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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품격 있게 헛소리하는 방법 (G. 이승용 카피라이터)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330회) 『헛소리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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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길 꿈꾸는' 사람, 헛소리를 똑소리로 만들어 파는 비밀 『헛소리의 품격』을 출간한 이승용 작가님 나오셨습니다. (2023.03.02)


아이디어를 고민하다 보면 스스로가 작고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그리고 잔뜩 주눅든 마음은 떠오르는 생각마저 쪼그라들게 한다. 그럴 때면 나는 크기를 키울 수 있는 것을 하나둘씩 찾아 나선다. 두 눈을 커다랗게 뜬다. 기지개를 크게 켠다. 커다란 메모지를 책상 위에 펼친다. 할 수 있다는 말을 속으로 크게 외친다. 머릿속에선 제품의 크기를 어처구니 없을 만큼 거대하게 만들어본다. 그렇게 생각의 불씨를 피운다. 이런 작은 노력이 모이면 빅 아이디어도 금세 만나게 될 거라고 믿어보면서. 크게, 더 크게! 나는 아이디어를 향해 큰 걸음을 내딛는다.

안녕하세요. <오은의 옹기종기> 오은입니다. 카피라이터 이승용 작가님의 책 『헛소리의 품격』에서 일부를 읽어드렸습니다. '평범한 순간에서 비범한 생각을 찾는 신개념 영감 수집법'이라는 부제를 단 『헛소리의 품격』에는 지나쳐버리기 쉬운 헛소리, 실패한 헛소리, 댓글 속 톡톡 튀는 헛소리 등에서 길어 올린 눈부신 아이디어들이 가득합니다. 헛소리의 쓸모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10년차 카피라이터의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어쩐지 주변이 달라보이는 경험을 하게 될 텐데요. 오늘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에 카피라이터 이승용 작가님을 모시고, 고품격 헛소리의 쓸모에 대해 즐거운 대화를 나눠보겠습니다.



<인터뷰 - 이승용 편> 

오은 : 지난 2월 10일에 『헛소리 품격』이 출간이 되었어요. 작가님의 인스타그램을 보니까, 책이 벌써 중쇄에 돌입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이렇게 빠른 반응을 예상하셨나요? 

이승용 :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좀 얼떨떨하기도 해요. 

오은 : 책을 내면서 이 책 잘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사실 누구나 품게 되잖아요. 그런데 왠지 작가님은 현업에서 느꼈던 것들을 쓴 책이기도 하니까, 어떤 특별한 기대 같은 것을 품었을 것 같기도 해요. 

이승용 : 사실 기대보다 바랐던 부분이 더 큰 것 같은데요. 헛소리를 사랑하는 마음을 똑소리로 만들어서 인사이트를 찾을 방법들이 있거든요. 그런 것을 보여주면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했어요. 이 책을 읽고 난 독자 분들 각자가 자신만의 글을 쓸 때도 그냥 웃어 넘겼던 것들을 돌아보면서 한 번쯤 '근데 이게 왜 웃겼지?'라고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했죠. 

오은 : 지금까지 다양한 광고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카피를 쓰셨습니다. '내가 썼지만 이 카피 참 잘 썼다, 만천하에 공개하고 싶다' 할 만한 것이 있나요?

이승용 : 사실 언제나 부끄러운데요. 제가 증권사 광고를 할 때였어요. 그때 ELS라는 상품이 있었는데 저는 그게 뭔지도 잘 몰랐어요. 되게 어려운 거예요. 그래서 이것을 어떻게 설명하지 고민을 많이 했죠. 그러다 ELS를 한자처럼 바꿔봤어요. '이애래수'라고요. '이로울 이', '사랑 애', '올 래', '물 수'를 써서 '이롭고 사랑스러운 수익이 물 흐르듯 다가온다'는 의미를 만들었어요. 거기에 이 광고가 증권사니까 취권, 호권, 당랑권 뒤에 땡땡증권이 나오는 식으로 썼었어요.(웃음)  

오은 : 이승용 작가님 소개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제일기획 카피라이터. 헛소리에서 똑소리 나는 생각을 찾는다. 가벼운 말장난이나 엉뚱한 농담마저 성실하게 수집한다. 평범한 것들을 평범하지 않게 바라보는 순간, 특별한 아이디어가 시작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삼성증권, KT, 스타필드, 설화수, 코오롱몰 등 다수의 광고에 아이디어를 내고 카피를 썼다. 갤럭시 워치4 '원&Only' 캠페인으로 국민이 선택한 좋은 광고상을, 갤럭시 S22 '쭉 이어 활짝 이루다' 캠페인으로 대한민국 광고대상 은상을 수상했다. 칸 국제 광고제 영 라이언스 컴페티션 필름 부문에 한국 대표로 참가했으며 대한민국 공익광고제 대학생 부문 금상을 받았다. 퇴근 후에는 품격 있는 딴짓을 즐긴다. 2016년부터 지금까지 술 마시며 시 읽는 팟캐스트 <시시알콜>을 진행하며 다양한 시인들과 술잔을 부딪치고 있다. 책 『시시콜콜 시詩알콜』(공저)을 썼다.'

이제 단독 저서로는 첫 책 『헛소리의 품격』이 어떤 책인지 직접 소개해 주시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어떤 책이죠? 

이승용 : 제가 10년 동안 카피라이터로 일하면서 재미나게 생각했던 헛소리들을 모아 여러분들에게 똑소리 나는 인사이트를 전달해주는 책입니다. 이 책을 쉽고 재미있게 읽으며 웃고 나서 '어라, 근데 뭐가 하나 남았네'라는 느낌이 든다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애초에 제가 생각했던 책의 목적이 '헛소리가 최고다'는 아니거든요. 헛소리마저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가진다면 우리가 사는 일상이 조금 더 새로워지지 않을까, 하는 것을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오은 : 작가님의 반려인이자 <책읽아웃> 출연자이기도 했던 김혜경 작가님께서 SNS에 헛소리 품격을 소개하며 이런 글을 올리셨습니다. '그는 광고를 보기 위해 유튜브 프리미엄을 쓰지 않고 광고를 보기 위해 영화관에 일찍 갑니다. 쓰면서도 다시금 소름이 돋는데 전부 사실이라 어쩔 수가 없네요. 그야말로 광친놈 미치광이라 할 수 있는 그가 광고에 대한 책을 냈다는 사실만 기억해주세요.' 이쯤 되면 작가님은 일과 삶이 혼연일체 된 것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광고에 어떤 매력이 작가님이 살아가는 모든 순간에 개입을 하는지 궁금해요. 

이승용 : '광친놈'이라고 하니까 24시간, 365일 밥을 먹다가도 광고 얘기하고 그런 사람 같은데요. 물론 술 먹다가 광고 얘기한 적이 있긴 합니다만(웃음) 그렇게까지는 아니고요. 그럼에도 제가 일상에서 광고를 계속 접하려고 하는 이유는 제가 이 일을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이 좋아하는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매일 다양한 자극에 나를 노출시키는 게 되게 중요한 것 같거든요. 그냥 막 노력을 한다기보다는 말이죠. 별것 아닌 거라도 '이거 내가 만들면 이렇게 했을 것 같은데, 이거 이런 걸로 광고 만들면 좋을 것 같은데' 같은 생각을 항상 하게 되는 거예요. 일종의 습관이 된 거죠. 

오은 : 카피라이팅에 대해서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카피라이팅은 일반적인 글쓰기와는 달라요. 클라이언트가 요구하는 바가 명확하고, 그들이 원하는 솔루션이 있죠. 광고는 그 솔루션을 제공해야 하고, 카피도 그 방향으로 접근해야 해요. 동시에 너무 난해하거나 추상적이면 안 돼요. 타깃이 정해져 있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대중에게 전달되어야 하니 최대한 쉽고 직관적인 게 좋죠." 

이 말을 듣고 저도 고개를 끄덕였지만, 사실 모든 아이디어는 뾰족하고 날카로울 때 또 매력적이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클라이언트의 요구 사항을 고려하고 대중적인 눈높이를 고려하다 보면 나중에는 둥글둥글한 아이디어만 남아서 난감한 상황도 왕왕 벌어지곤 할 것 같아요. 작가님은 이걸 어떻게 뚫고 나가세요?

이승용 : 사실 그런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저희 팀에서 만든 아이디어가 한 번에 통과될 때도 있지만 많은 논의를 거쳐서 기존의 아이디어가 수정되는 경우도 상당히 많아요. 그래서 업계에서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온에어된 광고를 보고 카피라이터가 쓴 카피를 판단하지 말라'고도 해요. 원래 어떤 카피를 썼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요.(웃음) 

물론, 그런 협의 과정을 거치다 보면 아쉬움이 남는 때도 있죠. 그렇지만 지난하더라도 협의 과정을 거치면서 오히려 더 좋은 쪽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을 하고요. 또, 사람의 의견이라는 것이 상당히 주관적이어서 저희가 생각할 때는 이것이 뾰족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클라이언트의 입장에서는 뚱딴지 같은 소리일 수 있을 거예요. 그런 지점에서 광고는 기본적으로 협의의 과정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것 같아요. 저는 그 가다듬고 매만지는 과정에서도 최적의 결론을 찾아 나가는 게 광고의 여정이라고 생각해요. 

오은 : 이제 <오은의 옹기종기> 공식 질문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책읽아웃> 청취자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단 한 권의 책을 소개해 주세요. 

이승용 : 제가 일로부터 멀리 떨어지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유튜브나 책도 과학 콘텐츠 보는 걸 되게 좋아하는데요. 잘 모르는 영역이지만 항상 관심이 있고요. 그렇게 읽었던 책 중에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윤성철 교수님이 쓰신 『우리는 모두 별에서 왔다』라는 책을 소개하고 싶어요. 책의 부제가 '138억 년 전 빅뱅에서 시작된 별과 인간의 경의로운 여정'이거든요. 책은 우주가 탄생해서 어떻게 지금 여기까지 왔는지를 과학자의 입장에서 쉽고 재미나게 서술하고 있어요. 

책을 보면서 수많은 과학사 같은 것들을 쭉 훑어보게 되는데요. 흥미롭게도 과학사에서는 이론이 늘 바뀌었어요. 지구를 중심으로 세상이 돈다고 했다가, 그게 아니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말이죠. 천동설이다, 지동설이다, 하면서 싸우다가 결국 지동설이 되고 이런 역사가 있잖아요. 다양한 이론들이 용호상박 싸우면서 변증법적으로 쌓아 올라가는데요. 윤성철 교수님이 그에 대해서 '실패한 이론은 없다'고 설명하세요. 실패한 이론도 모두 의미가 있으니까요. 그런 지점이 광고 회사에서 아이디어를 같이 공글리는 과정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승용

제일기획 카피라이터. 헛소리에서 똑소리 나는 생각을 찾는다. 가벼운 말장난이나 엉뚱한 농담마저 성실하게 수집한다. 평범한 것들을 평범하지 않게 바라보는 순간, 특별한 아이디어가 시작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삼성증권, KT, 스타필드, 설화수, 코오롱몰 등 다수의 광고에 아이디어를 내고 카피를 썼다. 갤럭시 워치4 '원&Only' 캠페인으로 국민이 선택한 좋은 광고상을, 갤럭시 S22 '쭉 이어 활짝 이루다' 캠페인으로 대한민국 광고대상 동상을 수상했다. 칸 국제 광고제 영 라이언스 컴페티션 필름 부문에 한국 대표로 참가했으며, 대한민국 공익광고제 대학생 부문 금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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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소리의 품격
헛소리의 품격
이승용 저
웨일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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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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