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 예스24 미디어콘텐츠팀이 이주의 신간을 추천합니다. 서점 직원들의 선택을 눈여겨 읽어주세요. |
구병모 저 | 안온북스
200자 원고지 50장 내외의 짧은 소설을 엮은 단편집. '로렘 입숨'은 인쇄 상 모양을 잡기 위해 흘려놓는 무작위 더미 텍스트를 가리킨다. 이어 붙였을 때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는 무작위 더미 텍스트이고, 주제 의식과 줄거리가 있는 이야기는 소설인 것일까? 말이 되지 않는 소설을 쓰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 꿈을 꾸는 것과 꿈을 파는 것 자체가 어려워진 세대의 이야기, 전셋집에 나타난 쥐 이야기는 줄거리가 있기 때문에 소설인 것일까? 소설 한 편의 완성도와 가능성은 무엇을 통해 결정될까? (정의정)
피터 고프리스미스 저 / 박종현 역 | 이김
동물에게도 마음이 있을까? '정신'과 '마음'을 논할 때, 우리는 그것을 유독 인간만의 특성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어느새 '마음'은 생물의 우월함과 열등함을 나누는 기준이 되어버린다. 이런 관점에서 곤충이나 해저 동물들은 진화의 사다리 아래에 위치하게 된다. 동물 철학자 피터 고프리스미스는 이 같은 통념에 반대하며, 인간 외의 생명이 지닌 정신을 탐구해간다. 전작 『아더 마인즈』에서 문어로부터 의식의 기원을 찾았던 작가는, 이번에는 해면과 산호, 심지어 인공지능까지 논의를 확장한다. 이 책은 작가가 지구상의 생명체를 만난 흥미진진한 여정의 기록이기도 하다. 숙련된 스쿠버 다이버인 작가가 해저에서 만난 동물들을 묘사하며 새로운 감각을 일깨운다. 책을 덮을 때쯤이면, 그동안의 인간 중심적 시각에서 벗어나, 동료 생명체로서 생물들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김윤주)
오하니 저 | 에디스코
유튜브 <향수 읽어주는 여자>를 운영하는 '오하니' 조향사가 쓴 책. 책 속에는 약 200여 종류의 향수의 섬세한 향들에 대해 알 수 있고, 향수를 뿌리는 법, 향수를 고르는 법 등 평소 쉽게 알 수 없던 다양한 지식들이 담겨있다. 저자는 향수를 고르기 전 시향기를 보는 것을 비추하는데, 그 이유는 나의 기억과 감정이 타인의 단어로 규정된 틀 안에 들어갈 수 있어서다. 온전히 눈을 감고 내 감정과 감각에 따라 향을 느껴야 한다고 한다.
'향수는 우리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우리를 존재하게 합니다.'
책 속의 말처럼 향수는 '시간'과 '공간'을 기억할 수 있는 추억의 매개채로 쓰인다. 어떠한 향을 떠올리면 그날의 기억들이 생생히 기억나곤 한다. 책을 읽고 기억할 만한 나만의 향을 찾아보기를 추천한다. (이혜린)
김진영 저 | 한겨레출판
철학자 김진영의 마음 일기 완결판.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암 선고 전 7년간 기록했던 1,348개의 단상들을 모았다. 김진영의 문장은 더하고 덜함이 없다. 쉼표도 있고 느낌표도 있고 마침표도 있는데, 물음표는 없다.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이 없기 때문이다. 분노, 아름다움, 위로 등 모든 감정을 만난다. 책 속 넉넉한 여백에 내 마음을 하염없이 적고 싶은 충동을 일으킨다. 나는 잘 살고 있을까? 질문하게 한다. 김소연 시인은 이 책을 두고 '그 무엇에 대하여 단 한 번도 장악하려 하지 않았던 문장들. 황홀하고 관능적이다.'라고 썼다. 고 김진영의 산문집 『아침의 피아노』, 『이별의 푸가』, 『낯선 기억들』을 읽은 독자라면, 이 책도 펼칠 수밖에 없다. (엄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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