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은 2층에 있으십니다?! 알고도 틀리는 우리말
『한 문장이라도 제대로 쓰는 법』 이연정 저자 인터뷰
좋은 문장이란 '한 문장 한 메시지'의 원칙을 지킨 문장,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군더더기 없는 문장'이라고 생각해요. 말과 글의 경계가 점차 모호해지면서 생기는 가장 큰 문제가 의식의 흐름대로 써 내려간 길고 복잡한 문장이거든요. (2023.02.07)
"아메리카노 나오셨습니다", "좋아하는 것 같아요", "기분이 우울했었어요"
모두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는 표현이다. 고객이 아닌 아메리카노를 높이고, 자신의 감정인데도 모호하게 설명하고, 과거형이 중복된 이중 과거 문장을 쓰는 경우도 많다. 친절과 공손을 과하게 요구하는 문화와 수많은 매체가 쏟아내는 번역 투의 문장이 말 습관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화제의 논문 「대학 신입생 글쓰기에 나타난 문장 오류 양상 분석」을 발표한 저자 이연정 교수는 어른이라면 알아야 할 문장의 기본 원칙을 새로 정리하여 『한 문장이라도 제대로 쓰는 법』을 출간했다.
SBS <스브스뉴스> 200만 뷰 영상이 화제입니다. 대학생들의 글쓰기 오류를 주제로 논문을 쓰셨다고요! 계기가 궁금합니다.
글쓰기 수업을 할 때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피드백하는 과정에서 많은 글쓰기 자료와 사례를 수집할 수 있었어요. 거기에서 공통으로 나타난 문장이나 어휘와 표현 오류를 범주화해보면 학생들이 가진 문제점을 더 깊이 이해하고 제대로 가르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이 논문을 쓰게 되었어요.
요즘 20대들이 글을 쓸 때 가장 많이 틀리는 것은 무엇인가요?
먼저 '정제되지 않은 길고 복잡한 문장'이에요.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파악이 안 될 정도죠. 다음으로 '문맥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표현'이 많아요. 표현 오류는 글쓰기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오류죠. 오류의 상당수가 글에 부적합한 줄임 표현이라든가 비속어 등이에요. 말과 글의 경계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거죠. 그밖에 단어의 명확한 의미를 확인하지 않고 단지 기억에 의존하여 사용하는 바람에 전혀 엉뚱한 표현을 쓰는 경우도 많아요. 어렵고 고급스러운 표현을 사용하고 싶은 마음은 알지만, 되레 그 표현 때문에 글 자체가 우스꽝스럽게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해요.
학생들이 제출한 리포트를 보고 참고 문헌이 '나무위키'인 걸 보고 충격받으셨다고 했는데, 이외에도 놀란 사례나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참고 문헌이 아예 없거나 참고 문헌으로 삼기에 부적절한 개인 블로그나 SNS, 티스토리 일색인 경우가 있어요. 문단 구분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한 문장씩 줄글로 작성하는 경우 있고요. 놀라서 물어보니 주로 웹 소설이 그런 형식이라고 하더라고요. 대학 리포트는 중고등학교 과제와는 달라요. 아무리 값진 선물이라도 비닐봉지에 담아 주면 볼품이 없겠죠. 대학 리포트는 내용도 중요하지만 형식도 내용 못지않게 중요해요.
카페에 가면 "아메리카노 나오셨습니다"라는 말을 종종 듣는데요.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요?
접객을 주업무로 하는 분들의 말을 살펴보면 "여기에 앉으실게요", "화장실은 2층에 있으십니다"처럼 높임법을 과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아메리카노 나오셨습니다" 역시 그런 예인데요. 이 문장에서 주어는 '손님'이 아니라 '아메리카노'이기 때문에 높일 필요가 없어요. 그냥 "(주문하신)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라고 하면 돼요. 높여야 하는 것은 '손님'이지 '아메리카노'가 아니니까요.
메일 작성이나 문서 작업 등 일을 할 때 맞춤법 때문에 창피당하고 싶지 않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외워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노하우나 팁이 있을까요?
학생들이 주로 틀리는 맞춤법을 보면 일정한 패턴이 있어요. 틀리기 쉬운 표기만 일단 섭렵해 두어도 글쓰기할 때 든든하죠. 특히, 띄어쓰기의 기본 원리는 '조사를 제외한 모든 단어는 띄어서 쓴다'는 것이에요. 그 원리만 알고 접근해도 띄어쓰기 문제가 의외로 쉽게 풀려요. 내가 사용한 표현이 한 단어인지 구인지 잘 모르겠다면 사전을 찾아보면 됩니다. 영어 사전은 가까이하면서 국어사전은 잘 찾지 않는 분들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맞춤법을 비롯해 글쓰기와 친해지는 지름길은 평소 국어사전을 가까이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자기가 쓴 문장이 비문인지 빠르게 점검할 수 있는 기본 원칙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주어와 서술어는 한 문장의 뼈대를 이루는 필수 성분이에요. 따라서 주어와 서술어 중 어느 하나가 누락되지 않았는지, 주어와 서술어가 제대로 호응하고 있는지 살피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그리고 서술어를 보면 그 문장이 꼭 갖춰야 할 성분이 보여요. 주어 이외에 목적어가 필요한지, 보어가 필요한지, 필수 부사어가 필요한지 등등. 한 문장의 서술어는 비문을 점검하는 중요한 열쇠라고 할 수 있어요.
좋은 문장이란 무엇일까요?
좋은 문장이란 '한 문장 한 메시지'의 원칙을 지킨 문장,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군더더기 없는 문장'이라고 생각해요. 말과 글의 경계가 점차 모호해지면서 생기는 가장 큰 문제가 의식의 흐름대로 써 내려간 길고 복잡한 문장이거든요. 한 문장 안에 너무 많은 메시지를 담으면, 주어와 서술어 관계도 뒤죽박죽, 문장 규칙도 엉망이 되어버려요. 그렇다 보니 정작 문장의 핵심 메시지가 무엇인지 알기 어렵게 되죠. 이런 경향이 있는 분들은 단문 위주로 문장을 간결하게 쓰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아요. 길고 복잡한 문장이 결코 좋은 문장이 아니랍니다.
*이연정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한국어 주어 교육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10여 년간 한국어와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현재 서원대학교 휴머니티교양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학 학부생을 대상으로 오랫동안 강의했으며, 외국인의 다양한 문법과 어휘 사용 오류에 관해서도 꾸준히 연구하고 가르쳐왔다. 그 과정에서 쌓은 풍부한 실전 사례를 토대로 「대학 신입생 글쓰기에 나타난 문장 오류 양상 분석」을 발표했으며, 논문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입소문을 타고 큰 화제가 되었다. 20대 글쓰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를 개선해 보고자 문장 층위의 오류를 범주별로 분석한 결과였다. 이후 SBS <스브스뉴스>와의 인터뷰로 관련 영상은 유튜브 조회수 200만을 기록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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