크리브너를 소개했던 문구예요. 여러 글쓰기 프로그램 중에서도 스크리브너는 철저하게 작가의 편의를 중심에 두고 있습니다. 제가 아는 프로그램 중에서는 가장 작가 중심적이라 보아도 좋을 정도로요. 오늘날 글을 쓰는 용도로는 흔히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워드프로세서는 긴 글을 작성하기엔 그리 적합하지 않아요. 글자를 일정한 모양새로 다듬어서 출력하는 기능이 워드프로세서의 본질이지요. 반면, 작가에게 필요한 것은 글을 작성하고 보관하며 재구성하는 기능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워드프로세서는 작가보다는 독자에게 방점을 둔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 최근에는 '텍스트 편집기' 계열의 글쓰기 프로그램을 찾는 작가들이 늘어났습니다. 이런 프로그램은 출력한 글의 모양새가 어떠할지는 일단 접어두고, 글의 내용을 입력하고 구성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춥니다. 스크리브너 역시 이 노선에 서 있는 프로그램이지요. 스크리브너는 여기다 '구조화'라는 고유한 강점을 덧붙였어요. 이 기능 덕택에 스크리브너는 단순한 텍스트 편집기를 넘어 '글 만들기 프로그램'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가고 있습니다.
구조화라고 하면 무척 거창하게 들리지만, 작가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작업이에요. 장편 소설을 써야 하는데 빈 종이와 연필만 주어진다면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첫 문장부터 일필휘지로 써 내려갈 수는 없겠죠. 개략적인 스토리와 캐릭터 구상 따위를 끄적이면서 글을 설계하는 작업이 선행될 겁니다. 스토리는 어떻게 만들까요? 큰 얼개를 세운 뒤에 세부 사항을 채워갈 수도 있고, 반짝 떠오른 세부를 먼저 스케치한 뒤에 큰 이야기로 만들 수도 있겠죠. 이처럼 글을 쌓아나가는 과정과 방식이 구조화에 해당하고요.
독자에게 최종 결과물로 주어지는 '글'의 이면에는 이런 '글쓰기' 과정이 숨어 있습니다. 스크리브너의 모든 기능은 바로 이 과정을 수행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지금까지의 글쓰기 프로그램은 이 과정을 작가의 역량에만 맡겨 두고 있었어요. 종이랑 연필만 던져주고는 알아서 해보라는 식으로요. 반면, 스크리브너는 글쓰기의 과정을 하나하나 끄집어내서 메뉴와 기능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작가는 글쓰기를 스크리브너에 맡긴 채 글의 내용에만 온전히 집중하면 되는 거지요. 내비게이션을 갖추고 운전을 시작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웹소설 쓰시는 분들 사이에서는 스크리브너가 글쓰기 프로그램 끝판왕으로 평가되고 있는데요. 어려울 것 같아 구입을 망설이는 분이나, 사 놓고 제대로 다루지 못해 모셔만 놓는 분들도 많은 것 같아요. 스크리브너와 익숙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 책만의 특장점이 있을까요?
작가는 마감을 앞두고서야 바쁘게 마련인데, 웹소설 작가는 매일이 마감이거든요. 그래서 『스크리브너 무작정 따라하기』는 무작정 쉽고 재미있게 써야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바쁜 웹소설 작가들이 이 책을 읽어주실 리가 없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스크리브너는 어렵습니다. 게다가 스크리브너의 진가를 파악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을 들여서 그 기능을 익혀야 할 필요가 있고요. 골치 아픈 문제였습니다. 복잡한 프로그램을 간단하다고 거짓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이 책을 선택하신 작가들이 충분히 학습을 이어가실 수 있게끔 해줄, 무언가 강력한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요. 이 책의 구석구석에 그런 고민의 흔적이 녹아 있고, 이것이 곧 이 책의 특장점이 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프로그램의 기능을 사전식으로 나열하는 방식을 최대한 지양하려고 했어요. 책 전체를 글쓰기 순서에 맞추어 집필함으로써, 앞에서부터 차근차근 학습하려는 독자들의 의욕을 고취하려고 했고요. 빠른 일정으로 마스터할 수 있는 학습 계획표도 꾸며서 첨부해 놓았습니다.
하지만 바쁜 독자는 순차 학습에 부담을 가질 수도 있으니까, 필요한 부분만 골라서 볼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여럿 마련했습니다. '찾아보기' 형식의 꼬리표를 과하다 싶을 만큼 많이 붙여놓았어요. 글의 종류와 작업의 방식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바로바로 찾을 수 있도록 했고, 본문을 읽어나가면서도 흥미로운 개념이나 기능을 즉시 찾아갈 수 있도록 곳곳에 표시를 하였답니다. 그리고 웹소설 창작을 돕기 위한 템플릿을 특별 부록으로 준비했습니다. 웹소설 작가 커뮤니티에서 공유되어 온 여러 도구와 제가 직접 제작한 도구를 결합해서 스크리브너 전용으로 재구성한 것이지요. 단순히 양식만 모아둔 것이 아니라 스크리브너의 고유 기능을 구석구석 적용한 영양 만점 도구랍니다. 템플릿을 사용하는 것만으로 해당 기능을 자연스럽게 학습할 수 있도록 고안했어요. 교재의 찾아보기를 이용하시면 학습 효과는 배가되겠죠? 이 모든 것들을 준비하기 위한 편집 과정이 절대 녹록지 않았지요. 하지만 웹소설 작가들께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벌써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어 무척 뿌듯합니다.
독학으로도 스크리브너를 익힐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학습 자료가 제공된다고 들었습니다. 말 그대로 밤을 꼬박 새며 만드셨을 것 같은데요. 그런 의미에서 적극 어필 부탁 드려요.
크게 나누어서 실습 예제, 영상 강의, 심화 학습 자료, 이렇게 세 가지 갈래로 자료를 준비했어요. 각 갈래마다 학습을 충분히 하실 수 있도록 다양한 구성으로 조합했고요. 가령 실습 예제는 난도별로 총 아홉 개를 제작했는데, 이것은 독자들이 가장 쉬운 기능부터 차근차근 익히면서도 학습 과정이 지루하지 않게끔 고민한 결과물입니다. 스크리브너 무따기는 입문 사용자를 위한 책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세부적이거나 어려운 기능을 상세하게 다루지 못하는 측면은 있어요. 그렇지만 방대한 기능이 스크리브너의 특장점인 만큼, 고급 기능을 어떤 식으로든 터치는 해주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심화 학습 자료를 부록 형식으로 조그맣게 만들었습니다. 손에 잡히는 부피감이 없어서 다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지만, 일단 최소한의 홍보 대사 역할을 해줄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책에 집필하지 못한 내용을 다루기 위해서 스크리브너 전용 블로그도 새로 개설했습니다. 블로그에는 동영상 강의도 탑재해서 함께 학습하실 수 있도록 했고요. 또, 스크리브너는 아직 만들어지고 있는 단계의 프로그램이라서 업데이트나 디버그 정보를 공유할 공간도 필요했지요. 스크리브너 공식 포럼이 활성화되어 있지만, 이곳에서는 영어로만 소통이 이루어지는 탓에 한글 사용자가 접근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런 역할을 기대하며 블로그를 만들었고요. 비슷한 문제 때문에 한글 패치도 손수 만들어서 제공해드리고 있습니다. 스크리브너 프로그램 자체부터 한글화 수준이 그리 높지 않아서 사용자들이 이전부터 불편을 호소해오고 계셨어요. 프로그램에서 제공하는 한글은 사람이 직접 번역한 것이 아니라 번역기로 작업한 결과물인 듯 해요. 오류가 워낙 많은데다, 번역의 질적인 편차도 커서 실사용자들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한글 패치는 수십만 줄을 한 줄씩 일일이 들여다보며 번역해야 하는 고된 작업입니다. 작업의 난도가 높지는 않지만 시간이 무척 많이 걸렸지요. 책 출간일에 맞추어 일단 배포를 하기는 했는데, 사실 아직 완성된 버전은 아니에요. 이렇게 나열해 놓고 보니 제 작업이 왜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는지 알겠네요. 이번 무따기 작업에 제가 벌여놓은 일이 워낙에 많습니다. 잡무를 도와주는 친구는 있지만 주요 지점은 결국 제가 매듭지어야 하기 때문에 말이죠.
여러 분야의 글을 쓰며 '글먹'하고 계신데,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글먹'이라는 개념이 가능해진 시대이긴 하지만, 여전히 글만 써서 먹고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는 현실을 나날이 실감하고 있습니다. 강단에 있을 때 학생들에게 약속했던 글이 몇 가지 있어요. 다음에 출간할 책은 아마도 그중 하나가 될 것 같네요. 지금 기획 단계에 있는데요. 미학 개론서와 동시대 예술 입문서의 성격을 갖는 책입니다. 좀 뜬금없지만 최근에는 웹소설도 몇 건 계약했어요. 아무튼 지금은 생계형 작가니까요. 당분간은 앞만 보고 달리면서 열심히 글을 쓸 생각이에요. 제 콘텐츠의 2차 활용은 그 이후에나 본격적으로 고민해볼 생각입니다. 물론, 지금도 몇 가지 아이디어는 머리를 맴돌고 있습니다.
『스크리브너 무작정 따라하기』의 독자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전해 주세요.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면 인터넷에서 무따기의 리뷰를 검색해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곤 한답니다. 『스크리브너 무작정 따라하기』 독자들은 모두 작가이시기도 하지요. 이 책이 앞으로 작가님들의 글쓰기 여정과 함께 할 든든한 동반자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렸듯 무따기의 부록 작업이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남은 부록을 기다리시는 독자들께는 죄송할 따름이고요. 한편으로는 채근하거나 혼내지 않으시고 묵묵히 기다려 주셔서 무척이나 감사한 마음입니다. 모두 스크리브너에 대한 열정과 책임에서 시작한 일이니, 책임감을 갖고서 끝까지 마무리하겠습니다.
*최은광 서울대학교에서 미학과 철학을 공부한 뒤 평론가 및 수필가로 활동하고 있다. 경남대학교 교양교육연구소와 교양융합대학에서 교수로 일했고, 정부와 민간의 인공지능 관련 프로젝트에 몇 번 참여했다. 지금은 예술 스타트업인 아뜰리에 유로의 대표로서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도모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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