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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특집! 『없음의 대명사』 출간 기념 우리끼리 북토크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342회) 『없음의 대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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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죠. '어떤,책임' 시간입니다. (2023.05.25)


불현듯(오은) : 이번 주제는 '특집 없음의 대명사 출간 기념 우리끼리 북토크'입니다. 오는 길에 오늘 그냥 집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어요.(웃음) 

캘리 : 그래도 계셔야죠. 여쭤보고 싶은 게 너무 많습니다.

프랑소와 엄 : 너무 기다렸던 바로 그 시집 이야기를 하는 날이죠. 


『없음의 대명사』 

오은 저 | 문학과지성사



프랑소와 엄 : 최근에 만난 작가분께 오은 시인님 시집을 선물해드렸더니 시집을 선물 받는 것 자체가 되게 오랜만이어서 다른 책 선물 받는 것보다 각별하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저도 요즘 시를 많이 읽지 않았고, 좋아하는 시인의 시집이 나와도 왠지 시는 공들여 읽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라 미루곤 했는데요. 오은 시인님의 신간이 딱 나오니까 즐거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바로 읽었어요. 모든 시가 어떤 면에서는 재미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굉장히 천천히 읽을 수밖에 없는 시집이기도 했습니다. 

오은 : 저도 시집을 단숨에 읽는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좋으면 좋아서, 어려우면 어려워서 여러 번 읽게 되고요. 몇 날 며칠을 끊어 읽는 경우가 참 많거든요. 소화되는 시간도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시집을 리뷰하거나 누군가한테 후기를 전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더라고요. 시집 독자분들도 마찬가지이실 것 같아요. 시집이 나오면 바로 멋진 리뷰를 써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많은 분들이 아마도 읽는 시간을 좀 기다리시지 않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캘리 : 예전에 <어떤,책임>에 『인생의 역사』를 소개해 주시면서 시라는 것이 어떤 순간에 있는 나와 만날 때마다 달리 해석되고 새롭게 읽히는 것이라는 내용을 소개하셨잖아요. 시는 오늘 읽었어도 내일 또 다르고, 같은 시도 한 달 뒤에 읽으면 또 달라요. 이런 것이 시의 놀라운 점 같아요. 

오은 : 그날그날 감정이 달라져서 그런 것 같아요. 특히나 몇 년이 지나 같은 시를 다시 읽으면 우리가 그 사이에 어떻게 변했는지를 시 한 편만 봐도 알 수 있어요. 그때 내 마음을 움직이게 했던 문장이 이것이었다면 지금은 또 이런 포인트에 집중하게 되네, 하면서 그 사이 나의 관심사나 주목하는 부분들이 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잖아요. 취향이 달라지기도 하고, 사고 방식이나 가치관 같은 것이 흔들릴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것들에 따라서 시 한 편이 갖는 의미도 변화하는 것 같고요. 저는 그런 경험을 할 때마다 시는 일종의 생물 같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캘리 : 『없음의 대명사』에 수록된 시도 다 같은 시기에 쓰인 시가 아니잖아요. 지금으로부터 먼 과거, 조금 더 먼 과거에 쓰인 시도 있을 텐데요. 그런 시를 다시 봤을 때 느끼게 되는 낯섦과 새로움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오은 : 보면 5년 정도 전에 쓴 시도 있고 불과 한 3~4개월 전에 쓴 시도 있어요. 3~4개월 전에 쓴 시는 그래도 지금의 오은과는 큰 차이가 없을 테지만 5년 전에 쓴 시의 경우, 이 부분을 왜 이렇게 썼지? 싶은 부분도 있거든요. 그래서 고치려고도 했었는데요. 그때 제 시기가 그런 시기였고, 저는 그런 표현을 즐겨했던 사람이고, 그런 표현으로서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었더라고요. 때문에 그냥 두는 편을 택한 것 같아요.

저 같이 매년 시집을 낼 수 없는 사람들은 이 시집 한 권이 저의 어떤 시기를 담고 있는 그릇 같기도 해요. 그런데 지난 시기에 내가 썼던 것들을 다 뜯어고치거나 바꾸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싶었어요. 그렇게 하면 그 시기 나의 반짝거리고 펄떡거렸던 감정들이 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에 고치는 것은 지양했던 것 같습니다.

프랑소와 엄 : 요즘은 긴 제목의 시집도 많았던 것 같은데요. 『없음의 대명사』는 달라요. 또 제목을 딱 듣는 순간 오은 시인님의 시집 제목 같다는 생각도 바로 들더라고요. 게다가 같은 대명사가 엄청나게 많은 수록시들이 있잖아요. 다른 시인들도 연작시를 많이 쓰시긴 하지만 이렇게 압도적으로 많은 숫자의, 같은 대명사를 가진 시를 쓰신 것은 처음 본 것 같아요. 언제부터 대명사로 가야겠다고 생각하셨는지도 궁금해요.

오은 : 두 달쯤 전이었던 것 같아요. 프랑소와 엄님이 시집 제목 결정됐냐고 하셔서 제가 결정을 할 수가 없다고 했었잖아요. 그랬더니 시 제목 중 한 편 뽑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해서 제가 시집 제목을 보여드렸었죠.(웃음) 그때부터 저도 고심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어요.

슬슬 시집을 정리해도 괜찮을 것 같다, 하나의 키워드로 나의 한 시기가 묶일 것 같다는 확신이 들 때가 있는데 이번 시집은 그게 찾아오지 않았어요. 원래 작년에 나왔어야 되는 시집인데 그냥 차일피일 미루게 됐고요.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니 내가 어떤 것을 이야기하고자 했는지가 뾰족하게 드러나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알고 봤더니 이전까지 시인으로 감각하고 관찰하고 메모하고 시인인 상태로 존재하는 시간이 더 길었다면 지난 5년은 말하는 사람으로, 누군가를 응원하는 사람으로, 듣는 사람으로 존재하는 시간이 더 길었던 것 같았어요. 그러다 보니 키워드가 명확해지는 데까지 시간이 걸렸던 듯 싶고요. 

그러다 찾은 공통점이 대명사 제목의 시들이 꽤 많았다는 거였어요. 그때 생각했죠. 그러면 다른 제목들도 '그것'이 될 수 있고 '그들'이 될 수 있고 '우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고요. 호명할 때, 어린이, 어른, 남자, 여자, 화장실이라고 말할 때 정보를 얻기도 하지만 일종의 편견과 고정 관념에 사로잡힐 가능성도 있잖아요. 그런데 대명사로 바꾼다면 불친절하지만 접근을 조금 더 투명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수수께끼 내듯 제목을 정한 거죠. 

프랑소와 엄 : 저는 「너」라는 시가 굉장히 좋았는데요. 130쪽에 나오는 시였어요. 이 시를 처음에 한 번 쭉 읽을 때도 좋았고, 오늘 방송을 준비하면서 또 읽는데도 좋더라고요. 만약 이 시가 시인 이름 없이 어디 지면에서 발견했다면 오은 시인님이 쓴 시 같은데, 이런 생각을 했을 것 같은 시이기도 했거든요. 

오은 : 그 시는 <오은의 옹기종기 출연자>이기도 한 김혜경 작가님이 읽다가 울었다는 시이기도 해요. 제가 넌지시 묻기도 했죠. 술 마셨니?(웃음)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프랑소와 엄 : 제가 아는 분도 『없음의 대명사』 읽고 울었다고 하셨어요. 이 시집에서 슬픔의 정서를 발견하는 분들이 많구나, 새롭게 알게 되기도 했습니다.

캘리 : 일단 첫 번째 시부터 그렇잖아요. 이 시 안에서 '범람하는 명랑'이라는 것은 정말 너무 울컥하고 아름다워서 저는 첫 번째 시에 많이 머물렀던 것 같아요.

오은 : 제 시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면전에서 들으니까, 그것도 상찬에 가까운 말들을 들으니까 정말 몸 둘 바를 모른다는 표현을 몸소 체험하고 있는 중입니다.(웃음) 

캘리 : 시 강연 시 수업에서 쓸 만한 너무 딱 좋은 시라고 생각했던 시는 25쪽의 「그것들」이거든요. 된소리를 가지고 이렇게 시를 써 내다니, 정말 너무 재밌었어요.

오은 : 된소리가 주는 효과 같은 게 진짜 있는 것 같더라고요. 특히, 싸울 때 많이 등장하기도 하는 그런 단어들은 다 된소리가 들어가잖아요. 그런 욕에서 오는 희열, 파토스가 있다면 된소리를 사용하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일까 고심하다가 시작된 시예요. 이건 사실 쓰는 데까지 시간이 좀 걸린 시이기는 해요. 왜냐하면 이런 것들을 모아야 되잖아요. 낯이 있으면 낯짝도 생각해야 되고, 눈이 있으면 눈깔도 생각해야 되고요. 그런 키워드들을 모으는 작업이 앞서 있었고요. 그러고 난 다음에는 금세 쓰긴 했습니다.

프랑소와 엄 : 저도 이 시가 베스트3 중 하나예요. '도망가야 할 때조차 토껴야 만족하는 사람' 부분도 그렇고 귀때기, 배때기, 간땡이, 몸뚱이, 철딱서니 같은 단어가 나올 때는 이 시의 매력에 많이 빠졌죠.

오은 : 어머니께서 읽고 너무 재밌다고 말씀하신 시이기도 해요.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한 번도 어머니가 어떤 부분을 특정해서 좋다고 말씀하신 적이 없었는데요. "그 시 참 재밌더라, '꼴통' 나오는 거 있잖아" 하셔서(웃음)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던 기억이에요. 

프랑소와 엄 : 저는 시집에 밑줄을 잘 안 치는데 밑줄을 거의 유일하게 쳤던 문장이 하나 있어요. 110쪽의 「우리」라는 시에 '알 만한 사람이 실제로 아는 경우는 별로 없다'라는 시구였는데요. 너무 좋았습니다.

오은 : 드라마나 영화 대사로도 쓰이잖아요. 알 만한 사람이 왜 그래, 라고요. 근데 그 말 하는 상황을 보면 알 만한 사람이 아는 건 본 적이 없어요. 윗사람들 생각하면 더 그렇고요. 사회의 명망 있는 사람들이 저지른 부패나 이런 것들을 볼 때도 그렇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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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음의 대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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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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