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지 작가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북토크 현장
사랑하는 이들에게 '바빠서 나빠지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한 기록
산다는 건 용기다. 계속해서 내게 맞는 것을 찾고, 나를 웃게 만들 미래를 선택할 용기 (2023.02.13)
지난 2월 9일, 서울 마포구 마음산책홀에서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출간 기념 북토크가 열렸다.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평일도 인생이니까』, 『기록하기로 했습니다』를 통해 평범한 일상도 특별한 순간으로 기록해온 작가 김신지가 펴낸 신작 에세이다. 김신지 작가는 잡지 에디터로 일을 시작해 <PAPER>, <AROUND>, <대학내일> 등에 글을 쓰고 트렌드 미디어 '캐릿 Careet'을 운영하다가 최근 회사를 그만두며, 그 전후의 이야기를 이번 책에 담았다.
언제부턴가 김신지 작가는 자신이 "나중에"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고 있음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바빠서 나빠지는 사람'이 되고 있음을 알아챘다. 그 순간 자신에게 필요한 단 한 가지는 직장도, 성공도 아닌 바로 '시간'임을 깨달았다.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에서 작가는 비로소 갖게 된 시간을 누리며, 조금씩 눈에 띄게 변하는 일상을 천천히 세세히 기록한다.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는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사람이 행복하기 위한 세 가지 조건을 이렇게 말한 적 있다. 내가 스스로 선택한다는 '자율성', 어떤 것을 배워가면서 더 나아진다고 느끼는 '성취감', 마음 맞는 사람이 나를 알아주는 '연결감'. 그러니까 지금의 삶은 이 세 가지를 가지런히 놓고 나를 조율해보는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_『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203쪽
작가의 일상에 시간이 깃든 후 달라진 점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냈던 순간과 그들에 대한 시선이 더 따뜻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1부의 첫 번째 이야기 「I에게 쓰는 편지」는 북토크 현장에서 많은 독자가 그 대상이 누군지에 대해 궁금증을 품었다.
"어느 날 밤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만약 우리 엄마가 나와 같은 해에 태어나서 대학교 수업 옆자리에 앉고 꿈에 대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다면 어땠을까 하고요. 그런 상상을 했더니 어머니에게 불가능했던 기회와 상대적으로 많은 기회를 가졌던 저 자신이 남더라고요. 이 편지는 어머니와 속상한 일이 있을 때마다 한 줄씩 고쳐 써나갔어요. 이제 이 글을 읽는 것만으로 큰 위로가 돼요."
책 중에서 '인숙 씨'로 등장하는 작가의 어머니께서는 이번 책을 읽으시고 난 후 "요즘 사는 게 너무 허무하고 재미도 없었는데 이 책을 읽고 힘이 났다"는 평을 들려주셨다고 전했다.
김신지 작가가 지금껏 지속된 일상에 균열을 감지한 것은 평범한 아침에 일어났다. 그녀는 창밖의 풍경에 온통 정신을 쏟고 있다가 출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 순간 '아, 오늘 하루가 다 내것이었으면' 하는 푸념이 들었다고 한다. 작가는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메신저나 알람 없이 창밖만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은 원래 자신의 것인데, '대체 누구의 것으로 여기며 살고 있었나' 하는 반문이 들자 현재의 일상에 틈을 내기로 결심한 것이다. 지금 그의 삶은 괴로운 것을 피해 뒷걸음 치기보다 좋은 것을 향해 한 걸음이라도 내딛는 중이다.
지금의 삶이 어때? 네 마음에 드니? 지는 노을에 정신이 팔려있던 내가 돌아보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 순간 얼굴이 좋아서 우리는 마주 보고 웃는다. _『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176쪽
김신지 작가님의 『기록하기로 했습니다』를 읽고 매일 성실하게 기록을 이어갔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기록을 숙제처럼 여기고 있더라고요. 스스로 몰아세우지 않을 수 있는 시간 활용법을 추천해주실 수 있나요?
오키나와 노인들의 장수 비결은 80%만 먹고 80%만 최선을 다하며 사는 거래요. 저도 이 사실을 듣고 마음속에 경종이 울리더라고요. '내가 내 수명을 깎으며 살았구나' 하고요. 최선을 덜 하는 연습을 해보길 바라요. 제가 아는 어떤 분은 '무리하지않기록'이라 이름 붙인 기록 프로젝트를 하세요. 무리하지 않은 일을 할 때마다 하나씩 목록을 적어가는 거예요. 자기 삶의 여백을 만드는 일을 일부러 하나씩 해보길 추천해요. 어느 순간 그 일을 숙제로 느끼고 있다고 해도 너무 자책할 필요도 없고요. 스스로를 계속 '봐준다'는 마음으로 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사소한 순간에 집중하려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반면, 저는 굉장한 계획형 인간이라 하루 일과를 하나씩 세워 두고 하는 편이에요. 만약, 그사이에 공백이 생기면 '뭘 해야 하지?' 하며 오히려 두려울 때도 있어요. 순간을 향유할 수 있는 작가님만의 방법이 있는지 여쭤봅니다.
요즘 쉬는 것을 잘 못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현재에 머무는 연습을 해보신다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식사할 때는 식사 뒤에 해야 할 일을 떠올리지 말고, 미각과 후각을 조금 더 예민하게 사용해서 음식의 맛에 집중해보는 거예요. 저는 산책할 때도 일부러 음악이나 팟캐스트를 듣지 않는 편이에요. 지금 걸어가는 거리, 주변에서 나는 소리에 집중하는 것이 현재에 존재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죠. 인스타그램으로 산책을 기록해보시는 것도 추천해요. 매일 동네를 걸을 때마다 이곳저곳의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하면 오감을 전부 활용해서 산책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그때그때 변하는 동네의 모습을 감각하는 것도 재미있고요.
일상을 마주하다 보면 작은 행복도 놓치지 쉽더라고요. 매일 간단히 일기를 적곤 하는데, 어느 순간 제가 단편적인 일상만 나열하고 있더라고요. 일상에서 번아웃에 빠지지 않도록 작은 행복을 감지하는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제가 쓴 책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게 취미』에서 다룬 내용이기도 한데요. 저는 평소에 긴장감이 매우 높은 편이라 맥주 1~2잔을 마신 제 자신이 평소 모습이길 바라곤 해요. 금세 긴장을 해소해주고 기분 좋은 상태로 만들어주는 게 맥주였기에 지금껏 좋아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본인이 어떤 행위를 했을 때 기분이 나아지는지 세심히 체크해본다면 어떨까요? 자연에 나가서 산책을 하는 게 친구와 수다 떠는 것보다 더 즐거울 수 있고, 저처럼 맥주를 마시는 게 좋은 해결책이 되기도 하는 것처럼 각자가 다른 방법을 찾아 나설 필요가 있어요. 또한, 내가 어떤 요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지 찾아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모두를 만족시키려는 불가능한 목표를 가지고 일하고 있지는 않는지, 내 감정을 덮어두고 계속 부정적 감정이 쌓이게 두고 있지는 않는지 찾아보는 거죠. 그 원인을 찾아본 다음 좋은 취미 활동을 이어 나가시길 바라요.
*김신지 '내가 쓴 시간이 곧 나'라는 생각으로 걷고 쓰고 마시는 사람. 잡지 에디터로 일을 시작해 <대학내일> 등에 글을 쓰고 트렌드 미디어 '캐릿Careet'을 운영하다가 시간이 필요하다고 중얼거리며 회사 밖으로 나왔다. 이제야 하루가 내 것이 되었다는 안도 속에서 '살고 싶은 바로 그 시간'을 사는 연습을 하는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여행지에서 마시는 모닝 맥주.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는 사람. 일상에 밑줄을 긋는 마음으로 자주 사진을 찍고 무언가를 적는다. 일상을 사랑하기 위해, 일을 더 잘하기 위해 기록을 다양하게 활용한다. 최선을 덜 하는 삶을 고민하는 사람. 이 정도면 됐지, 그럴 수 있어. 나에게도 남에게도 그런 말을 해 주려 노력한다. 너무 사소해서 지나치기 쉬운 것들을 좋아하는 게 취미다. 오늘을 잘 기억하면, 내일을 기대하고 싶어진다. 그런 마음으로 순간을 모은다. 언젠가 바닷가 근처 작은 숙소의 주인이 되는 게 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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