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부조리 속에서 들려오는 한 버스커의 독백
『버스커의 방』 진승태 저자 인터뷰
『버스커의 방』은 버스킹, 혹은 버스커가 가지고 있는 애처로운 속성에 저항하려는 일종의 수기라고 불러도 좋다. 그것도 남보다 많이 예민하고, 결핍 또한 양껏 갖춘 한 버스커의 깊숙한 내면으로부터 나온 것 말이다. (2023.03.02)
길거리에서 버스커와 조우한 적이 있는가? 요즘 사람에겐 최소 한 번이라도 이런 경험이 있을 테다. 다만, 그렇게 우연히 마주친 버스커의 노래에 꽤 심취했었다 한들 이후, 내내 이 기억을 곱씹으며 지내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아마 그리 많진 않을 듯하다. 어쩌면 그만큼 버스킹이 선사하는 감흥이 휘발성이 꽤 강해서가 아닐까? 마치 향수처럼 말이다. 『버스커의 방』은 버스킹, 혹은 버스커가 가지고 있는 애처로운 속성에 저항하려는 일종의 수기라고 불러도 좋다. 그것도 남보다 많이 예민하고, 결핍 또한 양껏 갖춘 한 버스커의 깊숙한 내면으로부터 나온 것 말이다.
책 제목만 봐도 저자가 버스커라는 건 너무 잘 알겠네요. 그런데 그 외에도 전혀 다른 경력들도 눈에 띄던데, 간략한 이력 소개를 부탁합니다. 그리고 저자 약력 가장 말미에 적은 '인생 내내 커리어 표류 중'이라는 건 무슨 뜻인가요?
저는 꽤 운 좋게도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은 게 확실한 사람이었어요. 다만, 그걸 평생 동안 유지할 수 있는 커리어로 연결 짓는 데에는 고배만을 마셔왔지요. 그럼에도 제가 이력서에 적을 수 있는 저의 대표 직업을 한 번 꼽아보라 하면, 사실상 그래픽 디자이너 및 일러스트레이터가 제일 맞을 거예요. 사정이 이럼에도 이 직업에 완벽히 만족한 적이 없고, 또 '버스커'라는 역할에 대해서도 일말의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궁극적으로 만족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겠죠.
『버스커의 방』의 가장 밑바탕에 깔린 저자분의 세계관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사실 저는 기본적으로 제가 살고 있는 이 한국 사회가 많이 부조리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요. 그런데 이런 느낌이 내내 제 곁을 떠나지 않는 건 어쩌면 제 안에 결핍 자체가 많아서가 아닐까, 라고 생각해요. 그런 결핍이 제 안에 꼭꼭 숨어있는 창작욕에 늘 불을 지피는 땔감들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흥미롭게도 주위를 둘러보면 저처럼 결핍을 느끼는 사람들이 위대한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꽤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예술 분야에서 유독이요. 좀 다른 측면에서 보면, 사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 혹은 산물들에 대한 세심하고 서글픈 예찬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10년이라면 적지 않은 시간입니다. 직업도 아니라면서 오랫동안 버스킹을 해오신 동력은 무엇일까요?
이 또한 결핍 때문일 거예요. 더불어 저는 사실 개인적으로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을 하나만 꼽으라면 '자신이 다 사그라진 뒤에도 남아있을 창작물을 남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창작물 중에 음악에 대해 큰 경외감과 애정을 갖고 있기도 하고요. 그런데 전 그것을 열렬하게 해오는 데에 실패를 해 왔어요. 여건이 많이 안 좋았거든요. 그러다 보니 결핍이 저를 거리에 나오게 했던 것 같습니다. 실패는 했지만 결코 음악을 또 놓칠 수는 없다 보니, 가장 밑바닥에서나마 계속해나갈 수 있게끔 내몰게 된 거죠.
버스킹을 내내 해오면서 여태껏 겪은 가장 큰 변화가 있으시다면요?
버스킹 초반에는 오로지 절 만족시키는 것에만 집중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반대에요. 지금의 저는 관객들까지 온전히 만족시킨 버스킹을 해냈을 때, 비로소 당일 공연을 잘 치러냈다며 안도할 수 있는 수준으로까지 성장했습니다. 전 인간관계가 협소한 사람이기도 해요. 그래서 버스킹을 나가 관객들과 호흡들을 주고받을때 치유받는 느낌이 들곤 합니다.
『버스커의 방』에서 저자가 살아가는 공간인 '방'을 일종의 두 구역으로 구분지어 이야기를 펼쳐가는 것이 흥미롭다고 느꼈습니다. 이런 방식의 글쓰기를 택한 이유가 있으시다면요?
앞서 말했듯 저는 그래픽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기도 해요. 그래서 뭔가를 창작하곤 할 때, '디자인 작업을 시작할 때의 접근법'을 취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기본적인 창작의 실마리를 비교적 쉽게 풀어낼 수 있는 데다가, 그려내고자 하는 세계의 범주를 빠르게 설정해 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쓸 때도 공간을 두 구역으로 구분 지어 이야를 풀어내는 콘셉트가 저한테는 자연스럽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사실 시중에 보면 『버스커의 방』처럼 책과 영화를 다룬 책들은 이미 차고 넘치지 않나요?
저도 잘 압니다. 그런데 저는 제가 초보 작가라는 점도 충분히 고려를 해야만 했어요. 막상 버스킹 중 경험한 것들은 아무리 화려하게 나열한다 한들, 총체적 양이 부족하다고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기왕 버스킹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해볼 거, 제가 좋아하는 책, 음악, 미술, 문화, 인문 이야기를 골고루 섞는 게 좋겠다 싶더군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작가님 말씀대로 여태껏 인생 내내 표류 중이긴 하나, 앞으로 꼭 정착하고 싶은 목적지가 혹시 있으시다면요?
사실 잘 모르겠다는 게 아마도 가장 정직한 답변일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어쩌면 늘 인정 욕구라는 것에 목말라 있는 사람인 듯합니다. 그러나 일상 속에서 이런 인정 욕구가 채워져 왔다면 이런 장문의 책을 아예 쓰지 않았을 것 같아요. '표류'는 제가 죽을 때까지도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먼 훗날 제가 붙들고 몸을 의지할 최소한의 부표 하나 정도는 꼭 마련해 두었으면 합니다.
*진승태 서울 태생의 10년 차 버스커, 그리고 동시에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래픽 디자이너이다. 그러나 사실은 인생 내내 '커리어 표류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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