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에 만난 꿈과 환영 이야기, 『말과 꿈』
『말과 꿈』 양선형 작가 인터뷰
2014년 데뷔 이래 두 권의 소설집을 펴낸 양선형 작가가 세 번째 소설집 『말과 꿈』으로 돌아왔다. 자신만의 견고한 소설 세계로 독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작가 양선형이 풀어놓는 말과 꿈에 대한 친절한 이야기를 만나보자! (2023.02.27)
2014년 데뷔 이래 두 권의 소설집을 펴낸 양선형 작가가 세 번째 소설집 『말과 꿈』으로 돌아왔다. 자신만의 견고한 소설 세계로 독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작가 양선형이 풀어놓는 말과 꿈에 대한 친절한 이야기를 만나보자!
두 번째 소설집의 출간 이후, 약 1년 만에 <트리플> 시리즈로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작가님의 새 작품 『말과 꿈』을 기다린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말과 꿈』이 <트리플> 시리즈로 묶일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앞으로 책을 읽어주실 독자분들, 함께 책을 만든 방지민 편집자님, 각각 해설과 추천사를 써주신 윤아랑 평론가님, 류진 시인께 감사의 말씀을 먼저 전하고 싶어요.
표제작인 「말과 꿈」은 '녀석'을 찾아 떠나는 '그'의 여정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글쓰기와 언어에 대한 사유로 읽히기도 합니다. 본문에 등장하는 '말'은 동물이지만, 음성으로 발화하는 '말'의 의미를 지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이 점을 의도하셨을까요?
소설을 시작할 당시에는 그 지점을 명확하게 의식하지는 않았어요. 쓰는 과정에서 글쓰기나 언어에 관한 질문들이 자연스레 연상되었던 것 같고요. 쓰려는 테마에 작용하는 문학의 고유한 역학을 매번 강하게 의식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이 작용들에 관한 생각을 텍스트 내부로 들여오려 하는 편이고요. 문학을 통해 말을 찾으려 할 때 찾으려는 말이 어떤 존재로 변화하는지, 글쓰기와 어떠한 영향력을 주고받는지에 대한 질문들이 동시에 떠올랐어요. 소설 속의 인물이 찾고자 하는 대상은 물론 동물인 말이에요. 그러나 말을 찾기 위한 특별한 실험으로서 문학이 찾고자 하는 것은 동물인 말과 닮았으면서 말을 초과하는 대상인 것 같아요.
『말과 꿈』은 현실의 시간과는 구별되는 텍스트의 시간을 만들어내면서 기존의 시간의 속성을 해체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작가님이 생각하는 시간이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시간은 문학의 가장 근본적인 테마들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해요. 소설 쓰기란 시간에 대응하거나 응답하는 작가마다의 방식을 드러내고, 작가는 소설을 통해 현실의 시간과 상이하면서도 현실의 시간과 대화할 수 있는 텍스트의 시간을 조직하게 된다고 생각하고요. 저는 가급적 텍스트의 시간을 역동적으로 운용하고 싶어요. 회상이나 재현으로 이야기되는 과거의 계열, 그리고 상상이나 환상으로 이야기되는 미래의 계열을 겹쳐놓고 순환시키는 이질적인 방법들을 개발하고 싶어요. 저는 시간을 제게 어울리는 방식으로 이해하고 싶고, 시간 속을 돌아다니는 글쓰기의 삐뚤빼뚤한 궤적이 발생시키는 그것이 바로 문학적인 시간이라는 사실을 드러내고 싶어요.
소설집의 마지막 작품인 '「퇴거」와 나중에 함께 묶인 다른 산문들'은 세 편의 글이 결합한 특이한 형태의 소설입니다. 각각의 글은 에세이와 소설의 경계를 교차하고 있기도 하고요. 어떻게 이런 구성 방식을 사용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퇴거」와 나중에 함께 묶인 다른 산문들'에 실린 세 편의 글은 각각 소설을 쓰는 제 현재를 받아쓰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가장 처음에 배치한 「퇴거」는 허구와 에세이적인 요소들이 함께 혼재된 소설이에요. 저는 예전부터 이 소설에 대한 양가적인 감정이 있었어요. 이 소설이 당시의 제게 꽤나 괴롭고 복잡하게 체험되었던 어떤 문제들의 그림자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었거든요.
이 기분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퇴거」 뒤에 뭔가가 더 붙어야 한다고 느꼈어요. 「퇴거」는 제게 과거가 되어 있었고, 이 소설이 과거이면서 텍스트로서의 현재라면 여기에 이후의 미래를 추가해야만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어요. 「퇴거」가 시간의 경과와 도래할 현재에 따라 여러 차례 다시 쓰일 수 있는 재귀적인 속성을 부여받도록 말이죠. 저는 이 반복의 현재 속에서 과거 속에 고립된 어떤 경험을 구원할 힘과 가능성을 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말과 꿈』의 모든 인물들은 이름이 불리지 않습니다. 단순히 지칭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필사적으로 호명하지 않는 느낌이었는데요. 작가님께서 의도하신 바가 있으실까요?
『말과 꿈』 뿐만 아니라 이전에 발표한 모든 소설에서 저는 인물의 이름을 한 번도 쓴 적이 없어요. 필사적으로 호명하지 않는다는 표현은 처음 들었어요. 생각해보면 정말 필사적으로 호명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저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그'를 개성과 내면이 소거된 존재, 그림자 같은 존재로 축소하려 해요. '그'가 담화 수준에서는 인물처럼 보이기도 하면서 글쓰기의 운동성과 움직이는 의미의 흔적을 드러내고 지시하는 텅 빈 표지나 추상화된 가면처럼 사용하려 해요.
저는 '그'를 포함한 제 소설의 모든 인물이 언어를 통해서만 새로이 태어나고 사라질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며 소설을 써요. 소설 속의 '그'는 고정된 인물이 아니라 잠재성 최대의 기호, 변신하는 기호이고, 언어와 의미를 갈아입으며 나아가는 환영의 기호에요. '그'는 「너구리 외교관」에서 가고자 했던 산장으로 들어서는 일에 성공하지만, 「말과 꿈」에서는 가고자 했던 활주로에 입장하지 못해요.
'글쓰기는 글쓰기 속에 분명하게 도착할 것이다'라는 에세이(「말과 꿈」에 대한 소설) 속 문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작가님에게 있어 글쓰기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사실은 어쩌면 당연한 말이에요. 그러나 이 말이 제게는 이 사실을 상기하는 일이 앞으로의 작업을 지탱하기 위해 필요한 다짐처럼 생각되어요. 제가 과거와 미래를 상상적으로 경유해 항상 현재에 정확하게 도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면 지금 시달리는 공허함이나 울적함이 조금은 나아지는 기분이 들고요. 글쓰기란 쓸데없는 일이에요. 저는 지금까지 글쓰기에 시간을 아주 많이 할애했지만 제 경제적인 사정이나 정신적인 상황은 그다지 좋아지지 않았어요.
글쓰기는 제가 사랑하는 일이에요. 글을 쓰면 아무런 대가 없이 글쓰기라는 선물을 받게 되고요. 저는 삶을 긍정하는 일에 필요한 동력이 글쓰기가 증언하는 고갈되지 않는 내재성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실감하게 돼요. 글쓰기는 아주 무력할 때조차 제가 무력함에 관해 이야기하는 수많은 문장을 서술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 같아요.
이번 단편집의 제목이 『말과 꿈』이잖아요. 작가님이 평소에 가장 많이 하시는 말이 무엇인지, 그리고 가장 마지막으로 최근에 꾸신 꿈은 어떤 내용인지 궁금합니다.
요즘 가장 자주 하는 혼잣말은 잘 좀 살자는 말인 것 같아요. 타인에게 가장 자주 하는 말은 고맙다는 말이에요. 꿈에서 눈으로 만든 슬러시를 먹었어요. 다음 장면에서 바닥에 뚫린 구멍에서 삐져나온 헝클어진 전선 같은 것, 밧줄 같은 것을 열심히 뽑고 있었고요. 최근에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고객 센터의 옆자리 친구가 제가 나오는 꿈을 꿨다는데, 동물원에서 저를 우연히 만나 제가 묵고 있는 숙소 같은 곳으로 갔다고 합니다. 제가 자신을 신경 쓰지도 않고 코를 골며 잤대요. 마음대로 있다가 원할 때 가라고 했다고 합니다. 거기서 저는 자유로운 사람처럼 보였다고 해요. 저는 "참 현실과 다르네. 오늘도 얼레벌레 같은데, 고객님께 비는 모습이 빌빌벌레 같은데..." 라고 대답했어요.
*양선형 1990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2014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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