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국어 만점자가 알려주는 체크메이트의 길
『체크메이트』 윤예원 저자 인터뷰
제가 처음으로 '눈이 트였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을 때였습니다. (2023.02.02)
『체크메이트』는 손에 잡히지 않은 국어 때문에 고민이 많은 고3과 N수생들을 위한 아주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국어 공부 지침서다. 저자 윤예원은 2020년 수능 국어 원점수 100, 2021년 수능 백분위 99, 2023년 수능 백분위 100을 기록한 수능 국어 공부 실력자이자 완성자로서 최고 난도의 지문으로 회자되는 2019년 수능 이후 수동적인 공부만으로는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후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자신만의 국어 공부법과 독해법을 정립하였다.
작가님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제 본명 윤예원은 EBS 다큐프라임 <공부의 배신>에 출연하면서부터 알려졌지만, 사실 제 본명보다 '초령'이라는 이름에 익숙한 분들이 많을 거예요. 중학교 때부터 공부 블로그를 운영해 왔어요. 수능을 여러 번 봤습니다. 그 기억을 살려 블로그에 이제는 수험 칼럼이나 수능에 대한 이야기들을 쓰곤 합니다.
작가님은 블로그를 통해 치열하게 공부한 흔적, 또 수능을 여러번 보신 과정에서의 느낌과 생각을 나누셨습니다. 왜 그렇게 치열하게 공부하셨나요? 그리고 수능을 여러 번 보시는 과정에서 가장 힘든 점은 뭐였나요? 그 시간이 작가님께 준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하고 싶은 일이 있었어요. 만일 그 일이 그 수준의 공부를 필요로 하지 않는 직업이었다면 저는 그렇게까지 치열하게 버티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오래 전부터 꿈꿔 왔던 일이었고, 그걸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조건이었기 때문이에요. 수능을 당연히 여러 번 보고 싶지는 않았어요. 성적이 나오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다시 보게 된 거였는데, 그 과정이 너무 고통스럽고 힘들다 보니 꿈이 흐려지는 경우가 있어요. 분명히 꿈은 거기에 있는데 내가 그 꿈을 위해 공부하는 건지, 아니면 공부 자체가 목적이 된 것인지, 수단과 목적이 뒤바뀐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의 저는 어쩌면 두려웠던 것도 같습니다. 내가 모든 힘을 다해도 내 한계가 여기까지라면 어떡하지? 내가 모든 것을 쏟아부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면 어떡하지? 그러나 재수와 삼수를 하면서, 저는 저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모든 열정을 미련없이 쏟아붓고, 나의 한계에 대한 두려움을 지워내고, 온 힘을 다하는 과정 자체가 아름답다는 것을 이제는 알아요. 하루하루를 부끄럽지 않게 살아나가는 방법, 그게 오랜 시간이 제게 준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수능 국어 공부 지침서인 『체크메이트』를 출간하셨습니다. 사실 국어 공부는 다른 과목에 비해 막연해서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지식을 묻는 것이 아니고, 범위가 정해져있지 않아서 그런 거 같은데요. 수능 시험을 준비함에 있어서 국어 공부의 핵심은 무엇인가요?
국어의 핵심을 묻는다면 '독해'고, 국어 공부의 핵심을 묻는다면 '메타 인지'입니다. 사실 수능 국어의 범위가 정해져 있지 않다고는 해도 요구하는 것은 동일합니다. "다음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평가원은 늘 이렇게 묻습니다.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는 잘 읽어야 해요. 그런데 우리는 아주 어릴 때부터 읽는 것을 배웁니다. 그 배움의 과정이, 고등학교 3학년 기준으로 적어도 12년이에요. 그 12년간의 읽기 습관에는 반드시 결함이, 구멍이, 약점이 존재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어요. 읽고 싶지 않은 것을 읽어야만 하고, 원하는 것을 선택해서 읽고, 자극적인 것들에만 길이 들고. 이 모든 습관을 한순간에 바꾸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선 본인이 무엇을 모르고, 무엇을 아는지에 관해 명확하게 인지하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고, 마치 바닷속에서 진주를 찾듯 본인의 약점을 찾고, 그 약점을 채워나가며 보다 완전한 독해를 완성하기 위해 애쓰는 과정이 핵심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수능 국어 시험에서 경제, 법, 과학, 철학 등의 지문이 어렵기로 유명합니다. 이러한 지문을 잘 이해하고 읽어낼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여러 요소들이 있겠습니다. 우선, 두려움을 지워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제제들을 보기도 싫다, 라는 생각이 들면, 독해를 하면서부터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 <기생충>에 이런 대사가 있었죠. "시험은 기세다." 저는 반쯤은 이 말에 공감합니다. 실력이 아무리 받쳐 줘도, 본인이 주저하면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아요.
평가원은 반드시 자가 표절을 합니다. 이전 기출들에서 사용했던 지문 전개 방식, 선지 구성 방식, 그리고 함정들까지, 조금의 개량은 거친다고 해도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평가원이 계속해서 던져 주는 지문의 요소들을 본인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이것을 어떻게 헤쳐나갈지에 대한 자신만의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합니다. 지문을 읽다 보면, 동일 제제에서 유난히 자주 사용하는 평가원만의 화법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특히, '수능 국어는 감으로 푼다'라는 얘기를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아도 국어 센스가 좋으면 어느 정도 성적이 나오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또, 국어는 답을 낼 때, 확신을 가지고 답을 내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손에 잘 잡히지 않는 느낌인데요. 수능 국어 시험을 자신이 장악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국어 센스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그 친구들은 어릴 때 책을 많이 접했거나, 활자와 가까웠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독해 습관이 길러진 것입니다. 수능 시험은 명확합니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오류 시비에 휘말릴 테니까요. 그 명확함의 기준을 만들어내는 것이 실력이며, 국어 시험을 장악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명확하게 오답 걸러내기'입니다. 선지를 읽을 때, 선지의 번호에 X를 치거나, 혹은 선지 말미에 X를 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오답 선지 판단을 할 때는 선지의 어디가 정확하게 X인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사실 국어는 점수가 헛으로 나기 좋은 과목입니다. 정확하게 몰라도 대충 이것인 것 같다, 하고 찍어서 맞거나, 분명 잘못 생각했는데 다시 잘못 생각해서 잘못된 결과로 문제를 풀어서 정답을 냈다면, 점수가 실력보다 훨씬 더 높게 나오고, 본인의 실력에 대한 오판을 하기 좋습니다. 틀린 선지를 고를 때, X를 선지의 정확한 부분에 긋는 연습을 해 보세요. 그리고 본인의 답과 해설지, 혹은 강의를 듣고 비교해 보세요. 아마 꽤 많은 부분을 내가 잘못 파악했음을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공부가 그렇지만 국어만큼 공부한 것에 비해 성적이 잘 오르지 않는 과목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이 힘들어하고요. 어느 정도 공부를 해야 실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될까요?
사실 이 질문은 어렵습니다. 개인마다 편차가 있을 것이고, 따라서 절대량으로 치환해 이야기하기는 힘듭니다. 그러나 주관적으로 보자면, 제가 재수 시절, 선생님께서 해 주신 말이 있습니다. 저는 이 말을 지금까지도 제 행동 원칙으로 삼아 나아가고 있습니다.
"'해야 하나?' 싶을 때는 하는 것이 옳고, '해도 되나?' 싶을 때는 하지 않는 것이 옳다."
이렇게까지 국어 공부를 해야 하나? 네, 이렇게까지 해야 합니다. 내가 지금 시간에 이 공부를 해도 되나? 이렇게까지 해도 되나? 라는 생각이 들 때까지 공부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옳다고 생각합니다. 별개로 하고 싶은 말은, '매일매일'의 힘이 크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인 공부량을 밝히자면, 매일 3지문 2세트(비문학 1세트, 문학 1세트)를 기본으로 하고, 하루에 한 지문씩 기출 분석을 했습니다. 기출 분석에만 한 시간에서 두 시간 남짓이 걸렸고, 해당 세트를 모두 풀고 자가 점검까지 마치고 나면 한 시간이 더 걸렸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눈이 트였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을 때였습니다. 약 7개월간 매일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았을 때 궤도에 올랐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체스 용어인 '체크메이트'를 제목으로 사용하셨습니다. 제목에 담긴 뜻은 무엇인가요?
저는 수능 국어가 게임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평가원은 여러 요인들을 고려하여 수를 둡니다. 우리는 그 수를 파훼해 나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행동 강령을 연습합니다. 평가원이 이런 수를 두었을 때는 이렇게 대처하고, 저런 수를 두었을 때는 어떻게 대처하겠다는, 일종의 습관을 만들어나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마침내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에 대응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우리는 평가원을 향해, 어떤 지문이 우리에게 닥쳐 와도 '체크메이트'라고 외칠 수 있을 거예요. 어떤 지문에도 흔들리지 않고 '체크메이트'를 외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023년 대학 입시가 마무리되고, 2024년 입시가 시작되었습니다. 올해 첫 수능을 볼 고3과 다시 수능에 도전하는 N수생들에게 응원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 이야기를 할까 말까 많이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제가 입시를 하던 저에게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이라서 고민 끝에 말합니다.
"행복해지기를 포기하지 마세요!"
고3은, N수는, 여러분의 곁에서 행복을 앗아갈 권리가 없습니다. 나는 고3이니까, 나는 N수생이니까 행복할 자격이 없어, 불행한 게 당연한 거야, 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여러분은 지금 긴 터널의 앞에 있습니다. 그 길은 분명히 어둡고 축축하고 습하기 그지없을 거예요. 가끔은 여러분이 여러분의 그림자에 압도되어 더 이상의 길을 발견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힘들고, 아프고, 괴로울 거예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행복해지셨으면 좋겠습니다. 힘들면 쉬어 가고, 아프면 치료를 받고, 괴롭다면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다시 달릴 힘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을 깎아서 하는 공부는 결국 본인을 벼랑 끝에 세우게 됩니다. 가끔씩은 맛있는 것도 먹으러 가고, 좋아하는 영화도 한 편 보고, 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달래 주세요. 온 세상이 여러분을 짓누르고 있으니, 여러분 스스로가 여러분을 지지하고 응원하고 달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 긴 터널 속에서, 자신을 너무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자신을 너무 혹사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잘 쉬는 것도 실력이라는 점을 명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늘 모의고사 시험지 앞면에 쓰던 문장으로 마치겠습니다.
"예쁘게 읽고, 자신있게 풀고, 즐기다 오자!"
*윤예원 (초령) 2020년 수능 국어 원점수 100, 2021년 수능 백분위 99, 2023년 수능 백분위 100을 기록한 수능 국어 공부 실력자이자 완성자. 최고 난도의 지문으로 지금까지 회자되는 2019년 수능 이후 방향성 없이 끌려가는 수동적인 공부만으로는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능동적인 공부를 위해 스스로 개발한 순환식 공부 루틴으로 기출 분석을 하기 시작했다. 지문을 읽고 문제를 푸는 자신의 현재 상태와 출제자의 의도와의 간극을 확인하고, 분석하여, 해결책을 생각해보고, 그 방법을 실행해나가면서 궁극적으로 수능 국어 시험에서의 고득점을 목표로 하는 이 공부법을 꾸준히 이행한 이후부터 사설 모의고사 원점수 98, 평가원 백분위 99 아래로 내려가 본 적이 없는 안정적이고 탄탄한 국어 실력을 획득하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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