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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세니 엄마 "아이를 동등한 인격체로 대해주세요!"

『조금 다른 육아의 길을 걷는 중입니다』 서린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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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세니 엄마가 하는 말을 들여다보면, 평범하지만 특별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비슷하지만 다르게 아이를 키우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2023.02.06)


저자 '서린'은 인스타그램에서 '힘세니 엄마'로 불린다. 아들 힘세니에 대한 이야기를 인스타그램에 웹툰 형식으로 올리는데, 전국의 많은 랜선 이모들은 힘세니가 한 말과 행동에 열광하며 '좋아요'를 누른다. '힘세니 어록을 만들어 달라'는 사람들의 요청에 힘입어 힘세니 엄마가 드디어 책을 냈다! 『조금 다른 육아의 길을 걷는 중입니다』는 힘세니 엄마가 아이를 키우면서 겪었던 수많은 일과 그 일을 겪으면서 했던 수많은 생각이 녹아있는 책이다. 힘세니 엄마가 하는 말을 들여다보면, 평범하지만 특별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비슷하지만 다르게 아이를 키우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아이와 보내는 하루가 매우 특별해 보여요. 만화와 글 소재는 어떻게 찾으시는 건가요?

평범한 일상을 보내면서 대화를 많이 해요. 과일을 먹다가도 "이 과일은 어느 나라에서 누가 키운 것일까?"로 시작해서 "그럼 그 농부 아저씨는 어떻게 생겼을까?", "과일을 딸 때에는 어떤 도구로 딸까?", "과일은 언제 따야 할까?" 등등 많은 질문으로 확장시키다 보면 대화가 풍요로워지거든요. 하지만 그렇게 대화를 나눈다고 해서 만화와 글의 소재가 나오지는 않아요. 보통은 예상치 못한 전혀 다른 상황에서, 불현듯 아이가 그때의 대화를 끌어와요. 예를 들면 제가 어떤 일로 속상해하고 있을 때 아이가 그러는 거죠.

"엄마, 속상한 마음은 너무 익어버린 과일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따서 버려."

아이와 나누었던 평범한 대화들이 아주 엉뚱한 상황에서 비유법처럼 쓰이는 것을 보면서 아이의 기발함을 보게 되는 거죠. 그럴 때 저는 '아, 지금 이 상황과 대사를 만화로 그려야겠다'라고 아이디어를 얻고요. 예전 경험을 끊임없이 지금 상황으로 가지고 오는 것은 힘세니 말의 특징이에요. 아이로 하여금 그런 특징을 갖게 하고 싶으신 분들은 어떻게 하면 되는지는 『조금 다른 육아의 길을 걷는 중입니다』에 자세히 적었으니 꼭 읽어 보기를 바랍니다.

아이를 키우던 초반에는 오롯이 독박 육아를 했다고 하셨잖아요. 그때 엄마가 느꼈던 막막함이 굉장히 컸을 것 같아요.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셨나요?

제 친구들이 다 결혼을 해서 가족 단위의 모임이 많았는데 저는 운전을 할 수 있는 남편이 옆에 없으니 몇 년 동안 친구 모임에 나갈 수가 없었어요. 책에도 썼지만 여러 이유 때문에 아이를 다른 가족에게 맡기고 개인적인 약속을 잡은 적도 없었고요. 그렇게 아이와 저는 단둘이서 굉장히 고립된 생활을 했지요. 그런데 보통의 아이들은 엄마가 다른 사람과 함께 뭔가를 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되잖아요. 그래서 어른들끼리 어려운 단어를 써 가면서 그들만의 대화를 하고, 그들끼리 낯선 행동을 해도 아이들은 자신들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어른들이 하는 말과 행동에 별로 관심도 갖지 않고요.

그런데 저희 아이는 저와 단둘이 있는 시간이 너무나 많았고, 저는 다른 누군가가 아닌 오직 아이에게 가장 많은 말을 했기 때문에, 비유를 하자면 1대1 과외를 거의 하루종일 받고 있는 상태였어요. 그러다 보니 저희 아이는 엄마 입에서 나오는 모든 문장에 집중하고, 엄마가 하는 모든 행동을 유심히 보는 습관이 생겼어요. 궁금한 것을 제때제때 바로 엄마인 저에게 물어보기도 하면서요. 이렇게 지내니까 의도치 않았음에도 아이의 언어력과 판단력이 정말 빠르게 향상되는 것을 볼 수 있었지요. 그렇게 시간이 흐른 후, '우리 둘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많은 것을 함께 할 수 있게 되었구나'를 느끼게 되면서 제 인생은 독박 육아가 아니라 아이와 함께 지내는 시간으로 변해갔어요. 

독박 육아는 언젠가는 끝이 나요. '독박'이라는 것은 계속될 수도 있겠지만 '육아'라는 것은 아이가 크면 끝나게 마련이니까요. 그런데 저의 경우는 그 독박 육아의 시간을 빨리빨리 함께하는 시간으로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아이와의 끈끈함이었어요. 마치 동료애처럼요. 그리고 그 끈끈함의 비결은 역설적이게도 철저한 독박 육아에 있었던 것 같아요. 독박을 지독하게 즐겼더니 빨리 독박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고나 할까요?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동지로 보기 시작했더니 새로운 육아가 열리기 시작했다고 하셨어요. 어떻게 변화했나요?

저는 제가 아이보다 정신 연령이나 지적 능력이 월등히 높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사소한 것도 아이의 의견을 물었고, 설사 엄마 혼자 독단적으로 처리할 일이 있을 때에는 아이에게 그렇게 행동한 이유를 설명하고 납득시켜 주었어요. 반대로 저의 허점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어요. 저의 고민이라든지 잘 모르겠는 문제들도 솔직하게 말한 거죠. 쉽게 생각하면, 아이에게가 아니라 우리의 문화를 전혀 모르고, 언어도 다르며, 신체 사이즈가 지구인보다 작은 어떤 외계인 어른에게 하듯이 했다고 보면 돼요. 

『조금 다른 육아의 길을 걷는 중입니다』에도 썼지만, 이렇게 하면 아이도 자기 자신을 마냥 돌봐져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엄마의 동료로서 역할을 하려고 하는 것 같더라고요. 저희 아이는 어떤 상황에 놓였을 때 넋을 놓고 있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하나라도 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어요. 자신의 말이 무시당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의견을 제시할 때에 필요 이상으로 절박해하지도 않았고요. 절박하지 않았다는 건 말을 반복하거나 짜증을 내거나 큰소리로 흥분하고 떼를 부리는 일이 드물다는 이야기거든요. 그러다 보니 서로 더 편안해진 것도 같고요. 

육아가 '나만 희생해서 도와야 하는 것'이라던가 '내가 잘해서 아이를 잘 자라게 해야 하는 것'일 때에는 부담스럽고, 힘들고,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이라는 느낌이었지만 '아이와 내가 함께 맞춰가며 이 세상을 인식해가는 과정'으로 바뀌니 동지 의식이 생겼고, 외롭다는 느낌도 덜 받게 되어었어요. 함께 으쌰으쌰 하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육체적으로 힘든 것은 똑같지만 정신적으로는 더 희망적이고 따뜻해졌어요.

양육자들 대다수는 사실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한다고는 하지만 아이에게 기대한 만큼 짜증과 화를 내기도 하는데요, 그럴 때 양육자가 할 수 있는 마인드 컨트롤 방법이 있을까요?

화를 내지 않을 수는 없었어요. 하지만 되도록 짧게 내는 것을 목표로 했고 화를 내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아이에게 사과하고,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려고 노력했어요. 사실 우리가 한 번 화를 내기 시작하면 점점 울화통이 터지고, 전에 있었던 일까지 끌어와서 감정을 증폭시키고, 급기야는 마음에 있지도 않은 이야기까지 다 하게 되는 지경에 다다르잖아요. 저는 그것만은 막자는 생각을 했어요.

소리를 한번 지르고 나면 얼른 "방금은 엄마가 심했어. 미안해"라고 사과를 하거나 혹은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자"라고 우선 화의 불꽃을 끄는 것에 중점을 뒀어요.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기보다는 '반드시 화는 이런 방법으로 마무리하자'라는 행동 원칙 같은 것을 세우고 실천한 거죠. 『조금 다른 육아의 길을 걷는 중입니다』에서도 고백했지만 저도 아이를 키우던 초반에는 아이에게 짜증도 많이 내고, 하면 안 될 말을 하고서는 자책하기도 했었거든요. 양육자마다 본인의 스타일이 다 다를 거예요. 자신의 상황이나 취향에 맞게 한가지 목표를 설정해 보세요. 그리고 그것만은 꼭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이지요. '반드시 사과하기'라던가 '아이에게 상황을 꼭 이해시키고 넘어가기'라던가... 방법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남과 조금 다른' 힘세니네 만의 특별한 육아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저는 학교에 들어가기 전, 그러니까 만 7세까지의 어린이 시절이 정말 황금 같은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국어, 영어, 수학, 예술, 체육... 다 잘하면 정말 좋죠. 하지만 그것들을 꼭 어린이 시절부터 잘할 필요는 없고, 오히려 어린이 시절에 어떤 가시적인 성과를 위해 학습을 시키다 보면 기본도 다지지 못하고 엉성하게 탑을 쌓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믿어요. 어른 흉내를 잘 낸다고 똑똑한 것이 아니라 사실 어린이일 때에는 똑똑한지 아닌지 티가 잘 안 나야 정상인 것 같아요. 어린이 시절은 뇌를 만드는 시기이니까요.

저의 이런 마음가짐은 제 책 『조금 다른 육아의 길을 걷는 중입니다』 중에서 「'똑똑한 아이'라는 말의 허상」 챕터를 비롯해서 책 전반에 흐르고 있어요. 아주 사소하게는 그림을 그릴 때에 '그럴듯한 모양을 그리는 것'보다 '스스로 어떤 것을 그릴지 생각해보는 시간', '어떤 재료가 어떤 효과를 낼 것인지 구상해보는 시간', '망치고 나서 개선해보려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는 시간' 등을 충분히 가지는 것만이 오직 어린이 시절에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자라나는 어린이들은 완성작은 멋지게 만드는 데에 신경을 쓸 이유가 전혀 없지요. 어린이 시절에는 그때에만 발달시킬 수 있는 자질들이 분명히 있어요. 저는 그것에 집중했고요.

본인은 육아 체질이 아니라고 말하는 양육자들이 있잖아요. 그런 양육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육아 체질이 아닌 양육자가 바로 저예요. 저는 아이들을 아주 귀엽게 생각하지도 않고, 그들의 행동을 사랑스럽게 지켜볼 만한 인내심도 없고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우리 모두는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쉬워지더라고요. 어른이라도 뭐 어린아이들보다 현명하고 이타적인가요? 어른도 감정적이고 인격적으로 완벽하지 못해요. 많은 전문가가 말하기를, 아이의 발달 과정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하면 육아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예를 들면, 생후 몇 개월은 아직 통제력이 없는 시기, 또 몇 개월은 자기만 아는 시기, 또 몇 개월은 무언가에 집착하는 시기... 그런 것들을 숙지하고 있다 보면 아이의 행동이 짜증나지 않고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이라고 느끼게 된다는 거죠. 물론 그런 경우도 있겠지요. 그런데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요. 

솔직히 우리 어른들도 조금씩 다 통제력이 없고, 자기만 알고, 무언가에 집착하고 그렇지 않나요? 단지 사회 속에서 멀쩡해 보이기 위해서 가리면서 살아가고 있을 뿐이지요. 우리가 아이의 발달 과정을 몰라서 짜증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알긴 해도 나 또한 해탈의 경지에 오르지 못해서 분노가 치미는 거잖아요. 저는 육아에 대해서 너무 환상을 갖거나 혹은 반대로 부담을 느끼거나 하지 말고, 그냥 정말 안 맞는 친구 하나랑 함께 산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싶어요. 그렇게 함께 부대끼다 보면 좋은 가정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요. '내가 부모로서 어떤 것을 정말 모범적으로 해내서 좋은 가정을 만들어야지'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이 친구랑 나랑 서로 도와가면 어떻게든 살아보자!' 생각하면 정말 아름다운 순간을 많이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봐요.

수많은 가정의 모습은 다 다르잖아요.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다 같을 텐데 키우는 모습이 다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최선의 것을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어떤 모양의 가정이라고 해도 강한 의지만 있다면 새로운 무언가를 이루어 낼 수 있다고 믿어요. 저의 경우에는 아이 아빠가 해외 파견 근무로 인해서 집에 없었고, 저는 운전을 할 줄 몰랐으며,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낮잠 시간도 되기 전에 하원하는 아이였기 때문에 아이 인생의 대부분은 엄마와 단둘이 집구석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저희 아이는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던가, 전시 관람이나 특별한 체험, 혹은 체육 활동의 경험이 정말 없었어요. 그렇기에 그런 경험을 했을 때에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이라던가 자신감, 모험 정신, 사회성 같은 것을 키우기에는 역부족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하지만 '엄마'라는 주 양육자와 항상 끈끈하게 하루 종일 있으면서 언어력과 사고력이 발달했고 아이는 예민하기는 하지만 꼼꼼하고 창의적인 아이로 성장했어요. 어떤 아이에게는 저처럼 고립된 부모가, 어떤 아이에게는 너무 바빠서 함께 있기 힘든 부모가, 어떤 이에게는 너무 가난한 부모가, 어떤 아이에게는 너무 무식한 부모가 있을 것이고 또 어떤 아이에게는 부모가 없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보살펴주는 어른이 있기만 하다면 어떤 아이든지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못 주는 것에 너무 괴로워하지 말고, 줄 수 있는 것들을 충분히 주세요. 그리고 매일매일 아이에게 말해주세요. 나에게는 이런 것들이 부족하지만 너를 정말 사랑한다고요.



*서린 (글·그림)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증권사 기획팀과 마케팅팀에서 일했지만, 해외 출장이 잦은 남자와 결혼하는 바람에 출산 후에는 육아에만 전념했다. 글 쓰는 것과 그림 그리는 것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로 해 본 적이 없다가 나이 서른을 훌쩍 넘긴 어느 날 짧은 그림 일기를 인터넷에 올리면서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이야기보다는 아름답지 않아도 작은 파동을 일으키는 이야기, 공감 어린 손길로 쓰다듬는 이야기보다는 뒤통수를 때리고 시비를 거는 이야기, 고소한 밀가루빵 같은 이야기보다는 지독한 청국장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 바람을 담아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있다.




조금 다른 육아의 길을 걷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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